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요리란 그저 살고자 먹을걸 만들뿐...ㅠ.ㅠ

요리논란 조회수 : 2,088
작성일 : 2014-04-03 15:10:28
제가 미대를 나왔거든요. 과특성상 대학시절 내내.. 졸업할때까지 주구장창 스케치여행을 다녔어요.. 한학기에 기본 두번...여름방학때도 한두번은 기본....그밖에 과 엠티도, 수학여행도 우리과는 전부 스케치북 들고 스케치여행이었어요.
학생들이 돈이 있나요,늘 텐트 치거나 아님 싼 민박에서 밥을 해먹었어요.

저는 워낙 어려서부터 집안일 도우면서 커서 대학생때쯤 그깟 밥하고 반찬 한두가지 하는것쯤 아무것도 아니었거든요.

처음에 다같이 간 여행에서 제가 익숙한 솜씨로 밥하고 재료 다듬어 찌개를 끓이는데,옆팀은 막 삼층밥 만들고 있고 그랫죠.ㅎㅎ그때 친구들이 우와,너 대단해!이러면서 추켜세우고...전 신입생때 첫 스케치여행이후 우리과 요리의 아이콘이 되어버렸죠.

이후 나도 모르게 슬슬 자신감 마져 생겨 나 자신도 요리를 잘해,하고 스스로 믿게 되었고,온갓 여행의 요리사며 축제때 주점에서도 역시 요리사며, 대학때 사귀던 남친의 작업실(대여섯명이 함께쓰던 공동 작업실)에서도 뭐 먹고 싶다고 하면 장보다가 척척...부침개도 만들고 칼국수도 만들고...그러면 주변의 칭송이 쏟아졌고 저는 은근히 그걸 즐겼었죠.

지금 남편 만나 결혼 초에 새댁이 겁도 없이 집들이도 혼자 척척하고 김치도 담고 아침밥도 잘 챙겨 먹이니 주변에서는 남편더러 결혼 잘했다고...전생에 나라를 구했다며 부러워들 했었어요.

그시절 저는 은근히 내 요리실력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고, 남들이 못가진 재능의 하나라고 믿었고,또한 어떤면에서는 그게 제 무기의 하나기도 했어요.
나는 별로 이쁘지도,날씬하지도,돈을 잘 벌지도 못하지만(일은 하였으나 벌이가 좋지늦 않았던...ㅠ.ㅠ) 그래도 나는 요리 하나느 잘하니까 괜찮아...뭐 이런...
물론 남편도 나는 네 덕분에 늘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행복하고 그래서 만족...뭐 이랬고요...

근데요...
이제 결혼 13년차가 되니...저의 요리실력은 더이상 훌륭한 능력이 못되는것 같아 슬퍼요...
왜냐...솔까말 이 나이먹도록 밥 못하는 주부 흔치 않잖아요.다들 어지간히는 다 하고요...내 요리솜씨는 뭐 이렇다하게 성장한바가 없는것 같아 이젠 별다른 능력이 아니란거죠...
게다가 갈수록 저는 밥하는게 귀찮아요..ㅠ.ㅠ 남편의 기대수준은 높고 나는 날이 갈수록 귀찮고...
사실 귀찮아 죽겠어...하면서도 할건 다 해요. 김치 종류별로 담그고 장도 담그고...애들 먹일 빵굽고...시어른들 생신상 차리고...
그러면서도 요즘 드는 한가지 생각은 그깟 요리 뭐 별건가...재능이랄것도 없고...그저 살고자 먹을걸 만들뿐...아무것도 아닌거 같아요.
기왕지사 한가지 능력을 골라 가질수 있었으면 돈버는 재주 있었으면 참 좋았을거 같아요.ㅠ.ㅠ
IP : 175.120.xxx.67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재능있는
    '14.4.3 3:16 PM (110.70.xxx.3)

    사람이라고 요리가 마냥좋지는 않아요. 재능과 즐기면서
    하는건 약간다른것 같은데....미대 나왔으면 할일도
    무궁무진하고 돈벌기회도 많을듯한데요

  • 2. ....
    '14.4.3 3:20 PM (121.139.xxx.215)

    그래도 원글님 주변 사람은 그동안 너무너무 행복했을 것 같아요.
    전 재능 중에 가장 훌륭한 재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서양에 남편 맘은 배로 잡는다는 속담이 있다는데
    제 생각에는 인간 맘은 배로 잡는다가 맞을 듯.

