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퇴근,
털레털레 걸어서 30분 거리의 집으로 돌아온다.
양 손엔 내일 아침 남편에게 갈아 주려 산 2킬로짜리 한방딸기 1팩과 빵빵한 수첩이 든 정말 묵직한 가방과
점심시간 학교 엄마들 모임에 준비해간 준비물(저.. 대표엄마라.. ㅜ.ㅜ)이 한 짐이다.
걷는 동안 발바닥이 아파왔다..
그러다 왜일까.. 왜 갑자기 20년된 시댁 안방의 쪼매난 텔레비전이 생각났을까... 우웅..
아픈 허리에 짐보따리를 3개나 들고 회사와 집 사이에 자리한 하이마트-전자랜드-삼성전자-엘지전자
네 곳을 둘러보다 안방에 놓을 21인치 텔레비전 하나를 골랐다.
사실 뭐.. 고른다기 보다 그냥 샀다..!!
좋은 건 못사고 그냥 적당한 가격의 텔레비전으로 주문하고 결재하고..
그리고..
어머님께 전화를 했다..
"어머니, 지금 막 텔레비전 하나를 샀는데요, 오늘은 배송이 어렵고 모레 들어간다네요.
안방 TV 바꾸면 좋을 듯 해서요" (시댁엔 TV가 방에만 있다. 그리고 어머님께선 76, 혼자 사신다)
"아유, 고맙다. (빈 말로도 절대 사양하는 법이 없으시다. 돈도 무지 잘 받으신다. 고.맙.다. 한마디와 더불어)
근데 난 TV보다 세탁기를 사다오. 이불도 다 들어가는 13킬로로.. 꼭 13킬로여야 한다."
"어머나 어머니, 세탁기는 제거보다도 더 새건데 고장이 났나요?"
"아니다. 이불 빨래하려니 10킬로는 작네. 물이 들어가서 앞 쪽도 많이 녹슬었고.. "
울 어머니, 청소는 절~~대 안하시고(더불어 물건 절대 못 버리시고) 빨래는 무지 열심히 하신다..
청소도 하시지,, 좀,,, 가끔 들르면 락스 가져다 주신다. 화장실 청소하고 가라고.
물론 명절 당일 오전내내 형님과 대청소는 이제 기본이다.. 도저히 음식할 곳이 못 된다.
8년된 세탁기.. 고장난 것도 아닌데 왜 바꾸고 싶으신 걸까..
그런데 사달라는 13킬로,, 너무 비싸다싶다.
내가 고른 TV는 16만원, 세탁기는 50만원에서 70만원이다.
"어머, 어머니 다시 전화드릴께요" 하고 끊었지만
맘도 무겁고...
짐만 떠 안은 것 같고...
결정적으로 결재하고 배달 주문한 TV가 환영이나 받을까 싶고..
세..탁...기... 13킬로 어쩌누... 숙제다.. ㅡ.ㅡ
----------------------------- 남은 이야기
마침 남편에게서 전화가 와서 얘기했더니 푸하하 웃으며 말한다.
"바쁘다, 끊어라.."
아.. 도움이 안되는군... 남푠..!!
9시 30분.. 지금 전화해서 조근조근 말씀드릴까.
"어머니 그럼 텔레비전은 필요없으신가봐요. 구매하고 배송 얘기했는데, 취소할까봐요.
그런데 세탁기는 제 형편에 무리라 어렵겠어요. 고장난 게 아니니 녹슨 건 고쳐가며 쓰면 어떨까해요.
내일 a/s 신청해드릴께요..."
열불나시겠지..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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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무이....쪼~~~~~옴!!
왠 효도?? 조회수 : 527
작성일 : 2009-05-07 19:57:31
IP : 211.244.xxx.68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아
'09.5.7 8:04 PM (211.176.xxx.169)진짜 쫌....
제발 자력갱생 좀 하고 살았으면....
그냥 흘려 들으시라 하고 싶지만
원글님 마음이 너무 착하셔서... 걱정이네요.2. ..
'09.5.8 12:25 AM (125.177.xxx.49)그래도 남편이 그렇게 말하시니 다행이네요
우리같음 마이너스 통장 해서라도 빨리 사드리라고 했을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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