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두고 보자 (지은이:정채봉)

.. 조회수 : 1,275
작성일 : 2025-03-28 11:32:26

두고 보자

 

산 아래 외딴 집이 있었다

이 집 주인은 별명이 

'두고 보자'는 사람으로 

무엇이고 적당히 미루며 

살고 있었다.

 

외상빚도 두고 보자

두엄 낼 일도 두고 보자

울타리 손볼 일도 두고 보자

딸자식 시집 보낼 일도 

두고 보자

 

그런데 어느 날

보름달이 훤히 떠오른 밤이었다.

날이 추워서 배가 고파진 족제비가 

산에서 내려왔다.

그러고는 엉성한 이 집의 

울타리 구멍에

고개를 들이밀고서는 

닭장을 가만히 엿보고 있었다.

 

이때 이 집 주인 '두고 보자'도

마루에 나와 있었다.

그런데 웬 족제비라는 녀석이 울타리 구멍에서 닭장을 

엿보고 있지 않은가

'두고보자'는 눈을 부릅뜨고

중얼거렸다

"이 놈, 우리 집에 들어오기만 해라."

 

그러나 웬걸!

족제비는 울타리 구멍을 훌쩍

빠져나오더니 닭장을 향해 날쌔게

달려가지 않는가

주인 '두고 보자'는 흥분해서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네 놈이 우리 닭장에 들어가기만 해 봐라"

 

그런데도 족제비는 닭장 속으로 

훌쩍 뛰어들어갔다.

그야말로 거침없는 행동이었다

'두고 보자' 주인은

두 주먹을 허공에다 휘두르며 말했다

"저런 겁 없는 놈이라니,

이 놈, 우리 닭을 물어가기만 해 봐라. "

 

그러나 보라

족제비는 잽싸게 암탉의 목을 물고는 닭장에서 뛰쳐나와 

마당을 가로질러

울타리 구멍으로 빠져나가

내빼고 있지 않은가

 

그 뒤에서 '두고 보자' 주인이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

소리소리 지르고 있었다.

"이 놈!

죽일 놈 같으니

다시 나타나기만 해 봐라."

 

두고만 보고 있지 맙시다.

IP : 118.218.xxx.182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소잃고
    '25.3.28 11:36 AM (61.254.xxx.226)

    외양간 고치지말고 소를 잃기전 탄탄히 고쳐놉시다.

  • 2. 정말 재미있어요
    '25.3.28 11:40 AM (118.218.xxx.85)

    정채봉님 책을 읽어보아야겠습니다.
    이렇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3. 지금
    '25.3.28 12:10 PM (1.240.xxx.21)

    상황이 눈앞에 그려보이는 듯한 시네요
    이 시를 헌재 재판관들께 바치고 싶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82118 [단독]"김병기 의원이 뭘 보여줬는데"…쿠팡대.. 3 ㅇㅇ 06:43:56 775
1782117 내일부터 수시 추가합격 시작인데 첫날이면 예비는 몇번쯤이나 연락.. 고3 06:43:43 203
1782116 일본이 아날로그를 고집한건 고령화시대 신의한수인듯 6 일본 06:40:29 649
1782115 주한미군사령관 전작권 조건 불충족 시비 1 역시쌀국 06:30:04 214
1782114 한동훈 페북 - MBC의 왜곡보도 관련하여 알려드립니다 6 ㅇㅇ 06:24:28 412
1782113 “도저히 못 맞출 가격 요구”···납품업체 쥐어짜 만든 ‘최저가.. ㅇㅇ 06:23:16 499
1782112 양육비 선지급 6개월…“생활고 한숨 돌려, 아이 가방도 사줬죠”.. 1 ㅇㅇ 05:01:37 2,177
1782111 대통령님!!! 5 핵심 04:39:33 1,394
1782110 건초염 손목 03:22:22 346
1782109 이 대통령 “업무보고, 요즘 넷플릭스보다 더 재밌다는 설···시.. 42 ㅇㅇ 03:07:03 3,121
1782108 먹는 걸 진짜로 좋아하는 건 나 아닐까 7 ㅇㅇ 02:35:02 1,169
1782107 흑백요리사 2시즌도 재밌네요 (스포 주의) 3 .... 02:33:39 1,250
1782106 내가 머리가 나쁘단걸 실감해요 5 돌머리 02:29:47 1,804
1782105 결혼전제로사귀다 동거 6 동거 01:41:08 2,534
1782104 전업주부 며느리 어떠신가요? 32 ..... 01:38:27 3,510
1782103 프로보노에서 그분연기 4 01:33:49 1,587
1782102 쌍용 티볼리가 그렇게 시끄럽나요? 3 00 01:07:47 698
1782101 이제 저가항공 안 타려고요 3 ... 00:58:34 3,543
1782100 결혼식 축가 신부 지인이 하는 거 싫어요 13 ㅈㅈ 00:54:39 3,671
1782099 얄미운 사랑이 젤 잼나요 4 요즘 드라마.. 00:48:11 1,532
1782098 공모주로 수익 났어요 3 ... 00:45:53 1,351
1782097 해마다 이맘때면 가슴 설레는 것 5 .. 00:33:28 1,909
1782096 넷플 빨강머리앤 3 anne 00:22:10 1,684
1782095 메니에르 걸린 이후로 칼칼하고매콤한 라면을 못 먹었습니다. 2 #$ 00:17:18 1,374
1782094 5초 만에 아기 울음 그치는 방법 9 링크 00:14:21 2,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