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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서기만 하면 사고 치는 남편

차라리 날 죽여라 조회수 : 701
작성일 : 2010-06-02 17:08:35
남편 흉 좀 보겠습니다.
정말 인내심에 한계를 느낍니다. 한번 같이 외출이라도 하려면 제 심장이 벌렁거리기 시작합니다.
아는 길이고 모르는 길이고 무조건 내비 아가씨 켭니다. 내비를 켠 순간 본인의 뇌는 철이를 따라 안드로메다로 가시고 차는 내비양이 운전하는데 내비까지 정신줄을 놓기라도 하면 30분이고 한 시간이고 목적지 건물이 코 앞에 보이는 곳에서 뱅뱅 돕니다. 환장합니다.

제가 참다못해 길 가르쳐 줍니다. 성질 부리면서 고집 피웁니다. 성질 급한 저, 내비양도 죽이고 남편도 패버리고 감옥 가고 싶습니다. 약속에 결국 늦습니다. 제가 춘향이도 아닌데 제가 준비하느라 늦었다고 누명 씌웁니다.

저, 제 살이나 다름없이 비싼 하우양지 사다가 폭폭 정성스럽게 끊입니다.
저희 아이가 좋아하는 따끈하고 부드러운 곰국 끓이는 중입니다. 잠깐 화장실에 다녀옵니다. 이제 고기 건져서 찢어야지 하고 뚜껑 엽니다. 곰국이 갑자기 장조림이 됐습니다. 남편이 물 먹으러 왔다가 뭐가 뽀얗게 끓고 있으니 들여다보고 한 수저 먹어봅니다. 싱겁습니다. 갑자기 7성급 호텔 요리사로 빙의됩니다. 망설임 없이 수저도 안 쓰고 진간장을 과감히 투하합니다. 곰국장조림 완성입니다.  제가 따집니다. 왜 그랬냐고. 날 죽일셈이냐고.
자기는 그런적 없다고 합니다.

아이 욕실크레용 때문에 화장실 줄눈이 좀 더러워졌습니다.  작년에 인테리어 공사했는데 또 뭘 하기는 그렇고 쉬는 날 잡아, 미국에서 봤 던 줄눈 염색제를 사다가 바르기 시작합니다. 설명서에 30분이 지나면 스폰지로 닦아내고 하루동안 양생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5분도 안되서 후회가 쓰나미로 밀려옵니다. 아저씨 부를걸.
팔이 빠지고 눈알이 쏟아지고 호흡이 곤란합니다. 하다가 그만 하면 대학교 근처 짜장면집 남녀공용 화장실 될 것 같아, 필사적으로 칠했습니다.

4시간에 걸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울고 갈 극사실주의로 꼼꼼히 칠했습니다.
제 인생의 역작입니다. 이제 마를 동안 커피나 한 잔 마시면 될 것 같습니다.
커피 한 잔 타 가지고 들어와서 82쿡 게시판의 선거방송을 찬찬히 읽고 정확히 30분 지나서 스폰지로 닦아 내려고 화장실에 들어갑니다.

어흑, 제 화장실이 울고 있더군요. 남편이 화장실에 갑니다. 줄눈 깨끗하게 한다더니 어쩐지 더 지저분해진것 같아, 샤워기로 온 벽에 시원하게 물질을 합니다. 이제 막 바른 염색제가 줄줄 흘러내립니다.
저 울면서 다 닦아내고 다시 칠했습니다. 이번엔 아무짓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30분 지났습니다. 도저히 혼자서는 못할 것 같았는데 미안한지 같이 하자고 하길래 그러라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진짜 잘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욕조쪽을 남편은 세면대 맞은편을 열심히 닦았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악...남편이 철수세미로 박박 문질러서 욕실 껍질을 벗기고 있었습니다.
지난 여름 공사한 새 욕실 타일 및 염색제 코팅이 마구 벗겨져 내리고 있습니다.
남편은 머리는 떼어내고 몸만 들어온 건지 아무 생각 없이 열심히 닦아 대고 계시더군요.

