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사랑하는 82식구님들, 주무세요? ^^
이제는 덥다는 얘기도 진부하게 느껴질 만큼
무더위의 기세가 전혀 꺾이질 않고 있네요. ㅜㅜ
날이 무지하게 더워도 삶은 계속 되어,
아이들의 방학은 이어지고 친정엄마의 생신도 돌아왔습니다.
지난 토요일에 동생네 식구들이랑 모여서 엄마의 일흔네번째 생신파티를 했어요.
별다른 풍경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그 얘기, 해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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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방학을 해서, 밥챙겨 먹이기가 바쁘네요.
급식의 감사함을 새삼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얼마전에는 백만순이님께서 올려주신 마약계란을 만들었어요.
달걀 좋아하는 둘째아이가 한끼에 두개씩 잘 챙겨먹는데,
친정엄마께도 맛보시라고 드렸더니 너무 맛있다고 하시는거에요.
내일 저녁에 달걀 한 판 사서 해드릴라구요. ^^
방학을 맞아, 냉동실에는 렌지에 돌리기만하면 된다는 튀겨나온 돈까스를,
냉장실에는 렌지에 2분만 돌리면 뜨끈하게 먹을 수 있는 함박스테이크를 쟁여뒀습니다.
가끔씩은 제가 한 반찬보다 더 맛있게 먹네요. ㅎㅎㅎ
저희 아파트에 사시는 어르신들은
텃밭에서 소일거리로 채소를 키우시는 분들이 많으셔요.
11층 어르신께서 현관 문고리에 감자를 걸어놓고 가신 날에
어묵과 감자를 넣고 얼큰하게 볶아서 점심 반찬으로 먹었구요,
2층 어르신께서 호박을 주고 가신 날에는
호박을 들기름에 볶다가 새우젓을 넣고 나물을 해먹었어요.
하루하루 이런저런 반찬 해먹으면서 시간도 세월도 잘 흘러갑니다.^^
친정엄마 생신이 음력 6월 28일이세요.
생신은 아직 며칠 더 남았는데 지난 토요일에 시간을 맞춰서
저희 집에서 친정엄마 생신파티를 했어요.
일단 메인 음식은 엄마가 좋아하시는 소갈비찜이었어요.
엄마가 갈비는 많이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큰 딸 힘드니까 10키로만 하자고........암요, 암요~^^
저희 집에서 하기로 했으니 음식은 당연히 제가 도맡아서 만들었습니다.
아버지께서 거동이 불편하시니 생신때에도 외식을 하기도 어려워서,
늘 엄마 생신에는 친정에 모여서 엄마가 해놓으신 음식을 먹었어요.
엄마가 저희 집 근처로 이사오시고, 엄마의 수고로움을 자주 보게되니
도저히 엄마에게 생신음식을 하시게 할 수가 없더라구요.
생신파티 전날에 미역국은 미리 끓여놓았어요.
질좋은 소고기로 한근반을 사서 미리 포옥~ 끓인 다음에
불려놓은 미역을 참기름에 달달 볶아 끓여놓은 육수를 조금씩 부으며
바글바글 끓이다가 소금과 국간장, 액젓을 넣어서 간을 맞췄습니다.
찬물에 담가서 핏물을 뺀 갈비는 채반에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뺍니다.
채반에 건져놓은 갈비에 소주도 반병쯤 뿌려놓았어요.
그렇게 하면 잡내가 없어진다고 엄마가 가르쳐주시더라구요.
고기양념은... 음... 날도 덥고 그러니까....
엄마가, 요즘은 시판 양념도 잘 나온다고, 그거 사다가 쓰자고 하셔서
엄마 말씀을 잘 들었어요. ^^
다진마늘과 다진양파, 키위 한개, 후추랑 참기름은 따로 넣어주었습니다.
갈비를 재워놓고 감자사라다를 만들 준비를 했어요.
오이랑 양파, 당근은 썰어서 소금을 뿌려 절인 다음 꼭 짜서 쓰고,
달걀은 완숙으로 삶아서 다졌어요.
햄이랑 옥수수는 뜨거운 물에 삶아서 쓰구요.
마요네즈, 설탕, 소금, 후추를 넣고 잘 비벼주면 완성!
양을 넉넉하게 만들어서 이웃과도 좀 나눠 먹었어요.
감자사라다는 하루 전에 미리 만들어서 냉장고에 보관!
엄마 생신파티 당일날, 썰어둔 잡채거리를 볶아서
잡채를 만들 준비를 합니다. 갈비로 끓여놓았구요.
엄마가 알감자도 조려오셨네요. ^^
갈비가 맛없으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야들야들하게 잘 끓여졌어요. ^^
심혈을 기울여 데코를 멋지게 해보리라! 다짐했던 훈제연어 샐러드에요.
모양이 그냥 그렇죠? 힝 막막 촌스럽고...ㅠㅠ
그래도 식구들이 맛있다고 잘 먹어줘서 고마웠답니다.
엄마 생신파티 생신상이 완성되었어요. ^^
동생이 분당에서 맛있는 코다리찜을 사가지고 와서
더 푸짐한 생신상이 되었답니다.
아래층 이웃동생이 준 식탁보를 깔았더니
막 정신없고 이 한여름에 눈온것 같고 좋네요.ㅎㅎㅎ
며칠 전에 강화도에 가서 사온 강화인삼막걸리로 건배도 하구요.
엄마 칠순에 제가 주문했던 플랭카드는 해마다 부모님의 생신때마다 열일합니다. ^^
거실 창문쪽에 붙여놓았더니 엄마가 또 이거 붙였냐며 즐거워하셨어요.
혹시 필요하신분, 제가 빌려도 드립니다.^^
식사를 마치고
선물을 드리고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생신축하노래를 부르고
돈봉투를 드리고
훈훈한 분위기로 생신파티를 마무리 했답니다.
이 기록적인 폭염에
엄마 생신상을 집에서 차리느라, 제가 땀은 좀 뚝뚝 흘렸지만
엄마가 기뻐하고 웃으시니 그 마음이 참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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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키톡에서 자주 친정부모님의 이야기를 하고
그것도, 잘해드리려고 노력하는 이야기를 많이 하죠?
그래서 제가 막 효녀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이 계실 것 같은데요...
82님들... 실은 저 효녀된 지 얼마 안됐어요...
어렸을 때 부모님 말씀을 무지하게(혹은 드럽게) 안들었었거든요.
지금 혹시 82님들의 자녀분들이 말을 막 드릅게 안 듣는다...고 해도
언젠가는 저처럼 인간이 될 때가 있습니다. 기다려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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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를 재밌게 해볼라다가
막 고해성사가 되고, 스스로 디스를 한 꼴이 되었네요. ㅎㅎㅎ
돌아오는 목요일이 저희 엄마 진짜 생신이에요.
엄마가 처녀였을 적에, 동네에서 미니스커트를 제일 먼저 입었다는 울엄마.
마스카라를 안 하고는 집밖으로 절대 나가지 않았었다는 멋쟁이 울엄마.
불의의 사고로 막내아들을 잃었지만 남아있는 큰딸과 작은딸을 위해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살아온 울엄마.
17년째 아픈 남편의 손발이 되어 고생하시고 계시지만 씩씩하고 밝은 울엄마.
그런 울엄마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시도록
82식구님들, 축하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