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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원피스 사달라는 청을 매정하게 거절했네요.

조울증친정엄마 조회수 : 1,679
작성일 : 2009-05-07 23:05:44
친정엄마는 조울증을 앓고 계십니다.
제가 중3 때 발병해서, 대학 진학 후엔 좀 잠잠했다가
작은 애 돌 앞두고 재발하셨지요.
그후로 입원도 두 차례나 하시고 결국 그때 아버지는 하시던 일도 그만 두고 엄마 돌보셨어요.
다행히 차도가 있으셔서 3년 정돈 계속 약 복용하시며 아슬아슬하게 지내오셨지요.

올해 봄 3월부터 다시 재발하시는지 약을 드셔도 약효도 없고 점점 증세가 심해지세요.

오래전부터 엄마의 병을 곁에서 지켜본 저로서는
조금만 쾌활하시고, 조금만 무리하셔도 가슴 철렁하며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점점 증세가 심해지는 엄마의 하루하루를 보면서
예전 일들까지 같이 파도처럼 밀려오면서 마음이 편안하지만은 않고
오히려 앞으로 진행될 최악의 상황까지 미리 당겨서 걱정하게 됩니다.

지금 엄마의 증상은
잠을 거의 못주무십니다. 약을 드셔도 3시간을 넘기지 못하십니다.
식사도 잘 못하십니다. 거르기도 하시고, 밥상을 차려드려도 말씀하시다보니 밥이 다 식어버리고 그대로 상을 치우곤 하세요.
그리고 함께 지내시는 아버지와 싸움을 하십니다.
조울증 증세 중에 돈을 많이 쓰는 것도 있는데..
사실 엄마가 뭐 그리 돈을 막 쓸 정도의 재산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자잘한 화분들을 막 사다나르시고, 친인척들 옷을 사서 우편으로 배송하고
매일 아버지께 돈 달라고 하십니다.

지난 주엔 갑자기 저희집 근처에 오셨다고(같은 지역입니다. 승용차로는 10분 걸리는 거리에 살고 계세요)
엄마가 짐은 많은데 왜 눈이 빠져라 기다리는데 안나오냐고 소리를 버럭 지르시더군요.
그래서 남편이 모시러 나갔더니 돈 좀 달라고 하셨던가 봅니다.
선한 남편은 장모님이 달라고 하시니 지갑에 있던 돈을 탈탈 털어드렸다고 하네요.
그날 돈을 받아줘고 2시간 거리에 있는 이모님 댁에 오후 7시에 가겠다고 전철역까지 태워달라고 하시더군요.
아이들 돌보던 저까지 내려가서 억지로(정말 동네방네 온통 큰소리 내면서...) 모셔왔더니
밤새 잠 한숨 안주무시고 친인척들에게 전화를 돌리시더군요.
견디다 못해 새벽1시 나와서 엄마의 전화번호부를 감춰버렸더니
그후로 가만가만 달그닥거리시며 청소부터 살림정리까지 하시더군요.
제가 출근이 좀 일러서 7시에 출근하면서 친정아버지께서 아침 약을 가지고 오실 것이니 아이들이랑 아침 드시며 기다리시라고 말씀드렸는데.. 사위가 두 아이들 챙겨서 아침 먹이는 사이에 집을 나가셔서 연락 두절 된 상태로 만 하루를 지내시더니  바로 핸드폰을 개통하시더군요. 전날 사위에서 받은 돈 25만원으로 사시곤
친척이 사준거라고 거짓말을 하시고요.

저 고3 추석엔 갑자기 살던 집을 이상하게 팔아버리시고,
푸세식 화장식이 있는 한옥으로 이사를 하시는 바람에 온 집안 벌컥 뒤집어진 적도 있었고,
지난번 입원 전에 금팔찌를 사달라(그때도 남편이 사드렸어요), 옷을 사달라 돈을 달라 막 하시더니...
이번엔 근처에 땅을 좀 사라. 전라도에 싼 집이 나왔다더라 하시네요.

엄마가 거짓말로 지어낸(아빠와 제게 돈을 받아내기 위해서 실직한 작은 오빠를 팔아 심한 거짓말을 하셨어요) 이야기 때문에 악몽을 꾸고, 저도 덩달아 심각하게 우울했는데.. 요즘은 돈도 하나 안준다고 자꾸 뭐라시더니..
지난 어린이날엔 잠시 아이들 데리고 외출했다가 돌아와보니 제 핸드백에 아이들 저금통이랑, 자잘한 장신구를 담아선 가져가겠다고 하시더군요. 결혼 예물로 남편에게 유일하게 받은 반지마저 당신이 슬쩍 끼고 계시더군요.

