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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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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취직한 아이에게 갔다왔어요

엄마 조회수 : 5,869
작성일 : 2016-10-24 17:53:16

제 아이 둘이서 각각 다른 나라에 취직했어요.

제가 일이 바빠서 둘다 떠날때 짐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고

지금 있는 곳에 방 얻고 그런 것도 애들이 말해서 알고 있을 뿐 하나도 거들어주지도 못했네요.

아이 둘이 있는 곳이 각각 다른 대륙이라서 한번에 가볼수도 없어서

어떻게 하나 그냥 맘만 분주했어요.


지난 주에 직장에 짧은 휴가를 내어 우선 둘째 있는 곳에 가봤는데

애가 얻은 스튜디오가 아주 안전한 곳이고 애가 직장에 다니기도 좋은 곳이더군요.

제가 온다고 애가 직장에 미리 며칠 휴가를 내었어요.

중간에 하루는 직장의 본부에서 뭔 교육때문에 누가 왔다면서 한번은 가야했고

하루 저녁은 애가 뭘 배운다고 다니는 학원에 가야 하는 날이라서 함께 다녀왔어요.

애는 안가겠다고 하는걸 제가 일주일에 한번 가는걸 못가면 진도 따라잡기 어렵다고 같이 가자 했어요.


제가 출국할 때 감기가 심한 상태여서 거기 가서도 편히 지내면서 가까운 곳만 봤어요.

도착한 날은 애가 미리 끓여놓은 닭도리탕 데우고 애가 압력밥솥에 현미밥 해서 먹고 그랬어요.

좋은 레스토랑에도 가보자고 해서 저녁은 몇번 사먹기도 했구요.


스튜디오라서 작기는 하지만 혼자 지내기엔 아주 쾌적하고 무엇보다 야경이 끝내주게 좋더군요.

혼자서 지내기엔 냉장고도 넉넉하고 애가 원래 야무져서

작은 살림이지만 잘 정리해두어서 제가 무척 안심했어요.


하루 저녁엔 자기가 2주에 한번씩 가는 친구네 모임에 함께 가자고 해서 다녀왔어요.

우리 애보다 대략 3년에서 6년 정도 더 나이 있는 애들인데

외국 애들은 나이와 무관하게 친구 삼으니까요.

그 모임은 매주 열리는데 우리 애는 직장 때문에 격주로 간다네요.

다들 함께 음식 재료 가지고 모여서 음식도 함께 만들어서 먹고,

와인도 여럿이 가져오기도 하고, 케익도 디저트도 다 만들어서 먹는 모임이예요.

손이 여럿이라서 일도 쉽게 되더라구요.

젊은 애들이 남자고 여자고 어찌나 다들 요리를 척척 하는지 무척 놀랐어요.

물론 그릇이나 수저와 포크도 모두 제각각이고 이빠진 것도 전혀 상관 없구요.

웰빙과 환경에 소신이 있어 일회용품은 안 쓰더라구요.

음식하면서도 먹으면서도 다들 얘깃거리가 끊이지 않고 직장 얘기, 공부 얘기..

젊은 애들이 이렇게 좋은 모임을 꾸준히 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어요.


애가 저하고 다니면서 뭐든지 살때도 저녁먹을 때도 자기가 카드로 계산한다고 해서

저를 무척 당황스럽게 했네요.

거기서 우리나라 사람들 특유의 실랑이를 하기도 그렇고 해서

떠나는 날에 애 서랍에 현금 넣어두고 공항으로 가는 차 떠나기 전에 애한테 말했어요.


우리 애들 어릴 땐 정말 가난한 살림에 이 애들 어떻게 키우나 걱정이 태산같았는데

이렇게 듬직하게 커주어 마음이 무척 놓이네요.

오는 비행기 안에서 우리 애들 이렇게 잘 큰거 우리 어머니도 보셨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싶어

허망하게 떠나신 친정 어머니 생각에 울적했어요.

