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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제 목 : 늘 고소한 냄새가 나던 친구

낭군 | 조회수 : 20,216
작성일 : 2019-11-15 01:18:41
초등학교 친구였죠.
그 친구 몸에는 늘 고소한 냄새가 묻어있었어요.

재래시장에 들어서면 익숙하게 시작되는 냄새 있잖아요.
걷다보면 드디어 만나는..
기름집이라고 해야 하나
방앗간이라고 해야 하나
참기름도 짜주고 고춧가루도 빻아주고 하는
가게에서 나는 냄새.

바로 그 냄새를 몸에 잔뜩 묻히고 다니던 친구.

가장 강했던 향은 들기름향이었어요.
그때의 친구들이 지금의 나이라면
고소함이나 깊은 맛을 상상했을지도 모르지만
모든 친구들이 그 아이를 멀리 했어요.

이상한 냄새가 나는 친구라면서
아무도 그 아이 옆에 오려하지 않았죠.
요즘 말로 하면 왕따가 됐던 거예요.

한달마다 자리 배치를 바꾸는게 우리 반의 규칙이었는데
어느날 그 친구가 제 짝이 됐어요.

정말 향이 강하더군요.
근데 그 아이는..이미 익숙해진 스스로의 냄새는 못 맡지만
자신의 냄새때문에 자기 옆에는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걸
알고 있더라구요.

그동안 쭉 그래왔는지..저를 많이 의식하더군요.
혹시 내가 짝을 바꿔달라고 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느낌이었어요.

당시 학교 교문 앞 하교풍경은 군것질이었습니다.
호떡부터 번데기, 다슬기, 심지어 멍게까지..
빼곡하게 줄서있는 좌판의 먹거리들을 삼삼오오 함께 섭렵하는게
초등학생들의 즐거움이었죠.

하지만 그 아이는 하교시간만 되면
허둥지둥 책가방을 챙겨 혼자 도망치듯 사라지곤 했어요.

뭔가..그 모습이 신경쓰였던 제가
어느날 종례를 마치고
또 서둘러 일어서는 그 친구 소매를 붙잡았죠.

'야, 호떡 먹으러 가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한참 쳐다보고 있는
친구의 손을 잡고 함께 교실을 나섰죠.

교문 앞 좌판에서 호떡을 함께 먹었어요.
어색해하는 그 아이보다
다른 친구들이 놀란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는걸 느꼈지만
저는 왠지 기분이 좋더라구요.

놀라운 일은 그 다음이었어요.
한사코 그 아이가 돈을 내는 거예요.
그리고..그 군것질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됐죠.
돈을 내는 건 늘 그 친구였고.

그 친구의 어머니는
시장에서 정말 바쁘게 기름집을 하시는 분이었고
아이에게 신경을 많이 못써주는 대신에
당시로는 흔치않게 용돈을 두둑하게 챙겨주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었는데
정작 그 아이는 그 돈을 쓸수가 없었어요.

그러다가 드디어 돈을 쓸수있는 곳을 만난거죠.
바로 저..^^;;

그 친구는 그걸 무척 즐거워했고
저도 참 좋았어요.
돈 걱정 없이 매일 하교 때마다
푸짐한 군것질을 즐길수 있었으니까요.

갑자기 추워진 이 새벽..문득 떠오른 그리움에
그 친구에게 써보내는 추억이야기입니다.

'친구야, 잘 지내지?'
IP : 59.10.xxx.241
3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좋아요
    '19.11.15 1:19 AM (210.100.xxx.239)

    좋은 글입니다.
    원글님도 좋은분.

  • 2. ㅡㅡㅡㅡ
    '19.11.15 1:20 AM (70.106.xxx.240)

    역시 .. 착한이에겐 복이 오는듯요

  • 3. ...
    '19.11.15 1:26 AM (61.72.xxx.45)

    맘이 따뜻해 져요~
    감사합니다

  • 4. ㅋㅋㅋ
    '19.11.15 1:27 AM (42.82.xxx.142)

    좋은분이네요

  • 5. happ
    '19.11.15 1:28 AM (115.161.xxx.24)

    아 훈훈한 에피소드네요.
    지금은 연락이 안닿나요?
    그친구도 지금쯤 원글님
    생각나지 않을지...

