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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보내면서 드는 생각

딸만 둘 조회수 : 669
작성일 : 2008-09-18 10:11:45
미리 밝히자면, 저는...그닥 명절 스트레스는 없는 집입니다.
막내며느리면서도 시어머님 모시고 살고 있지만, 시어머님한테서 받는 스트레스는 거의 제로에 가깝고, 그저 윗동서들과 아주버님들한테 스트레스 쫌 받고 있죠. 모시고 사는 사람 대접(?) 비슷한 건 하나도 못 받고, 아랫동서로서의 도리와, 모시고 사는 사람으로서 이 정도는 당연히 아무 불만없이 해야하는 거 아니냐는..어찌 생각하면 참 저를 억울하게 만드는 그분들의 생각때문에 좀 답답할 때가 있다...정도.

근데 명절 즈음해서 포털사이트 게시판이나, 여기 글들 보면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드네요.
딸만 둘인 저로선, 나중에 우리 딸들 사는 세상은 이렇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아주 크구요.^^

아들 가지신 어머님들께서, 제발 지금의 시어머님들의 사고는 갖지 않아주시길 바라는 마음도 아주아주 크구요. 하하하^^;

그리고, 저는 또 시누이가 될 입장이기도 하죠. 어쩌다보니, 남동생 하나에 여동생이 둘..그러니 남동생 부인 될 여자는 손윗시누이 둘에, 손아랫시누이까지 하나 붙으니, 이거 원...남동생 장가나 가겠나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울 엄마한테도, 절대 장가 보낸 뒤엔 남이겠거니 하시라고, 잘만 살면 그만이다 하시라고 누누히 말씀을 드립니다.
남동생에게도, 너한테 지금은 내가 소소하게 용돈주며 신경도 써주고 하지만, 장가가면 끝이다. 왠만한 우리 집 큰 행사 아니면 그냥 거리 두고 살테니, 누나 없는 셈 치고, 늬들 사이에 무슨 일 생겨 다투게 되도 엄마나 누나한테 입도 뻥긋 말고 알아서 해결해라, 명절때 못 만나도 되니까 알아서 친정 일찍일찍 가게 하고, 아님 한번씩 나눠서 친정 먼저 가는 걸로 정하든지 해라...등등등. 암튼 귀에 못이 박히게 결혼하면 두집에 똑같이 하라고 엄청 세뇌를 시킵니다.

제가 아들이 있었으면, 아마 아들한테도 이러지 않았을까 싶네요.

남편은, 제가 요리를 하면, 알아서 주방에 와서 밥 푸고 숟가락 놓고 반찬 놓고, 밥 먹으면서 아이 밥 먹이는 거 챙겨가면서 같이 먹이고, 먹은 후엔 자동적으로 설거지를 시작하는 사람입니다.
맞벌이일때는 물론이고, 아이 둘되면서 외벌이 된 지금도 출근 바쁠때 아니면 다 그렇게 하구요.
시댁식구들이든 친정 식구들이든 외부에서 같이 식사할 일 있어도, 늘 아이 챙기는 것도 남편이 하는 편이죠. 제가 밥 먹는 속도가 느리고 자기는 빠르니, 아이를 먹이면서도 식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는게 그 이유구요.

어머님도, 남편이 설거지 하고, 같이 청소하고 하는 걸 아무렇지도 않아 하십니다.
오히려 가부장적이고 손하나 까딱 안하는 둘째 아주버님때문에 그 형님이 고생한다고 딱하다 하시는 편이시죠.

이런 환경이라, 저희 딸들은, 설거지는 누가 하는 건가 하는 질문에 당연 아빠라 하고, 식탁을 준비하는 사람도 아빠라고 대답합니다.
제 친구들 집들 중에서도 이런 집이 워낙 많아서, 아이들끼리 소꿉장난 하는데 자기네들끼리, 설거지는 아빠가 하는 거라 하는 아이들이 꽤 되고, 아니라고 엄마가 하는 거라고 몇몇이 틀렸다고 트집잡고..이러는 분위기 보면서 아빠들이 평소 어떻게 하는지 다 나온다고 웃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근데 결국 명절이 지나고 이런 분위기들을 보면...
지금 우리 딸들 중 많은 아이들이 이런 가정 분위기에서 자라고 있는데, 아직도 역시 많은 아이들은 지금의 우리 세대와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도 있을 거라는 거잖아요.
여전히 말도 안되는 차별을 하는 시부모와, 자기 집과 부인의 집은 완전 다른 차원으로 생각하는 남편들..이런 모습 보고 그런 환경에서 자라는 아들들이 있을테니, 나중에 그런 아들들과 딸들이 만나고, 그때 생기는 갈등 역시 엄청 나지 않을까 싶네요.

