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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아내가 꺼내온 비상금 통장에..."누나 사랑해!"

감동사연 조회수 : 2,806
작성일 : 2008-11-29 02:50:14
월말이라 마음도 뒤숭숭하고 해서 퇴근하기 전 아내에게 소주 한잔하게 치킨을
시켜놓으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제가 집에 들어감과 동시에 치킨이 왔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저에게 돈을 내라고
하더군요. 순간 약간 기분이 상했습니다. 주머니를 뒤져 치킨 값을 계산하고
옷을 벗으며 아내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요즘 내가 돈이 어딨다고 자꾸 나한테 삥을 뜯냐?"
"당신이 먹고 싶다며? 그럼 당신이 돈 내야지?"
"내가 돈이 어딨냐? 요즘 용돈도 잘 안 주면서...이런식으로 자꾸 나한테 돈 뜯어가면
난 어떻게 직장 생활하라는 거냐?"
"당신 요즘 나한테 도시락 값도 안주잖아? 하루에 6,000원씩 계산해서 준다며 2주나
밀렸잖아?"
"그 대신 넌 나한테 용돈 안주잖아?"
이렇게 서로 옥신각신 말다툼이 벌어졌습니다.



부모님과 두 남매, 우리 부부 이렇게 6명 이서 치킨을 먹으며 치킨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먹다 소주를 몇 잔 먹었습니다.
취기가 약간 올라온 김에 아내와 방으로 들어가 2차전을 했습니다.



"이 오빠가 말이다..."
전 조금 심각한 얘기를 하려면 오빠라고 자칭합니다. 동갑이지만, 제가 생일이 좀 빠릅니다.
"이 오빠가 말이다..요즘 힘들다. 월말이고 회사 사정도 안 좋고..그리고.....
며칠 앞으로 다가온 아파트 마지막 중도금 때문에 지금 머리가 아프다.. 이 오빠가
내색을 안 했지만, 조금이라도 더 싼 대출 이자 받으려고 이리저리 알아보고 있다."




아내가 의외로 아무 소리 없이 제 말을 경청하더군요
"이 오빠가 말이다...주저리주저리"
"이 오빠가 말이다...또 주저리주저리"




드디어 아내가 입을 열었습니다.
"자기가 100만 원만 준비해"
"뭐?"
"100만 원 모자라니까 100만 준비하라고"
순간 뭐에 한대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저번에 샤시 중도금 낼 때 마지막 적금 깨지 않았냐?"
아내가 주섬주섬 이불을 깔면서
"이게 진짜 마지막 통장들이야..2-3개 깨면 대충 백만원 정도만 모자라고 나머진 될 거 같아"
아내는 피곤하다며 이불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때 필요한건.. 뭐?
스피드...가 아니라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저번 달에 지출이 생각보다 많아서..아버님 어머님 용돈 좀 올려 드리고, 김장도
해야 하고 해서 딱 채우려고 했는데 조금 빈다..."




이때 필요한 건...뭐?
이젠 스피듭니다.
전 바람처럼 아내의 작은 품에 제 큰 머리통을 들이밀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습니다.




"누나~~~사랑해"




아내가 코웃음을 치면 제 귀에 속삭이더군요
"나냐? 돈이냐?"
저도 속삭였습니다.
"그런 말이 어딨어...돈 많은 누나을 사랑하는 거지"


여기서 끝냈어야 하는데 제 주둥이가 일을 벌였습니다.
"내년에 잔금도..."

아내가 머리로 절 받아 버리더군요
"날 팔아라, 팔아"



그래서 제 아내를 팔거냐구요? 제가 미쳤습니까? 황금알을 낳은 제 누나를 팔게요~~^^




아내가 돌아누우면서 한마디 합니다.
"오빠도 수고했어, 근데 도시락은 먹을만 하냐?"




