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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 내가 아는 한명숙, 백원우 ...펌>>>

홍이 조회수 : 663
작성일 : 2009-05-30 23:53:19
0. 시청
몸이 많이 안좋으시고 다리가 불편하신 노모를 모시고 시청 앞에서 4시간 있다가 왔다.
굳이 나가시겠다는 어머니의 뜻을 거스를 수가 없었다.

차에서 한명숙 총리의 울먹이는 추모사를 들으며 펑펑 눈물을 쏟고 시청에 도착했다.
영결식 '그 자'의 헌화 때 우리는 돌아 앉아있었고, 시청광장에서는 여기서저기서 야유와 욕설이 터져나왔다.
그런데 영결식장 영상 속에서도 분란이 있는 듯 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들어 와서 검색을 하니 백원우 의원이었다.

아..그럴만 하다.

제목에 '내가 아는' 이라고 썼지만...과연 그렇게 말할 수 있는가는 잘 모르겠다.


1. 한명숙
지난 대선 나는 한명숙 후보의 캠프에 있었다.
나의 정치적 스탠스와는 차이가 있었지만, 복잡한 과정을 거쳐 캠프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생전 처음 여의도에서 일을 했고, 정치판을 경험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을 만났다. 그리고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먼저 한명숙 총리.
나는 한총리라고 부른다.
나는 이 분의 캠프에서 노무현의 캠프가 아마도 이런 분위기였을 것이라고 가끔 생각했다.
한총리는 나에게 한번도 반말을 하신 적이 없다. 언제나 O팀장이라고 부르시거나..사석에서는 OOO이라고 이름을 부르신다.
처음 캠프에 들어가 팀 전략을 구두 발표드릴 때도, 처음 보는 나와 독대하시고 편하게 질문하고, 요구하고 토론하셨다.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후보가 참석하는 매일 새벽 팀장 회의 자리였다.
참석자는 누구나 거침없이 이야기했고, 싸우고 토론하고 합의 하에 결정했다. 수석보좌관의 독선이나 후보의 일방적 결단 하달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후보는 항상 공부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들었고, 빠르게 이해하셨고 공부했다.

물론 나는 한 총리가 당선될 것이라고 믿고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그 분의 무지막지한 어떤 포스에 감동한 것도 아니었다.
난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영역에서 최대한 진보적인 컨텐츠들을 생산하려고 애썼고, 정책과 전략들을 제출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캠프에서는 다소 과격한 나의 의견들이, 언제나 진지하고 정당하게 논의되었고, 채택되거나 보류되거나 하였다.
나는 이런 시스템의 정치집단이라면 일할만 하겠구나 라고 느꼈다.
그러나 이후... 한 총리의 단일화 덕분에 계속 민주당의 후보들 캠프를 도우면서 다시는 이런 분위기를 만날 수 없었다.
겸손하면서도 활기찬 수평적 캠프 분위기는 민주당 다른 후보들 캠프에서는 절대 발견할 수 없었다.
나는 지금 다시는 여의도에 가서 일할 생각이 없다. 특히 정치적 입장에 차이가 있는 집단에는...
그러나 만약 한총리가 무언가 필요하다고 하면 언제든 돕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나는 오늘 한총리가 울먹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드러워 보이지만 나름의 강단이 있으신 분이다.
캠프에서도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린 상황들이 있었다.
그 때마다 나는 이쯤이면 총리가 울겠구나 싶었는데...단 한번도 눈물을 보인 적이 없었다.
나중에 여쭈어 보니, '참느라고 혼났어요. 아유 왜들 그렇게 울어...정말' 이러시며 웃으시던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 외람되지만, 대통령보다는 실무와 조율에 강한 총리 같은 위치가 어울리시는 분이다.
나는 이제 연세가 많이 되셨지만, 그런 일 정도는 한번 더 하셔도 될 분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그 분의 추도사에는 진심이 많이 담겨져 있었다고 생각한다.
많이 힘이 빠지셨었는데 제대로된 인간들을 모아서 다시 정치 일선에 나설 수 있도록 조율 하는 역할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2. 백원우
캠프에서 나는 유시민, 이광재를 비롯한 많은 후보와 의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내 생각에 내가 만난 의원들 중 90%는 전혀 국회의원의 자질 혹은 인간성을 갖추지 못한 자들이었다.
주로 민주당 의원들인데도 말이다.
그 중에 백원우 의원은 해도 좋은 10%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백원우는 착하다. 백원우는 젊다.
대세 따위에 연연하지 않는다. 노무현의 사람이었지만, 그때 그는 한 총리를 도왔다.
나와 함께 일할 기회도 있었다. OOO 획단이라는 거의 당차원 기획단을 만들고 진행하는 일을 했다.
그는 단장이었다.  
그 기획단 첫 회의에서 각 단위의 팀장급들이 그는 회의실에 들어서자, 양복 상의를 벗고 넥타이를 풀고...
'우리 서로 프로필이나 트죠. 전...백원우고...몇살이고....' 주욱 사람들마다 이야기 하니...
그 자리에서 백의원이 두번째로 연장자였다.

