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밥만 먹고 사나요?

| 조회수 : 8,314 | 추천수 : 8
작성일 : 2020-04-19 02:09:14




일단 음식사진 하나 올리고^^

똑딱핀 두 개로 앞머리를 쫙 올리고

앉았습니다. (결기가~~^^)


저 음식은 저희집 아새끼들과 제가 공통으로 먹는 겁니다.

올리브오일로 고기를 살짝 구운 뒤

아무렇게 칼질한 채소를 볶아 다시 합하여

물 넣어 푸욱~ 끓입니다.

절반은 아새끼들 몫으로 빼놓고 그 뒤 소금과 후추, 버터

생고추까지 넣어 제 먹을 걸로 둔갑시킵니다.


베란다 문을 열어도 되는 봄밤입니다.

저는 60년대 초반생으로 부엌은 정지로

주방이라는 단어로 현재까지 살고 있습니다.


정지는 슬프고, 부엌은 바쁘고

주방은 한가합니다.

아직도 마트 가면 뭘 해먹을 지 몰라 길잃은 양새끼처럼

두리번거립니다.

그래봤자 두부 계란 고기 깻잎으로 끝납니다.

솔직히 혼자 살면서 잘 챙겨 먹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래 전 아들 둘 키우면서 주방 한 켠 수납장 자리를 들어내고

한쪽 구석에 자기만의 공간을 만든 여인이 생각납니다.

40여평 아파트에 한평도 안되는 자리,

남편은 안방에 비싼 오디오를 쳐발라 한껏 뽐내고 있었지요.

(그 오디오 제가 판 겁니다. 끙^^)


작가가 솔직히 꿈이였습니다.

10여년 전에 출판사와 얘기도 했고, 열심히 자판을 두들겼지만

내 재주가 읽는 재주밖에 없다는 걸 알고 1년 만에 포기했습니다.

쓰레기 신문에 연재도 한 흑역사도 갖고 있습니다.


쑥과마눌님의 소설을 보면서 부럽기도 했고

고맙고 열정에 질투가 나 술 몇 잔 날렸습니다. 아실려나?^^


제가 꼰대가 되어가는 걸 자주 봅니다.

인터넷신문 헤드카피 보면서 도대체가 이따구로 #$%$^%

전철이나 버스에서 떠드는 사람 보면 열 많이 받는 스타일이지만

코로나 시작되고 그 공간이 무거운 침묵으로 깔릴 때

아~ 사람의 소리가, 에너지가 그리웠습니다.


고3이 연애고민을 열심히 하소연하는 걸 보면

피임 잘 해라고 말을 끝내는 제 모습이 한심스럽습니다.

그것도 열은 안받습니다.


제가 열받는 것은 강요하고 강요당하고 규정하고 편가르고

천박한 호기심이 넘쳐 흘러

매일 한 명이상 끄집어내어 회치듯 아작을 내고

금방 잊어버리고 담날 또 누구을 대상으로 반복되는

그런 패턴이 지겹습니다.


결혼이 어디 꼭  한번만 해야하는 것도 아니고

살다보면 순서가 뒤바뀌어 오는 사랑도 있고

선 밖으로 이탈했다가 돌아오든 아예 가든 그건 그들의 몫이고

타인에 대해선 한없이 악랄하고

진실의 끝이 어디 있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이건 수다도 아닌 배설에 가까운 글들을 보고

한 그루 나무보다도 허약하고 취약한 인간군상을 보면서

나는 왜 여기에 있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적어도 여기는 메아리만 울리는 골짜기가 아니니까.

각설하고

쑥님 맘이 많이 상했을 겁니다.

댓글로 보는 그림해설도 아깝고 이래저래 씁쓸합니다.





16살에 앞니빠진 개우지가 된 저희집 둘리,

밥 달라고 저리 절 쳐다보고 있습니다.


부부의 세계 드라마 보면서 쑥님 소설 제목이 "사랑도 습관이라"

이게 생각이 안 나고 "연애도 패턴이라"고 ㅎㅎㅎ


부부의 세계, 이 드라마 후기글로 쑥님을 기다립니다.

쑥님이 드라마 후기 소설만큼 재밋어요.

