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펌] 의경들에게 친절해야 하는 이유 - 박노자 교수

풀빵 조회수 : 571
작성일 : 2008-07-30 10:41:13
박노자 교수는 러시아에서 출생해 한국사학을 전공하고 러시아와 한국에서 강의를 하다가 귀화하여 한국인이 되고 현재는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대학에서 한국학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이 분이 귀화한 이유는 '한국학을 한다는 사람으로서 한국인과 운명을 같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과 '국적과 혈통을 대개 동일시하는 많은 한국인에게 '화두'를 하나 던져보고 싶은 생각'에서 였다고 합니다.('당신들의 대한민국' 중)

방학 때면 한국으로 돌아오는데 오늘 신월동 성당에서 짤막한 강연을 하신다고 합니다. 가까이에서 뵐 좋은 기회이니 놓치지 말고 강연 들으러 오세요.

============================================================================================

내일 (수요일) 저녁, 약 8시에 양심선언을 한 이길준 이경이 농성을 하고 있는 신월동 성당에 가서 짤막한 강연을 하려고 합니다. 사실, 목적이라면 강연 그 자체보다도 지지와 연대의 표명입니다. 제게는 이길준 이경의 "나는 부당한 진압의 도구가 아니다!"라는 외침은 왠지 그 유명한 "우리가 기계 아니다!"를 떠올립니다. 전태일의 분신 의거가 노동자들의 급진화 시대가 온다는 것을 알렸다면 이길준의 의거는 국가에 의해서 동원되어 국가의 도구의 역할이 강요된 젊은이들이 그 역할을 거부하는, 젊은층의 자율주의적 동요의 시대가 이제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줍니다.  돈과 빽이 없고, 도미 유학하여 거기에서 눌러앉을 만한 재력과 문화 자본 등도 없어서 군대로, 의경 부대로 끌려간 젊은 가난뱅이들은, 여태까지는 부자들의 국가가 그들에게 맡긴 기능, 즉 또 다른 가난뱅이들의 절망적이다 싶은 저항의 외침들, 농민이나 비정규직의 데모들을 분쇄하는 기능을 거의 "훌륭하게" 해온 것이지 않습니까? "자유주의자"이었다는 노무현 정권 때만 해도 "진압" 과정에서 농민, 노동자 두 분이 맞아서 결국 유명을 달리 하게 된 있을 수 있는 상황들이 다 벌어졌음에도 죽음의 길로 내몰린 빈농들을 때리라는 명령을 받은 의경들이 그 범죄적 명령을 거부한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강부자 국가"의 진정한 면목이 보다 확연히 밝혀져서 그런지 이제는 좀 달라지기 시작하는 모양입니다.

이길준 님의 양심 고백을 지켜보면서 제가 의경 등에게 시위자들이 폭력을 휘두르지 말아야 하고 가능한 한 친절해야 한다는 제 옛날 생각이 맞았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물론 장교의 명령대로 방망이와 방패를 휘두르는 이 앞에서는 "비폭력"과 "친절"의 정신을 간직하기가 쉽지 않지만, 결국 강제로 군복을 입게 된 이 젊은이도 나와 같은 가난뱅이이며 똑같은 국가의 피해자라는 것을 늘 염두에 둔다면 "비폭력"의 길로 갈 만한 힘이 절로 생기지 않겠습니까? 사실, 가진 자들의 가장 사악한 도구란 "분리 통치" 아닌가요? 정규직과 비정규직, 중년의 숙련공과 20대의 비숙련공, 남성과 여성, 대기업의 노동자와 협력업체의 노동자가 철저하게 분리돼서 차등화되어 그 연대가 차단되는 것처럼, 군복을 입게 된 젊은이들은 병영이라는 밀폐된 공간 안에서 지내면서 선임병의 폭력 위협 아래에서 같은 또래의 시위자들을 적대적으로 대하는 태도를 갖게 됩니다. 그러면, 이와 같은 병영이라는 감호 기관의 존재로 인한 "분리"를 우리가 인정한다면 벌써 국가의 논리에 놀아나 패배를 보는 것이지요. 이를 받아들여 의경들에게 화염병과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발길질이나 한다면 그 의경들은 국가의 도구로서의 정체성을 오히려 굳히게 되는 것이고, 국가의 분리 통치 전략이 이기게 되는 것입니다. 쇠파이프보다 강력한 것은 비폭력적 설득의 논리, 자리이타의 논리가 아닐까요? 결국 촛불시위의 목적이라면 그 의경들도 예편한 뒤에 미친 소의 고기를 먹으면서 민영화된 가스, 물, 전기의 값을 매우 비싸게 내고  치료 받을 때마다 자기 부담을 많이 하는, 그러한 국가에서 살지 않게 해주는 것이지 않습니까? 우리가 군복을 입은 그들을 위해서도 싸우는 것이고, 또 그만큼 그들을 형제로 대해주는 것이 도리가 아닙니까? 그래야 그들의 양심도 곧 되살아납니다.

