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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세종대왕 가문의 지독한 독서열

리치코바 조회수 : 622
작성일 : 2009-01-21 13:59:24
언론인 이상주씨 <세종대왕 가문의 500년 야망과 교육> 출간

    신향식 (shin1)  

세종대왕 만큼 우리에게 친근한 임금은 없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초등학생, 청소년은 물론 상당수 성인들도 존경하는 인물로 세종을 꼽는다. 한글 창제, 국경 확장, 문예 진흥 등 수많은 업적에 탁월한 지도력까지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세종에 관한 논문과 책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진다.
  
▲ '세종대왕 가문의 500년 야망과 교육'.  
ⓒ 신향식  세종대왕

걸출한 왕은 후손에게 분명히 남다른 훈육을 했을 것이다. 세종이 1대1로 자녀를 교육하지는 못했을 수 있다. 그러나 세종 삶이 후손들에게는 살아있는 교육이었을 것이고, 그 후손들 역시 남다른 삶을 살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전주 이(李)씨 123계파 중  세종 후손들의 활약은 무척 돋보인다. 특히 세종과 신빈 김(金)씨 사이에 난 밀성군 후손은 조선 최고 명문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세종의 영명함과 책임감을 이어받은 밀성군 후손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이들은 어떤 교육을 받았고, 어떻게 나라를 생각했을까. 바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책이 나왔다. 언론인으로서 밀성군 19대 손인 이상주씨가 쓴 <세종대왕 가문의 500년 야망과 교육>(어문학사)이다.

저자 이상주씨가 집안에 내려운 가첩과 문집 등 수많은 자료를 통해 고증한 이 책은 가문의 내력이자, 상류층의 삶이고, 조선의 역사다. 또 세종의 애민과 나라사랑이 이 집안에서 배출한 3대 연속문형(文衡=대제학大提學)에 6정승 8판서 등을 통해 어떻게 이어지는지도 알 수 있다. 조선 상류층의 흐름을 조망한 이 책은 한 가문의 야망과 몰락, 교육과 철학 등을 아홉 가지 주제로 분류하여 속도감 있는 문체로 풀어썼다.

이 책에서는 크게 다섯 가지를 읽을 수 있다. 첫째, 북벌이다. 국토 확장에 심혈을 기울인 세종 후손답게 이경여, 이민서, 이사명, 이이명, 이헌구 등은 대를 이어 만주와 대륙정벌을 위한 실행 계획을 세웠다. 비록 성공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지만 몇대를 걸치면서 가업으로 북벌을 추진했다는 것은 생각하게 하는 바가 크다.

둘째, 죽음을 초월한 독서다. 세종은 책벌레였다. 그 피는 몇 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았다. 대사헌 이민적은 식사를 한 아들에게 달리기를 시켜 소화를 촉진시킨 뒤 곧바로 책을 읽도록 했다. 촌음을 아껴 공부를 하게 한 것이다. 그 결과가 자신을 포함한 3대에 걸친 과거시험 장원급제였다. 정쟁의 희생양이 돼 죽음을 맞게 된 이기지는 아들에게 '독서'를 유언으로 남겼다. 또 좌의정 이이명의 아내와 며느리, 손자 며느리 등 3대 여인은 집안 남편이 모두 죽고 자신들은 노비 신분으로 전락해 귀양간 극한 상황에서도 책을 읽으며 밝은 세상을 기다렸다.

셋째, 이야기식(스토리텔링) 교육이다. 세종 가문의 특징은 남자뿐 아니라 여인도 책과 함께 살았다는 점이다. 그 결과 아이 교육을 담당한 어머니의 지성이 대단히 높았다. 이봉상 아내 숙부인 김씨는 직접 소학언해 등을 필사해 아들을 가르쳤다. 이인상 아내 숙부인 장씨는 남편 글을 잡아줄 정도였다. 특히 이이명 아내 정경부인 김씨는 논리성과 당당함이 살아있는 편지로 영조 임금에세 감사를 표시하고 또 항의도 했다. 이는 책을 많이 읽어 아는 것이 많았기에 가능했다. 교육과 연관해서 특히 눈여볼 만한 것은 이야기식(스토리텔링) 교육이다. 이경여 아내 풍천 임(林)씨는 이야기식 교육으로 아들 셋을 문과에 급제시키고 손자 셋을 정승으로 키웠다.

