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친정에서 힘들게 자랐던터라
그래도 양친 계시고 온전해 보이는 시댁에 잘해서
'가족'이 되어보려고 노력했어요.
한 5년 동안이요.
(남편 위아래로 시누있는 외아들인데
서로 무일푼으로 정말 좋아해서 한 결혼이에요.)
시부모님 결혼기념일까지 챙겨드리고,
같이 여행도 가고,
생신에는 친구 20명 모시고 집에서 치뤘어요.
도우미까지 사서요.
그 외에 거의 주말마다 가서 자고 오고..뭐 등등..
막말 1
: 매년 생신을 제가 차리다가 이번에는 밖에서 먹기로 약속을 했는데
남편이 오랫동안 준비하던 이직이 막판에 파토가 나면서 상심이 컸어요.
파토 결정나고는, 남편이 너무 힘들어해서
자기 공부했던 이웃나라로 훌쩍 떠나고 싶어해서
급히 당일 표 끊고 아이랑 셋이서 바로 출발했어요.
그래서 이번 아버님 생신때에는 같이 밥 못먹고
다녀와서 선물 챙겨드리겠다..이렇게 전갈을 드리고 여행길에 올랐죠.
한참 공항도로를 달리는데 시어머니 전화..불길한 예감.
저한테 한 20분을 호통을 치고 마구 퍼부으시더군요
며느리가 새벽에 와서 미역국 끓이지는 못할망정 무슨 짓이냐고
아무 얘기도 못하고 네네..하며 고대로 들었어요.
분을 그렇게 다 털어내더니 잘못했다고 그러라고 또 난리..
죄송합니다 잘못했어요. 했더니
갔다와서 잘하라며 우아한 목소리로 전화 끊으심.
전 친부모한테도 성인되고 이렇게 혼나보지 않았어요.
저 여행 3박 4일동안 계속 토사곽란에 눈물만 주루룩 흘리고 덜덜덜..
그 뒤로 생신 절대 안차립니다.
막말2:
시아버님 하시는 일 중 제가 문서작업하는 걸 도와드리게 되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몇 시간 잡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특수 기호가 포함되어 있어서 좀 까다로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무보수로 2년간 해왔는데 고맙단 얘기 한 번 못듣고
늘 뭐가 틀렸다 지적만 하시더군요..게다가 거래처에서도 저한테 계속 전화질이고.
이게 매주 고정된 요일 마감이라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다가
결심하고 더 이상 못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래 알았다..하시더니.
며칠 후 어머니가 와서는 절 옆방에 두고 제 험담을 하면서
내가 그 소리 들을 때 옆에 있었으면 따귀를 올려부쳤을 거라고...
내 귀를 의심했습니다.
막말3:
또 우리 집에 오셔서 아들과 옛날 얘기하며 논쟁이 있었는데
어머니랑 아들이랑 얘기 나누시라고 제가 자리를 피해드렸는데
저를 옆방에 두고는
니가 쟤 때문에 변했다,,쟤랑 결혼하고 달라졌다..하면서 울며불며..
(이거 나중에 말씀드리니 기억 전혀 안난다고...)
그러고는 그 다음날 전화해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같이 소풍가자고 ...
또 며칠 지나서는 무슨 심리치유 컨퍼런스 갔는데
거기서 제일 싫어하는 사람한테 전화하는 지령이 있는데
(이건 거기 갔던 다른 가족한테 들어서 알고 있었어요)
저한테 전화해서는....'사랑한다'고...ㅁㅊ
막말4:
시댁에 갔는데 시누이도 가도 아무도 설거지 안하고 늘 나만 함
그날은 내가 밥도 안먹었는데 설거지 있길래
내가 또 하고 냄비 두 개인가 덜 불었던가 해서 남겼는데
그 다음날 시아버지한테 전화 옴..
점수 잘 따온거 잃어버리지 말라고...설거지 그거 왜 남겼냐고
어머니 몰래 당신이 귀뜸해주신다며..
무슨 이마트 마일리지도 아니고..먼 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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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몇 건 더 있지만 입 아프고,,,
비슷한 사건들 몇 개 일어난 후 저는 마음이 차갑게 식고 싹 선이 그어지더라고요
내가 호구였구나..더 이상은 아니다..
그리고는 시댁 일에 손 다 떼고
만나면 동네 어르신 대하듯 인사드리고, 안부 살짝 묻고 딱 필요한 말만 합니다.
제발 내 생일에 전화해서 같이 밥먹어야 한다고 하지 마세요
내 생일에 문자로 사랑한다고 하지 말아요 역겨우니까
이후로,, 시모한테 정이 모래 한알갱이 만큼도 안가요
그냥 연민은 있죠...예전보다 날 어려워하고 더 이상은 갑질 못하니까.
암튼, 과도하게 잘해드리려고 했던 내 맘도 건강한 맘은 아니었고,
호구를 보더니 옳다구나 하고 진상짓 하던 시부모도 ...
딸이란 말, 잘해주는 척 하는 말 이제 하나도 안믿어요
그냥 나한테 잘해주지도 마시고,,예의만 지켜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