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는 여우 시집가는 날.
어느 산 기슭에 여우가 살고 있었다.
산에는 볕도 잘 들고 맑은 냇가도 있고 사냥감도 널려 있어 꽤 행복하게 살고 있었지만 단 한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다. 근처에 호랑이가 살고 있었기 때문.
지난 주말에도 식사 중에 멀리서 호랑이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냅다 도망쳐야 했다.
골치가 아팠던 여우는 머리를 식히려 잠시 산책을 나가던 중 하필 호랑이를 바로 앞에서 마주쳤다.
호랑이도 여우가 이 산에서 깝죽거리고 다닌다는 소문을 들었던 터라 벼르고 있었던 것.
겁에 질린 여우는 잔꾀를 부렸다.
"호랑아 니가 쏀지 내가 쎈지 확인시켜 줄까?"
호랑이는 어이 없어하며 맘대로 하라고 했다.
여우는 호랑이에게 '내 뒤를 따라와 보면 알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호랑이는 코웃음 치며 여우를 따라 나섰는데 이게 웬일, 마주치는 모든 동물들이 여우를 보고 도망가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란 호랑이는 여우를 다시 보게 되었고 결국 반하게 되었다.
여우도 호랑이에 대해 알아가다보니 소문과는 달리 폭군도 아니고 가끔보면 고양이처럼 귀엽기도해서 마음이 움직여 둘은 사귀게 되었다.
한편 하늘위에서 늘 여우를 바라보며 짝사랑했던 구름이 있었으니,
어느 화창한 봄날, 여우와 호랑이는 결혼식을 올렸고 구름은 슬피 울며 물러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