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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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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아빠한테 제일 서운했던 점

ㅡㅡ 조회수 : 5,831
작성일 : 2023-05-07 22:18:29
고 2때였나, 고3 때였나.. 95년인가. 96년

아빠가 외박한 날.

2층에 가게랑 아빠 방이 있었고
3층 옥상에 내 방이 있었음

우리집 입구는 길가에 문이 있고
그 문을 열면 바로 2층으로 통하는 계단이었음

계단을 올라오면 2층 끝에 재래식 화장실이 있고
2층에 있는 가게문을 열면 그게 우리집임

가게라고는 하지만 손님도 없고 매출도 없고
그저 아빠랑 아빠 친구들이 종일 도박하면서 노는 곳임.

아주 어린 유아기 시절부터 반복되었던 일상이라
그게 나쁜 환경인 것도 모르고 그냥 자랐음.

그날은 아빠가 어디를 가서 외박하는 날이었음.

어릴 때부터 잠을 잘 자지 못했던 나는
그날 밤도 늦게까지, 새벽까지 티비 보고 있었음.

그런데 갑자기 3층으로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가 났음

티비 소리 줄이고 귀를 기울여 들었는데 잘못 들은 게 아님

분명히 3층 계단으로 올라오는 소리였고
나는 방문 뒤에 숨어있었음.

발자국 소리가 3층 옥상 마당을 지나고
내 방 앞에 있는 나무 마루를 올라와서
내 방 문 앞에서 멈췄음

누구냐고 소리를 빽 질렀더니 후다닥 도망가는 발소리가 들렸음.

3층 창문 밖으로 지켜봤음. 우리집에서 나가는 사람이 누구인지

우리집에 매일 놀러오는 앞집 미용실 아저씨였음
술에 취했는지 비틀거리며 걸어가더라.

무서워서 2층에 있는 아빠방에서 자기로 함.
무서워서 2층 문을 잠금. (문을 안 잠그고 잤었음)
잠글 수 있는 건 새끼손가락 보다 얇고 작은 걸쇠 한 개가 끝이라서
플라스틱 노끈이라고 하나? 아무튼 그걸로 문 손잡이랑
벽에 있는 고리랑 칭칭 감았음
밖에서 못 열 거라고 생각하고 티비 보는데

또 계단 올라오는 소리가 나서 슬그머니 나가 봄.

어떤 남자가 문 밖에서 라이터로
내가 감아둔 노끈을 지지고 있었음

누구냐고 소리를 빽 지르니까
엄청 당황해서 발걸음이 이리갔다 저리갔다 하더니

잠시후에 "삼촌이야~ 화장실 가려고 들렀다"고 하면서
화장실 가는 발소리. 화장실 문 여는 소리 나고
잠시후 계단 내려가는 소리 남.

내가 국민학교 3학년 때인가부터 보았던
삼촌이라고 부르던 사람이었음

아빠한테 전화해서 상황을 말했더니

(아빠가 나가면서 전화번호는 남겨줬음.
어려서 어딘 줄 몰랐는데 아마 호텔이었을 것 같음)

1층 문을 잠그라고 했음.

그제서야 1층에 내려가서 문을 잠갔음

문 잠그는 것도 모르고 살던 나.
그럴 생각도 못 하고 살던, 멍청하고 세상 무서운 걸 몰랐던 나.

1층 문 잠그라고 했던 아빠.

그런 나쁜 생각도 못하고 살던 우리 부녀.

서운하고 원망도 모르고 살던, 착하고 멍청했던 젊었던 나

마흔 중반이 된 지금은 서운한 게 많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대부분 이런 범죄는 면식범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딸 가진 분들. 항상 어디에서나 주의하시고, 조심하시고
딸한테도 항상 주의시키고, 조심시키세요.

우리 모두 안전합시다.




IP : 221.141.xxx.98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옛날엔
    '23.5.7 10:21 PM (220.117.xxx.61)

    옛날엔 다들 무심하게 살다보니 그런일들이 빈번했던거 같아요
    그래도 아무일 없어 다행이었네요
    그냥 잊어버리세요.

  • 2. 저는
    '23.5.7 10:23 PM (123.199.xxx.114)

    제가 성추행을 많이 당해서
    아이들 각방쓸때까지 옆에 꼭끼고 잠
    누가 와서 우리집에서 잔다고 하면 안에서 문 꼭 잠그라고 함
    여자아이고 남자아이고
    가까운 사람들이 대부분 성추행성폭행범들임

    남편도 못믿음

  • 3. ㅐㅐㅐㅐ
    '23.5.7 10:23 PM (1.237.xxx.83) - 삭제된댓글

    지나고 보면 큰일날뻔 한 일들이 있죠
    천만다행이라 생각하시고
    그냥 잊어버리세요222222

  • 4. ...
    '23.5.7 10:26 PM (211.36.xxx.96) - 삭제된댓글

    심지어 아빠가 징그러운 손을 뻗치기도 하는걸요...잊어야지 한다고 싹 잊어지면 얼마나 좋겠어요. 묻어두었다가도 문득 생각나서 괴로우면 글 쓰세요. 저도 그럴게요.