  • 6. 누구냐
    '19.11.15 1:39 AM (221.140.xxx.139)

    호떡먹고파졌어용

  • 7. ㅇㅇ
    '19.11.15 1:42 AM (1.227.xxx.171)

    초등학교 5학년 때 짝이 생각나네요.
    병이었는지 소변을 참지 못해, 호랑이 담임쌤께 말할 용기가 없어 제가 대신 얘기해주겠다고 해도 못하게 말리며 수업시간에 자꾸 실수를 했던..
    의자도 젖고 냄새도 났지만 반 친구들 중 아무도 그 친구를 꺼려하거나 놀리지 않고 잘 지냈었어요.
    왜 그 친구 부모님은 담임쌤에게 친구의 상태를 미리 알려 배려받게 하지 않는지, 유사시를 대비해서 여벌의 옷을 챙겨주지 않는지, 담임쌤은 번번이 그 친구가 실수를 하는걸 알면서도 소변이 마려워지면 수업 중 아무 때라도 화장실에 바로 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지 않는지.. 어린 마음에도 어른들이 참 원망스러웠어요.
    공부마저 못해서 담임쌤께 미움 받았던 친구야,
    담임쌤께 화장실 보내 달라고 내가 대신 말씀 드린 적도 많긴 했지만 네가 극구 말려서 말씀 못드렸던 적도 있었지. 그게 지금까지도 마음에 걸린다.ㅠㅠ
    지금은 그 시절 창피하고 속상했던 일들 다 잊고 행복하길..

  • 8.
    '19.11.15 2:03 AM (210.99.xxx.244)

    이쁜글이네요 저도 비슷한 기억이 친구네가 생선가게하는걸 모르고 제가 너희는 매일 고등어반찬해먹냐고 물었던 기억이ㅠㅠ

  • 9. 아....
    '19.11.15 2:09 AM (128.12.xxx.115)

    참기름고소한 냄새가 나는 것 같은 글이에요!!

  • 10. ㅇㅇ
    '19.11.15 2:22 AM (119.69.xxx.230)

    차라리 소설이었으면...

  • 11.
    '19.11.15 2:31 AM (59.10.xxx.241)

    지금은 연락이 안닿아요.

    한달이 지나
    그 친구는 저를 떠나(?) 다른 아이와 짝이 됐고
    이제 아이들은 그 친구가
    군것질을 잘 사주는 친구라는걸 알게 됐어요.

    그 친구와 함께 군것질을 하는 친구들이
    점점 늘어났고
    제 희소가치는 많이 떨어졌죠.^^;;

    짝일때만큼 가깝지 지내지는 못하다가
    중학교에 진학하며 연락이 뜸해졌는데
    그러다 연락이 끊어졌죠.

    더 슬픈건 지금 아무리 노력해도
    그 친구의 이름이 기억이 안난다는 거예요.ㅡㅡ;;

  • 12. 저도
    '19.11.15 3:26 AM (125.178.xxx.135)

    초등 반장할 때 그런 친구가 있었어요.
    전학 온 아픈 아이였는데 왠지 측은해보여
    늘 애들이랑 같이 놀게 손잡아 이끌고 놀았지요.

    알고 보니 중국집을 하던 친구네.
    저랑 친구들 데리고 가서 자주 짜장면이며 요리 해주시던
    그 아이 아빠 생각이 나네요.
    당시 짜장면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으로 알던 때죠.
    4학년 때로 체형이나 걸음걸이는 생각나는데 저도 이름이 기억 안나요.
    지금은 건강하게 잘 살고 있겠죠~ 보고싶네요.

  • 13. 예전엔
    '19.11.15 3:46 AM (222.120.xxx.44)

    좀 부족한 친구를 챙겨주며 , 다 같이 노는 문화였지요.

  • 14. ㅇㅇㅇ
    '19.11.15 5:18 AM (175.223.xxx.220)

    따뜻한 감성이 느껴지는 글이예요.
    저는 어쩌면 들기름 냄새가 나던 그 친구보다 
    더 부족함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인데요..
    이 차갑고 삭막한 세상에 잠시 쉬어갈수 있는 글이었어요
    좋은 내용 고맙습니다~^^

  • 15. 이런 마음을
    '19.11.15 6:48 AM (223.39.xxx.222)

    요즘아이들이 많이 닮았으면 좋겠네요~

  • 16. ..
    '19.11.15 3:10 PM (106.102.xxx.209)

    눈시울이 찡해졌어요..

  • 17. ㅠㅠ
    '19.11.15 3:15 PM (118.219.xxx.127)

    따뜻한 글에 마음이 사르르르 하네요.

  • 18. ...
    '19.11.15 3:19 PM (112.222.xxx.227)

    맘 따뜻한 글 힐링됩니다.

