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노력으로 ‘88년 무적자 恨’ 풀게된 할머니
입력: 2008년 09월 10일 17:59:50
“눈을 감기 전에 내 이름을 갖게 됐으니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어. 몸이 아파도 투표는 빠지지 않고 할 거여.”
88년간을 호적 없이 무적자(無籍者)로 살아온 권영희 할머니(전북 익산시 삼기면·사진)가 한 공무원의 도움으로 난생 처음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게 됐다.
38년 전 익산 삼기면에 사는 송모씨(작고) 후처로 들어온 권 할머니는 자신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출생신고는 있을 리 없고 주민등록증도 발급되지 않았다.
동네사람들은 그를 ‘권씨 할머니’라고 부르다 ‘영희’라는 이름도 붙여줬다. 이웃간 편리를 위해 붙여진 이름이었지 법적, 행정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한 이름이었다. 권 할머니가 익산시청 조경주씨(46·사회복지7급)를 만난 것은 2002년. 당시 삼기면사무소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조씨는 할머니 사연을 지나치지 않았다. 이때부터 할머니가 정식 이름을 가질 수 있도록 법원과 할머니 거주지를 오가며 성과 이름을 찾으려 했지만 허사였다. 조씨는 할머니의 원래 이름을 찾는 일이 어려워지자 현재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법원에 성본 창설허가(성과 본을 부여받는 것)를 지난 6월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연말쯤 손에 쥘 수 있는 주민등록증은 ‘내 생일은 보릿고개 근처’라는 할머니의 말에 따라 태어난 달은 보리가 익어가는 ‘5월’로, 날짜는 ‘어버이날’을 뜻하는 ‘8일’로 결정했다. 태어난 해 역시 사별한 남편과 만난 시점 등을 고려해 ‘1920년’으로 했다.
<익산 | 박용근기자>
출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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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이 공무원 같다면...
리치코바 조회수 : 480
작성일 : 2008-09-11 12:09:05
IP : 203.142.xxx.171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그나마
'08.9.11 12:10 PM (218.38.xxx.172)이런 직무에 충실히하는 공무원들이 있어서 다행이예요
2. 유리성
'08.9.11 12:38 PM (121.133.xxx.137)오랜만에 들어보는 훈훈한 이야기...
모든 공무원들을 무어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권력에 휘둘리는 몹쓸 사람들은 이제 정신좀 차렸으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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