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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던 부모가 늙으니 이제 제가 화가 나요

갑갑이 조회수 : 3,779
작성일 : 2023-02-13 09:27:23
엄마는  콧김을 내뿜는 코뿔소 같았죠. 철 없는 막내 같구요.
불행한 어린 시절은 아니었지만 편안하진 않았어요. 
뒤에서 조종은 아버지가 하지만 당장 부딪히는 건 엄마였어요. 
부모님이 아는 길은 굉장히 좁았는데 저는 그 길을 좀 벗어났거든요. 사실 그렇다고 엄청나게 벗어난 것도 아닌데, 부모님이 정한 길에서 한발만 밖으로 내디디면 바로 낭떠러지같은 분위기였어요.
그리고 엄마는 스트레스를 저한테 많이 풀었던 것 같아요.
제가 뭘 잘하면 질투했던 것 같고, 못하는 거는 아주 강조했어요. 어릴 때 악을 쓰며 저를 혼내고 혼내고 또 혼내던 기억이 선명하구요. 격려와 칭찬 보다는 악담 같고 사기를 꺾는 말 많이 들었어요. 그러면 시집을 못간다, 소박맞는다, 여자가 직업 가져봐야 피곤하다, 그 정도 학교 못가기만 해봐라, 넌 남자 조심해야 한다 그런 말들이요. 친척 오빠들이 저보고 못생겼다고 놀리면 엄마는 재밌다고 웃었어요. 
취업 후 얼마 안돼서부터는 선을 보고 결혼을 하라며 퇴근해오면 밤 11시고 12시고 제 방에서 지키고 있다가 미친듯이 저를 들볶았어요. 전 겉으로는 말 안듣고 제 맘대로 사는 것 같았지만 속으로는 매우 괴로웠어요.

결혼하고도 아버지는 애기 보고 싶다고 내 딸 집에 왜 내 맘대로 못가냐며 꽤나 먼 거리를 연락 없이 수시로 오시고,(못 오게 하면 엄청나게 삐침..) 엄마는 애를 봐주진 않으면서 둘째를 낳으라고 닥달을 해댔어요. 남편은 앞에선 세상 잘하는 사위인척 하곤 뒤로는 저를 들들 볶았어요. 
수시로 해외 놀러가는 분들이었는데 한 번은 주말에 같이 식사하고 주중에 해외 가는데 인사를 안했다고 난리를 쳤어요. 제가 며느리인줄...
경제적으로 얽힌 건 별로 없는데 빡센 직장 다니며 어린 애를 키우려다 보니 관계를 끊기는 어려웠어요. 애를 봐주는 것도 아니었지만 비상 상황들이 있으니까요.

엄마는 저에겐 공포였어요. 충돌을 했다가는 끝까지 쫓아와 악을 쓰며 제 영혼을 탈탈 털어버릴 것 같은 공포. 비이성적 행동을 할 거란 공포. 그래서 관계를 끊을 수도 없었어요. 실제로도 비슷한 경우들이 있었고요. 그땐 제가 당한 건 아닌데 옆에서 보면서 치매가 됐거나 미쳤는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부모가 이제 늙어서 급격히 힘이 빠지고 있어요. 힘이 서서히 빠지지 않고 급격히 빠지더라구요.
그러면서 저의 두려움도 급격히 약해지고 있는데, 대신 이제 화가 납니다.
화가 나서 보기가 싫어요. 말도 섞기 싫고요..눌려있던게 이제 튀어나오는 걸까요. 
엄마가 제게 잘해준 것도 있죠. 엄마의 장점도 있구요. 그런데 생각이 안나요..
제가 화에 사로 잡힌 것 같고, 화가 나는 것조차 싫습니다. 평안해지고 싶어요.


IP : 109.157.xxx.151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3.2.13 9:38 AM (58.231.xxx.152) - 삭제된댓글

    원글님 칭찬합니다.
    꿋꿋하게 잘 살아오셨네요ㅡ
    이젠 이겨내고 부모생각하지말고 남은생 단단하고 행복하게 사세요.참ᆢ남편은 남이에요ᆢ

  • 2. 부모님이
    '23.2.13 9:39 AM (58.120.xxx.107)

    통제 욕구가 강하면서 본인보다 나은 점은 못참고 질투하는게 나르시스트 같아요.
    어제도 비슷할 글 있었는데 함 보세요.

    https://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3598686&page=1&searchType=sear...