  • 19. ㅇㅇ
    '19.11.15 3:22 PM (219.252.xxx.69)

    글 고맙습니다 너무 좋네요 ㅠ

  • 20. ㅡㅡ
    '19.11.15 3:34 PM (1.237.xxx.57)

    방금 우리들 영화 봤는데,
    학교에서 시작되는 사회적 인간관계 힘들죠
    냄새까지 나면...
    그래도 챙겨주는 짝꿍이 있다면 웃을 수 있죠
    요즘 애들은 저 하나 살기도 빠듯한 듯요
    약한 아이에게 손 내미는 여유가 없어보여요

  • 21. 마음
    '19.11.15 4:02 PM (221.162.xxx.233)

    원글님 마음이 이쁘시네요
    우리땐 챙겨주고 다독여주는친구들 간혹있었는데
    요즘은 좀힘들더라구요

  • 22. 단편
    '19.11.15 4:05 PM (112.216.xxx.139)

    단편 소설 하나 읽은 느낌이네요. ^^
    우리 `국민학교` 다닐 때는 좀 부족하고 모자란 친구라도 챙겨가며 놀았던거 같은데...

    시장통에서 나던 냄새..
    하교길 주전부리..

    아련하네요. ^^

    스산한 오후에 참 따뜻해지는 글이네요.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23. 고소한글
    '19.11.15 4:25 PM (58.120.xxx.80)

    감사해요.
    그때의 그 고소한 마음도.

  • 24. ㅇㅇ
    '19.11.15 5:44 PM (117.111.xxx.186)

    희소가치가 떨어졌다는 말에
    뭔가 안심이 되는^^

  • 25. 울 엄마가
    '19.11.15 6:25 PM (211.243.xxx.145)

    지금 49이예요.
    한 40년전에 울 엄마가 떡볶이, 튀김 집을 했어요.
    너무 맛있어서 학교 선생님들에게 엄청 인기 있던...
    그런데 반 아이가 저 보고 냄새 난다고 하더군요. 그 반 아이 얼굴이 지금도 선명 합니다.
    어린시절 떠 오르는거 별로 없는데 말이죠.
    참 큰 상처 였어요. 참 좋은 친구 이셨네요.
    평생 그 따듯함을 안고 살아갈 거예요. 그 친구는

    참! 저희 반에 중국집을 하는 아이가 있는데 왜 인지 모르겠지만 집에 시계가 없어서
    라디오 방송 맞춰서 생활 한다고 하더군요. 그 친구네집이 중국 집 이었는데
    몇번 자장면 얻어 먹으 기억이 가끔 생각 나요.

  • 26. ..
    '19.11.15 6:26 PM (1.237.xxx.68)

    국민학교시절 한글못뗀 아이들 옆에 반에서 잘하는 아이들이 짝을지어 가르쳐주기도 했고
    도움필요한 아이들과 임원들이 짝을 해서 도와주기도했어요.
    그때 그게 가끔은 싫기도하고 귀찮기도했는데
    선생님이 시킨거고 아이들의식도 도움필요한 친구들은 그냥 도와주는게 당연했었어요.

    현재 교실에서 그랬다간 항의가 어마어마하게 들어올 일이겠지요?
    갑자기 그시절이 생각나네요.

  • 27. ..
    '19.11.15 6:38 PM (121.178.xxx.200)

    윗님 우리 아들 초딩 때
    반에 지적장애아가 있었는데
    친구들에게 지원자 손 들어라고 해서
    아이 옆에서 봐주고 짝했었어요.
    우리 아이는 그걸 즐겨 하더라고요.

  • 28.
    '19.11.15 7:35 PM (1.237.xxx.131)

    저도 있어요.그렇게 친했던 친구는 아닌데...그 애집에 놀러 갔었는데 분식집이었어요.처음 그애 엄마가 만들어주신 쫄면 진짜 맛있었는데..콩나물에 양배추 계란 반에 국물 까지 고소한 참기름..사학년 때였는데..사십이 넘은 지금도 생생 하네요 .

  • 29. ....
    '19.11.15 7:45 PM (221.147.xxx.83)

    원글님 정말 좋은분이시네요. 마음이 따뜻한분.
    이런건 타고 태어나야 하는것 같아요.
    마음의 따뜻한 온도만큼 복받으세요.

  • 30. ㅇㅇ
    '19.11.15 11:40 PM (175.223.xxx.93)

    한 편의 소설 같네요
    댓글의 오줌싸개(쏘리) 중국집 아이 글도 따뜻하고요

  • 31. ...
    '19.11.16 12:06 AM (121.136.xxx.209)

    그 어린 나이에도 친구의 마음을 느끼고,
    배려를 할 줄도 알고,
    먼저 계산없이 손을 내밀었던...
    그 꼬마를 칭찬 하고 싶네요.

    그런 따뜻한 감성의 아이로 키워주신 원글님 어머니도 좋은 분일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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