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증권회사에 입사했다.
명동에 있는 지점에서 영업사원으로 근무했다.
97년 IMF를 겪으면서 볼 꼴 못 볼 꼴 다봤다.
같은 지점에서 자살한 사람도 봤고, 외국으로 도망간 사람도 여럿 봤다.
절친했던 고객 계좌 깡통정리하면서 눈물도 흘렸다.
그 후로 지금까지 주식 안 했다.
할 돈도 없었지만(그 때 당한 데미지 복구하는데 6년 걸리더라...정말 운이 좋았던 경우다.) 하고 싶지도 않았다.
요즘 주식시장 보니 그 때 생각난다.
그 때도 그랬다. 폭등과 폭락이 반복되었다.
지금이 바닥이라고 설레발 치는 인간들 많았다.
한국전력이 상한가를 치는데 상상을 초월하게 쏟아지는 매물이 다 소화가 되더라.
누구는 정부도 기관도 손 놓은 상황에서 '의병(개미)'이 주식시장 지켜내고 있다고 했다.
지금 단타로 재미보는 사람들 있을 거다.
진지하게 충고한다. 고만해라. 어느 순간 단타로 번 거 10배를 잃게 된다.
아무리 급등과 급락이 반복되더라도 결과는 정해져 있더라.
사흘동안 전광판이 하얗게 되는데 아무 생각이 안 들더라.
그렇게 의병은 전멸했다.
명예퇴직하고 몇 푼 받은 돈 빚갚는데 다 쓰고 주식계를 떠났다.
빚은 산더미처럼 쌓이고 어디 취직도 안 되더라.(당연하잖아!)
어떻게 세월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지금 주식시장이 바닥이라고 생각하는 분들...
진짜 바닥이 언제인지 아나?
바로 당신들까지 다 죽어야 그 때가 바닥이다.
정부, 기관 모두 손놓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안 하는게 아니라 못 하는 거다.) 그 때가 바닥이다.
지금처럼 어거지로 지수받치면 아직 바닥 멀었다.
살아남아라..살아남기 위해서 고통을 감수해라...팔을 버리고 목숨을 구할 수 있으면 팔을 버려라.
스스로 다리를 자르고 목숨을 구할 수 있으면 다리를 잘라라.
팔과 다리가 아까워서 머뭇거리면 목이 날아간다.
자라보고 놀라면 솥뚜껑보고도 놀란다고 하더라.
내가 그렇게 소심해졌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한테 몇 달 전부터 펀드 정리하라고 했다.
80% 수익이 15%로 떨어져서, 속상해서 못 팔겠다고 하더라.
가까운 인척이기에 강압적으로 정리하라고 했다.
지금 인사받는다.
난 이 소심함을 지킬 생각이다. 대범하게 대응할 생각 추호도 없다.
대범하게 대응하면 크게 죽더라.
한 번 제대로 죽고나면 회복이 안 된다.
그나마 6년만에 회복한 나는 행운이었던 거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충고한다. 절대 정부 믿지마라.
시장의 흐름을 믿어라.
수급이 깨지면 대통령 할애비가 와도 소용없다.
시중에 자금이 말랐다. 시중금리보면 알잖아?
강만수 말 듣고 안심하면 나중에 강만수가 책임져줄까?
만수의 범행은 우발적 범행이 아니다. 상습적 범행이다.(남들은 한 번 하기도 어려운 나라 망가뜨리기를 두 번 하다니...)
무료급식받으면서 이갈아봤자 소용없다.
노숙자, 되고 싶어서 되는 거 아니다.
희망을 버리고 냉정해질 때가 진짜 희망을 찾으러 나서는 때다...
10년 전 아픈 경험이 이 글을 쓰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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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을 보면서 드는 회상 (펌글)
ㅠ.ㅠ 조회수 : 463
작성일 : 2008-10-01 10:59:18
IP : 203.250.xxx.43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증권맨
'08.10.1 6:54 PM (121.162.xxx.94)저도 96년 증권사 입사해서 원글님 본 것 다 봤지요.
죽음, 횡령, 사기.....
단 5일만에 원금 1억이 마이너스로 되는 매매를 했습니다.
고객이 신용 풀로 사고 팔고 했는데 완전 거꾸로 매매 상하한합쳐 30%인데
상한가에 사서 하한가에 팔았다는 그것도 다음날 반대매매로 겨우 팔렸다는....
손님이 사라졌습니다.
저도 주식은 안하는데
하시는 분들보면 꼭 분산투자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투자금액의 일정부분(20%정도)만 주식하고 나머지는 리스크가 적은 곳에 투자나 예적금하길
조언하고 싶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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