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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풀의 힘

버리려고 했는데 조회수 : 779
작성일 : 2008-09-15 22:38:42
우선 82쿡에 제가 자판을 두드리게 된 배경을 얘기 하자면..
저 한 게으름 합니다..그런데, 이번 연휴는 짧아서 어른신들과 동서네가 우리집으로 오겠다고 합니다..
동서네는 서울에 있으니 1시간 거리이니 결혼 한지 10년 되었지만 우리집에서 한다고 하니 부담감이 천배..만배 였습니다..
제가 원래 걱정을 사서 하는 사람이라..그런 사람이 왜 그리 정리정돈이 안 되고..게으른지..
우리집에 골칫거리가 한두개가 아니지만, 워낙 살림에 소질이 없다보니 남편도 포기한 상태 입니다..
그나마 남편이 주말부부라 크게 터치 하지는 않으니 저도 숨쉬고 살고 있습니다..

이사 올때 부터 욕실에 있는 수걸걸이 봉이 하나 있는데..하나 밖에 없어서 너무 불편 했습니다.
어쩔땐 걸레도 빨아서 널어야 되고, 여름에는 얘들 수영장 갔다 오고 나서 수영복이랑 수모랑 2개씩 늘어야 되니
하나 만으로는 모자라서 거금을 주고 마트에서 봉을 하나 더 구입 했습니다..
나사를 조으면 진공이 되어서 딱 타일 벽에 딱 붙은거 있죠...나사 조을때 혹시나 떨어질까봐 그렇지 않아도
얘 둘 낳고 손목이 약한데 손목가지 비틀어 가면서 조았습니다..
근데 이거 웬걸, 수건 하나만 걸어도 툭 떨어지고..나 참 비싼 가격에 정말 얼굴을 못 드는 정도 였습니다..
아무리 입깁으로 호호 불어서 이물질 닦아 내고  붙여도 봤고,
우리 아이들도 험하게 막 키우는데..그 봉 만큼은 제가 얘기 다루듯이 금이야 옥이야 했습니다..
그렇게 금이야 옥이야 한 그 봉은 0.1키로 무게나 있는 정도의 샤워타올 (수건말고, 샤워할때 비누칠 할때 사용하는거 있죠..)만 걸어 두고 애지중지 했는데도 얼마나 잘 떨어지는지..
이제는 정말 이별의 순간이 다가 왔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 82쿡에서도 살림 늘리지 말고 필요 없으면 버리라고 했지..이런 애물단지 비싼돈 주고 구입 했지만
보내는 사람 미련 없이 진정으로 보내려구 했습니다..
마지막 동아줄을 잡는다는 심정에 82쿡에 의뢰를 했더니 수많은 5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보니"님의 댓글은  제 심정을 이해하셔서 마음의 위안도 받았고, 같은 동지로써의 비애도 느꼈습니다.
"점3개"님과 "사인"님은 그 가문에서만 내려온다는 강력한 비법을 알려 주셨지만 한 게으름 하는 제가
실리콘이나 달걀흰자를 바르기에는 먹는것도 부실해 체력이 약한데 에너지 소모를 하기가 귀찮았습니다.
"점1개"님 희안하게도 물풀을 바르라고 하는데 과연 효과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양면테입"님은 양면테입을 붙이라고 했는데 요즈음 가정경제도 좋지 않은데 양면테입 살 돈이 없어서..
남편이란 사람은 어찌하여 보너스도 없는 회사에 다니는지..양면테입만 원망 했습니다.
어르신들 우리집에 오신다고 하니 천년만에 한번 대 청소를 했습니다..돌아다니는 문구는 얼마나 많은지..
클럽..가위..색종이..등등등...딱풀10개...기적같이 물풀1개..
요즈음 물풀을 잘 사용하지 않으니..아마도 어디선가 사은품으로 받은 물풀이였습니다
물풀로 진공흡착기 봉을 붙여 놓고 아무것도 걸지 않았습니다..손 끝하나 되었다가 또 자살을 할까봐 고이고이
모셔 두었습니다..우선은 욕실을 방황하지 않고, 자리만이라도 잡고 있으니 제 맘도 한결 뿌듯 했습니다..
추석에 친척들 모여 차례 지내고, 동서네 아직 돌도 안된 아기는 기어다니다가 욕실 앞에 있는 발닦개에 물을 엎지르는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저와는 반대인 한 부지런한 동서는 얼른 발닦개를 치웠습니다..
저는 동서가 발닦개를 빨래통에 놔두었던가..아님 빨아서 옥상에 널었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런 이런...진공흡착기에 동서가 발닦개를 걸어 놓았습니다..
걸레하나, 수건하나 걸지 못했던 여리디 여린 봉을 어찌 하여 그 묵직한 발닦개를 걸어 놓을 과감한 생각을 동서는 했는지..
저는 약한척하고 내숭 떨었던 그 봉이 괘씸한 마음에 어쩌나 싶어 보았더니 하루 넘게 걸려 있어도 그 시련을
이겨 내더군요..
시련을 이겨 낸 봉을 보고 저는 82쿡의 힘에 놀랐습니다..
언제는 필요없는 살림 다 버리고 나를 선동할때는 언제고...버리려고 했던 봉을 강력한 파워로 다시 태어나게 해준 82쿡의 지혜에 감동을 했습니다..
하여튼 전 82쿡에서 다 버리라고 하여, 사용하지 않는 전선 다 버렸더니..이번에 남편이 와서 인터넷 공유기 아탑다 어디 있냐고 하길래.. 시치미 뚝 떼고 있습니다..
내가 언제 그런거 만지는거 봤냐고..형광등 하나 못 가는 내가 전선은 만지지도 않았다고 오리발 내밀었습니다..
남편한테는 좀 미안하네요..

