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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108배를 올리며...

고기본능 조회수 : 693
작성일 : 2009-07-09 20:57:24
밤새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잠을 뒤척이며 새벽을 맞았습니다.
뿌옇게 밝아오는 창가를 마주하고 마지막 108배를 올리며
당신의 죽음이 남긴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


조선 건국 이래로 600년 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번도 바꾸어보지 못했다.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권력이 싫어하는 말을 했던 사람은 또는 진리를 내세워서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은 전부 죽임을 당했다.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운명이다, 오래된 생각이다' 란 유서의 의미를.



기득권과 타협하지 않겠다, 모든 권력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하는 순간부터
당신의 죽음은 이미 예견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듭니다.

남자라면, 그곳이 죽을 자리라도 가야할땐 가야한다 하셨지요.
그 길이 목숨을 건 전쟁이 될지도 모른다는걸 알면서도
굳이 막으려 들지 않고 굳이 피하려 들지 않았던 겁니다.



당신을 지지하게 된 후로, 단 한번도 노빠임을 부정하거나  부끄러워 한 적 없습니다.
대통령 욕하는 것이 국민 스포츠가 되어도, 단 한번도 당신을 욕해본 적 없습니다.
당신이 내놓은 정책에 모두 다 동의하진 못하더라도, 당신의 진정성 만큼은 의심한 적 없습니다.
당신이 당당하게 빛나는 그 자리엔 함께하지 못했지만,
당신을 지켜 드려야 할 자리, 당신을 외롭지 않게 해드려야 할  그런 자리라면 어디든지 함께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당신을 지지하는 그 수많은 '노빠'들 앞에서 명함도 못 내밀어볼 수준이지만,
그래도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진정으로 노무현과 그가 추구하는 가치를 사랑했노라고.



그렇게 사랑해도, 당신을 지키지는 못했지요.

그래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노무현을 알고, 노무현을 지지하고, 노무현을 사랑했던 것
내 앞에 영정으로 놓인 당신의 모습을 대면하는 그 순간에 조차 후회 한 적 없습니다.
매 순간순간,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믿음과 지지와 응원을 다 주었기에, 후회하지 않습니다.



생사를 초월한 그 길이, 그 고난의 길이 당신의 운명이라면
지금의 이 분노와 슬픔을 딛고 노무현의 길을 이어나가는 것은
바로 나의 운명입니다.



이제 나는 당신을 몰랐던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노무현을 알게 되면서, 광주를 알게 되고 민주주의를 알게 되고
나와 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너무 많이 알아버렸습니다.



언젠가는 역사가 평가해 줄 것이다.... 저는 그런 말은 이제 믿지 않습니다.  
계엄군의 총구앞에 스러져간 수많은 시민들이 폭도로 기록되고,  
수십만의 평화로운 촛불행진이 과격시위로 기록되는 역사를 ,
기득권에 의해 쓰여지는 역사를 더는 믿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틀린 것을 바로잡아 나가지 않으면 나중은 없다는 것을,
소중한 것을 잃고 후회해도 때는 이미 늦다는 것을,
내가 지금 지쳐있는 동안에도 시대는 끝없이 흘러간다는 것을
이젠 알기 때문입니다. 내가 일어서지 않으면 남도 일어서지 않고
내가 외면하면 남들도 외면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의 힘으로는 결코 건널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큰 강물과
마주치는 시기가 있습니다. 제겐 바로 지금이 그 때입니다.

느리지만 바른길로 가겠습니다.

역사 앞에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살겠습니다.  

바보 노무현이 그래왔던 것처럼.





IP : 123.228.xxx.231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느리지만
    '09.7.9 9:02 PM (116.39.xxx.201)

    바른길로 가겠습니다.
    결코 좌절하지 않겠습니다.
    또 다른 바보노무현으로 살겠습니다.
    더 이상 울지 않겠습니다. ㅠㅠㅠㅠㅠ

  • 2. 부대총학힘내라!
    '09.7.9 9:10 PM (211.211.xxx.32)

    구구절절 옳은 말씀입니다.
    저도 그분을 알기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느리더라도 지치더라도 뒤돌아가지는 않겠습니다.

  • 3. ..
    '09.7.9 9:16 PM (116.120.xxx.80)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맘 간절하지만 되돌릴 수 없다면
    또 다른 시작을 위해 나아가야겠지요.
    그 분의 가치를 살리는 일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위로도 위안도 되지 않을 슬픔이지만 이렇게 함께 마음 나눌 수 있는 분들이 계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 4. 그래도...
    '09.7.9 9:21 PM (211.107.xxx.60)

    나의 유일한 대통령님이 계셨기에...
    이 나라 국민임이 자랑스럽습니다.
    기억하고 또 가슴에 새길겁니다.
    나 하나만을 알고 살았던, 부족한 인간이 알을 깨고 나와 당신의 그 깊은 뜻을 알아가려고 노력할 겁니다.
    하늘에서 지켜봐 주십쇼...

  • 5. ..
    '09.7.9 9:23 PM (220.70.xxx.98)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내 심장이 뛰는한...
    절대로..

  • 6. ..
    '09.7.9 9:37 PM (211.224.xxx.210)

    가슴에 쿡쿡와 박힙니다.. 비오는 이밤.. 내일은 49재.. 잠이올것 같지않네요.. 휴..

  • 7. 또다시...
    '09.7.9 9:59 PM (219.255.xxx.95)

    눈물이 펑펑 ㅠ.ㅠ
    하늘도 울고,,, 땅도 울고...
    님은 갔습니다. 그러나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 8. ㅜㅜ
    '09.7.9 10:34 PM (110.9.xxx.253)

    아직도 맘이 아려요 ㅜㅜ 다시 생각해도 역시 황망합니다, 잊지 않을겁니다

  • 9.
    '09.7.9 10:42 PM (121.144.xxx.87)

    왜 이렇게 눈물이 나요. 벌써 49일이라니!! 이제 내일이면 역사 속으로 묻고 행동하는 시민으로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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