  • 3.
    '14.4.3 3:26 PM (121.131.xxx.66)

    요리잘하는 건 한 가정에서 가장 중요한 재산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별거 아닌게 결코 아니던데요

    대학 졸업하고 회사생활 15년차지만
    재료사다 다듬고 요리하고 차려내고 치우고 또 하고 또하고..
    솜씨도 문제, 영양소도 문제, 맛도 문제, 종류도 문제..
    결국 사람 시켜 다 하게되고 외식하거나 만들어놓은거 사다 먹게되고
    돈은 돈대로 엄청 나가구요
    염분이나 조미료 알게 모르게 쌓이고..
    혈당이나 당 관리해야하는 식구라도 있을때는
    정말 돈 더 들어가게 되구요

    아이들도 알게모르게 수준높은 요리를 가정에서 대접받은 아이랑,
    그냥 저냥 사서 먹이거나 외식으로 길든 애들은
    그 성품이나 인생에 대한 기대치가 다르다고 생각해요
    사람이 타고나는것도 있지만 먹는게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데요
    잘 몰라서 그럴뿐이지..
    그게 돈으로 환산되면 아무리 월 급여 몇 백에 못미칠까 싶은데요
    돈 몇푼에 식탁에서 나누는 요리와 이야기를 책임져줄 어느 가정부가 있을 것이며, 어느
    반찬가게가 그런 걸 해줄 수 있겠어요. 돈 몇 푼에..

  • 4. ---
    '14.4.3 3:29 PM (217.84.xxx.227)

    보통 요리 잘하는 사람 주변이 행복하죠^^

  • 5. 요리로
    '14.4.3 3:30 PM (210.205.xxx.161)

    요리 그 재주로 먹고사는 사람도 많아요.

    근데..요리라는게 참 중요한것같아요.돈 많아도 매번 사먹는다 생각하면 또 아찔,,,
    그러는거보면 남자보다 여자로 태어난게 참 좋은것같아요.
    머 여자만 요리한다는 이야기,,아닌줄 아시죠?^^;

  • 6. 33
    '14.4.3 3:46 PM (223.62.xxx.115)

    원글님
    혹시 어린시절 부모님에게서 무조건적인사랑을 받지.못하셨었나요
    어린시절의 부모자녀관계가 좋지 못하면
    자기가 뭔가 잘하는게 있어도
    그게 자랑꺼리가 못되며
    특출나게 남보다 더 잘해야 스스로 안정감을 찾고
    스스로를 인정하고 남이 인정해주는 그걸 에너지삼아 살게되거든요
    그게 이제ㅜ나이기 들고 주변 비슷한 또래들이 다 하게되는
    평범한 일들이 되면 자기는 또다시 아무것도 멋하고 남들보다 뭔가 잘하는게없는 그래서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는 나락으로 빠지게 되거든요
    남과 비교허지마시고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한다 자랑스럽다 말해주고
    스스로 용기를 주고 사랑을 주세요..
    결혼 13년차 이시기에 연륜도 있으시기에.어릴적 상처를 다시 되짚고 이해하고 허기엔 좀 복잡하니까요
    스스로 자꾸 잘하고있다 고 해주시고
    또 게으름 부리고 싶은 마음을 인정하고
    하기싫은 마음을 인정하고
    그럴수있다 이게 잘못은 아니다
    이런다고 인생의 실패자는 절대 아니다
    라고 생각하세요
    실제로도 그러하구요..

  • 7. ^^;
    '14.4.3 4:23 PM (121.88.xxx.231)

    자라면서 부모님 사랑은 겁나 받고 컸고요...사실 우울증..이런거는 없어요.^^
    우리집은 남편이 제가 돈버는 일 하는걸 원치 않아요. 먹고살만큼 자기가 벌어다 준대요.(솔직히 아주 풍요롭지는 않아도 살만은 한..) 제가 전공 특성상 일을 했다 안했다 하는데,식구들이 별로 원하지 않으니 제가 저극ㄱ적으로 막 일을 늘리지를 않아요. 작정하고 일하면 왠만큼 월급장이만큼은 버는데,제가 일맡아 하는동안 집안 살림이 개판이 되는데 남편도 애들도 그럴때 불만이 폭주하죠. ㅎㅎㅎ

    오늘 요리가 재능이냐 아니냐 시끄러운 김에 제 생각엔 이 재주가 뭐 별로 대단한것도 아닌거 같다...누군 굶고 사냐...뭐 이런 개인적인 생각을 밝혔을 뿐입니다.

  • 8. ...
    '14.4.3 4:26 PM (61.74.xxx.243)

    뭐든지 척척~ 부럽습니다. 주변분들이 행복하실듯.

  • 9. 뭐든 익숙해지면 권태기나 매너리즘에 빠지는거지
    '14.4.3 4:34 PM (112.72.xxx.5)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거 같아요.

    너무 진지하지는 마시기를~

    저도 결혼년차 비슷한데,제가 딱 원글님 심정.

    요즘 대충 해먹고,외식 많이 합니다.외식 많이 하면서 드는 생각은,그래도 집밥이 최고다.
    밖에서 먹는거 당장 입맛에 맞는거 같지만,장기적으로 보면 건강에 안좋고
    맛이 진해서 속 다 버리겠다(위가 안좋아서 맛이 진한 음식 먹으면 대번에 알겠더라구요)..이겁니다.