혁명이라는 것이 곧 폭력이라고 단정하면 이게 큰 오산입니다. 자본의, 국가의 도구 노릇을 강요 당한 이가 자신이 인간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양심대로 행동하기 시작하면 그게 진정한 혁명의 발단이지요. 혁명이라는 것도 궁극적으로 오래전부터 체제 속에서 살면서 잃어버린 나 본래의 면목, 나 본래의 마음, 나의 동심 (童心), 나의 초심의 회복의 길이 아니겠습니까?
IP : 61.73.xxx.29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풀빵
    '08.7.30 10:53 AM (61.73.xxx.29)

    출처는 박노자 교수의 블로그 http://blog.hani.co.kr/gategateparagate/ 입니다.

  • 2. 참...
    '08.7.30 11:00 AM (58.230.xxx.141)

    좋은 글 쓰셨네요.

  • 3. 봉봉
    '08.7.30 1:13 PM (124.54.xxx.235)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으면 좋겠네요.

  • 4. 공감
    '08.7.30 1:37 PM (119.64.xxx.42)

    저도 아들 친구들이 많이 군대나 전경으로 가 있어서. 이 부분이 공감합니다. 신월동성당에 가서 보니까 전견버스 큰길에 4대나 지키고 있고, 성당입구에도 두명이 무전기 갖고 있는데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누구 땜에 우리가 이래야 하는가 생각하면 가슴이 터질 것 같습니다.

  • 5. phua
    '08.7.30 3:43 PM (218.52.xxx.104)

    늘 많은 것을 배웁니다, 풀빵님 한테...

    박노자교수님의 강의를 정말 듣고 싶은데, 집안 사정이 발목을 잡네요.

    , 신월동성당, 서대문 집회로 뛰어 다니시는 풀빵님께 감사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20374 우리 이길 수 있을까요? 12 레몬트리 2008/07/30 499
220373 지금 인천 넘 덥네요.. 7 인천한라봉 2008/07/30 330
220372 참.. 잘해 주었는데.. 2 아오자이 2008/07/30 330
220371 전부 한자로 1 대문이 2008/07/30 193
220370 기쁜소식~ 오늘 투표관련~~ 7 강나루 2008/07/30 619
220369 여름에 쓰는 마작대자리.. 어디서 살까요? 자리 2008/07/30 137
220368 참, 양국 국민성이 다르네요.. 6 히로꼬 2008/07/30 686
220367 시댁이, 특히 시어머니가 너무 싫어요 19 엘리 2008/07/30 3,924
220366 택시기사가 새끼라고 하는데 싸우지도 못하고..부글.. 18 아저씨담에조.. 2008/07/30 1,192
220365 좋은 육아책 추천해 주세요 6 엄마되기 2008/07/30 491
220364 부모님 설득시키기 쉽지 않네요.. 6 힘드네요.... 2008/07/30 529
220363 2007/8/3일 한나라당 정택브리핑 자료입니다. 좀 무지한 분들에게 보여주세요 2 붕정만리 2008/07/30 212
220362 친정에 서운한 마음.. 3 친정 2008/07/30 677
220361 부산분들~~질문있어요.. 2 조이 2008/07/30 269
220360 냉장고가 말썽인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1 AS 2008/07/30 182
220359 미국 vs 한국 2 초등교육 2008/07/29 204
220358 냉장고가 갑자기 꺼졌습니다. 3 냉장고구입 2008/07/29 399
220357 [배우 권해효] 투표당일인 12시부터 후보 지지, 반대 불법임! 2 [6주경복].. 2008/07/29 449
220356 목화솜이 있는데 버리면 아깝겠죠? 8 이불.. 2008/07/29 688
220355 달다구리한 것..먹고 있네요 5 또 한달.... 2008/07/29 561
220354 미스땐별로였는데 매력있는외모로변하신맘계신가요? 8 40대 2008/07/29 1,895
220353 일주일동안 쉴수 있는곳 4 우울 2008/07/29 593
220352 YES24에서 받은 답변 1 사가와 택배.. 2008/07/29 593
220351 복주고 축복받자! 2 축복 2008/07/29 245
220350 단양에서 래프팅을 하려고 하는데요....도움 좀.... 6 래프팅 2008/07/29 206
220349 독학하고싶어요 1 오카리나 2008/07/29 201
220348 시어머니 자랑질~ 29 아이린 2008/07/29 3,224
220347 삼양 간짬뽕 후기~~ 21 짬뽕 2008/07/29 1,254
220346 단박 인터뷰, 교육감 후보들 나오네요. 2 ditto 2008/07/29 244
220345 시겁한 서울경찰청장 조계사 사과방문 퇴짜맞아.. 17 뿔난불교계 2008/07/29 8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