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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자퇴하러 온다는 학생을 기다리며..

담임샘 조회수 : 2,598
작성일 : 2010-05-15 09:59:25
인문계 고등학교 1학년 담임입니다.
오늘은 스승의 날..말도 많고 논란도 많지만 선생님들의 생일날이지요..

이런 기쁜 날 아침..
출근을 하면서 전화를 받았네요.
어제 징계 처분을 받다가 무단으로 도망을 간 00이 새엄마 전화였어요.
오늘 아이를 자퇴를 시키려고 한다고..그러네요.

상고에서 자퇴하고 인문계로 재입학해서 힘들어했던 00이..
요리학원을 다니며 취미를 붙여서 적응하려고 노력했지만  어제 무단으로 조퇴하고 답답한 학교를 뛰쳐나간 00이..
부모님의 생각이 너무 확고해서..
(그렇다고 부모님이 학교 그만 두고 애를 뭐 시키겠다 이런 생각도 없음.
이 애 형도 이렇게 학교 다니다가 겨우겨우 학교 졸업하고 인터넷 게임에 중독되어 살다가 대학도 못 가고 군대에 갔다는)

붙잡기 힘들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통보를 받으니 마음이 아프네요.
정을 많이 줬던 학생인데..

아침 0교시 보충시간에 들어가 눈물이 주루룩...꾹 참았네요.
그 와중에도 담임선생님 뭐 해드린다고 해서 수업 끝내고 약간 시간을 줬더니
엄청 떠드는 보충반 아이들...뭐라뭐라 잔소리하고..

올라와서 아이를 기다리는데 살을 저며내는 듯한 아픔이 드네요.
좋은 길로 가면 즐겁게 보내지만 갈 길이 어떤지 알기에...
카네이션과 스승의 은혜 노래가 울려퍼지는 학교에서 너무나 쓸쓸합니다..

IP : 211.43.xxx.50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어쩐지...
    '10.5.15 10:02 AM (58.232.xxx.201)

    이상하더니....
    글을 두번 읽고 세번 읽어도 이상해서 다시 봤더니

    새엄마 네요.

    보통의 엄마라면 고등학교 졸업장이라도 건지게 다니게 할텐데.....그러니 그렇지요.
    새엄마라.......뭐라해도 마음 돌리기 힘들겠네요.

    제가 볼때는 상고든 인문계든 다른 기술고든 졸업이라도 해야지, 저 상태라면 검정고시도 힘들텐데....새엄마 라는 말에...(담임이)노력해 보세요 라는 말을 못하겠네요. 결과가 뻔해서요

  • 2. 토닥~
    '10.5.15 10:03 AM (218.238.xxx.107)

    맘이 따뜻한 선생님이시네요..아이가 선생님의 그 따뜻한맘 알아줬음 좋겠네요.

  • 3. 끔찍
    '10.5.15 10:08 AM (210.106.xxx.4)

    스승의 날인데..참으로 큰 선물(?)을 주시네여...ㅠㅠ 마음이 씁쓸하시겠어여...마음이 따뜻한 선생님같으신데...............

  • 4. 에구..
    '10.5.15 10:11 AM (59.15.xxx.156)

    선생님 안타까운 마음이 ...고등이라도 졸업해야할텐데, 맘 못잡는 아이에 그냥 놔버리려는 부모, 하지만 선생님이 계셔서 먼훗날에라도 아이는 선생님 생각 많이 할거예요. 오늘은 CA있는 토요일이라 어제 금요일에 고딩은 2000원씩 모아서 선생님 헤어밴드, 중딩은 1000원씩 모아서 꽃에 케익 선물 드리고 선생님과 사진 팡팡 했다고 하던데...

  • 5. ..
    '10.5.15 10:11 AM (219.251.xxx.108)

    엇나가는 아이 되돌리기는 참 어려워요.
    주변에서 보니 마지막까지 정성을 쏟으니
    늦었지만 제대로 돌아온 아이 본 적이 있어요.

    부디 학교 밖에서 바르게 자라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6. ㅜㅜ
    '10.5.15 10:13 AM (124.49.xxx.214)

    에효.. 아이도 안쓰럽고 ...원글님 마음도 ..
    어쩐데요..

  • 7. 아프네요
    '10.5.15 10:17 AM (119.192.xxx.131)

    선생님, 넘 존경스럽습니다.
    이런 선생님들이 많아야될텐데....
    그맘이 전해지는 것 같아서 저도 아프려하네요.

  • 8. ..
    '10.5.15 10:21 AM (125.184.xxx.162)

    올해 대학들어간 아들. 모교에 간다고 좀전에 나갔는데... 학교다닐때 하도 게으르고 공부도
    열심히 안해서 참 속을 썩였어요. 남편이 같은 학교에 있으니 담임 선생님들보기에 참 창피
    했을거에요. 근데 이놈은 철이 없는건지 속이 좋은건지 대학도 좋은데 못갔는데 머리는 와인색으로 염색하고 비대칭에 한쪽에는 스크래치까지 하구서는 학교가겠다길래 속이 상해서
    학교는 안가는게 좋겠다고 해버렸어요.
    아빠 생각해서라도 가지마라. 그러고 학교가는거 안창피하냐고...
    지는 뭐가 어떠냐고,3학년때샘하곤 안맞았지만 일학년때 샘 찾아뵈러간다고 나갔어요.
    제가 속좁고 속물스러운건지 시원찮은 대학간놈이 머리까지 그러고가는게 좀 그래서
    애한테 기분 나쁜소릴했네요. 선생님 입장에선 어떠신지요?

