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베스트의 동서 이야기를 읽다가 떠오른 이야기

반성 조회수 : 2,040
작성일 : 2017-09-02 14:43:22



서방에게 첫날밤 소박 맞고 절에선 스님에게 단박에 구박 


대승사 너머엔 새색시 같은 고운 자태를 감추고 있는 비구니선방 윤필암과 묘적암이 있습니다. 모두 대승사 산내 암자들입니다. 묘적암에서 보니 사불석이 건너편 산등성이에 우뚝 서 있었습니다. 윤필암에서 30여분 산을 타고 올라 사불바위에 오르니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듯 아래 바위와는 분리된 비석 같은 바위의 앞뒤 좌우에 불상이 도드라져 있었습니다. 바로 삼국유사에도 나와 있는 사불바위입니다. 이 사면 불 바위에서 바라보니 대승사 산내 암자인 묘적암과 윤필암이 마치 동화 속 집처럼 숲 속에 숨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비구니 선방의 하나인 윤필암은 윤필거사가 창립한 사찰입니다. 이곳은 만공선사의 제자로 비구니 선맥을 연 법희 선사와 본공·인홍 등 내로라하는 비구니 선승들이 거쳐간 곳입니다. 지금도 매년 여름, 겨울 안거 때면 20여명의 선객들이 참선 수행을 하는 대표적인 비구니 참선 도량입니다.

 


윤필암은 정갈한 비구니들의 살림살이가 느껴질 만큼 경내가 깨끗하게 정돈되었습니다. 깊은 골짜기에 있는 음터인데도 불구하고, 비구니 스님들의 정성에 의해 아주 양명한 기운이 느껴질 만큼 빛이 났습니다.
  

윤필암은 비구니 도인으로 알려진 선경 스님이 90년대 중반 열반 전까지 머문 곳이기도 합니다. 선경 스님은 일자무식에 얼굴까지 박색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19살에 시집을 갔지만 첫날밤에 서방으로부터 소박을 맞았다고 합니다. 그 후 충남 공주 마곡사 영은암에 출가했는데, 예산 수덕사 견성암에 가면 비구니들도 참선을 공부할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무작정 수덕사로 만공 선사를 찾아가 "화두를 달라"고 했답니다.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만공은 "네까짓게 무슨 공부냐"면서 "일이나 하라"고 공양간으로 보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선방에 보내 공부를 시키면서 자기는 부엌데기로 부려먹기만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습니다.

 

그러다 선경 스님은 견성암에 이어 두번째로 비구니 선방을 연 이곳 윤필암까지 찾아와 대승사 조실 스님에게 "화두를 달라"고 졸랐다고 합니다. 그러자 선경 스님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대승사 조실 스님도 "네까짓게 무슨 공부냐"면서 "일이나 하라"고 하더랍니다. 그렇게 구박을 당하면서 사정사정해 겨우 선방에 앉게 된 선경 스님은 "시집가서 서방에게 첫날밤에 소박맞은 이래 절에서도 끊임 없이 구박만 받는 것이 너무도 서러워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소리 내어 울면 천신만고 끝에 들어간 선방에서 남의 공부를 방해한다 해서 쫓겨날까 두려워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손수건을 빨래 짜듯이 짜내면서 눈물을 흘렀다고 합니다.


오만했던 전생의 업 고스란히 물림 받아 "네까짓게 무슨…"

 

그렇게 일주일 가량 눈물을 쏟은 뒤 어느날 하얀 종이 같은 것에 까만 글씨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자무식인 선경 스님이 그 글자를 알 리가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그 글자에 대한 의문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저절로 그 글자가 화두가 된 것입니다. 그렇게 화두에 일심을 모은 며칠 뒤 그의 기억의 필름에 전생이 훤하게 비쳤다고 합니다.