  • 5. ㅐㅐㅐㅐ
    '23.5.7 10:26 PM (1.237.xxx.83)

    지나고 보면 큰일날뻔 한 일들이 있죠
    천만다행이라 생각하시고

    그냥 잊어버리세요222222

    저는 제집에서
    오촌 육촌까지 모여 제사 지내고 명절도 지내는데
    일부러 딸방 친척한테 내어주고
    제가 데리고 자요
    26살 된 지금까지도요
    앞으로도 그럴겁니다

  • 6. 00
    '23.5.7 10:31 PM (118.235.xxx.44)

    바로 112신고해서 개망신을 시켰어야하는데..
    이후로 그 놈들은 어찌되었나요?

  • 7. 그러게요
    '23.5.7 10:32 PM (125.178.xxx.170)

    대부분은 가족. 친척, 지인이
    그 짓거리 하니 기가 차죠.

  • 8. 무섭네오ㅛ
    '23.5.7 10:36 PM (124.49.xxx.188)

    예전 사람들 아무 생각 없이 살았으니...
    다 잊으세요..
    암튼 다들 글을 안써 그렇지 80년대 는 그런비슷한일 더 많았을거에요

  • 9.
    '23.5.7 10:40 PM (211.36.xxx.71) - 삭제된댓글

    원글님 아빠가 집에 없다는 걸 알고 만날 어울리던 동네 짐승들이 노리고 온 거였네요. 소름 끼칩니다. 아린 시절부터 봐왔고 앞으로도 볼 동네 아이를 그 집이 혼자 있는 날이란 걸 알고 작정하고 찾아왔다는게
    원글님 정말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 10. 잊으라고좀
    '23.5.7 10:46 PM (180.69.xxx.124)

    하지 말아요
    그게 어떻게 잊혀져요.
    오히려 꺼내서 치유가 필요한 일이죠
    여기에라도 잘 털어놓으셨어요

  • 11. ......
    '23.5.7 10:49 PM (112.166.xxx.103)

    별 일 .없었으니
    잊도록 노력해야죠

    계속 생각할 수록 원글님만 힘들어지잖아요??

    아무일 없었으니
    참 다행이었다.그래도.

    이렇게 크게 생각하고 잊으세요

  • 12. ...
    '23.5.7 10:53 PM (211.36.xxx.31) - 삭제된댓글

    진짜 이런 트라우마 때문에 힘들어 글 쓰는 사람들한테 너무 간단하게 잊으라고 좀 하지 마세요. 누구보다 당사자가 잊으려고 하고 노력하고 살다가도 벌컥 떠오르고 그때 토로하는 거예요.

  • 13. 그 사람들이랑
    '23.5.7 11:03 PM (108.41.xxx.17)

    아빠가 계속 친하게 지냈나요?

  • 14. ----
    '23.5.7 11:12 PM (211.215.xxx.235)

    어휴 너무 가슴아픈 트라우마네요. 지금도 힘드시다면 꼭 상담받아보세요.
    가까운 복지센터나 여성센터에서 무료 혹은 아주 적은 금액으로 받을수 있어요.
    국가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좋은 상담사분들 많습니다.

  • 15. 잊히면
    '23.5.7 11:13 PM (222.97.xxx.219) - 삭제된댓글

    잊었겠죠.
    안당한게 어디임. 어린 나이인데도 차분하니 참 대응 잘했네요.

    외가가 시골인데
    시골에는 그런저런 이야기 다들 하니까. 소문이. 소문이..
    저희 키울때 엄청 단속하셨어요.
    도시사람들은 오히려 그런 사건사고에 무뎌요.
    잘몰라서. 남일 같은거죠.

  • 16.
    '23.5.7 11:23 PM (124.57.xxx.214)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인간들이
    왜 이리 많은 세상일까요?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그런 짓거리들을 하려고 하는 걸까요?
    자신이 하는 행동을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하늘이 보고 있고 누구보다 자기자신이 보고 있어요.
    그 죄를 어찌 다 갚으려고...

  • 17. 쓸개코
    '23.5.7 11:32 PM (218.148.xxx.236)

    아빠다 그 아저씨들에 한소리 해주셨다면 원글님 맘에 한이 좀 덜했을텐데 아마도 그리 안 하셨기에
    서운함이 크게 남으신거겠죠?
    정말 큰일날 뻔 하셨어요. 그 공포앞에서 꼬마가 할 수 있는거라곤 노끈으로 묶고 오들오들 떠는것 밖엔..ㅜ

  • 18. 답답
    '23.5.7 11:58 PM (116.34.xxx.24) - 삭제된댓글

    잊으라고 좀 하지말아요
    잊혀지면 잊었겠죠
    말이야 쉽지

  • 19. 엄마는
    '23.5.8 12:46 AM (125.142.xxx.27)

    없고 아빠랑 둘이 사셨나봐요. 도박하는 환경이라는것도 놀랐는데 노끔을 라이터로 지진다는 부분에서 소름돋았네요. 도박을 즐기는 사람이 솔직히 자식 건사를 제대로 할리가... 저는 겉으로는 평범해보이는 가정이었지만 아빠가 알콜중독이었어요.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도박이나 알콜을 즐기는 사람이 제대로 된 사람은 아니죠. 어릴때부터 기대치가 없었고 그러니 실망할것도 없는 수준이 되었어요.

  • 20. .......
    '23.5.8 2:29 AM (106.102.xxx.30)

    그뒤로는 한번도 그런적이 없었나요? 그사람들과 님과 아빠는 그뒤로도 잘지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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