웃자고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전 남편 때문에 협심증까지 생겼습니다.
남편이 아이 옷서랍을 열어봅니다. 뭐가 너무 많이 들어서 잘 안 열립니다. 어 이거 왜 이러지 하면서 마구잡이로 덜컹 덜컹 하더니 서랍이 부서집니다. 국산이 아니라서 고치지 못합니다. 서랍이 하나 없으니 이건 뭐 어디서 주워 온 것도 아니고...버릴 수도 없고 이게 뭡니까.

남편이 코피가 나서 옷을 버립니다. 평소 마누라가 얼룩은 얼른 빼야 한다고 아이를 잡던 생각이 납니다. 저한테 말도 안하고 혼자 처리해야겠다고 결심합니다. 평소 얼핏보니 락스로 얼룩을 빼는 것 같습니다. 옷을 락스에 담가봅니다. 앗싸 얼룩이 빠졌습니다. 이제 세탁은 세탁기가 하면 됩니다. 세탁바구니에 락스에 절은 옷을 투하합니다. 제가 모르고 다 같이 세탁기에 돌립니다. 그 날따라 바구니에 아이 외출복이 죄다 들었습니다.
저 어떻할까요...저 정말 속상해서 미치겠어요.







IP : 121.130.xxx.5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0.6.2 5:11 PM (115.94.xxx.10)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사고뭉치 큰아들 두셨네요....................

  • 2. 웃으면
    '10.6.2 5:18 PM (211.41.xxx.175)

    안되는데 심각한 글인데, 심각한 글인데... 왜 웃음이 날까요? 원글님 죄송요.

  • 3. 배꼽찾아..
    '10.6.2 5:23 PM (60.240.xxx.22)

    댓글쓰려고 로그인했어요...정말정말 글을 잘쓰시네요..작가지망하세요..원글님께 정말 죄송한데 너무 웃음이나서 죽겠어요..ㅋㅋㅋ 꼭 작가하셔야해요..

  • 4. 으악
    '10.6.2 5:27 PM (120.50.xxx.159)

    이거 컬투쇼에 보내면 대박 상품 확신합니다. 일단 남편을 바로 바꾸실수 없으니 컬투쇼 보내고 상품이라도 받아서 마음 좀 푸세요. 그리고 글솜씨 있으신데 단편소설이나 수필 한번 써보심이..

  • 5. 어쩌면
    '10.6.2 5:32 PM (125.131.xxx.19)

    제 남편과 넘 똑같아요... 처음 네비 부분은 정말 똑...같아요...대책은 말이죠... 뭘 시키지 마세요... 그리고 아주 단순하고 쉬운 것만 시키고요.. 한다 그러면 됐다 그러세요... 당신은 그냥 쉬어,, 내가 쉬엄쉬엄 할게... 그리고 항상 뭘 하는지 감시(?)해야 해요... 어쩌겠어요?

  • 6. ㅎㅎ
    '10.6.2 5:36 PM (112.146.xxx.33)

    글 너무 재밌게 잘쓰시네요..
    내용은 심각하다 쓰신건데,, 남편 좀 귀여우신데요,,,

  • 7. ...
    '10.6.2 5:47 PM (116.120.xxx.24)

    있었던 일을 차곡차곡 적어두시는 건 어떨까요? 남편한테 그날그날 확인 받으시구요.
    그래서 한 달쯤 쌓이면 남편하고 이야기를 좀 나눠 보시는건...

  • 8. 저도
    '10.6.2 6:02 PM (128.134.xxx.120)

    집에서 한 말썽 하는데, 남편분은 절대 못따라가겠군요.

    정말 눈물나게 읽으면서 웃었습니다. 글 정말 잘쓰세요...

  • 9. 푸하하
    '10.6.2 6:57 PM (112.156.xxx.72)

    정말 신나게 웃었습니다. 글도 너무 너무 잘쓰셨구요... 선거 때문에 생긴 긴장감이
    한순간에 녹아내렸습니다. 감사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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