    집밥이 담백하고 강렬한 첫맛이 없지만,확실히 건강에는 좋은거 같아요.

    올인해서(댜 해봐서~) 허탈한거겠죠. 더 이상의 호기심과 지적 관심이 떨어진 상태..

    다른 관심꺼리를 찾아보세요.

  • 10. 뭐든 익숙해지면 권태기나 매너리즘에 빠지는거지
    '14.4.3 4:40 PM (112.72.xxx.5)

    그리고 음식 잘하는건,본인보다 남을 행복하게 하는 일일거든요.

    모든게 상대적으로 그에 응당하는 피드백이 있어야 제 잘난맛에 사는데,가족도 손맛좋은

    엄마,아내와 살다보면,그게 또 당연하게 되어 버려요.

    음식할때 냄새 맡으면 음식하는 사람은 별맛이 없고,남 좋은일 시키는거거든요.

    지인들에게 대접해도 그 사람들이 그에 대응하는 뭔가를 서로 기브앤테이크할때 오래가는데,

    음식하는것도 돈드는거고,정성 들어가고 그러는데

    돈이 많아서,혹은 자기가 좋으니까 하겠지~이런식의 반응이 느껴지면 음식하는것에 대한 자부심이나 관심이 짜게 식기도 하더라구요.

    남을 대접하는거,생색낼것도 아니지만,그 공을 알아주는 사람에게 많이 베푸시고 아니면 마세요.

    해본 사람이 알지,안하면 몰라요.

    그건 가족도 마찬가지예요.
    주부가 음식하는거 당연한 일이지만,당연하다 생각하는게 느껴지면 저는 대충 하고 말아요.

  • 11. 그리고
    '14.4.3 4:43 PM (112.72.xxx.5)

    먹고 사는 문제 중요합니다.

    단순해서 몰라주는거지,사람이 다 먹고 살려고 돈도 벌고 일도 하고 음식도 하고 그래요.

    자신의 가치를 디스하지는 마시기를요.

  • 12. ...
    '14.4.5 12:07 PM (175.112.xxx.171)

    글두 넘 잘하지는 마세요
    피곤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70187 완도여행 숙소 도와주세요 2 청산도 완도.. 2014/04/15 2,168
370186 드롱기 eco310쓰시는 분 계신가요?? 3 커피메이커 2014/04/15 1,957
370185 이휘재씨 와이프 피부?? 7 ..... 2014/04/15 8,145
370184 해외직구 초보자를 위한 꿀팁 모음 총정리 + 관세청 고시환율! 46 참맛 2014/04/15 5,341
370183 노이즈가든을 기억하는 분들께, 전설의 명반 5 깍뚜기 2014/04/15 1,523
370182 지하철에서 무말랭이.. 21 김줄 2014/04/15 4,699
370181 큰 샷시 뺀거 다시 넣는 방법좀요 1 기회를잡아라.. 2014/04/15 1,175
370180 아파트에 있는 불개미가 사람도 무나요?? 2 .. 2014/04/15 1,932
370179 월급이 적정한지 좀 봐주세요 6 45세 2014/04/15 1,946
370178 감자탕용 돼지등뼈로 다른거 못만드나요ㅠ 5 2014/04/15 1,674
370177 아무리 의사지만 74 딸래미? 2014/04/15 19,530
370176 예복 문제 이거 제가 민감한건가요? 8 애플노트 2014/04/15 2,651
370175 티벳버섯 파는 곳이 있을까요? 1 // 2014/04/15 3,088
370174 감자국의 포인트는 들기름으로 볶는걸까요 14 ,, 2014/04/15 2,721
370173 중학생엄마들~~도와주세요,컴대기. . 1 중2맘 2014/04/15 1,329
370172 김연아 아이스쇼 티켓 주는 이벤트 공유해봐요~ 5 키작은여자 2014/04/15 1,450
370171 밀회에 나오는 간접광고 11 Hm 2014/04/15 3,174
370170 장미 80송이 꽃바구니 사야해요 6 꽃이냐 2014/04/15 1,418
370169 던킨 도너츠 얼려도 괜찮나요?? 3 레몬 2014/04/15 3,073
370168 커피가게에서 퇴짜맞았어요 ㅠㅠ 20 2014/04/15 21,022
370167 등심,안심으로 미역국 끓일 수 있을까요? 17 고기 2014/04/15 10,328
370166 청와대를 떠나다, 굽이치는 강물처럼 1 //// 2014/04/15 947
370165 애비놈이 살해한거였네요 두살짜리 ㅠㅜ 17 2014/04/15 5,246
370164 남 원장, ‘사과’가 아니라 ‘사퇴’할 때다 2 샬랄라 2014/04/15 633
370163 정말 웃기네요- 국정원 사기튼 것 ,사과말로 때워 1 .... 2014/04/15 5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