그나저나 저는 당최 몰입이 안됩니다. 음악이 일단 너무 시끄러워

리모콘 들고 봅니다. 줄였다가 늘였다가

"내 남자의 여자" 그 드라마에서 나온 김희애가 저는 맘에 듭니다.

역시 배우는 좋아요, 오고가고~~^^


이만 의식의 흐름대로 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


이러니 사람이 우째 밥만 먹고 사남요?^^


2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호미맘
    '20.4.19 2:54 AM

    옳소!!!
    사람이 우째 밥만 먹고 사나요? (물론 전 먹기위해 산다가 모토이긴한데..) 키친 소설 돌려주세요 ㅠㅠ

  • 고고
    '20.4.21 8:48 AM

    글쵸,
    밥 먹으면서 읽었던 키친 소설이 아쉽기만 합니다.

  • 2. mama
    '20.4.19 6:49 AM

    원글님
    저의 개딸도 12살, 앞이빨이 흔들리고 잇몸이 파여서 너무 마음이 아파요.
    조금이라도 오래 같이 있고 싶어서 하루 두번 양치하고 애쓰고 있어요.
    둘리양도 건강하게 잘 지내길 바래요.

  • 고고
    '20.4.21 8:49 AM

    임플란트 해줄 수도 없고^^
    다행히 다른 이빨들은 아직 생생해서 잘 먹습니다.
    볼 때마다 웃어요. ㅎ
    앞니빠진개오지야~~하고

  • 3. 테디베어
    '20.4.19 8:05 AM

    밥만 먹곤 못살아요.
    영혼을 채워주는 그런 소설, 그림이야기 너무 좋았는데...
    쑥님 소설 참 아깝습니다.
    저는 드라마 볼 시간이 없어 이 곳에서 글로 본답니다.
    킹덤은 겨우 투표날 몰아 봤습니다.

    둘리양 너무 귀엽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 고고
    '20.4.21 8:51 AM

    킹덤 1, 2시즌을 한 방에 몰아보고는
    뭘 봤지? ㅎㅎ
    재밋었습니다.

    소년공원님 따님이 둘리라 모두들 둘리양이라고
    사실은
    저 둘리는 둘리군입니다.^^

  • 4. 백만순이
    '20.4.19 10:45 AM

    키톡이, 아니 모든 소통이 단순히 카테고리가 아니라 유기체라는걸 이해못하는 모지리들! 흥!쳇!뿡!
    혹여나 악의였다면 쑥님 몸집......아니 맷집.......이 그정도로 약하지않으니 또 흥!쳇!뿡!

  • 고고
    '20.4.21 8:52 AM

    그렇지요, 유기체입니다.
    말은 휘발성이 강해 금방 잊혀진다지만
    상처로 남을 수도 있다는 것.

    맑은 아침입니다.

  • 5. 초록
    '20.4.19 10:53 AM

    밥도 먹고
    야슈큼도먹고 과일도 묵어야하는디...

    진짜 삐뚤어지고싶네요!!!

  • 고고
    '20.4.21 8:53 AM

    저는 밥도 묵고
    술도 묵어야하고 그 둘을 하면서 읽기도 해야하는데
    우리 같이 삐딱이해요.^^

  • 6. 빛그림
    '20.4.19 12:16 PM

    쑥님에 대한, 배우에 대한 글에 *2222를 날리고
    (무례한 사람들이 참 많아요..)


    "정지는 슬프고, 부엌은 바쁘고

    주방은 한가합니다."

    위 문장에 영화처럼 모든게 그려집니다.
    근래 읽은 글중 가슴에 퐉! 와닿네요.

  • 고고
    '20.4.21 8:56 AM

    정지는 엄마가 쪼그려 앉아 우는 모습이고
    부엌은 3~40대까지는 뭘 좀 해먹었고
    사람들 불러다가 갈비찜이니 삼겹살파티도 했었지요.
    지금은 오직 저하나 챙겨먹는 것도 최소의 행위만 남아
    아주 한가합니다.

    고맙습니다.