  • 3. 나쁘게말하자면
    '23.2.13 9:40 AM (211.234.xxx.234) - 삭제된댓글

    엄마의 효용가치가 떨어지고 반대로 짐이 될 것 같은 상황
    교환가치가 떨어지니 합리화로 과거가 날 괴롭힘
    당연하긴 합니다
    인간관계가 절연할 때가 되면 핑계는 나를 피해자로 만들면서
    자기합리화를 하게 되거든요 ㅎ
    재벌집 자식들이 부모님 갑질을 견디는 것은 재산때문이지만
    가난한 자식들은 스스로 돈을 벌면 부모 갑질을 손절하는걸로 끝냅니다
    세상사가 간단합니다
    교환가치가 없으면 끝이더군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으로 접근하는 자식들도 많아요

  • 4. ㆍ.ㆍ
    '23.2.13 9:41 AM (49.167.xxx.79)

    토닥토닥
    저도 비슷한 처지여서 마음이 쓰려요.
    잊은줄 알았는데 불쑥 생각나고 늙어서 힘도 못쓰는 엄마보면 가련함과 화가 동시에 올라오죠.
    그래도 일상을 살다보면 아무렇지도 않게 되고. 진짜 평안은 아닐지라도 이런 평안함도 느껴봐요. 우리.

  • 5. 공감
    '23.2.13 9:50 AM (112.144.xxx.235)

    엄마의 효용가치가 떨어지고 반대로 짐이 될 것 같은 상황
    교환가치가 떨어지니 합리화로 과거가 날 괴롭힘
    당연하긴 합니다
    인간관계가 절연할 때가 되면 핑계는 나를 피해자로 만들면서
    자기합리화를 하게 되거든요 ㅎ
    재벌집 자식들이 부모님 갑질을 견디는 것은 재산때문이지만
    가난한 자식들은 스스로 돈을 벌면 부모 갑질을 손절하는걸로 끝냅니다
    세상사가 간단합니다
    교환가치가 없으면 끝이더군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으로 접근하는 자식들도 많아요 2222222222
    ----------------------------------------------------

  • 6. 갑갑이
    '23.2.13 9:55 AM (109.157.xxx.151)

    부모님이/제가 잘 모르지만 나르시시스트는 아닌 것 같더라구요. 질투는 미성숙해서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7. 위님
    '23.2.13 10:06 AM (211.114.xxx.19) - 삭제된댓글

    너무 간결하게 잘 정리 해주셨네요
    부모 자식간 아니더라도 모든 인간관계가 교환가치 맞는것 같아요
    저도 제 딸에게 불편함이 많아요, 잘해줘도 끝이 없고 못해준것만 따져요
    제딸도 나중에 엄마가 그 때 화내서 엄마 아플때 모른척 할꺼야 이럴지도 모르겠어요
    뭐 어쩔수 없지요, 저도 제 엄마가 잘해준거 생각 안나고 지금 아프시니까 못해준것만 생각나요
    제가 사업하는데 동업하려했던 년이 지가 뒷통수는 다 치고 피해자 코스프레하고
    도망가서 얼마나 상처가 심했는지 말도 못합니다

  • 8. ㅁㅇㅁㅁ
    '23.2.13 10:52 AM (125.178.xxx.53) - 삭제된댓글

    내가 이기적이라서
    엄마가 못해준것만 생각난다고요?

  • 9. 그나저나
    '23.2.13 11:05 AM (1.234.xxx.33)

    글을 정말 정석대로 논리적이나 감정표현이 너무 이해되도록 잘쓰시네요.
    감탄하면서 읽었습니다.
    모든 상황과 심리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이런글이 정말 잘 쓰는글이구나라고 생각되는 간만의 수작스토리를 본듯하네요.
    그리고 원글님 그런 환경에서도 너무나 잘커서 제가 다 대견합니다.
    이제 힘빠진 부모라 죄책감은 들겠지만 힘드셨던 마음 듣거나 말거나 한번 해보세요.내가 이렇게까지 힘들었다.부모님때문에 남편에게 당한것도 막 풀구요.

  • 10. 와 공감님
    '23.2.13 11:17 AM (211.184.xxx.110)

    댓글 누가 썼다 지운거예요?
    어쩜 인간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표햔했을까요?
    참 날카로운분들 많아요.
    제가 느끼는 부모와 자식 사이를 잘 표현했네요.
    효용가치가 떨어진 부모를 온갖 핑게로 돌보고 싶지 않아 자신을 피해자로 만드는 분들. 특히 자녀 어릴때 키워준 친정엄마 7,80되면 온갖 이유를 들어 분가하고 싶단글 본적있네요.

  • 11. ㅁㅇㅁㅁ
    '23.2.13 5:50 PM (125.178.xxx.53)

    ㅎㅎ제가보기엔
    자녀에게 함부로 한 부모가
    자신들을 합리화하기에 딱 좋은 핑계인데요

    어린자식에게 함부로 해대놓고
    이제는 니가 이기적이라 합리화하는거라는
    가스라이팅까지 시도하는 거죠..

    양심도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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