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알찬 나의 모닝을 열심히 끌고 다니느라 전철이나 버스를 타본지 참 오래됬는데...
오늘 종로쪽에서 사람을 만나기로 했는데 제가 모르는 곳이더라구요.
네비를 치고 갈까 생각하다가 그냥 모처럼 전철이라는 걸 타보기로 했어요.
10년 만에 처음 타보는 전철... 노선도 어쩜 그리 많아지고 복잡한지... 꼭 외국에 나온 기분이랄까!!!
갈때는 모처럼 타본 전철에 신기해 하며 두리번 거리느라 몰랐는데 돌아오는 길에는 너무 힘도 들고 진도 빠지고 해서인지 아주 피곤하더라구요. 근데 왜이리 사람이 많은지 앉을 자리는 없고... 가까스로 서있는데...
제 앞에 앉아있는 여자분, 글쎄 20대 후반 정도?? 아주 많이 피곤한지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 하면서 잠을 자더라구요. 그 처자의 옆으로는 한쪽은 나이가 좀 있으신 아저씨, 다른 편에는 20대의 젊은 청년이 앉아 있었구요.
이 처자가 아저씨 쪽으로 갸우뚱하면서 기대면 혼자 팔짱을 끼고 있던 아저씨께서 바로 단호하게 어깨를 툭 움직이면서 밀어내더라구요, 그럼 다시 젊은 남자쪽으로 기우뚱... 그런데 젊은 남자는 좀 난처해 할 뿐 밀어내지 않고 가만히...
처자가 혼자 깰듯 말듯 고개를 들었다가 또 아저씨 쪽으로, 그다음엔 청년 쪽으로... 얼마나 피곤하면 저럴까 싶으면서 예전에 제 생각이 나더라구요.
제가 노선은 한번이면 되는데 끝에서 끝으로 출퇴근을 2년 정도 했어요. 집은 동쪽, 직장은 반대 끝의 서쪽...
저녁에 퇴근할때면 얼마나 힘이 드는지... 다행히 노선의 종점들이라서 출근때도 퇴근때도 앉아서는 다녔죠.
어느날 오바타임 근무까지 하고 난 늦은 저녁에 퇴근하는데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잠이 깊이 들었는데 어느 순간 눈을 뜨니까 세상이 다 옆으로 보이더군요. 설마 하면서 눈알을 살짝 굴려보니 제가 어떤 사람의 다리를 베고 자고 있는거예요.
급 당황해서 땀이 삐질... 하지만 도저히 일어날 용기가 나지 않고...눈을 감고 방송을 들으니 제가 내릴 역(종착역)이 두 정거장 남았더라구요.
내가 베고 있는 이 다리는 누구일까... 뭐라고 사과해야 할까... 많이 고민했는데 용기가... 넘 창피해서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더군요.
계속 자는척 눈감고 있다가 제가 내릴 역에서 문이 열린 뒤 사람들이 제 앞길을 방해하지 않을 만큼 내렸다고 생각됐을때 벌떡 일어나서 냅다 뛰었어요.
계단을 허겁지겁 뛰고 있는데 뒤에서 어느 아주머니께서 계속 아가씨~하면서 부르는 거예요. 모른척 하고 계단 끝까지 뛰어서 화장실안에까지 뛰어들어 갔는데 조금 있다가 어느 아주머니께서 화장실에 오시더니, "아가씨, 내가 계속 불렀는데 화장실이 급해서 뛰었구나, 근데 남자친구는 왜 다시 혼자 다른 계단으로 내려간거야?"
아니 이게 무슨 얘긴지??? 아주머니께서 제가 다리를 베고 잔 사람이 20대쯤으로 보이는 청년이었고 종점까지 같이 오길래 당연히 남자친구인줄 알았대요. 근데 종점에서 저는 냅다 뛰고 남자는 계단을 올라서 반대편 계단으로 다시 내려갔다네요. 에구 이런~~~~
깨우면 민망할까봐 그냥 두었겠죠? 다리 많이 져렸을텐데... 그때 저도 미스였는데... 잘 엮어볼걸 그랬나요??
원래 젊은 남자들이 숙기가 없어서 얘기를 못하는건가? 도대체 어느역부터 베고 잤을까? 그 분은 어느 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한참을 더 왔을까??? 많이 미안하더라구요. 사과했어야 했는데...
오늘 전철에서 봤던 청년도 저랑 눈이 마주쳤는데 난처한 표정은 짓지만 아가씨를 밀쳐내거나 하지는 않더라구요.
