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말이라 채점과 평가로 바쁜 나머지 동네 도넛 가게에서 아침을 사다먹고 동네 치킨집에서 저녁을 사다먹던 어느날...
먼지앉은 요리책을 꺼내서 열공을 시작했습니다.
공부할 때는 찐한 커피 한 잔이 있어줘야죠 :-)
맛난 요리의 레서피는 82쿡 히트레서피가 있어서 언제라도 찾아볼 수 있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특정 레서피를 찾아서 요리하는 것이 아니라, 17일 간의 전반적인 주제와 방향을 정한 다음에 세부적인 메뉴를 선정해야 해서 요리 백과 사전을 섭렵해야 했어요.
그리고 마침내 프로젝트는 시작되었습니다.
김치 넘버 일번 굴깎두기 (굴은 착한 사람이나 다음날 미래에서 온 사람의 눈에만 보임)
김치 넘버 이번 오이소박이 (여름에 제맛이죠)
김치 넘버 삼번 갓김치 (겨자잎이 갓이더라구요.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김치 넘버 사번 겉절이 배추김치 (김장김치가 아직 많이 있지만 이맘때 쯤이면 후레쉬한 김치 맛이 그리워지더라구요)
김치 넘버 오번 물!김!치!
제 고향 부산에서는 이런 물김치를 자주 해먹었던 것 같아요.
나박김치 보다는 물이 많고 동치미라기엔 배추도 들어가는 이것을 물김치라 부르고, 냉국삼아 밥과 함께 먹곤 했죠.
만드는 법은 무와 배추를 소금, 마늘, 생강 등의 양념으로 버무린 다음 하룻밤 삭히고, 밀가루풀을 아주 묽게 쑤어서 부어주고 하루 더 삭힙니다.
찹쌀풀 보다 밀가루풀이 입자가 더 고와서 물김치가 예뻐보여요.
그리고 몇 가지 절임 반찬 더.
어제 한국에서 시부모님과 시누이 두 분이 오셨어요.
마지막으로 뵈었던 게 둘리양이 태어나기도 훨씬 전이니, 오랜만에 부모형제를 만나는 코난아범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할아버지 할머니와 고모들의 사랑을 직접 받게 된 아이들도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게다가 이런 선물까지 받았어요!
다른 건 다 한국 마트에서 사다 먹어보거나 명왕성에도 비슷한 맛 과자가 있어서 맛을 알지만, 꾸이맨? 이건 정말 맥주를 부르는 맛있는 맛이더군요!
과자와 쥐포의 중간맛
단짠맛
이렇게 맛있을 줄 알았다면 더 사오라고 할 걸 그랬다며 탄식하는 저희 부부를 보며 한국에 돌아가서 한 박스 보내주기로 굳은 약속을 해준 시누이들...
강동원 커피라 불리우는 이런 것도 알게 해주었어요.
다음날 아침에 코난아범이 직접 로스팅하고 핸드밀로 갈아서 우유거품 내서 만든 카페라떼로 답례했습니다.
저는 아직 학기가 덜 끝나서 아침만 차려놓고 출근했다 돌아오니 이렇게 설거지를 깔끔하게 해두었더군요.
역시 가족 손님이라 이런 것도 해주고...
제가 조금 부족해도 이해해주고...
김치맛이 조금 덜해도, 김치맛이 정말 좋아도, 그 모든 김치가 너와 함께라서 좋기만 한...
그런 날을 17일간 보낼 예정입니다.
손님 네 분에 우리 가족 네 명을 먹이려다보니 제대로 된 음식 사진은 없고 이런 것 찍을 여유밖에 안나는군요 :-)
조금 더 분발해서 보다 나은 사진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부록: 축구하는 코난군
어린이들이 땀흘리며 축구를 하는 동안 부모들은 꼼짝없이 기다려야 합니다.
함께 기다리는 부모들과 군것질이라도 좀 하려고...
쿠키 식히는 망에다가 김치 부침개를 식히니 눅눅해지지 않고 좋더군요.
날씨가 좋아서 개나 사람이나 다 맑은 공기를 즐겼습니다.
이제 곧 초등학생이 되려고 훌쩍 큰 둘리양과
축구보다 친구가 더 좋은 코난군의
에미였습니다 :-)
투표 잘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