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20대는 어떻게 보수화되는가

리치코바 조회수 : 379
작성일 : 2009-01-22 12:54:23
[판]20대는 어떻게 보수화되는가
노정태 | 포린폴리시·한국어판 편집장
댓글 0
ㅣ 3 ㅣ 0
1월20일, 경찰의 강제진압으로 인해 용산구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했다. 이런 세상이다. 20대가 ‘왜’ 보수화되고 있는가를 묻는 것은 우문(愚問)에 지나지 않는다. 그 참사를 겪고 난 다음에도, 용산구청은 “구청에 와서 생떼거리를 쓰는 사람은 민주시민 대우를 받지 못하오니 제발 자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힌 현판을 떼지 않고 있다. 돈 없으면 구청에서 민원을 해도 ‘생떼거리’ 취급을 당하고, ‘민주시민 대우’를 받지 못하다가 한겨울에 철거당하고 빈 건물로 내몰린 다음 목숨을 잃게 된다. 순우리말 ‘생떼거리’의 어감이 이토록 징그러울 수가 없다.

20대 문제에 대해 올바른 답을 얻고자 한다면 우리는 질문을 고쳐 물어야 한다. 20대는 ‘어떻게’ 보수화되고 있는가? 지금의 20대는 투쟁의 주역에서 ‘투정’의 주역으로 전락해버렸다. 그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감지하고 이용한 것이 바로 현 정부의 대선 캠프였다. 부산에 사는 청년 백수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영민씨. 그는 이명박 후보 지지 연설에서 자신의 아버지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직장을 잃었고, 어머니가 시장 바닥에서 반찬을 파는 것으로 가정의 생계가 간신히 유지되고 있다며 울먹였다.

힘든 취업위해 비굴해진 그들

이 후보에 대한 이씨의 지지 연설은, 청년실업 문제가 내포하고 있는 근본적인 모순을 포괄적으로 드러내준다. 그는 “어서 정권이 바뀌어서, 누가 어머니께 ‘당신 아들 어디 다니냐’고 물었을 때 어머니가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대기업 또는 공기업에 입사하거나, 공무원이 되지 않는 한 이 소원은 이루어질 수가 없다. 예컨대 ‘포린폴리시 한국어판’에서 일한다고 말하는 것은 자기소개의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 반면 ‘삼성전자’나 ‘조선일보’에 다닌다면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당당하고 말고는 개인의 태도 문제겠지만, 사회적인 대우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연봉으로 환산해보면 1125만원이 나온다. 종업원 300인 미만의 536개 중소기업에 들어간 4년제 대학졸업자의 초봉 평균은 1977만원이지만, 500대 기업에 들어갈 경우 평균 연봉은 3102만원으로 뛰어오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1125만원으로 시작하지만 소득 격차는 연차가 쌓일수록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주상복합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하는 사람과, 삶의 터전을 잃기 싫어서 ‘생떼거리’를 부리다가 목숨을 잃는 사람의 차이가 거기서부터 출발한다.

문제는 그 ‘번듯한 직장’에서 사람을 뽑는 방식이다. 공직자를 선발하는 과거 제도의 역사는 고려 광종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조선왕조 600년을 거쳐 일제강점기를 통해 현대 한국에까지 고스란히 승계되고 있다. 사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의 대기업은 중소기업에서 유능한 경력사원을 선발하는 것보다는, 공채를 통해 신입사원을 뽑는 것을 선호한다. 이 시험의 공통점은 응시자의 이력서를 꼼꼼하게 본다는 것과, 최후의 관문인 면접시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 약점 이용하는 기업과 정부

20대는 바로 그 면접관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도록 길들여지고 있다. 사법시험의 경우 올해는 10명, 지난해에는 11명이 심층면접에서 떨어졌다.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은 ‘자기 검열’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가령 촛불시위에 나갔다가 체포되어 경찰 기록이 남기라도 한다면, 분명히 불이익이 돌아올 테니까. 대기업 입사시험을 준비하고 있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재벌 그룹들은 나름의 인성평가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같은 질문 앞에서 젊은이는 소신대로 답하는 게 좋을지, 아니면 회사의 입맛에 맞는 대답을 해야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 ‘통박’을 굴려야만 한다.