저희 형님만 봐도, 저희 집에 명절때 오시면(어머님 모시고 사는 관계로 모든 행사는 울집에서T.T), 상차릴때 꼭 딸만 불러서 시키시더군요. 형님 딸 하나 아들 둘인데, 아들들 다 초등 6학년이니 시킬만 한데도, 늘 딸만 시키고 아들들은 아주버님과 티비보고 앉아있습니다.

저는 남편 불러서 가져가라 하죠. 그러면서 늘 아들들도 좀 시키시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받는데, 동서는 딸뿐이라 그런다는 말 할까 싶어서 그냥 그러고 맙니다. 저랑 남편이 둘째 딸 낳고도 이쁘고 좋아서 아무 생각 없는데도, 저한테 계속 뭔가 섭섭한게 있는거 아니냐며 나름 돌려 묻는 듯이 몇번을 추궁하든지..ㅎㅎㅎ

부탁드리고 싶어요.
익명이니깐두루...^^
아들 있으신 어머님들, 아들도 딸도 다 같이 똑같이 너무나 이쁜 자식들이니까, 우리 다 같이 이뻐해주고, 마음 헤아려주고 그러자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건, 아이들의 행복이니까 그들끼리 잘 살게 해주자구요.
물론 딸가진 부모님도 마찬가지죠.

명절이 도대체 왜 있는지 정말 알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명절 끝에 쌈나고 사람죽고 마음다치고...
가족간에 훈훈한 어쩌구, 다 개풀뜯어먹는 소리가 되어버리는 걸요.

이왕 명절을 없애진 못할바엔, 정말로 가족들 모두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모두가 행복한 명절이 되었으면 싶네요.
IP : 219.254.xxx.138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오늘
    '08.9.18 10:14 AM (58.226.xxx.22)

    오늘 아침에 한겨레 신문에 공지영이 쓴 명절 얘기 재미있더만요.
    게으른 그러면서 멋진 시어머니가 되겠다고....
    싱글맘 입장에서 썼는데 은근히 부럽더라구요...

    우리때는 지금처럼은 아닐 거 같아요.

  • 2. 딸엄마
    '08.9.18 10:35 AM (124.56.xxx.81)

    명절이 바뀌지 않는 이상, 우리 딸은 절대 시집 안보낼겁니다. 혹 가고싶어 하거들랑 외국으로 보내서 외국남자랑 하라고 할겁니다. 이 나라에서는 절대로, 제 눈에 흙 들어가기 전까진 안됩니다.!!!
    우리 딸 지금 4살인데..... 그때되면 바뀌겠죠? 바껴야하는데... 어휴..썩을..

  • 3. 공감합니다
    '08.9.18 10:36 AM (121.139.xxx.98)

    요즘 아이들은 확실히 달라질것 같습니다.
    오히려 우려되는것은 시집살이 해 본 사람이 시킨다고
    지금 이런 모습들을 아는 우리세대들이 마음 비우기가 더 힘들것 같아요.
    막상 내가 당할때는 나는 켤코...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답습하게되는...

    맘 야무지게 먹고 내가 나를 통해서 행복해지고 싶어요.
    자식이나 그들의 배우자를 통해서 나를 확인하려 들지 말구요.

  • 4. 들은 이야긴데...
    '08.9.18 5:28 PM (59.27.xxx.133)

    프랑스처럼 되지 않을라나 싶어요...
    가부장적이고 슈퍼우먼의 여성상이 팽배해 있어서리...
    결혼의 짐을 여자들이 지기 싫어해서, 동거가 많다고 들었어요...
    우리 사회도 그렇지 않을까 싶네요... 저도 딸 시집 안보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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