혹시 그때 전철에서 제가 다리 내주신 분이 82회원이시면...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고 또 죄송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거의 15년이 다 돼가는 얘기라서 기억하실려나요?
그때 너무 피곤했던 제게 다리 내주셔서 편하게 잘 베고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무말도 못하고 도망가서 죄송해요~~~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전철의 추억 또는 악몽 --;;;;;
예전의 날 보듯!! 조회수 : 457
작성일 : 2009-04-25 22:47:49
IP : 118.222.xxx.140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9.4.25 11:37 PM (121.135.xxx.164)으하하하하하
세상이 옆으로 보이더라는 부분에서 저도 가슴이 철렁했네요 ㅋㅋ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
| 번호 | 제목 | 작성자 | 날짜 | 조회 |
|---|---|---|---|---|
| 307442 | 도우미 아주머니의 일은 어디까지? 12 | 소심녀 | 2006/04/28 | 1,798 |
| 307441 | 빈티지 인테리어 소품 샵 알려주세요 1 | 빈티지 | 2006/04/28 | 295 |
| 307440 | 샤프 공기청정기 렌탈? 1 | 기침환자 | 2006/04/28 | 155 |
| 307439 | 천안 ,아산쪽에 잘 보는 철학관 소개부탁합니다 1 | 고민 엄청 .. | 2006/04/28 | 180 |
| 307438 | 베란다 바닥 타일이... 3 | 남아 | 2006/04/28 | 663 |
| 307437 | 우체국이요.. 4 | 우체국 | 2006/04/28 | 405 |
| 307436 | 아이들 언제까지 같이 데리구 주무시나요...?? 17 | 궁금궁금^^.. | 2006/04/28 | 2,573 |
| 307435 | 상어 연골 좋은 제품 있으면 추천 좀.. | 어버이날 | 2006/04/28 | 71 |
| 307434 | 미용실 보조 아가씨에게 수고비는 어떻게? 4 | 미용실 | 2006/04/28 | 1,143 |
| 307433 | 예기치 못한 접시폭탄 3 | 봄생각 | 2006/04/28 | 1,164 |
| 307432 | 우면동대림아파트를 매입하려고 하는데.. 4 | 부동산 | 2006/04/28 | 1,069 |
| 307431 | 대책없는 아줌마는... 11 | 이런~ | 2006/04/28 | 2,181 |
| 307430 | 보통 보약 얼마나 하나요? & 한의원 추천 부탁드려요 12 | 보약 | 2006/04/28 | 1,187 |
| 307429 | 고사리 꺽을수 있는곳 아시면 갈켜주삼 4 | 제주분들께 | 2006/04/28 | 477 |
| 307428 | 미국에 사시는 분께. 4 | 숱가위 | 2006/04/28 | 805 |
| 307427 | 우체국 택배 너무 비싸요. 31 | 택배 | 2006/04/28 | 1,819 |
| 307426 | 거짓말 잘 할수 있게 도와주세요.. 12 | kei | 2006/04/28 | 2,097 |
| 307425 | 입술옆에 수포가 생겼어요 8 | 병도가지가지.. | 2006/04/28 | 689 |
| 307424 | 컴퓨터 1 | 알케 주세요.. | 2006/04/28 | 160 |
| 307423 | 입주하기 한달전...청소 어떻게 해야할까여? 3 | 굴레머 | 2006/04/28 | 430 |
| 307422 | 이혼할 때요... 9 | ㅁㅁㅁ | 2006/04/28 | 1,964 |
| 307421 | 구안와사 11 | TT | 2006/04/28 | 933 |
| 307420 | 전남 목포에서 반나절 어떻게 보내야할지.. 3 | 목포 | 2006/04/28 | 259 |
| 307419 | 조금 지명도가 있는 백일장 1 | 백일장 | 2006/04/28 | 208 |
| 307418 | 애기옷때문에 그러는데여... 4 | 애기옷 | 2006/04/28 | 432 |
| 307417 | 7살 여자아이에게 줄 선물?? 3 | 선물 | 2006/04/28 | 276 |
| 307416 | 급하게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이 어딘가요? 2 | 급해서.. | 2006/04/28 | 721 |
| 307415 | 옷보관을 잘 하는 방법 없을까요..? 3 | 옷보관 | 2006/04/28 | 584 |
| 307414 | 귀가 이상해요 ㅠ_ㅠ (귀가 멍멍(?)해요..) 9 | 도와주세요 | 2006/04/28 | 458 |
| 307413 | 일산에 할머니 옷살데 어디 없나요?? 3 | 흠 | 2006/04/28 | 38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