'그래도 제가 거의 제일 연장자고 단장이니까...말씀드립니다. 다들 저한테 편하게 대해 주십시오. 의원님이라고 부르지도 마시고..저도 가능한 편하게 대하겠습니다. 그리고 다들 전화번호 까고 생각있으면 서로서로 주저말고 전화해서 일이 되게 합시다.'

나야 캠프에서 자주 회의를 했던 사이니 대충 익숙했지만, 다른 단위에서 온 사람들은 의원이 저러는 것이 익숙치 않은 듯 낯설어하던 생각이 난다.
백의원은 누굴 오라가라 부르지 않았다. 대부분의 의원 나부랑이들은 그런다. 자기가 뭐 대단한 조직 보스인줄로 안다.
한번은 모바일 홈페이지 제작과 관련한 아이디어가 있다고, 한 총리가 직접 나보고 백의원을 만나보라고 했다.
전화를 해서 바쁘실테니 제가 의원실로라도 가겠다고 했더니...굳이 캠프까지 찾아와 30분 동안 설명하고 갔다.
캠프 바쁜 건 자기가 더 잘안다고 그러면서...
노무현 캠프에서 나와 같은 일을 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
오늘 그의 행동이 일종의 '쇼'가 아닌가?
정치적 '해프닝'을 통해 무언가 노린 것 아닌가 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이 글을 쓴다.
그의 프로필이다.

1993년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1994년 국회의원 제정구 비서관
1997년 새정치국민회의 노무현 부총재 보좌역
1997년 김대중후보 선거대책위 수도권특별유세단(파랑새유세단) 기획팀장
1998년 국회의원 노무현 비서관
2000년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입학(현재)
2000년 노무현 해양수산부장관 정무보좌역
2001년 노무현 후보 경선 캠프 인터넷 팀장
2002년 노무현 후보 비서실 정무비서
2003년 노무현 대통령직 인수위 행정실 전문위원
2003년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 민정수석실 행정관(3급)
2004년 경기 시흥(갑)국회의원 당선-국회교육위

그는 그럴만한 사람이다. 순수하고 항상 잘웃는 사람이다.
젊기 때문인가 누군가 자기를 모시는 것보다 혼자 발로 뛰어 다니는 것이 더 편한 사람이다.
그리 흔치 않은,
정상적인 사고 방식을 가진 그리고 상식적인 대화가 가능한 의원이다.
그리고 그는 제정구씨와 함께 정치를 시작했고, 노무현과 뛰면서 정치를 배우고, 정치를 했다.
그에게는 제정구 노무현이 만들어 놓은 사람 냄새가 묻어난다.

그가 이명박의 헌화를 그냥 바라보고 있을 수 없었던 까닭을 난 이해할 것 같았다.
때론 좀 소심하고 싸울 줄 모르는 착한 사람이...얼마나 가슴이 답답했을까.
그나마 친노 의원중 국회의원으로 살아남은 것을 나는 항상 대견하게 생각하고 있다.
당이나 여의도에서 그의 위상은 매우 협소하고, 심하게 말하면 듣보잡 의원이다.
사실 그가 배운 정치는 권위나 정치적 세력다툼 따위가 아니기 때문이리라.

많은 이들이 그에 대해 관심을 갖고, 도와주었으면 한다.

한총리의 울먹임에서 내가 또 못참고 통곡을 했던 것처럼...
그의 막힌 입과 이그러진 얼굴에서 다시 한줄 눈물이 흐른다.

이제 그 분은 한 줌의 재가 되셨는데...
아직 무언가 많은 것이 마무리가 안된 느낌이고, 명치 끝이 계속 답답해 온다.


* 그리고 서울역에서 영결식장에서도 김대중 전대통령은 그래도 지금 남은 유일한, 그리고 존경할만한 원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만으로 참 가슴이 아팠다.


-----------------------------------------
퍼온 글입니다. 단순 오류였는지 모르지만, 금칙어가 들어있다고 해서 올리는 데 한참 애먹었습니다.

저는 여의도를 들여다봤다고 말할 수도 없지만,  
각종 공청회를 취재하러 가서 법안을 입안했다는 국회의원들을 보면 늘 실망스러웠습니다. 실은 그 일에 대해 관심 자체가 없고 한심할 정도로 모르는 분들이 대부분이었거든요. 그 일로 이름이나 알리고 환심이나 사고 싶어하지만, 입을 열면 헛소리나 하는 것으로 보아 무식해서 그러지도 못하리라는 느낌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한 때 치열한 젊은 날을 살아오셨다고 이름 알리신 분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중요한 일이 아니라 그냥 배경처럼 서 있는;;) 선거운동원 자원봉사할 때도, 진보적이고 젊은 정치인조차도 '권위를 내려놓고 기득권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 분들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어떤 '바보'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그래도 이런 분들이 계시니까 잘 살자, 여러가지 의미로 그런 생각이 드네요. 응원해드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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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115.140.xxx.18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09.5.31 12:00 AM (219.241.xxx.11)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2. 저도
    '09.5.31 7:26 AM (119.64.xxx.7)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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