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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에게 쓰는 편지

남편이 조회수 : 565
작성일 : 2008-10-01 13:32:07
사랑하는 마누라에게

20년 동안  함께해준 당신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5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나올 때만해도 난 참으로 꿈에 부풀어 있었다오.
이젠 불규칙한 생활을 접고 아이들과 당신옆에서 잔소리도 들어가며 애들도 챙겨가는 보통 아버지, 남편이 되는 즐거운 상상에 젖어 시간을 보냈지요.

하지만 세상을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소.
사무실을 운영하는 동안 직장생활하는 기분으로 방만하게 운영을 했고 최선을 다해서 목표를 정해놓고 행동하지 않는 물러터진 사업으로 당신의 마음을 많이 애타게 했던 것 미안합니다.

또 집을 팔고 이사하면서 남은 거액의 돈을 주식에 넣고 그것으로 뭔가 큰 것을 만들어 보려던 생각에 무리를 하게 되고 결과가 여의치 않게 되어 당신에게 말도 못하고 혼자 벙어리 냉가슴 앓듯 지낸 시간들이 당신에겐 더 큰 멍울이 되었던 것 같소.

요즘에는 당신의 건강이 걱정이라오.
내가 성격상 다정하게 표현하는 체질이 아니라서 위해주는 말을 잘 하지 못하여 미안하오.
하지만 신장이 나쁜 사람에게는 안정과 휴식이 가장 큰 약인데 내 걱정, 애들 근심에 스트레스가 끊일 줄 모르는 당신을 보면서 정말로 나는 가슴이 찢어진다오.

아직 철없는 딸과 평생을 안고가야 할 아들의 약함이 우리에겐 큰 짐이 되고 있지만 우리 가족이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화합하고 기도하면서 나가면 이겨내지 않겠소?

내 나이 이제 오십을 조금 넘었는데 아직은 사지가 멀쩡한데 왜 희망이 없겠소. 애들도 뭔가를 해낼 수 있는 나이도 되었으니 조금 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봅시다. 이렇게 말할 자격도 없는 나이지만 그동안 너무 자격지심과 실패감에 잠겨 일에 대들어 보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던 것이 큰 잘못이라는 것을 느꼈고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대들어 볼 것이오.

이제부터는 앞을 바라봅시다.
지난날의 어둔 그늘은 돌아보지도 생각도 맙시다.
옆에 있는 가족끼리 서로 챙겨주고 다독여주고 힘을 줍시다.
다시 일어나 우리가 꿈꾸던 전원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건강하게 살아주길 바랍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아이들을 사랑하오.
그것이 내가 사는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오.
IP : 122.46.xxx.37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10.1 2:32 PM (119.65.xxx.47)

    어쩜 제 남편이 저 몰래 글 올린것 같은 내용이네요.
    저희도 명예퇴직하고 퇴직금으로 벌인 일이 잘 풀리질 않고 꼬이기만 해서
    상실감과 절망감에 젖어 우울증까지 겪고 이제는
    애들 생각해서 정신차리자고 다짐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부부입니다.
    맞아요..
    지난날의 어둔 그늘은 생각도 말고 앞으로 이 난국을 헤쳐나갈 방도 생각하며
    희망을 가져야 할거라 생각됩니다.
    이론은 알면서도 가끔은 후회와 좌절감이 자꾸 밀려만 오네요.
    원글님네도 앞으로는 뜻하는 바 모두 이루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저희도 역시 잘될일만 남았다 여기며 힘내려고 노력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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