넷째, 혼맥이다. 사회 신분이 혼맥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옛날에도 요즘과 똑같다. 그래서인지 세종 후손은 결혼 상대 집안에 특히 신경을 썼다. 사돈을 정하는 기준은 학문적 깊이와 정치력 및 경제력이었다. 그 결과 사계 김장생의 후손인 광산 김(金)씨, 청음 김상헌의 직계인 안동 김(金)씨와 300여 년 간 통혼으로 조선 최고 문벌을 형성했다.

다섯째, 변명을 하지 않는 가풍이다. 수많은 고관과 학자가 배출됐지만 남긴 글이 많지는 않다. 사실 글을 많이 남겼다는 것은 정치적 혹은 학문적 이해관계에 의해 변명을 많이 한  결과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집안 사람들은 정쟁에 지면 변명을 하지 않았다.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였고, 극형을 모면하면 권토중래했을 뿐이다.

또 정국을 주도하는 노론에 속했지만 실각한 양반들이 눈여겨 보던 실사구시 경향을 보였다. 북경에서 조선인으로는 가장 많이 서양인 선교사와 접촉한 이기지, 서양 과학을 수입하고자 한 이이명 등이 대표 사례다. 세종의 손자인 운산군이 연산군을 몰아낸 것도 실사구시형 가풍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세종 가문의 이야기다. 하지만 세종이 워낙 우리 역사에,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이 큰 만큼 이 가문 이야기엔 우리 삶과 조선 역사가 축약돼 있다. 요즘 세상과도 맥이 닿는다. 특히 이 집안 독서열은 특목고를 향해 밤 11시까지 학원에서 지내는 아이들보다 더하면 더했다. 비교적 편안한 삶을 보장받은 명문가에서 지독하게, 때로는 목숨을 걸 정도로  독서를 했다. 그것이 학문을 이루는 길이었고, 가문을 융성하게 하는 지름길이었기 때문이다. 세종 가문 이야기를 읽으면서 청소년들의 지나친 공부를 우려하는 사람들에게 할 말이 많이 생겼다.

출처 : 세종 가문의 지독한 독서열, "밥 먹고 뛴 뒤 책 읽어라" - 오마이뉴스


IP : 118.32.xxx.2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리치코바
    '09.1.21 2:07 PM (118.32.xxx.2)

    아이들의 공부방해의 숙적은 "TV, 컴퓨터, 휴대폰" 입니다! 이 세가지에 몰입하는 것을 막고 독서(교과서 포함)에 쏟는 시간이 조금만 많아도 공부는 잘하게 됩니다! 아이들의 장래는 결국은 독서량에 좌우됩니다!

  • 2. 음냐
    '09.1.21 2:11 PM (71.166.xxx.64)

    감춰진 진실..........(다 아시려나)
    실록에 보면 세종대왕은 정말 혹독하게 공무원들 일 시켰다고 합니다. 하하하.

  • 3. 세우실
    '09.1.21 2:17 PM (125.131.xxx.175)

    세종에 대한 영정사진이 많이 내려오고 있지만 대부분은 성군이라는 이미지에 의존한
    상상화에 가깝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세종은 10대시절부터 몸이 났고 체구도 큰 사람이었다고 하지요.
    세종은 대신에 이 체구와 여기서 나오는 뚝심을 학문으로 푼 사람입니다.
    유학의 경전 뿐 아니라 역사나 법학, 음악, 천문학 등의 다방면의 분야에서
    전문가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하지요.
    군주였기 때문에 필요 이상의 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랬다고 하네요.
    (실록은 군주의 입맛대로 쓰여지는 것이 아니라는 거 알고 계시죠? ^^)
    경서 한권을 100번씩은 읽었고 딱 한 권만 30번밖에 못 읽었다고 아쉬워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해요.
    너무 독서에 열중한 나머지 태종이 과거 볼 놈도 아니면서 왜 이렇게 무리하게 하느냐며
    책을 모두 치워버리게 지시를 내리기로 했다고 합니다.
    대신에 글씨나 문장같은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해요.
    국왕에게는 만사를 재단할 수 있는 지식이 필요한거지 글씨와 같은 재능은 무용하다는 것이 세종의 뜻이었습니다.
    다만 조금 융통성이 없고 고지식하며 고집스러웠다는 기록도 있기는 합니다. ㅎ
    그리고 세종의 진가는 그 지식의 방대함이 아니라 바로 그 지식을 머리속에서
    정리하고 분석하는 능력이었습니다.

  • 4. 세종.
    '09.1.21 2:40 PM (163.152.xxx.46)

    지식의 방대함이 아니라 바로 그 지식을 머리속에서 정리하고 분석하는 능력..
    누구는 지식의 협소함 뿐 이나리 그 협소한 지식마저 정리, 분석 안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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