형우엄마..십수년간 살아오면서 우리가 언제 누구 말에 휩쓸리면서 살았나..
지금 윗대가리들이 아무리 허튼 소릴 해도 그냥 우린 지금처럼 우리 갈 길만 가자고..^^


IP : 119.196.xxx.17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쳇...
    '08.11.29 8:23 AM (121.131.xxx.94)

    이게 남자들의 로망이라고 얼마 전 친구한테 듣긴 했어요.

    돈은 가져다주는 것도 없고, 죄다 자기가 쓰면서....
    그런데도 어느날 아내가 턱하니 뭉칫돈 들어 있는 통장을 내미는 거(콩나물 값 깎아서 모은...ㅡ.ㅡ)

    그게 남자의 로망이라고 하더군요.....

  • 2. 별로
    '08.11.29 8:31 AM (118.47.xxx.63)

    감동이 안온다.....

  • 3. 아침도
    '08.11.29 8:44 AM (125.241.xxx.74)

    아침도 못먹고 아들네미 학교 데려다 주고 빈속으로 사무실에 있는데
    차암.... 기분별로다. 날씨도 우중충한데...

  • 4. 그러게요
    '08.11.29 8:45 AM (203.239.xxx.253)

    그냥.. 돈이 좋은거겠죠...

  • 5.
    '08.11.29 9:16 AM (210.180.xxx.126)

    짜증이 밀려옵니다

  • 6. 동상이몽
    '08.11.29 9:23 AM (222.120.xxx.69)

    남편의 감동...아내의 스트레스

  • 7. ....
    '08.11.29 9:28 AM (203.232.xxx.23)

    나는 정반대...아내의 금고신세가 된...남편.

  • 8. 참내
    '08.11.29 11:21 AM (59.22.xxx.32)

    이게 왜 감동사연???
    자기는 치킨 값 하나에 기분 상해서 결국 싸움까지 만들면서
    아내는 통장까지 내놓아야 하고. 이기심의 극치.

  • 9. ㅋㅋ
    '08.11.29 11:26 AM (116.124.xxx.189)

    리플에 내가 무안하네^^ㅋㅋ

  • 10. 아고라 나야나님글
    '08.11.29 12:40 PM (118.176.xxx.106)

    저 아고라 이야기방에서
    젤로 재미있게 읽는 나야나님의 글입니다.
    앞뒤글없이 이글만 펌이 되어있으니
    이런오해들이 있는듯싶어요.
    그냥 서민으로 사시는 분으로 큰아들이 5학년인데
    3대가 한집에 같이사신데요.
    이번에 아파트 입주할예정인데
    그 중도금글인것 같구요.
    그분의 글 읽으면 너무너무 재미나고
    소소한 행복감있는데..............

  • 11. 쳇2
    '08.11.29 1:37 PM (121.155.xxx.60)

    울 남편도 들어오는건 빤한데 몇년후엔 거금의 통장이? 하면서 바라는거 보면
    정말 남편들의 망상이라고 치부하기에도 지친다.

  • 12. 히히
    '08.11.29 2:04 PM (24.82.xxx.184)

    어, 나야나 님의 글이네요.
    이 분이 오래 연재(?)를 하셔서 이미 팬층도 확보하신 상태인데
    그간 써오신 글 쭉 읽어보시면 분위기 대충 이해하실 수 있으실거예요.
    저도 앞, 뒤 안보고 요 글만 달랑 보면 '으이구, 이 남자야..' 이랬을텐데
    안 그래도 아파트 곧 들어가신다고 좋아하셨던 것 같은데,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어쩌나
    오지랖 넓게 나름 걱정하고 있던 찰나에 아내님이 잘 해결해주신 모양이네요.
    혹시, 다른 글도 읽어보시고 싶으신 분은 다음 아고라 이야기방에서 '나야나' 검색하시면
    찾으실 수 있으실거예요.
    그냥 편하게 글을 잘 쓰세요, 저한텐 삼촌 얘기 듣는 것도 같고요.