오늘은 직장에서도 업무에 치이고,
감기까지 극에 달한 상황에서 미친 듯이 퇴근했는데도 유치원차보다 집에 늦게 도착해서 작은애 찾고, 큰애 있는  화실가서 큰애까지 데리고 막 집에 들어서는데..
친정엄마가 시장에서 봐둔 원피스가 있는데.. 아버지는 무슨 옷이냐고 뭐라고 하시니까 제게 전화하시는 거라면서 엄마가 내일 입어보고 계약금 조로 얼마 걸어둘테니 저더러 사달라고 하시더군요. 주로 인근 여대생들이 이용하는 가게인데.. 아마 엄마 눈에 예쁜 원피스가 있었던가봐요.

그런 엄마께 저는 남편 어려워 못사드린다고 거절했네요.
남편이 통장 관리하고 있고 이미 어버이날이라고 지난 연휴에 부모님께 드린 돈도 있지 않냐고 말씀드리니
남편 하나 속이지 못하는 등신이라고 뭐라고 하시며 전화를 탁 끊으시네요.

사실.. 제 남편 내일 엄마 옷 두어벌 쯤 사드렸다고 뭐라할 사람 아닙니다.
부모님께 쓰는 돈은 아까워하지 않는 심성을 지닌 사람이거든요.
어버이날인데.. 까짓 원피스 한 벌 사드릴 수도 있을텐데..

조증 상태인 엄마에게 원피스 한 벌 사드리면 다음엔 또 무얼 사드려야하나 싶기도 하고..
엄마 스스로 절제 못한다면 가족인 저라도 말려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남편은 그러네요.
엄마가 돈을 쓰셔서 잠시라도 마음의 기쁨을 얻으신다면 드리자고요.
엄마가 돈을 쓰면 얼마나 쓰시겠냐고요.

엄마가 안주무신다고 뭐라고 비난하지 말라고 남편은 제가 너무 매정하다고 하네요.

그러나 엄마의 엉뚱한 계약 때문에 집을 한번 날려본 저로서는...
남편처럼 너그럽고 여유로운 마음을 먹기 어렵네요.

많이많이 속상합니다.
엄마가 오래오래 사시기까진 바라지 않더라도 건강하게 살다 가시면 좋겠네요.
IP : 125.208.xxx.103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ㅜㅜ
    '09.5.7 11:14 PM (115.136.xxx.174)

    힘드시겠어요.그치만 그러신 어머님도 힘드시겠네요..

    평정 찾으시고 건강하셨음 좋겠네요...

    저도 친정엄마랑 잘안맞아서 자주 다투기도하는데...님 정말 이해되기도하고 힘드실거라 생각되요.

  • 2. whwmddl
    '09.5.8 12:47 AM (121.169.xxx.32)

    조증이 그렇게 증상이 나타는군요.
    우울중,조울증,,곁에 있는 사람 달달 볶는다더니
    ..위로해드리고 싶습니다. 너무 자책하시 마세요.
    가족분들이 힘드시겠어요.
    슬기롭게 잘 극복하시길 기원해 드릴게요.

  • 3. .
    '09.5.8 1:25 AM (119.203.xxx.186)

    엄마를 환자로 보셔야지 답이 없겠어요.
    환자니까 그런집을 사서 이사하고
    밤에 잠못자고....
    그래도 함께 사시는 아버지가 제일 힘드시겠어요.
    아버지께 잘 해 드리세요.

  • 4. ㅠㅠ
    '09.5.8 8:21 AM (122.43.xxx.9)

    병이 재발하신거 같은데...
    빨리 약을 드셔야하지 않나요?
    한다리 건너 들어본 조울증 환자 얘기가 다 비슷하더라구요.
    조울증이나 조증 환자 옆에 있으면 정말 집 한채 날리더군요.

    많이 힘드시겠습니다.
    그래도 남편이 좋은 분이니 힘내세요.

  • 5. 아이구
    '09.5.8 9:33 AM (124.3.xxx.2)

    어쩌나... 너무 힘드시겠어요.
    당분간 입원을 좀 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옆에서 보기 너무 아슬아슬해 보입니다.

  • 6. 그래도
    '09.5.8 11:15 AM (115.139.xxx.75)

    남편분 참 좋은분이시네요.
    원글님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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