 

그는 전생에 속리산 법주사에서 살았는데, 아주 지식이 출중하고, 잘 생긴 비구 스님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신의 용모와 지식을 뽐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네까짓게 뭘 알아!"라고 힐난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파계했던 그 비구 스님은 열반 직전 '만법귀일 일귀하처'(萬法歸一 一歸何處·모든 진리는 하나로 돌아가는데,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라는 화두를 참구했는데, 선경 스님의 기억 필름 속에 그 화두가 나타났던 것이었습니다.

 

 

선경 스님의 전생을 내다봤던 만공선사와 대승사 조실 스님이 당시 스스로 전생의 업을 깨닫도록 하기 위해 전생에 그가 사용하던 말투대로 "네까짓게 무슨 공부야!"라며 힐난했다는 것입니다.

 

선경 스님이 열반 때까지 머문 윤필암의 백미는 사불전입니다. 사불전엔 불상이 모셔져 있지 않습니다. 대신 통유리 너머로 산 정상에 서 있는 사면석불을 향해 예불을 올립니다. 이 사불전에서 1천일 기도 중인 한 비구니 스님은 "밤에 기도를 하다 보면, 모든 소나무들이 사면석불을 향해 예배를 하고 있다"면서 "신묘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조현 기자의 휴심정

IP : 96.246.xxx.6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79929 (고지혈증)LDL 수치관련 누구 말이 맞나요? LDL 13:00:56 38
    1779928 주식) 매도 2 13:00:05 93
    1779927 아이면접 갔는데 제발 기도해주세요ㅜㅜ 6 12:53:54 261
    1779926 50대 자식이 셋인데 아이가 외동이었으면 3 우울 12:52:45 352
    1779925 남편 늙을수록 밉상 ㅜ 1 가을여행 12:49:21 421
    1779924 일상을 사는게 점점 힘들어져서 우울해요ㅠ 5 69년생 12:47:15 501
    1779923 청원생명쌀 소개해주신 분 감사드려요 ㅇㅇ 12:45:02 194
    1779922 어제 통화로 지인에게 남편 흉 본 일 벌써부터 후회돼요 11 아아 12:44:14 633
    1779921 전국법관대표회의 열리자‥"전국검사대표회의도 열게 해달라.. 3 줄줄 12:43:11 269
    1779920 10.15 부동산 대책이 지방사람 서울집 못사게 만든거라는데.... 2 ... 12:43:07 172
    1779919 여론조사기관도 놀란 ‘성동구 만족도’…주민 구정 만족도 92.9.. 1 ㅇㅇ 12:42:42 219
    1779918 류근 -소년원 근처 안 가본 청춘도 있나 23 00 12:39:03 827
    1779917 노상원이 수감자들 사주 봐주고 있다고 ㅋㅋㅋ 대단들하다 12:38:43 320
    1779916 대문글 아버지의 애인쓰신 분께 2 지나다 12:37:07 570
    1779915 코세척 조심해야겠어요 3 비염 12:36:05 770
    1779914 저기요, 백날 김현지 띄워도 약발 떨어졌어요 ㅉㅉ 5 답답하네 ㅋ.. 12:36:00 178
    1779913 내년 1월 아들 해군 입대인데, 보험 들어야 할까요? 3 ㄷㄷㄷ 12:33:56 162
    1779912 뭐좀 배달시키려면 무조건2만원 넘네요 4 ㅇㅇ 12:32:50 278
    1779911 김현지, 유탄맞았다 가 중국 유행어래요 26 ... 12:31:35 529
    1779910 애슐리 오늘 저녁에 가고 싶은데 할인할만한게 없어요. 1 .. 12:22:57 446
    1779909 연말까지 3키로 빼고 올께요 5 ㅐㅐ 12:22:47 430
    1779908 박나래 활동 중단이네요… 24 은주 12:22:11 2,528
    1779907 장발장이 기가 막혀 6 ... 12:22:05 472
    1779906 자꾸만 거슬리는 직원 2 점점더 12:20:39 361
    1779905 끝까지간다 에서 조진웅이 무서웠어요 14 .. 12:20:21 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