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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학위 후...

자괴감.. 조회수 : 1,981
작성일 : 2009-02-24 08:58:02
이젠 바닥을 친 것 같아요..
미국서 문학박사학위를 받고.. 첨엔 모교에서 강의 그러다가 집에서 가까운 학교.. 지난 학기엔 신학대학에서 강의 그러다가 이번엔 어떤 신학대학에서 강의 제의를 받았어요. 남편과 주말에 한번 들려봤더니 신학교인지, 중학교인지 모를만큼 그렇게 작은 학교더라구요..
솔직히 많이 실망했어요.. (학교에 대한 폄하라고 너무 나무라진 말아주세요..)

전공이 희귀전공이예요.. 절대로 교수자리 나지 않는 전공이죠.. 하지만 다들 말하기를 문학은 그 나라 문학밖엔 없다고들 하는 그런 전공이죠..
아이 낳고 난 후에 박사 학위 논문 끝냈고.. 그담엔 강의 조금 하고.. 논문은 못 썼어요.. 쓴다고 매일 하긴 하는데 지지부진하고.. 아이랑 놀고, 밥하고, 집안일 이런 저런 일하고.. 그러다보면 하루가 후딱이예요..
공부가 재밌고.. 강의도 재밌는데.. 논문쓰기는 집중이 되지 않아요..ㅠㅠ

남편은 같은 학교 졸업하고.. 포닥하고.. 지금은 괜찮은 대학 교수가 되었고.. 너무 너무 바쁘죠.. 그래도 성실하고 제게도 아이에게도 참 좋은 아빠구요..

생각해보면 제 남편의 아내로 살면 그다지 나쁘지 않은 삶이긴 한데..
그래도 제가 해오던 공부도 있는데... 제 것을 포기하는 맘이 쉽진 않아요..

이렇게 바닥을 쳤을 때.. 얼른 논문이라도 몇편 내고.. 무엇이든 해야할텐데.. 괜히 자괴감만 들고..

그래도 가방끈 긴 것에 대한 후회는 없지만... 이렇게 무기력한 제가 너무 한심해요..

박사학위 받고 저처럼 집에서 유유자적하시는 분 계신가요?
IP : 211.111.xxx.77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남편 아닌게 다행.
    '09.2.24 9:06 AM (218.156.xxx.229)

    원글님의 그 자괴감..바닥을 친 것같은 느낌 잘 알 것 같습니다.
    저는 님처럼 가방 끈이 긴~~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
    동일 조건에서 자리를 잡은 남편을 옆에 두고, 육아로 집에 있다보면...여자는.
    다 그런 생각이, 기분이 들거든요.
    여기 자게에 sky대학 출신의 주부들이 몇 개 단어만 다르고 님같은 글 많이 올려요.
    그런 기분은 기분대로 고스란히 느끼고...어쩔수 없으니까.
    근야 자기 컨트롤 할 수밖에 없어요. 최대한 긍정적으로.
    만약 님은 자리를 잡고 남편이 자리를 못 잡았다면요?? 더 심각해지죠??
    아님 둘 다 자리를 못 잡았다면요?? 암울하기 짝이 없죠??
    그냥 자기 자리에서 꾸준하게...작은 자리도 마다하지 않고..자기가 해 온 공부 사랑하면서
    있다보면...좋은 기회도 찾아 올 거예요. ^^

    저는 님이 부럽기만 합니다.
    자리 잡은 남편에. 긴 가방끈에~~예쁜 아이까지. ^^

  • 2. 힘!
    '09.2.24 9:09 AM (121.134.xxx.188)

    저와 고민은 비슷하시되 유학도 다녀오신 진짜 고급인력이시네요.
    잘 이겨내셔서 공부한것 아깝지 않게 되셨음 좋겠어요.
    아..저도 가정부로 취직한것같아요.
    이게 뭔지...

  • 3. 저도
    '09.2.24 9:15 AM (123.108.xxx.130)

    강사 전전하면서 공무원시험을 볼까 사법시험에 도전할까 별생각 다 했어요
    그래도 결론은 하던거 열심히 하자네요..

  • 4. 저도
    '09.2.24 9:20 AM (149.159.xxx.198)

    비슷한 상황인데, 이곳은 미국입니다.
    이곳에는 님같은 사람들 아주 많습니다.
    비지팅 스칼라의 와이프들..

    저는 공부하면서 즐거웠으면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자위합니다.