좋은 일 있을때 더 많이 생각난다는 말이 맞는거 같아요.

IP : 112.186.xxx.156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글만 읽어도
    '16.10.24 5:58 PM (114.204.xxx.212)

    자제분들이 잘 큰거 같아서 흐믓하네요

  • 2. 로라늬
    '16.10.24 5:59 PM (220.95.xxx.227)

    잘 키우신 보람이 있으시겠네요.

  • 3. ..
    '16.10.24 6:03 PM (114.206.xxx.173) - 삭제된댓글

    잘 키우셨네요.
    부럽습니다.

  • 4. ㅇㅇ
    '16.10.24 6:07 PM (49.142.xxx.181)

    내 생전 누군가가 부러운적이 없었는데 세상에
    원글님이 너무 부럽네요.
    우와 ~~ 전 공부 잘해서 의사되고 어쩌고 하는 애들보다 원글님네 아이처럼
    혼자서 어딜가서도 적응 잘하고 척척 혼잣힘으로 저리 잘해내는 아이가 대견해보입니다.

  • 5. 첫째
    '16.10.24 6:10 PM (112.186.xxx.156)

    제가 모처럼 휴가로 가는 길이라서 어린 둘째에게 먼저 다녀오는게 맞을 듯 했었어요.
    이젠 첫째에게 갈 일정 보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년말까지는 도저히 시간이 안 날거 같고
    또 우리 첫째가 내년 1,2월엔 일로 무지 바쁘다네요.
    그럼 내년 3월에나 가볼 수 있는데 첫째에게 참 미안하네요.

  • 6. 우와
    '16.10.24 6:17 PM (59.9.xxx.181) - 삭제된댓글

    제 꿈이네요. 전 애 셋 정도 낳아서 애들이 각기 다른 대륙으로 이민가고 전 1년에 한번 놀러가는게 나름 철없는 꿈이었는데 ㅎㅎ 부럽습니다^^

  • 7. rose
    '16.10.24 6:21 PM (14.161.xxx.65)

    잘커서 멋지게 독립한 자제분들도 부럽고 원글님도 부럽네요~^^

  • 8. 아직
    '16.10.24 6:21 PM (112.186.xxx.156)

    둘다 갈길이 먼 애들이예요.
    직장에서도 가장 나이 어린 직급이고요.
    지금은 그냥 열심히 하는 정도일뿐 여러 면에서 안정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겠죠.

  • 9. 멋지세요
    '16.10.24 6:24 PM (14.39.xxx.44)

    자녀분들이 이렇게 독립적으로 잘크시고 원글님도 본인 생활 확실히 있으시니 정말 멋진 가족 같아요
    저는 지금 이제 임신중이지만 우리 아이가 독립적으로 행복한 인생을 살고 저와도 이렇게 공유하는 삶을 바라거든요.
    친정어머니도 자랑스러워하고 계실거에요

  • 10.
    '16.10.24 7:02 PM (223.62.xxx.117)

    눈시울이 뜨거워졌어요.
    어려웠다고 하셨는데 어려웠던 시기를
    어찌 극복하고 잘 키우셨는지..
    저는 큰 숙제를 안고 있어서
    마냥 부럽기만 합니다.

  • 11. 감사합니다
    '16.10.24 7:27 PM (112.186.xxx.156)

    좋은 말씀 모두 감사합니다.
    어려웠던 시기를 어찌 극복했느냐면..
    저도 애 낳는 날까지 일했고, 집에서 셀프 산간.
    애 낳고 한달도 안되어 다시 나갈 정도로 일했고 또 극강의 절약으로 이겨냈어요.
    그 당시엔 전세였는데, 그 전세마저도 빚으로 얻은거였으니
    저희로선 절약 외엔 다른 답이 없었어요.
    남편과 제가 일해서 벌은 걸 무지 절약해서 티끌까지 모아서
    애들이 어느 정도 자라고서야 겨우 아파트 샀어요.