20대가 ‘보수화’ 하고 있다는 표현은 그런 의미에서 적절하지 않다. 20대는 비굴해지고 있다. 한 손에는 월급통장을, 한 손에는 물대포와 곤봉을 들고 우리 사회는 20대를 ‘꺼삐딴 리’로 만들어가고 있다.

<노정태 | 포린폴리시·한국어판 편집장>
출처:경향신문
IP : 118.32.xxx.2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0대는...
    '09.1.22 1:15 PM (211.189.xxx.250)

    보수화가 된것이 아니고 비굴에 똘똘 뭉쳐진 콘크리트 일 뿐인것이죠.
    ( 물론 바른 생각을 가지신 분들도 많지만요.. )
    어느 블로거분의 말씀처럼 자신의 스킬업에만 정신이 나가있고 옆에 사람이 죽어 나가던 말던
    신경 안 쓰는 지라 딱히 보수가 되었다 라고 하기엔 진정한 보수이신 분들께는 모욕적인 언사가 되겠지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32879 온새미로님이 돌아가셨어여...... 133 ㅠㅠ 2009/01/22 10,324
432878 남편한테 요리 못한다는 소리 들으면... 11 요리못하는 .. 2009/01/22 915
432877 교회다니는데~ 제사드리는 분 계신가욤? 5 어쩌면 좋을.. 2009/01/22 777
432876 매곡정수장 물이 대구 전체로 보내지는건가요?? 9 어이쿠,, 2009/01/22 487
432875 명절에 직상 상사분께 선물 하시는지요? 8 dec 2009/01/22 1,255
432874 군대보내기싫어요 37 아들 2009/01/22 2,161
432873 나는 죽었습니다 (펌) 10 로얄 코펜하.. 2009/01/22 906
432872 일본어 잘하시는 분, 작문 좀 부탁드려요. 2 일본어 2009/01/22 366
432871 짜증난다 휘센. 3 짜증. 2009/01/22 597
432870 경북 의성에서 충남 당진까지.. 1 귀향 2009/01/22 314
432869 영작좀 부탁드릴께요 1 디저트레시피.. 2009/01/22 266
432868 보험회사 손해사정사? 궁금 2009/01/22 506
432867 BB크림 쓰세요???? 16 ^^ 2009/01/22 2,775
432866 살림을 잘하는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요??? 6 살림못하는여.. 2009/01/22 1,125
432865 대영박물관 아니죠~ 영국박물관 맞습니다^^ 10 캠페인 2009/01/22 713
432864 에어로빅이나 운동하시는 분~~~ 4 왕왕초보 2009/01/22 989
432863 S생명사의 싸가지 없는 직원 불만제기 후... 5 .... 2009/01/22 1,119
432862 연구교수? 14 sweet .. 2009/01/22 1,164
432861 세전 연봉? 9 연봉 2009/01/22 1,070
432860 누가 교양없나요? 65 교양 2009/01/22 5,057
432859 Dear M.B. 4 은실비 2009/01/22 551
432858 제사상에 곶감 꼭 놔야 하나요? 8 단감 있는데.. 2009/01/22 1,049
432857 [유모차 카페 행운 이벤트] 2000번째 가입회원을 찾습니다 유모차도우미.. 2009/01/22 248
432856 펌) MBC 장인수 기자님이 유치원 학부형을 찾는다는 좋은 정보임 3 유모차카페 2009/01/22 571
432855 반포자이 사시는 분들 알려 주세요..... 4 아들맘 2009/01/22 1,496
432854 경찰의 과잉진압은 답이 없어보이네요. 6 두렵습니다... 2009/01/22 321
432853 불에 타죽어도 좋을만큼 잘못한건가요? 4 모르겠습니다.. 2009/01/22 583
432852 무릎팍도사 고현정 편 보셨어요? 66 ... 2009/01/22 13,753
432851 펌)미국산 쇠고기 선물은 꺼림칙 9 2009/01/22 584
432850 이런경우 어떻게 해야하는건지(제증명발급) 1 재취업 2009/01/22 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