  • 5. ^^
    '09.2.24 9:26 AM (222.235.xxx.67)

    저요..미국 유학 다녀와서 지금 놀고 있어요.. 맨처음엔 제가 국가적 낭비를 하고 왔다고 그런 생각 들었는데요..이젠 그냥 행복해요..그시절 그렇게 공부했던게 행복했고, 또 지금은 나름 남편 성공시키고, 애 키우고..이렇게 사는게 제 행복인거 같아요..
    맘은 바꾸는 그 순간부터 지옥에서 천당으로 바뀔수 있어요.. 맘을 바꾸시구요..행복하게 사세요..인생 긴듯 싶지만, 짧습니다.

  • 6. 저도 박사..
    '09.2.24 9:43 AM (211.243.xxx.231)

    저는 일주일에 강의 한두과목 정도 하면서 집에 있어요.
    저는 별로 치열하게 사회생활 하는게 적성이 아닌거 같아서 이 생활에 만족하는데
    주변에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좀 있긴 해요.
    하지만 뭐 남편이 이해하고 제가 만족하니 그걸로 된거죠. ㅋ

  • 7. ^^;;
    '09.2.24 9:47 AM (118.34.xxx.205)

    저두 그래요..
    꼭 같은건 아니지만 님처럼 박사학위를 받은건 아니구요, 한국서 석사하구 이태리에서 학위받은 사람인데요. 근데 저두 집에서 놀아요^^;;;
    피아노전공이라 이태리에서 성악반주전공을 했는데두 한국돌아와보니 그게 쉽지않더라구요.
    주위에선 한국오면 그냥 학교출강하고 연주활동하고 아님 집에서 개인레슨이나 하겠지하겠지만 그게 아니더군요. 주위의 시선보단 제맘이 많이 편치 않았거든요.
    지금은 애가 많이 어려서 그렇지만 곧 뭔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윗님처럼 공부했던 시절이 행복했고 지금생활이 넘 행복하기에 나름만족하고 살고있어요.

  • 8. ^^
    '09.2.24 10:23 AM (114.206.xxx.125)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그러나 일의 끈은 놓지 마세요.
    그러다 보면 진짜 집에서 안주하게 되고 나이는 한사씩 더 먹게되져.
    마음에 들지 않는 학교지만 열심히 하시다보면 꼭 좋은 일이 있을거예요.
    매일 매일 열심히 사세요...

  • 9. 저요
    '09.2.24 10:23 AM (211.251.xxx.249)

    저는 아예 집에서 쉬고 있어요.
    미국에서 박사학위 받고 포닥도 거쳤어요.

    한국에 와보니
    시간강의 뛰어봤자 저같은 사람은 절대로 전임도 안될것같고...
    줄이 너무 기네요.

    교수들 비위 맞추기도 너무너무 어렵고

    연구원으로 들어가봤자..
    뼈빠지게 고생만하고..
    저는 분자생물분야라... 몸으로 해야 하는겁니다.

    그래도 별 후회는 없고요.
    오히려 부모님이 난리난리...
    그냥 뭐 다른일 좀 해볼까 생각하는 시간이 즐겁네요..^^

  • 10. 원글
    '09.2.24 10:39 AM (210.222.xxx.219)

    남편이 한국 돌아와 연구교수하다가 전임이 되었을 땐 정말 기쁘더군요.. 아.. 드디어 생계걱정은 안하겠구나하는 안도감도 들고..
    근데 그 안도감이 길지 않아요.. 남들은 배부른 소리라고 하는데.. 꼭 sky나온 것들!이 저런 소리한다고 핀잔도 듣고..
    남편 말로는 요새는 논문 수와 연구비 따오는 것에 따라 교수도 등급이 매겨진다고 해요.
    논문 편수가 되어야 어디라도 내밀어 본다고..
    그렇다면 강의그만두고 논문을 써야하는데..그나마 강의를 그만두면 그야말로 백수니 그럴 수도 없고..강의는 제 전공 분야도 아니라 공부도 해야하고..
    답답하기만 해요... 그렇다고 논문이라도 안붙들고 있으면 맘이 불안하고 시간도 안가고..
    이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뭔지 모르겠어요..
    공부할 때도 지금도 그 공부가 즐겁지 않은 건 아녜요.. 하지만 공부 이외에 다른 재미있는 일도 많은데.. 해온거라곤 공부밖에 없어 아무 것도 잘하는 것도 없고..
    매일 매일 논문 조금 쓰다 책 읽다 강의준비 조금 하다 피아노치다.. 그리곤 전업주부의 세계로..그러다 하루가 가네요..
    한심해요..