  • 7. 밤호박
    '20.4.19 1:26 PM

    너무 맛나보여요 저희집엔 애완돼지마냥 피둥피둥 살찐 애묘가 있습니다

  • 고고
    '20.4.21 9:28 AM

    저희집 아새끼 중 하나가 변비가 좀 있어요.
    채소를 좀 먹여야~~^^

    산책 나가면 그 녀석 똥꼬만 봅니다. ㅎ
    한번만 더 싸~~^^

  • 8. 가브리엘라
    '20.4.19 2:44 PM

    정지를 아시니 급 친숙함을 느낍니다
    60년대 초반...친구 먹읍시다ㅎㅎ
    어제 갑자기 고고님 가시는 장날이 생각나서 기다보니 거기가 2,7장이었나보더라구요
    대신 구포장날 처음 가봤어요
    언제 장날에 스치듯 만나요~^^

  • 고고
    '20.4.21 9:31 AM

    구포장이 오시게장보다 좀더 커요.
    오시게는 2일 7일 장이라 벼룩시장처럼 길 가에 선보이는 물건들이
    재밋어요. 아마도 5월이 되어야 제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싶어요.
    장날 어느 지점에서 영화 "접속"처럼 지나치겠지요.^^

  • 9. 수니모
    '20.4.19 6:48 PM

    옛부터 뛰어난 재능은 다 쓰지 말고 아껴두라 했지요.
    한 걸음 물러서는 여유와 지혜로
    쑥님은 더 단단해지실테니 아모 걱정 안합니다.

    아새끼덜이라도 있어 그나마 끼니꺼리 챙기게 되는 건
    사람이나 짐승이나 같습니다요. ^^

  • 고고
    '20.4.21 9:32 AM

    예, 쑥님이 어디 가시겠어요.

    아새끼들이 있으니 밥도 챙겨주고
    산책도 가고
    웃고,
    좋아요.^^

  • 10. 솔이엄마
    '20.4.19 11:33 PM

    고고님의 마음이 곧 저의 마음이네요.
    시원한 글 감사합니다.
    쑥과마눌님의 드라마 해설, 저도 너무 좋아하는데...
    부부의 세계를 어찌 풀어주실지 궁금해요!!!
    그나저나 고고님은 더 잘 좀 챙겨드시와요..^^

  • 고고
    '20.4.21 9:34 AM

    오늘아침에 삼대구년만에 미역국 끼려 잘 먹었습니다.^^

    쑥님이 재밋에 후기 올려주실거라~

    고맙습니다.

  • 11. 금모래빛
    '20.4.20 12:38 AM

    술이 한잔 빠졌네요,ㅎㅎ
    82쿡이 참 좋다..
    느끼는 밤입니다.
    여러모로...
    앞니빠진 개오지 둘리는 그런데도 이쁘네요^^

  • 고고
    '20.4.21 9:36 AM

    술도 몸과 맘이 받쳐줘야 맛있는데
    요즘은 술도 맛이 없어지네요.

    82쿡 좋지요.
    이렇게 서로 일상을 이야기하고
    개오지 둘리는 오늘도 헤~하고 웃습니다.^^

  • 12. 소년공원
    '20.4.20 1:18 AM

    사랑도 습관이라... vs. 연애도 패턴이라...
    ㅋㅋㅋㅋㅋ
    이건 예술의 전당 vs. 전설의 고향을 뛰어넘는 세기의 패러디 제목입니다
    ㅋㅋㅋㅋㅋ
    고고님 아니면 생각해낼 수 없는 거죠 :-)

    우리집 둘리양과 같은 이름의 둘리, 16살 나이에 어울리지 않을만큼 귀엽군요.
    올리브 오일에 구운 괴기 잘 먹고 계속 건강하길 바랍니다.

    40평 아파트에 오직 1평 자기만의 공간을 마련한 그 주부님 이야기에 요즘 제 처지가 떠오릅니다.
    제가 명색이 교수인데 제 집에 제 책상이 따로 없어요.
    교수되고 2년 만에 첫 아이를 낳고, 그 녀석이 말귀를 좀 알아들을 무렵에 둘째를 낳아서 지금껏 키우느라, 배달찬스 없고 친정엄마 찬스 없는 명왕성에서 맞벌이 하며 사느라, 집이라는 공간 속에서 책상 앞에 조용히 앉아 있을 시간을 가지지 못했어요.
    기껏해야 아이들 밥 먹는 식탁 한쪽에 컴퓨터를 켜놓고 급한 이메일이나 확인할 뿐, 모든 업무는 퇴근과 동시에 학교 연구실에 남겨두고 떠나는 생활이 어언 12년이 넘어갑니다.