  • 13. 별로
    '08.11.29 2:31 PM (220.117.xxx.14)

    글 찾아 읽고 싶지않네요

    스스로 감동하시고도 남으시겠어요

    박봉에
    부모님 모셔줘
    중도금 척척 해결해줘

    누나가 아니고 "엄마~~~" 해야할듯.

  • 14. 저라면
    '08.11.29 3:48 PM (211.187.xxx.163)

    죽어도 통장 안내놓죠...^^;;

  • 15. 아고라
    '08.11.29 6:20 PM (121.131.xxx.94)

    누군가의 글인지 이름까지 들은 마당이라...
    그래... 원래 안 그런 사람이란 걸 확인해놓지 않으면
    그 이름에 대한 선입견이 심어질 것 같아 아고라 갔습니다.

    결론은 그 뒤로도 두 개인가 더 읽었는데
    이 글에 달려 있는 것 같은 옹호성 댓글 또 있더군요...

    이 글만 읽으면 그렇지만, 나야나님은 원래 그런 분이 아니다..
    따뜻하고 재치있고 아내 사랑하고... 뭐....

    이 글 한편만 그러면 그런가 보다 하겠는데....
    세 번씩이나 그런 식이 되어버리니... 그 양반은 원래 그런 분인가 봅니다.

    나머지 두 글은... 아내와 12년 된 차의 공통점.... 이라면서 연비가 싸네, 승차감이 어떻네.. 하는 글이랑...
    명절 때 명절 당일날 저녁부터 그 다음날 다음날까지 밀어닥치는 손님들에 고생한 아내 얘기였지요...
    아내 고생하는 거 보면서 ㅋㅋㅋㅋㅋ 거리는 남편에 대한 비난이 많았지만
    전 당최...왜 명절 당일날 오후는커녕 그 다음다음날이 되도록 처가에는 가잔 소리도 안 하고
    ㅋㅋㅋㅋ 거리고 있는지 알 수가 없던데요...

    더 찾아보면 더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러자고 그 글들을 다 정독하기도 싫고... 그냥 여기까지.

  • 16. ㅎㅎㅎ
    '08.11.30 12:52 AM (222.98.xxx.175)

    외벌이 150 남편이 어느날 기분 나쁜일이 있었나 봅니다. 제게 괜시리 시비를 걸고 싶은데 걸 핑계가 없었지요.
    뜬금없이 모아 놓은 저금이 얼마 있느냐부터 시작합니다. 당연 얼마 안됩니다.
    아이 둘 어린이집도 보내야지 먹고도 살아야지...거의 없지요.
    거기서 부터 시작합니다. 결혼한지가 몇년인데 왜 돈이 이것밖에 없냐. 그렇다고 집에서 내가 딱 벌어지게 먹기를 하냐 옷을 좋은것 사입냐 용돈을 많이 받냐...등등
    저 입다물고 있다가 한마디 해줬습니다.
    4인가족 법정최저 생계비가 189만원이란다...내가 얼마나 모아놓아야 했니?(물론 존댓말로 합니다.
    그자리에서 깨갱하고 도망갑디다.
    저 글에 나오는 남자처럼 마누라가 비상금 적금통장을 샤삭~하면서 내밀길 기대했었나봐요?

  • 17. 비상금
    '08.11.30 1:57 AM (125.53.xxx.194)

    모으기 까지 얼마나 눈물겨웠을지 그려지네요..
    가끔 저도 내가 뭘 위해 이렇게 아끼며 사는지,,,라고 생각 할 때가 있어요.
    그냥 나도 예쁜거 사고 맛있는거 맘껏 먹고 살아도 되지 않나???
    그래서 그냥 요즘엔 막~~즐기며 살아요,,,스트레스 없고 오히려 행복하네요,, 통장의 돈 모으는 재미가 좀 덜해졌지만,,,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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