    우리 애들은 수학과 영어 외엔 학원도 안 다녔고 집에서 혼자 공부했어요.
    애들이 어려서부터 집에서 빨래 청소 설거지 다 했고
    특히 첫째는 저대신 요리도 많이 해서 지금도 저보다 요리를 훨씬 더 잘합니다.
    후딱 요리를 손쉽게 해내고 맛도 훨씬 더 좋아요.
    초등 때부터 자기네 옷은 계절마다 직접 정리했고
    학교에서 어디 캠프나 수학여행 갈때도 제가 싸준 적이 없이 초등때부터 짐을 직접 쌌어요.

    저희는 이제는 노후 대비도 했고 어느 정도 여유있지만
    그때의 습관이 몸에 배어 아직도 소비보다 절약이 더 편합니다.

  • 12. ..
    '16.10.24 7:45 PM (175.116.xxx.236)

    세상에 너무나 대견하네요 역시 훌륭한 어머님이 계셨기에 아이들이 잘 자라준거같아요^^

  • 13. 정말
    '16.10.24 8:01 PM (115.143.xxx.186)

    눈물이 나네요
    너무 대견해요
    원글님이 아이를 잘 키우셨을것 같아요

  • 14. 엄마님
    '16.10.24 8:05 PM (210.113.xxx.157)

    자녀분들 정말 잘키우셨네요

    힘들어도 티내지말고
    저도 기운내서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 15. ㅇㅇ
    '16.10.24 8:45 PM (49.142.xxx.181)

    저위에 생전 처음 누군가가 부럽다고 댓글 단 사람인데요.
    이글 지우지 말아주세요 ㅠㅠ
    즐겨찾기 해놓고 보여주게요.
    주변인들이 저에게 넌 부러울게 없겠다고 하면 이글 보여줄래요.
    진심으로 부러운 분이 이분이라고 하려고요. 꼭 부탁드려요.^^

  • 16.
    '16.10.24 9:27 PM (112.186.xxx.156) - 삭제된댓글

    너무 나댄 것 같아 부끄럽네요.
    아직도 갈길이 먼 애들 얘기를 가지고 제가 괜히 그랬나 싶어요.
    뭘 잘했다 해도 아이들이 잘 한거죠 뭐.

    제가 귀국 비행기 안에서 새삼스레 친정어머니 생각이 났던 건,
    우리 애가 울애 직장의 본사에서 누가 교육차 왔다고 해서 오후에 직장에 잠깐 가야하던 날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날 오후에 함께 시내로 나와서 우리 애는 직장에 가고 저는 시내 어떤 박물관에 혼자 갔어요.
    전시 중의 하나가 순전히 예전 시대에 생활에서 씌였던 도자기로 되어 있더라구요.

    저희 친정 어머니가 취향이 고급이셨는데
    어머니가 어쩌다가 그런 그릇을 구하시면 무척 아끼면서 좋아하셨어요.
    그 구역에 앉아서 시선을 어디에 두어도 우리 어머니 한창때 생각이 나더라구요.
    우리 어머니는 당신의 삶이 그 뒤에 어찌 흘러갈지 알고 계셨었을까나 생각하니
    우리 어머니와 나, 나와 우리 아이들..
    한 사람의 개성, 또 부모 자식 관계.. 이 모든게 시간적인 관점에서 새로이 보이더라구요.

    그 전시보면서 한참동안 생각이 많았는데 사실 마음 속으로도 아직 다 정리된 건 아니예요.
    그러다보니 귀국 비행기 안에서도 친정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었어요.