    이제 다음달 100평이 넘는 큰 집으로 이사가면 저도 제 책상 한 개 마련할 겁니다.
    예쁜 부엌에서 요리도 열심히 해서 키친토크 게시판에도 더 자주 올겁니다.
    결심합니다!

  • 고고
    '20.4.21 9:41 AM

    이사할 집에 멋진 원목책상 하나 들이세요.

    저는 책상이 두 개입니다.
    그것도 평상보다 작은 앉은뱅이 책상도 있어요.ㅎ

    소년공원님만의 공간이 기대됩니다.

  • 13. 피그플라워
    '20.4.20 1:39 AM

    누가 뭐라고 한거에도 도대체!확마 !
    쑥님 소설 다음편 주세요ㅜㅜ

  • 고고
    '20.4.21 9:41 AM

    그러게요.

    이 댓글을 쑥님이 봐야할터인데 ㅎ

  • 14. Harmony
    '20.4.25 6:59 AM

    오시게 장은 계속 열리고 있겠죠?
    장구경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0966 챌토리네도, 소주잔 김밥 추가요 - 14 챌시 2024.03.15 5,293 1
40965 17년만의 부부여행 34 Alison 2024.03.14 7,855 2
40964 여러가지 잡다한 음식들. 12 뮤즈82 2024.03.13 5,870 1
40963 169차 봉사후기 및 공지) 2024년 2월 수육, 대패삼겹살,.. 9 행복나눔미소 2024.03.08 5,106 8
40962 소주컵 김밥 도전~ 26 mayo짱 2024.03.08 12,490 6
40961 어린이집 냠냠쌤...점심밥 꽃식판 67 민뚱맘 2024.03.03 10,792 6
40960 음료 사진 몇 개 4 블라썸데이 2024.02.29 5,267 2
40959 오랜만에 왔습니다! 혼밥러입니다 12 옐로우 2024.02.26 12,300 6
40958 입시를 끝내고 홀가분하게 돌아왔어요! 64 솔이엄마 2024.02.25 13,675 6
40957 미니오븐으로 케익 시트 만들 수 있나용? 4 한가지 2024.02.20 4,667 1
40956 굴림만두와 몇가지 음식들 31 Alison 2024.02.20 8,609 5
40955 피자, LA갈비, 유채나물 18 ilovemath 2024.02.19 7,849 4
40954 설날 플렉스 15 시원한 2024.02.16 9,568 4
40953 음력으로 새해 인사 드리러 왔어요 :-) 33 소년공원 2024.02.15 6,775 7
40952 168차 봉사후기 및 공지) 2024년 1월 제육볶음(간장, 고.. 22 행복나눔미소 2024.02.14 4,795 6
40951 겨울나기용 채소준비 11 주니엄마 2024.02.12 7,781 4
40950 봄이 온다 23 고고 2024.02.10 6,858 7
40949 키톡 데뷔해유~^^ 21 행복한시간 2024.02.09 7,947 2
40948 나도 만두^^ 28 Juliana7 2024.02.08 7,973 3
40947 샌드위치(feat사심그득) 33 냉이꽃 2024.02.06 10,684 2
40946 당근의 계절 37 메이그린 2024.02.06 7,638 3
40945 BBQ로 대접하던 날 14 강아지똥 2024.01.31 9,801 3
40944 키친이 문제 24 juju 2024.01.28 10,855 3
40943 방학 미션, 초딩 돌봄 도시락 27 깍뚜기 2024.01.24 13,035 2
40942 아마도 걸혼해서는 처음 받아 본 생일상. 25 진현 2024.01.22 13,536 3
40941 여긴 너무 거창해서 저같은 촌닭은 ㅠㅠ 47 김흥임 2024.01.21 12,611 3
40940 저도 떡국을 끓였어요. 22 챌시 2024.01.20 8,867 4
40939 저도 새해인사 드립니다. 28 스콜라 2024.01.15 9,043 3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