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휴가 기간 동안에 7박 8일 카리브해 크루즈를 마치고 돌아온 펭, 아니 소년공원입니다 엣헴 ㅋㅋㅋ
저는 원래는 크루즈 여행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어요.
망망대해 위에 떠있는 배 안에서 하루 종일 혹은 몇날며칠간 시간을 보낸다면 얼마나 지루할까...?
그건 아마도 나~~중에 나이 더 많이 들어서 다리가 아파서 돌아다니기 힘들어 졌을 때나 하는 여행이 아닐까...?
그리고 결정적으로 유학생 신분으로 조교장학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형편으로는 어차피 비싼 크루즈 여행을 다닐 처지도 못되고, 아이들도 태어나기 전이니 남편과 둘이서 텐트를 싣고 캠핑을 다니거나 저렴한 방법을 찾아서 자연을 만끽하는 그런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그 때도 많이 행복했죠 :-)
하지만...
학위과정을 마치고 직장을 다니고 아이들을 낳아서 키우면서 명왕성에서 내 손으로 밥해먹고 도시락 챙기면서 살다보니...
예전처럼 바리바리 챙겨서 저렴한 여행을 다니는 것은 점점 힘들어졌어요.
차라리 집에서 낮잠을 자는 게 낫지, 아이들 데리고 차에 짐을 가득 싣고 장거리 운전을 하고, 오늘밤은 이 호텔, 내일밤은 저 호텔, 하는 식으로 매일 짐을 쌌다 풀었다 하며 여행을 하는 것은 맞벌이 엄마에게 너무나 벅찬 노동이더라구요.
그러다가 우연히 디즈니 크루즈 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 가보았더니...
그거슨...
명왕성 맞벌이 아줌마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이더라구요!
물론, 사람마다 가정마다 가치관이 다르고 형편이 다르고 선호하는 여행 방식이 다 다르니, 제게 좋았다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여행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겠지요.
그래도 혹시나 크루즈 여행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계시지 않을까 싶어서 쓰는 글입니다 :-)
세 번째 디즈니 크루즈 여행을 하게 된 나름 유경험자들이라 사진 찍히는 포즈가 조금은 더 여유로와 보입니다 ㅎㅎㅎ
제 짐작으로 크루즈 여행은 한국에서 많이들 하시는 호캉스와 비슷한 방식입니다.
(제가 호캉스를 가본 적이 없어서 그러리라 짐작만 하는 거예요 :-)
호캉스를 가는 가장 큰 목적은 편안하게 쉬고 남이 해주는 밥 먹고 남이 청소해주는 깨끗한 방에서 쉬는 거라고 짐작해요.
크루즈 여행은 거기에 하나 더해서 해외여행을 살짝 맛보기 식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 있어요.
본격적으로 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 - 대체로 항구마다 하루 이상은 머물지 않거든요 - 이지만, 그래도 따로 비행기를 타거나 출입국 수속을 하지 않고 다른 나라를 구경할 수가 있어요.
엣헴~
하지만 해외여행은 제게는 그리 큰 뽀인뜨가 아니었으므로, 그리고 여기가 푸드 앤 쿠킹 게시판이므로 음식 이야기로 돌아겠습니다~
호캉스를 하면 호텔 조식이나 호텔 뷔페 식사를 하게 되는 것처럼, 크루즈를 타면 배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게 됩니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죠, 바다로 뛰어들어 헤엄쳐서 육지로 가지 않는 이상은요 ㅎㅎㅎ
배 안에는 레스토랑이 여러 곳 있습니다.
디즈니 크루즈 안에는 돈을 따로 내지 않고 기본으로 가는 레스토랑이 세 곳이 있고, 추가 요금을 내고 가는 레스토랑이 두 곳 있습니다.
7박 8일 동안에 저희 가족은 기본 레스토랑만 갔는데, 레스토랑의 순서는 이미 정해져 있어서 오늘 저녁에는 어디로 갈까?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엣헴~ 산수 문제 하나 풀어볼까요?
7박, 일곱 번의 저녁 식사를 세군데 레스토랑에서 하게 되면 한 레스토랑에 몇 번이나 가게 될까요?
정답~~
한 곳에 두 번이나 세 번을 가게 되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똑같은 음식을 먹게 되지는 않아요.
그날그날의 메뉴가 바뀌는데다, 각 코스별로 나오는 요리도 다 다르기 때문에, "어디" 가서 먹을지 고민은 안해도 되지만, "무엇을 먹을지" 고민은 매일 저녁 메뉴판을 들여다보며 해야 합니다.
행복한 고민이죠 ㅎㅎㅎ
특히나 명왕성에서 김치 하나, 밑반찬 한가지라도 제 손으로 직접 만들어야만 먹을 수 있는 제게, 전채요리, 샐러드, 숩, 식전빵, 메인 요리, 후식을 두서너대여섯가지 중에서 하나씩 골라서 주문해서 먹는 것은 그야말로 천국의 경험이었어요.
후식의 알흠다운 자태는 차마 콜라쥬 사진으로 붙여서 작게 보여드릴 수 없어요...
저희 4인 가족은 다른 건 몰라도 후식은 매일 저녁 각자 다른 것을 시켜서 4 곱하기 7일, 28가지의 후식을 맛보았어요 :-)
물론 한 사람이 두 개 이상 시켜도 된다고는 하지만 배가 너무 불러서 그렇게밖에 못했어요.