  • 9. 아이 둘
    '10.5.15 10:34 AM (119.192.xxx.155)

    아직 고딩이지만 커가는 동안 좋은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어요.
    글쓴님도 포함해서 남의 자식들에게 사랑을 주는 선생님들 모두에게
    큰 감사의 마음을 드립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스승의 날이군요...

    어제 딸아이 학교 교무실에 앉아있었는데....(개인적 일이 있어서..)
    무슨 장난을 했는지 어떤 남학생에게 잔소리하는 선생님이 계서서 돌아보니
    말로만 큰소리를 내고 있고 눈은 웃으면서 볼은 꼬집는 시늉만 하시는 듯.
    꺼부정하게 애교부리고 있는 남학생도 그렇고 정다워보여서
    웃음이 픽 났어요......

    많은 선생님들이 좋은 스승이 되려고 노력하고 계신 것 잘 알아요.
    특히 요즘 젊은 교사들은 더 그런 것 같아요.

  • 10. //
    '10.5.15 10:49 AM (121.150.xxx.212)

    점 두개님.
    제가 원글님은 아니지만 그래도 선생이라..^^;;
    어찌하고 오던 이뻐요.
    졸업도 했는데 전화 한 통 해주는거..찾아와주는게 얼마나 고마운데요.
    못난 자식에게 정이 더 가는지
    학교 다닐 때 놀던 녀석들이 그래도 삐뚤어지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정말 눈물나게 고맙고 기특합니다.

  • 11. 글에서
    '10.5.15 10:50 AM (59.22.xxx.60)

    선생님의 안타까움이 느껴져서 저도 안타까우면서도 이런 선생님도 계시구나 싶어 고맙네요.
    어쩔수 없다 할지라도 아이가 평생 혹은 젊은 날 부여잡고 갈수 있는 좋은 말씀 한마디라도
    당부해주시면.

    선생님의 당부에 아이가 문득문득 다른 길로 가려다가 한번씩은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님. 염색하고 비대칭으로 조금 이상하게 꾸며와도 저같으면 반가울것 같아요.
    마음이 이쁘지요. 저희 애도 중학교때 선생님 뵈러 간다고 방금 나섰는데 내성적이라
    중학교때 초등학교 선생님 찾아뵈라 해도 안가더니 스스로 간다고 하니 제가 다 흐뭇해지는데
    선생님들은 훨씬 더 반갑고 보람느끼실 것 같아요.

  • 12. 친엄마 라면
    '10.5.15 10:59 AM (211.253.xxx.34)

    선생님처럼 하신분 작년 저의 딸 담임선생님 이세요...
    제평생에 못잊을 분이라고 딸 졸업하고 찿아 뵈었더니 선생님은 다 엄마덕분에 울딸 졸업했다고 말씀 하시더라구요...진짜로 감사하고 감사하지요...

  • 13. ...
    '10.5.15 11:04 AM (122.32.xxx.63)

    안타깝네요..정말
    요리학원 다니면서 고등학교 졸업하면 좋을텐데 말이에요.

  • 14. ^^
    '10.5.15 11:20 AM (210.94.xxx.8)

    정말 진정한 스승님이시네요...
    그 많은 제자들의 인생을 선생님 한 분이 어찌할 수는 없겠지만,
    학교를 그만두게 될 그 학생에게
    지금 이 곳에 보여주신 선생님의 진심을 그대로 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당장은 선생님의 말이 그 아이의 방황을 멈출 수는 없겠지만
    나중에...언젠가는...분명 큰 힘이 되어줄 거라 믿습니다.
    힘 내세요...

  • 15. ..
    '10.5.15 12:06 PM (59.10.xxx.191)

    존경합니다, 선생님!
    제발 선생님같으신 분들이 많이 계신 학교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16. 원글
    '10.5.15 2:13 PM (122.35.xxx.92)

    따뜻한 댓글 감사드립니다..^^
    아이는 와서 자퇴를 하고 갔고 제가 꼭 안아 주었어요. 열심히 살라고.연락하고 지내자고. 이 말하는데 눈물이 주루룩 나와서 많이 울었어요. 속이 상해서 오늘은 거의 누가 말만 시켜도 울고,,

    저희반 아이들은 그런 제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스승의 날이라 고맙습니다 말 한 마디.스승의 날 노래 한 곡 안 불러 주더군요. 아직 어려선지 제가 못 가르쳐서인지 몰라도 섭섭하더군요. 자퇴한 친구 때문에 그런 이야기할 분위기가 아니어서라고 생각해서일까요?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은 아주 개인적이고 못하는 아이들은 아주 무기력한 그런 반입니다.)

    우울하게 집에 오는데 문자를 한 통 받았답니다.

    선생님..기쁜 스승의 날 슬프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건강하세요..!!

    학교를 오늘 자퇴한 00이였어요..거의 160명에 가까운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이 말처럼 기쁜 말은 없었어요. 그래서 또 울었다죠.. 한없이 모자라고 능력이 모자라지만 계속 저를 나아가게 하는 힘은 그래도 아이들에 있나 봅니다. 참 슬프고도 기쁜 스승의 날이네요..

  • 17. 저는
    '10.5.15 5:16 PM (119.192.xxx.203)

    왜 눈물이 날까요. 바보같이
    선생님 마음이 그대로 와 박혀버렸나봐요.

    선생님같은 선생님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은 하고 싶은일이, 좋아하는 일이 많았으면 좋겠구요.

  • 18. 저두요
    '10.5.15 6:17 PM (125.184.xxx.165)

    저도 이글을 읽으며 눈물이 나네요
    정말 좋은 선생님이시네요....

  • 19. 울애
    '10.5.15 9:49 PM (121.167.xxx.85)

    아직도 저ㅇ신 못차리는데..
    제가 눈물이 나네요
    그학생 자퇴 했어도 잘 풀렸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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