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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초읽기' 샌드위치-

| 조회수 : 4,856 | 추천수 : 43
작성일 : 2003-05-08 00:46:03
어제 낮에 한창 일하는데 딸애 유치원 선생님 전화가 왔어요.
"내일 아이들 연극보러 갑니다. 점심은 극장밖 잔디밭에서 먹구요"
직감적으로 윽~ 또 도시락이구나 아찔했지만 하나도 표시 안나게 감사인사 했어요.  
딸아이 감기 때문에 일주일 꼬박 결석해 가정통신문을 받아가지 못해서
개인적으로 전화를 주셨는데, 고마웠거든요.  
머리속이 거의 90% 정도 일로 지끈거릴 때라
머릿속 회로가 몽땅 음식 쪽으로 전환이 잘 안되던데, 구세주처럼 샌드위치가 떠올라
얼렁뚱땅 그걸로 낙착봤슴다. 5초도 안걸렸음.  거기까진 좋았는데요
그만 오늘 아침 늦잠을 자는 바람에-- 믿겨지세요?
30분만에 두 가지 샌드위치 만들었습니다.
출근전 허둥지둥 뭐가 들어갔는지도 모르겠고 대충 감으로 재료 집어넣고,
정확히 7시 15분서부터 50분까지 `초치기'로 뭔가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자랑스럽지도 않은 실습을 왜 쓰느냐.
저녁에 정신차리고 먹어봤더니 엉터리 치고는 맛이 괜찮아서죠.
다음에도 30분만에 뚝딱 해치우려는 엄청난 망상에 젖게 됐습니다.  
그리고 늦잠자도 샌드위치 만들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 알려드리고 싶었구요.

감자를 푹푹 삶아 팍팍 으깼습니다. 두 유리그릇에 나눠놓고
한쪽은 얇게 썰어서 소금에 절인뒤 꽉꽉 짠 오이, 역시 꽉꽉 짠 다진양파를
마요네즈에 버무렸어요. 그런데 퍼뜩(아마 잠이 덜 깨서인듯) 댓바람에
건포도가 생각나서 이걸 다져서 넣었지요. 스프레드 색깔이 거뭇거뭇한게
완전 엽기인데 오히려 맛은 아주 달달하고 괜찮은 거예요.
여기에 후춧가루를 뿌렸는데 이건 실수 같아요.

다른 으깬감자에는 참치 통조림 기름뺀 것과,  다져서 꽉짠 양파를 섞었지요.
셀러리는 없어서 양상치는 씻기 귀찮고 바빠서 생략. 둘 중의 하나는 들어가야
사각거리고 참치의 텁텁한게 좀 가시는거 알면서도 쫓기면 아무렇게나 하게 되더군요.
그래도 `참치에는 머스터드'라는 공식이 바쁜 상황에서도 떠올라,
번개같이 허니 머스터드를 빼내오기까진 했는데
그 다음이 생각이 안나잫아요. 예라이~~ 마요네즈와 같이 섞어서 버무렸지요.
햐~~ 역시 아이가 좋아할만큼 달달해졌어요.
나중에 일밥보니 머스터드는 빵에 바르셨더군요.

주제가 `달달한 샌드위치'네요. 저도 단거 좋아하는데 단거 드시고 싶으시면
설탕 넣지 마시고 달콤한 재료를 섞는것도 괜찮다는거 오늘 알았네요.
평범한 발견이었습니다. 써놓고 보니 이바구가 안되는것도 같고....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새봄
    '03.5.8 2:48 AM

    화영님~ (개인적으로)넘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수년전에 (어찌보면 보잘것없는??? 사무보조직이었지면 직장생활할때)
    제 모습이었거든요.
    전 정말 빵점엄마답게 아이 통신문을 못봐서 당일날 아침에
    아이가 한말에 소풍이라는걸 알아서 급하게 있는 재료만으로
    김밥을 싸 보낸 일이 있거든요.
    냉장고를 확~ 열어 재끼곤 있는 재료만으로 김밥을 쌌답니다.
    (어찌된 일인지 아이가 빵,씨리얼을 잘 않먹어요 )
    김치 계란 소시지 오이..이렇게만 넣어서요.
    대신 사이즈는 아이한입에 들어가게 작게 말았지요.

    저녁에 집에 돌아와 아이한테 물으니 너무 맛있었다고 그래서
    얼마나 속으론 미안하던지.

    화영님 쿠키만드시는 얘기랑 읽으면서 정말 부지런하고
    열심인 엄미이신거 같아서 전업주부오만 지내는 요즘에
    반성 많이하고 있답니다

    앞으로도 더 생생하고 재미있는 얘기 써주실꺼죠?
    그리고 샌드위치에 건초도 넣는건 전 정말 생각못했는데
    한번 넣어봐야 겠어요.

    내일은 휴일이네요. 어버이날이자 휴일 잘 보내세요.
    (말도 않되게 어버이날이라 우울에 빠졌답니다)

  • 2. 김동숙
    '03.5.8 10:18 PM

    와~ 다들 대단하시네요...
    전 신랑이랑 단둘이인데도 요리하기가 귀찮아서 신랑 도시락도 대충인데...
    전 아직 멀었나 봅니다.
    성님들~ 대~단하십니다.

  • 3. 김화영
    '03.5.8 11:59 PM

    어머나, 제 경우는 하나도 안 대단해요.
    더더구나 이런 `멋대로' 샌드위치는
    누구나 만들수 있는거구요.
    요리책에 나와있는 그럴듯한
    것만이 샌드위치가 아니다, 이런 샌드위치도 있다
    뭐 이런 말씀을 드리려고 한거죠.

  • 4. 우렁각시
    '03.5.9 12:42 PM

    화영님, 손이 빠르신듯..
    말씀하신 과정대로 제가 한다면 적어도 1시간 20분쯤 걸리겠는데요...
    전 요리를 잘하는 사람은 속도도 빠르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는데,
    정말 제 생각이 옳았다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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