추가 요금을 내면 이보다 더 고급지고 더 맛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수가 있지만, 18세 이하 어린이는 출입이 안되고 어른들은 완전 정장으로 빼입어야만 하는 규칙이 있어서 저희는 기본 레스토랑에서 만족하기로 했어요.
다른 가족들은 아이들은 키즈클럽에 맡겨놓고 (거기서 밥도 줍니다) 턱시도와 화려한 드레스를 차려입고 더 고급 레스토랑엘 가더군요.
저녁 식사는 그렇게 레스토랑을 번갈아가며 코스요리로 먹고, 아침과 점심 식사는 뷔페에서 먹었는데 뷔페도 날마다 조금씩 바뀌는 메뉴가 있고 초밥이나 볶음밥 등이 나오기도 해요.
게다리를 좋아하는 코난아범은 다른 요리 필요없고 게살로만 배를 채우기도 했었죠.
(명왕성은 산악지역이라 해산물이 귀한 동네입니다 :-)
점심 뷔페에도 다양한 디저트와 음료수 무한 리필이 됩니다.
장봐와서 씻고 다듬고 썰고 지지고 볶는 일을 하나도 안하고, 끼니마다 다른 종류의 맛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해도 맞벌이 엄마인 제게는 큰 휴양이 되었어요.
배 안에서 하루 세 끼 밥만 챙겨 먹어도 시간은 잘 흘러가지만, 그렇다고 밥만 먹다 내린 것은 아니어요 :-)
다른 크루즈에도 오락 활동이 잘 제공되겠지만, 디즈니 크루즈는 특히나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활동이 많고, 아이를 동반한 어른들이 아이들과 함께 즐길 거리가 많았어요.
다소 서늘한 날에도 즐길 수 있는 난방되는 풀장이 여러군데 있고, 크고 작은 물미끄럼틀도 있고, 다양한 사이즈로 무료로 제공되는 안전조끼는 어지간한 마트에서 파는 것보다 품질이 더 좋아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어요.
넓은 배 안 곳곳에는 움직이는 그림이 들어있는 액자가 있는데, 거기서 단서를 수집해서 범인을 잡는 탐정놀이도 재미있어요.
특히 밥 많이 먹고 배부를 때 이 놀이를 하면 소화가 잘 되더라구요 ㅎㅎㅎ
마술 수업, 종이접기 수업, 다즈니 캐릭터 그리기 수업, 등등의 활동도 있었고요...
아이들을 연령별로 나누어서 출입할 수 있는 키즈클럽도 여러 곳 있고, 코난군 연령 이상의 아이들은 자유자재로 클럽에 들락날락 할 수 있고, 둘리양 연령의 아이들은 부모가 데리고 나와야만 하는데, 신분증도 스캔하고 가족 암호를 말해야 하기도 해서 제법 꼼꼼하게 미아 방지 관리를 하고 있어요.
이 모든 키즈클럽과 다양한 활동은 이미 지불한 크루즈 비용에 다 포함되어 있어서 추가로 돈이 들지 않습니다.
다만, 아직 기저귀를 떼지 못한 아기들은 추가 요금을 지불하고 따로 맡아주어요.
미니골프도 테이블 축구도 농구도 수영도...
이미 지불한 비용에 포함되어 있어서 공짜 같은 느낌을 주죠.
우리가 탔던 크루즈 일정에는 크리스마스가 끼어 있어서 과자집 만들기라든지 크리스마스 쿠키 장식, 트리장식 만들기 등의 활동도 있었어요.
물론 공짜... 라기 보다는 이미 지불한 천문학적인 크루즈 비용에 포함된 것 ㅋㅋㅋ 이죠.
배가 항구에 도착하면 아주 간단한 하선 절차를 수속한 뒤에 내릴 수가 있어요.
맨 처음 크루즈에 탈 때 이미 출입국 수속을 해둔 터라, 실제로 항구에 내릴 때는 간단한 신분증 스캔 정도의 절차만 거치고 나갈 수 있습니다.
카리브해 연안을 도는 일정이어서 멕시코 코즈멜 이라는 곳에 기항했어요.
돌고래와 수영하기 체험을 했죠.
돌고래와 악수하고 뽀뽀하는 사진을 찍어서 너무 비싸게 팔길래 구입하지 않았습죠... ㅠ.ㅠ
바하마의 무인도 중에 하나는 디즈니 크루즈사가 소유한 섬이 있는데 거기에서는 자전거를 타거나 스노클링, 바나나보트 타기, 등등의 활동을 할 수 있어요.
아이들은 바닷물 속에서 노는 것을 가장 좋아했지만요 :-)
이 섬에는 오직 우리 배의 승객만 내리기 때문에 해변은 한적하고 음료와 식사와 간식이 무제한 제공되고 수시로 배와 해변을 왔다갔다 할 수도 있어서 무척 편했어요.
그리고...
그냥 하릴없이 배 안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다가...
다리가 아프면 잠시 쉬기도 하고...
예쁜 곳을 만나면...
예쁜 척 하면서 사진을 찍고...
사람들 구경도 하고...
나도 그들 중의 한 사람이 되어보고...
오다가다 마주치는 디즈니 캐릭터들과 기념 사진도 찍고...
그러다보니 7박 8일은 너무 짧게 지나가버렸어요.
이제 또 언제 디즈니 크루즈를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ㅠ.ㅠ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서...
예고편:
그녀의 속사정, 그것이 궁금하다!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