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첨단지구 살아요. 저번에 글도 올렸는데 사건이 드러날수록 가관이네요.
배상훈 프로파일러가 여기저기 나와서 인터뷰하는 내용들을 봤어요. (디테일에서 좀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어요.)
그걸 보고 다시 생각해보니 충격적인 게..
저는 장윤기 사건 있었던 5월 5일 다음날 오전에 바로 근처인 신창동에 볼 일이 있어서
자전거를 타고 사건 현장을 지나고 있었어요. 그때가 11시가 좀 지난 시각이었죠. 사건 현장에는 국화꽃들 몇송이가 있었고 경찰들 몇명과 취재 차량들이 보였어요. 멈춰서 잠시 고인을 기리고 눈물을 찔끔 흘리며 떠났죠..
근데 그 시각 범인 장윤기는 근처 미용실에서 태연히 머리를 자르고 있었다네요.
멀리 도망도 안가고 근처에서 미용실, 무인 세탁소등을 이용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대요. 쓰던 휴대폰은 첨단지구에 영산강 자전거길이 잘 되어 있는데 거기 첨단대교 밑에 버렸다고. 저도 자주 가는 자전거 길이고 시민의 공원이라고 광주 시민들에게 인기있는 휴식 장소 옆이에요. 정말 소름돋아요.
장윤기 경찰 아버지는 작년 초까지 현 사건 관할서인 광산 경찰서에서 강력계 형사과장이었대요. 그리고 옮겨간 곳이 사건 현장에서 길 건너 1km 정도 떨어진 타 구역 경찰서라는데 그렇다면 제가 볼일 보러간 신창동인 것 같아요. 게다가 사건 당일 살인범과 차량 수배가 떨어지고 인근 경찰들에게 코드 제로 경고가 발동되어 전체가 추적에 참여하게 되는데 비번이래도 상관없대요. 장윤기 아버지도 그날 분명히 자기 아들과 차량-아버지 소유로 등록된 수배에 실시간으로 참여하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라는 거에요.
차량 소유주 이름과 신상이 떴을 때부터 경찰들은 장윤기 아버지를 인지했을텐데, 그 순간부터 업무 배제는 커녕 적극적으로 증거인멸을 돕고 범인이 경찰 가족이라는 것을 은폐하기 위해 애쓴거죠.
장윤기가 왜 차를 타고 멀리 도망가지도 않고 근처를 배회하며 이미지 관리용으로 머리까지 손질했을까?에 대해서는 장윤기 아버지가 수배 당시 장윤기에게 어차피 잡힐거니까 현 지역을 떠나지 말라고 했을 가능성을 얘기하더라구요. 다른 지역 경찰에게 잡히면 여기서 했듯이 증거 조작이나 정보 얻기가 수월하지 않았을테니까요. 이래적으로 얼굴을 가리지 않고 노출한 것도 평범한 청년이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죄다라, 악독한 강간 살인 계획범이 아니다는 서사를 보여주기 위한 전략이라는 거죠.
그리고 제가 보기에 제일 섬뜩한 점이 장윤기의 자취방으로 알려진 곳이 사실 실제 주거지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거에요.
거기에 일상 생활 흔적, 생활용품, 전자기기가 없었고 리얼돌 2개와 매트리스 정도밖에 없었대요. 인근 마트 상인들도 장윤기를 본 적이 없구요. 즉, 거기는 장윤기가 살던 곳이 아니라 범행을 계획, 연습, 실행하는 특별한 공간이었다는 거죠. 그렇다면 실제 생활 공간은 어디일까요? 아직도 그곳을 못찾았다는 사실이 너무 소름끼치지 않나요? 거기에 수많은 증거들이 남아 있을텐데 아버지나 가족들이 거기를 안다면 이미 증거 인멸을 다 했겠죠? 아버지가 불태웠다는 휴대폰 4대도 장윤기가 고딩때 쓰던 피쳐폰이랑 그 폰과 통화했던 기록이 있는 가족들 폰들이라고 들은 것 같아요. 고등 때부터 성범죄가 있었으니 그 당시 기록이 남은 폰들을 없앴을거라는거죠.
케이블 타이를 장윤기 아버지가 가져갔다고 자백하고 없애지 않은 것은 증거 인멸로 처벌을 받지 않는 자신에게 죄를 몰아주고 구속된 현 팀장에게 법적으로 유리하도록 만드는 전략일거라고. 게다가 어차피 발견된 케이블 타이는 증거 능력을 상실한거구요.
볼수록 범죄 전문가인 경찰 집단이 자신들의 전문성을 활용해서 너무나 치밀하고 교활하게 왜곡된 서사를 만들어가며 사건을 조작하고 자신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고 있다고 느껴져서... 무슨 스릴러 영화를 보고 있는 기분이에요. 국민들이 정신 바짝 차리고 이 두뇌 싸움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 지켜봐야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