너무나도 사소한 질문에 댓글 주신 수많은 5분님..정말 감사합니다..
오늘 저녁까지 대접하고..어르신들도 가고..동서네도 가고 조용한 이 야심한 밤에..감사하다는 말을 꼭 적고 싶었습니다..
지혜가 샘 솟는 82쿡 떠날래야 떠날수가 없습니다..

IP : 61.109.xxx.207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물풀...
    '08.9.15 10:52 PM (121.140.xxx.59)

    제목 오타 났어요.
    물품이 무슨 힘이 있나 클릭,ㅋㅋㅋ

    그러게요.
    여기는 말 그대로 인터넷 백과사전 같은 곳이에요.
    저도 여기 알고는 목에 힘주고 아는 척하며 산답니다.
    그런걸 어떻게 알았어?
    매일 듣는 이야기죠, ㅎㅎㅎ

  • 2. ...
    '08.9.15 11:10 PM (220.85.xxx.105)

    제가 실리콘댓글쓴 점세개예요 ㅎㅎ
    후기 써준 원글님이 더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잘난척 해놓고는 사다둔 실리콘 입구가 다 말라버리는 불상사가 생겨서
    이 비싼걸 또 굳을걸 또 사야하나 했는데 저도 당장 물풀 바르러 갑니다
    샤워수건 넣어둘 흡착식비누곽을 샀는데 밤마다 한번씩 우당탕거려서 고민중이었거든요
    이런 사소하지만 아무도 안알려주는 생활의 지혜 너무 좋아요!!!
    그나저나 물풀님은 어떻게 아셨을까 궁금해지네요

  • 3. ㅎㅎ..
    '08.9.15 11:19 PM (58.122.xxx.19)

    제가 잘 버리는형이구..제남편은 절대안버리는형...가끔 당신때문에 버렸는데 지금쓸려니없다,,라는 원망듣습니다..원문하고는 딴얘기지만 우리집생각이 나서요^^

  • 4. ㅋㅋ
    '08.9.15 11:54 PM (123.111.xxx.193)

    저도 잘 버리는 형...
    아낌없이 버리고 나중에 필요해서 후회하는...
    가끔 명절 지나면 친정아버지 전화 와서"**가 없는데 니가 버렷냐?" 하신다는...ㅋㅋㅋ

  • 5. 재밌네요
    '08.9.16 9:15 AM (61.104.xxx.53)

    글 정말 재밌게 쓰시네요^^
    저도 물풀 기억해 뒀다가 쓸 일 있을 때 써봐야겠어요~

  • 6.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08.9.16 10:45 AM (203.128.xxx.8)

    바람직한 후기네요..ㅋㅋㅋ

    종종 후기 올려주세요.

  • 7. 글도
    '08.9.16 11:48 AM (218.153.xxx.138)

    재미있고
    내용도 유익하네요.

  • 8. 양면테잎
    '08.9.16 1:46 PM (58.233.xxx.51)

    저 양면테잎이어요..
    어서어서 가정경제가 살아나서 남편님 보너스라도 나오걸랑
    초강력 울트라 캡숑 양면테잎 하나 장만하시길 빌어요..물풀에게 밀릴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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