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0년만에...

[답답이]

결혼 20년만에 생활비 전권을 남편에게 넘겨 줬습니다.



저는 가계부를 쓰지 않는 전업 주부 입니다.

아니 쓰기 싫어 합니다.



저의 옹색한 변명은  모든 지출과 수입이 통장 내역서에 나와 있고

대부분의 지출이 크레딧 카드로 이루어지며

공과금납부도 통장에서 기록되며 빠져 나가기에

따로 가계부를 쓸 필요가 없다는겁니다.

또한 저는 낭비를 거의 안합니다.(이부분은 자타가 공인함)

아니 할 돈이 없었다가 맞지요.



남편은 평상시에 전혀 가계 경제에 대해 관심이 없습니다.

심지어는  월급이 얼마이고 매달 얼마가 정확히 들어 오는지 모르고 그냥 믿고 맡깁니다.

그러다가 잔고가 얼마인가 묻고 거의 바닥이다 싶으면 한번씩 가계부 검열을 할려고 듭니다.

돈 안버는 주부는 그것이 직업이여야한다는 믿음이 있는듯 하지요.



오늘도 일년에 한두번 있는 정기 검열을 하고 싶어하고 그러다가 한바탕 했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할말이 많습니다.

통장을 보면 하나도 틀리지 않고 다 나온다.그러면서 통장과 크레딧 카드 청구서를 보여 줬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내가 직접 계산한걸 보고 싶어합니다.



저의 결혼20년은 친구들과 점심 식사한번 제대로 한적이 없을 정도로 알뜰하게 살아 왔습니다.

저에대해서 쓰는 돈은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일년에 세일 많이하는 옷으로 한,두개.화장품도 한세트사면 일년이상 써요. 그것도 큰돈이라 남편이 사주는 형식으로 받지요.)

그부분은 남편도 인정하지요.



임신하고 전업주부로 들어앉은후

전 잔고가 얼마냐라고 묻는 질문에 많이 예민해져 있습니다.

잔고가 많이 내려가 있다면 가계부를보자..., 왜그런가하며 추궁하기 시작합니다.



분명 생활비 이외에 쓰는모든 돈은 의논하고 썻고

남편도 필요한거 은근히 사들이면서 모든 돈은 내가 다쓴것처럼, 내가 살림 잘못하는양 몰아 부치는겁니다.

월급쟁이 살림살이 다그렇겠지만 항상 들어가고 나오는돈은 제로 입니다.

매번 아둥 바둥 살면서도 지나놓고 보니  중년층이라 할만큼 삽니다.

살림규모는 커졌지만  생활은 항상 빠듯합니다.

아이들 등록금 같이 큰돈은 묻어둔 돈에서 꺼내 씁니다.



나도 이제 흰머리나고 중년인데

할만큼하고 살았는데...

매번 가계부 안쓴다고 뭐라할땐 정말 속 상합니다.

별로 쓸것도 없는데... 굳이 계산싫어하는 나를 하게 만들어야하나...

남편은 내 이런기분 이해 못하지만

나의 열등감때문인지 정말 울적해집니다.

내가 먹는 밥은 아깝다고 하는건 아닐까 싶기도하구요...



그래서 저의 통장이랑 크레딧카드, 갖고있던 지폐 몇장 다 내 놓았습니다.

모두 가위로 잘라버렷지요.

나도 내 놓으니편해지네요.

모든돈 얻어쓸려면 자존심이 상하겠지만

그래도 더이상 관리하지 않는 남편 의 가정경제에 대해서 왈가 왈부하는건 듣지 않아도 되니...



지금까진 아이들 레슨비같은것도 힘들다면서 시킨다고 한번씩얘기를 할때마다

그것도 내가 남편 몰래 쓰는 돈인양 힘들어하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것 안하고 아이들에게 그것 시키면서

그래도 통장 관리를 내가해야 그런것을 할수 있었기에

꾹 참고 했었는데...

이젠 아이들이 대학가고 내년이면 또한놈 가고 그러니 더이상 남편 야단 들어가며

엄마로서 해야할일은 없을것 같기에 그냥 손을 놓았습니다.

고맙게도 아이들이 돈 들인것보다 잘하고 나름대로 보람을 느낍니다.

그래서 남편도 인정하고 대견해 하지요.



이곳은 제가 푸념을 하기엔 젊은 사람들이 많아 챙피합니다.

그래도 간혹 나이드신 분들이 계시기도 하고

누구에게도 얘기 할수없는 챙피한 가정사 인지라 그냥 넋두리 해보고 속 풀어 보고 싶었습니다.

댓글 다시는것에 남편 욕하는것 하지 마시고요...(그나름대로 장점이 많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사는 사람입니다.)

