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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거짓말... 엄마의 미숙함...

아자아자!! 조회수 : 754
작성일 : 2008-11-07 13:21:47
앞에 아이의 거짓말때문에 걱정하시는 분의 글에 댓글을 달다보니
글이 길어져서 원글로 씁니다.

저희 아이...  7살 여자아입니다.
어젯밤, 거짓말 때문에 종아리를 때려놓고선 아직도 짠~한 마음이 가시지 않네요.
마음이 참 답답합니다.

없는 사실을 꾸며대는 지어내는 거짓말은 아니구요
뭐랄까.. 별거 아닌것에도 지적을 받으면 거짓말이 먼저 튀어나오는거겁니다.

예를 들어,
밥 먹기 전에 '손 씻었니?'라고 물으면 '응'
손 씻으러 들어간 것을 못보았기 때문에 미심쩍어서
'어디 손바닥 좀 보자'고 보면 손금에 땟자국이 있습니다.
아이는 워낙 자존심이 세서, 한 번 뱉은 말이니 계속 우깁니다.
그럼 저도 헷갈리지요... '알았어. 깨끗이 좀 씻지' 내지는 '거짓말 하면 안돼!"라고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뭐 뭐 했니?'가 아닌 '뭐 뭐 해라'로 바꾸려고 노력중입니다.

그런데 어제는 참 큰 일이 터진겁니다.
며칠 전, '엄마 병은이가 이렇게 하는거 갈켜줬어'이러면서 손가락 욕 몇가지를 하기에
'그건 욕이야. 나쁜거고 병은이도 그런거 좋지 않으니까 하면 안된다고 너가 이쁘게 얘기해줘.
그래도 자꾸하면 선생님께 말씀드려. 혼내키라고 말씀드리라는거 아니고
선생님이 아시면 왜 안좋은지 병은이에게 잘 설명해 주실거야.'

순간 당황은 했지만 당황한거 들키지 않도록 제딴에는 아이에게 잘 얘기한다고 했는데...
'욕은 좋지 않은 거니까 너도 공연히 다른 친구들에게 알려주거나 하면 안돼!'라고 약속까지 했는데...
피아노학원에서 친구에게 가르쳐줬답니다.

딸아이 친구가 지엄마에게 '이렇게 하면 남자애들이 무서워한대'라며 자랑을 했다는거예요ㅜㅜ
울 딸이 알려줬다면서... 어린 것들이 욕이 뭔지 알기나 하겠어요? 그저 재밌는 놀이(?)쯤인거죠.,,

약속한게 생각나서 딸아이를 불러 물었습니다. 그런데 대뜸
'얘기하지 않았다'면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거예요.
당사자인 친구와 친구 엄마도 옆에 있는데...

잘못했을때 하는 표정... 말도 안된다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게 더 화가 났습니다.
어쨌든 들통이 났고, '집에 돌아가거든 종아리 세 대를 맞자'고 했습니다.

점점 더 사회속으로 들어가는데 욕 뿐만 아니라 나쁜거 안배울 수 없습니다.
벌써 예전에 마음은 비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욕을 하면 안된다'라고 가르치지 않고
아기는 아기 언어가 있고 어린이는 어린이 언어가 있듯이 욕은 어른들이 사용하는 거라고...
너가 '응애~'하면 안되듯이 어른들이 하는 말을 하면 사람들이 널 미운아이로 볼거라고 가르쳤습니다.

친구에게 손가락 욕을 가르쳐준것 때문이 아니라,
사실을 숨기는게 너무 화가 났던거지요.

그럼에도 꼭 매서운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린 것이 최선이었나...
거짓말은 그나이 또래의 특성인거 아닐까?
잘 설득만 해도 저절로 없어지는거 아니었을까? 아직도 답답합니다...

매 들지 않고 키우려던게
벌써 세 번째 매를 들었답니다.

말없이 혼자서 옆집 친구집에 놀러가서 (그땐 너무 어려서 매랄 것도 없이 형식적으로)
엄마 물건 함부로 만져서대(차마 못때리겠더군요. 흉내만 냈어요)
그리고 어제...

이젠 컸다고 제법 매섭게 한 대 때렸습니다.
제발 다시는 매 들지 않게... 매를 무서워하게끔...

그 순간에도 엄청난 갈등이 있었답니다.
매가 무서워서 오히려 엄마한테 감추면 안되는데 싶다가
정말 고쳐져야 할 버릇은 큰 매 한 대로 빨리 고쳐줘야 하지 않나 싶다가......