  • 11. ...
    '09.2.24 10:59 AM (128.134.xxx.85)

    요즘은 논문으로 모든걸 평가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예요.
    논문을 쓰시지 않으면
    임용은 못되실거예요. 임용된다해도 버틸 수가 없구요.

    일단, 지금같은 생활패턴이면 논문을 쓸수가 없으니
    육아를 맡기시고 하루에 일정 시간을 내셔야할듯.
    힘이 되주실 스승님도 있어야하고.(연줄이 아니라, 멘토로서)

  • 12. caffreys
    '09.2.24 11:02 AM (219.250.xxx.120)

    일의 끈을 놓지 말라는 어느 분의 답변을 새겨 들으시기를 바랍니다.
    어느 순간 놓아버리면... 다시 붙잡기가 어렵답니다.
    그렇게 놓아버리는 게
    그게 제게는 어느새
    꿈이되기도 하고 두려움이 되기도 해요

    아~~ 사는게 뭔지

  • 13.
    '09.2.24 11:04 AM (218.55.xxx.1)

    15년 정도 대학에 있었습니다. 물론 박사도 있고요...계약이지만 교수도 8년 정도 ...

    그런다 남편이 전문직되고 사무실 열면서 그만 두었습니다....

    지금은 대학원(제가 공부해보고 싶은 분야) 준비하면서 전업으로 산지 몇년 되었습니다...

    다시 돌아가라 하면 그 시절로 못 갈거 같습니다...좀 치열한 분야였고 어차피 여자인

    경우에는 그야말로 남자 교수들 시다바리(ㅠㅠ)나 하다 끝날 분야였기 때문입니다.

    자기들끼리도 마피아라 부르며 연구과제 지들끼리 따먹고 이리저리 젊은 인력들

    등골이나 빼먹는 그 곳에서 한 문장에 주어 서너개 동사 서너개씩 넣어 만든

    논문, 보고서, 제안서 고쳐 주며 평생 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물론 사람이니

    치열하게 살면서 어디가서나 대우 받던 그 시절이 아주 생각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생활에 걱정 없고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연구과제비 받아 돈 세탁하며

    희희낙락하고 상급기관 연구원들 부부 동반해서 외국 여행까지 가며 지식인이네 하는

    인간들 얼굴 안봐서 좋고...시간 여유 있어 좋네요...물론 이런 생활도 남편이 든든하니

    가능하겠지만 어쨌든 원글님도 너무 조바심내지 마세요...생활비 걱정 없으시다면

    지금처럼 사시는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 14. 저도
    '09.2.24 3:06 PM (211.109.xxx.80)

    비슷하네요.
    다른 점은, 전 처음부터 교수직에 미련이 없었습니다.
    공부하고 학위하면서, 바라본 교수님들의 세계, 그분들의 생활이 그리 부럽지 않더군요.
    뭐랄까, 다들 아집에 사로잡힌 소황제들의 집단? 자신이 아는 지식 세계에 너무나도 맹신의 자세로 임하고 알게모르게 배어나오는 권위의식이 늘 감도는 분위기..
    제 모습이 그리 된다고 생각하면 좀 아득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끈은 놓지 않아요. 모교 포함 서울 소재 몇 개 대학에서 시간강사도 하고 연구소에서 연구원하며..번역도 하고..집안일과 육아와 겸업하려니 바쁘네요. 교수가 되면 안정적으로 월급이 나오고 안식년도 있고 여러 혜택이 있는 것은 물론 알고 있지만..앙앙불락하며 살고 싶지 않다고나 할까..아이 키우며 파트로 일하는 지금 생활로도 충분히 만족하기에 임용원서 한 번 낼 생각 안 하고 지냅니다.
    교수 안 되어도 얼마든지 공부는 할 수 있고 논문도 쓸 수 있거든요. 요즘에는 좀 부지런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어떤 보상을 받으려고 박사 한 거 아니니까 별 기대를 안하게 되나 봐요.
    무엇보다, 풀타임으로 일하는 남편이 있기에 이런 생각도 가능한 거겠죠? 제가 좀 안이한 것 같아 남편에게 미안하지만, 아이 잘 키워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남편도 별 불만 없습니다.
    세상사가..결국 자신의 한치 마음 속에 다 들어 있는 거 같아요. 다스리기 나름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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