저에 대해서도 많은 평가 하지마시고 언니처럼 동생처럼 넋두리 들어주는것 마냥 읽어 주세요.

그냥 이러고 나면 훌훌 털어 버릴수 있을것 같아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전 많이 찔리네요. 맞벌이긴 하지만. 돈관리는 제가하고.. 재테크는 좀 하지만

그만큼 쓰거든요..ㅎ 다행히 남편은 잔고가 얼만지 묻지도 않고 또 얼마있는지도 잘 모르고

관심도 없어요.. 그냥 잘 하려니~ 하는것 같네요.그래서인지 남편은 아껴쓰라고 닥달하고

전 사고싶은거 있음 몇번 참다가 사요.ㅋㅋ

너무 스트레스 받으실것 같네요. 진짜 뻔한 수입에 뻔한 지출들인데.. 실질적으로 저도 생각해보면 현금지출은 가끔 타는 택시나 소액들뿐인데..그런것까지 가계부를 써서 검열? 을 당해야한다면.. 가계부를 쓰는 취지에 맞지 않네요.돈의 흐름을 알아서 과소비를 줄이자는게 원래 취지인데. 불필요한 노동일 뿐인것을..

잘 넘겨주신것 같네요. 그리고 곧 돌아올것 같아요. ㅋ 화이팅하셔요!

[맞아요]

곧 돌아올 것 같아요. ㅋ

그리고 그 동안 수고하셨어요. 남편분께서 왜 계산을 해서 보여달라 하시는지 알 것 같아요.
한 눈에 보고싶으신 거겠죠. 정작 관리하는 사람에게는 크게 필요 없는건데... 쩝.
직접 해보시면 아시겠죠, 뭐..

[이해됩니다.]

그 기분이 이해됩니다.
저도 다 집어 던져주고 싶을 때가 더러 있습니다.
정말 일년에 두어번 정기적으로요.

[우리집도]

님댁이랑 똑같았어요
그게 좀 일찍 일어났어요
둘째가 태어난 38세에 제가 남편에게 넘기면서
대형마트에서 장보는것도 맡겼어요
몇달 살아보니 제가 얼마나 돈을 안쓰고 살았는지 알더군요
저도 옷하나 안사입고 퍼머도 이삼년에 한번하니 씀씀이가 뻔하잖아요
거기다 애들 학원도 과외도 한번안하고 ....피아노 미술은 했군요...
애들 사교육비가 안드니 재산은 많이 늘긴했어요
지금도 제가 귀찮다고 통장이고 돈이고 관리안합니다 낼모레면 오십입니다
남편이 통장 관리후 시댁식구에게는 인색해 졌고.
제게는 오히려 후해 졌어요....자기가 번돈을 젤 아까워하는 사람이 아내란걸 안거죠
가끔씩 목돈도 찿아 주면서 용돈하라고...
근데 쓸데가 없어요. 82에서 놀다보면 하루가 금방가죠
돈쌓이는 재미가 좋아요
82는 제게 일석 다조의 공간이군요

[헐~~~]

오랜 직장생활로 남편에게 돈 타서 쓰는 전업주부야말로 세상에서 젤로 팔자좋고 태평한 사람 아닌가 하는 부러운 마음이 살짝 있었는데.........

님의 글을보니 힘이 납니다요......에고고.........근데 잘하신것 같아요.
아마 좀 뜨금 하시겠죠.

[남자들은]

물가가 얼마나 비싸고 생활비가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지 절실하게 알지못하는것 같아요.
넘겨주신거 잘하셨어요. 조금 해보시다가 아마 바로 넘겨주실껄요!
그리고 원글님이 잘 하시고 계시다는것도 아실꺼예요~^^

[같은맘...]

님의 글처럼 저도 전업주부입니다.
저도 나름대로 열심히 산다고 사는데...가끔 한번씩 그놈의 돈 때문에..
서로가 싸움아닌 싸움을 하죠..그땐 정말 미칩니다..
진짜 속상해서 통장.도장.카드 다 넘겨주면
그땐 사알짝 고개숙이며 아껴쓰자 이말 한마디하고는 사라집니다..
그럼 속 다 타버린 저는 엄청 속상해요.지금도 한바탕 했네요 에~~고 돈이 웬수지....
저도 이참에 확 넘겨줄까요...??근데 울신랑 그거는 또 안 받네요...
에고 쓰고 보니 울신랑 욕아닌 욕 한거 같아 쪼금 미안하네요..ㅋㅋ

[원글님]

매번 필요할때 마다 돈을 타서 쓰지 마시고
원글님이 필요한돈 화장품비나 미용실비등
용돈 정해서 남편분께 달라고 해서 한달에 한번
타서 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