어쨌거나
잘못하면 솔직히 말하고 엄마 잔소리 좀 듣는게 낫지
이렇게 아픈 매 맞고 엄마랑 서로 마음 상하면 안되지않느냐
훌륭한 사람은 잘못을 안한 사람이 아니고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는 사람이지 숨기는게 아니야
너가 맴매 맞고 지구만큼 아프면 엄마 마음은 태양만큼 아파~

거지 반은 아이를 설득하는 마음이었고,
거지 만은 매를 든 엄마를 합리화 시키는 마음 아니었나 고백합니다.

거짓말? 이제 컸으니 자연스러운거 아냐? 좀 이해해 주지 너무 민감한거 아냐? 싶기도 하고
워낙 자존심이 센 녀석이라 자기 보호하려는 거짓말 습관이 이대로 굳어질까 겁나기도 하고...

거짓말하고 들통나고 자꾸 서로 비밀 생기는 것보다
솔직히 말하고 돕자고 했어요 ㅠㅠ

말이 옆으로 샌 듯하지만 또 한가지 고백하자면
딸이 제게 뭔가를 감추려 드는 것이 더 무서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학교에 들어가면 엄마와 또 한 단계 멀어지는데,
점점 자신의 세계가 넓어지면 비밀이 생길텐데, 그자리에 거짓말이 껴서
정작 엄마가 필요할때 도와주지 못할일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까지...

정작 거짓말이 나쁜거라는 것 때문이 아니라 결국 그것이 더 무서워서 민감해졌나 싶고...
마음이 정말 복잡합니다.

매를 들지 않은 대신,
뭐든지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설득시키는 버릇이 되어서인지
워낙 자아가 강하고 센 아이로 키운 것 같습니다.

예전엔 그게 참 잘하고 있는 줄로 착각했었는데,
아이가 아이답지 않은 행동을 할때면
제가 아이를 너무 경직되게 키웠나 싶어 후회 하기도 했답니다.

때문에 의도적으로 라도 잔소리도 줄이고 아이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노력도 하고
무조건 편도 들어주고... 참 노력한다고 했는데
아이가 거짓말을 할 정도로 엄마가 무서운 존재인가 싶어
자꾸 자책이 들어요. ㅠㅠ

이렇게 또 한단계 엄마도 커나가는 거겠지만
참 힘이 듭니다. 엄마라는거...

선배맘들이 다 겪었던 단계라 이런 고민... 좀 그렇죠? ^^

거짓말... 7살의 특성인가요?
제가 지나쳤을까요?
답답함에 글이 길어졌습니다.

여기 글 남긴 것 만으로도 답답한 마음이 좀 풀리고 스스로도 정리가 조금 되네요.
오늘도 씩씩한 모습으로 이쁜 딸 맞이할 준비 해야겠습니다.

혹시 좋은 말씀 해주실 분들
아낌없이 응원해주세요... 매일매일이 미숙한 엄마 ㅡㅡ;;;;
IP : 211.209.xxx.40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자아자!!
    '08.11.7 1:38 PM (211.209.xxx.40)

    아참, 생각났는데,,, '손 씻었니?'에서 '밥 먹게 손 씻고 오세요~' 라고 말을 바꿨더니
    아이는 '손 씻었는데?!'라고
    '씻었는데 엄마는 왜 또 씻으라고 그래?'라는 식으로 아주 자연스레 대답합니다.
    에고고... 어떨땐 엄마가 하지도 않은 말을 우기기도 하구요 정말 사실인가 싶어질 정도로...
    물론 저도 상황이나 언어를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하지만 아이들도 그러나요?
    딸과 좀 더 친해져야 할 것 같아요

  • 2. 인나장
    '08.11.7 2:47 PM (211.47.xxx.22)

    원래 그 나이엔 그러지않나요?울딸도 다섯살인데여 그런편이에요. 제가 봤을땐 의도된 거짓말이 아니고 아직 어려서 그런 상황들이 중요한지를 몰라서 그러는거 같던데...

  • 3. 로또대박
    '08.11.7 4:07 PM (121.189.xxx.198)

    울아들이 초등1학년 겨울때 자기전
    "세수했니?"하고 물으니...

    돌아오는 대답. 당당하게
    "세수는 안했는데요..크림은 발랐어요.!!!!"

    원래 세수하고 로션발라야하는데
    세수하긴 싫고, 엄마안테 혼도 날것같고해서 대응책으로

    "세수안하고 크림바르기"였습니다.

  • 4. 과정~
    '08.11.7 6:15 PM (125.131.xxx.105)

    자라가는 과정이겠지요, 요즘 아이들이 똘똘해서 키우기가 더 힘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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