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이 원주에서 레지던트 2년차에요.
한 두 달에 한 번씩 집에 올라오는데 오늘 깜짝 왔네요.
이때다 싶어서 비장의 무기 바지락 칼국수를 꺼내 들고 라면물을 올렸습니다.
"배 안 고파?"
"응. 오는 길에 옥수수 먹었어. 쫌 있다가 저녁 약속 있는데..."
"그래?"
일단 막무가내로 들이밀면 안 되겠다 싶어서 보글보글 끓는 물에 바지락을 까 넣으면서
"와~ 진짜 바지락이 들었다더니 장난 아니네ㅋㅋㅋ"
이러면서 혼잣말 쌩쑈~
이 때까지만 해도 동생은 무반응이었어요.
후레이크에 분말스프까지 넣고 팔팔 끓이다가 면 입수!
무려 6분이나 더 끓이고 끓인 뒤 청양고추 두 조각으로 마무리 한 뒤에
"한 입 먹을래?"
이러면서 밥그릇에 몇 젓가락 떠 주었지요.
국물을 좋아하는 아이라 국물도 그득 떠 주고요.
후루룩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더니 끝인사로 "시원하게 잘 만들었네~!" 이러네요.
요때다 싶어서
"너네 인턴 숙소에서 봉지 라면 먹지? 뭐 먹어?"
"신라면이랑 너구리랑 비빔면."
"농심 많이 먹네? 얼마 전에 거기서 바퀴벌레랑 살아 있는 나방 나온 거 알아?"
"응? 그래? 진공포장 할텐데 어떻게 들어갔을까....."
이 타이밍에 "삼양"을 전면에 내세워 강공을 펼칠까 하다가 위생에 그다지 관심없는 남자아이라 "맛"으로 선회.
"간짬뽕이라고 이 바지락 칼국수보다 더 맛있는 거 있는데 병원에 그것 좀 넣어달라구래."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이므로 태클 반사하겠슴돠~)
"(잔소리가 귀찮다는 듯)알았어... 알았어..."
원래 과묵한 아이가 이 정도 리액션이면 아주 쪼오끔은 먹힌 것 같아요^^
일단 맛은 하나 보여놨으니 올 때마다 하나씩 먹이다 보면 스스로 사 먹는 날이 오겠죠?
주위에 관심 있는 사람도 없고 혼자 무얼 하기엔 또 소심하고...
그저 삼양라면 한 박스 사고 여기 자게에 가끔 댓글 다는 것 외에는 별달리 하는 건 없지만
일반인 코스프레 한 채로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다 보면 희망이 보일 것 같아요.
오늘도 대단한 실천력으로 숙제부터 집회까지 동분서주 하시는 존경하옵는 회원님들과
이렇게라도 함께 하고 싶어서 부끄러운 글 써 보았습니다.
질긴 자가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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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삼양라면 물들이기
후우~ 조회수 : 574
작성일 : 2008-07-05 18:01:00
IP : 61.74.xxx.175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8.7.5 6:30 PM (211.187.xxx.200)ㅎㅎ
저도 열심히 홍보하고 다닙니다...2. 인턴숙소
'08.7.5 7:12 PM (121.140.xxx.89)거기다가
삼양라면 한 박스 넣어주시죠...3. 뗑굴 아짐
'08.7.6 2:17 AM (70.173.xxx.188)잘 하고 계십니다.
저도 신라면 광팬인 동생한테 삼양꺼 죄다 사오라구 했습니다.
사오면 그저 멕여야지요, 뭐 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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