    우리 애들.. 겉으로는 당당하고 씩씩하고 그래도
    이역만리 타지에서 외롭고 직장에서도 은근히 헤쳐나갈 일들 많을 거예요.
    또 앞으로도 자신을 발전시켜 나갈 길을 모색해야 할테구요.
    저도 한국에서 뭐 애들에게 도움될 일을 할 수도 없지만
    멀리 외롭게 지내는 애들에게 그래도 하나라도 즐거운 소식을 전해줘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이렇게 성실한 애들에게 걸맞게 모자람이 없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다짐해봅니다.

  • 17.
    '16.10.24 9:43 PM (112.186.xxx.156)

    너무 나댄 것 같아 부끄럽네요.
    아직도 갈길이 먼 애들 얘기를 가지고 제가 괜히 그랬나 싶어요.
    뭘 잘했다 해도 아이들이 잘 한거죠 뭐.

    제가 귀국 비행기 안에서 새삼스레 친정어머니 생각이 났던 건,
    우리 애가 울애 직장의 본사에서 누가 교육차 왔다고 해서 오후에 직장에 잠깐 가야하던 날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날 오후에 함께 시내로 나와서 우리 애는 직장에 가고 저는 시내 어떤 박물관에 혼자 갔어요.
    전시 중의 하나가 순전히 예전 시대에 생활에서 씌였던 도자기로 되어 있더라구요.

    저희 친정 어머니가 취향이 고급이셨는데
    어머니가 어쩌다가 그런 그릇을 구하시면 무척 아끼면서 좋아하셨어요.
    저는 젊을 땐 시람 먹는 음식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면 되었고
    지금은 그냥 흰 그릇이면 최고라 생각하며 만족합니다.
    어머니의 귀족취향이 제겐 전혀 없어요. 형편도 안되었었구요.
    여하간 그 구역에 앉아서 시선을 어디에 두어도 우리 어머니 한창때 생각이 나더라구요.
    우리 어머니는 당신의 삶이 그 뒤에 어찌 흘러갈지 알고 계셨었을까나 생각하니
    우리 어머니와 나, 나와 우리 아이들..
    한 사람의 개성, 또 부모 자식 관계.. 이 모든게 시간적인 관점에서 새로이 보이더라구요.

    그 전시보면서 한참동안 생각이 많았는데 사실 마음 속으로도 아직 다 정리된 건 아니예요.
    그러다보니 귀국 비행기 안에서도 친정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었어요.

    우리 애들.. 겉으로는 당당하고 씩씩하고 그래도
    이역만리 타지에서 외롭고 직장에서도 은근히 헤쳐나갈 일들 많을 거예요.
    또 앞으로도 자신을 발전시켜 나갈 길을 모색해야 할테구요.
    저도 한국에서 뭐 애들에게 도움될 일을 할 수도 없지만
    멀리 외롭게 지내는 애들에게 그래도 하나라도 즐거운 소식을 전해줘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이렇게 성실한 애들에게 걸맞게 모자람이 없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다짐해봅니다.

  • 18. 꿀마토
    '16.10.24 9:44 PM (112.148.xxx.220)

    글 참 편안하게 쓰셨네요
    좋은 글입니다

  • 19. 0000
    '16.10.24 10:39 PM (175.223.xxx.1)

    젊은 애들끼리 모여서 공부얘기 직장얘기 한다는.게 너무. 부러워요 원글님 아이들 다 커서 외국 나간건가요? 아니면 어릴때 애들 유학보내신건가요

  • 20. 치즈
    '16.10.25 1:30 AM (125.132.xxx.77)

    참 부럽네요.
    원글님 단정함과 부지런함이 느껴져요. 자제분들이 그대로 닮은거 같아요. 앞으로도 종종 글 올려주시면 좋겠어요.

  • 21. //
    '16.10.25 8:36 AM (211.46.xxx.253)

    일부러 로그인했어요 ^^
    원글님의 담담하고 간결한 글 참 좋네요
    깊은 내공이 느껴지는 분입니다
    아이들이 어머니를 보고 자라며 많은 걸 배웠을 듯 해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아이들이지만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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