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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총각~..놀랬지유? 미안해유~

개똥어멈 조회수 : 2,221
작성일 : 2008-02-20 13:54:16
시부모님께서 농사를 지으세요..
많이는 아니고..
콩이랑 고추.. 푸성귀 나부랭이들을 심으세요
동네가 시골이지만 시내에서 가깝고 유명?한 절도 있고
계곡도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놀러 옵니다.

가을이면 고추를 따서 마당 가득~ 널어 놓으시고
겨울엔 메주를 쑤어 처마밑에 주렁주렁 메달아 놓으면
그거 놀러 왔던 분들이 그걸보고 고춧가루랑 메주랑 예약?도 하시고
사갖고 가시기도 하고 그러십니다.
우리 어머님은 그런 돈으로 파마도 하시고
덧버선도 사신으시고.. ㅎㅎ

아는분께서 우리집 메주를 주문 하셨는데 그중 두덩이는 가루로 내어 달라고 하셔서
제가 지난주에 메주를 대충 쪼개서 널어 놨어요
마르면 방앗간에 가서 빻아 보내려구 했는데
울엄니께서는 그걸 절구에 쿵쿵 빻으셔서 체에 내려 주셨는데..
어쩜~ 방앗간에서 빻은거처럼 고운 가루를 만들어 놓으셨네요^^

방금 택배기사님이 왔는데..아주 젊은분이었어요
울엄니.. 화장실에 계시다가 급히 나오셨는데 얼마나 급하셨는지..
입고 계시던 몸빼 바지가 회오리 바람처럼 휘릭~ 돌려 추켜 입으셨네요
주소를 적고.. 돈을 주고 하는사이..
울엄니 주방에서 덜그덕덜그덕.. 우탕탕쿵탕!!!
급히 밥상을 차려 내오시면서 택배총각 밥먹구 가라구...@@@
택배기사님이 놀라며.. 괜찮다구.. 그냥 나가려는데..
젊은사람이 그럼 못쓰는거네..
사람사는집에 때되서 왔으면 밥을 먹구  가야지..
더군다나 오늘겉은 날은.. 내집밥이구 너므집 밥이구 아홉번 먹어야
일년내내 복을받어 신수가 훤~해 지는거라구..
야단야단을 치시면서 어여먹구 가라구..
결국 그 젊은 기사분.. 밥 먹구 갔습니다.
나물들이랑.. 나박김치, 김이 펄펄나는 뜨건 오곡밥!을
급히 먹고 갔습니다..
나물이 입에 맞는지.. 오곡밥 싫어 하는건 아닌지..
느닷없이..생판 모르는 남에 집에서..
어르신 등쌀에 억지로 얼껼에 보름밥을 먹어야 했던 기사님~..미안해요
어르신께서 좋은 마음으로 대접?? 하신것이오니
너그럽게 이해를 하시고
부디부디 소화 잘 되기만을...
잠시.. 일손 놓고 진심으로 기도 합니다..

그바람에 너무 놀랬는지..
송장번호가 적힌 쪽지도 안주고 기냥 갔습니다..
이거 괜찮을까요?










IP : 222.234.xxx.62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ㅎㅎ
    '08.2.20 1:59 PM (121.133.xxx.175)

    ㅋㅋㅋㅋㅋ 귀여우셔요~

  • 2. 흐뭇~~~
    '08.2.20 2:00 PM (211.252.xxx.18)

    넘 흐뭇한 글이네요~~읽는 내내 웃음이 나왔지만 훈훈한 맘이 더 짙네요~~복받으실꺼예욤..근데 송장번호는 특별히 뭐 없어도 되요..그분이 밥까지 얻어먹구 나몰라라 하시지 않으실거 같구요~~~행복하세용~~

  • 3. ..
    '08.2.20 2:06 PM (121.136.xxx.8)

    생각만 해도 잼나면서 좋은 그림인데요..

    식당가서 오늘 오곡밥에 나물 먹으면서 .. 아.. 오늘이 대보름인가보다?? 핸드폰 열어놓고 확인하니 낼이네.. 오늘먹는거래요~~~
    어머님 같은 마음이 시골마음인데.. 요즘은 보기 어렵죠??
    그래도 택배총각.. 입은 호강했네요..
    올 한해 훤~해 지길 같이 기원합니다

  • 4. 예전
    '08.2.20 2:17 PM (61.38.xxx.69)

    울 엄니들 다 그러셨는데 저는 집구석에 정말 대접할 반찬 하나 없시유.
    냉동실은 미어터지는데...
    부끄럽습니다.

  • 5. 괜시리
    '08.2.20 2:29 PM (58.140.xxx.86)

    읽다가 눈물이 찔끔..정겨워 집니다.
    저도 윗분 예전님의 글에 동감..대접할 찬이 없네요.
    저또한 부끄럽구요...

  • 6. ....
    '08.2.20 2:37 PM (116.122.xxx.9)

    아하하...정말 정겨우신 어머님이시네요..
    그 택배 총각도 속으론 흐믓했을거여요..
    더군다나 택배 기사님들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바쁘시다던데 끼니도 맛나게 잘 해결하셨으니..
    엄니 복받으실껴!!!!

  • 7. ㅋㅋ
    '08.2.20 2:57 PM (222.108.xxx.218)

    얼떨결에 밥까정 얻어 잡수시공~~살 찌시겠네요. 얼매나 몸에 좋은건데요.
    울 서울 사는 사람들은 먹고 싶어도 못 먹지요.
    인정 많으신 엄니와 택배 총각 때문에 그래도 세상은 살 맛이 나는가 봅니다.

  • 8. 마음이 훈훈...
    '08.2.20 3:01 PM (203.244.xxx.2)

    살짝 눈물까지... 그래서 노인분들이 이세상에 꼭 필요한 게 아닐까합니다.그런 따뜻함은 노인들만 보여주실 수 있는 모습이 아닐까합니다..반성해야겠어요~

  • 9. ㅋㄷㅋㄷ
    '08.2.20 3:09 PM (218.151.xxx.50)

    사무실에 혼자 쿡쿡 웃다가 아무도 없는 주위를 둘러 눈치를 살폈습니다. ㅠ.ㅠ
    방금전에 엄마가 내일 찰밥(저희 동네에서는 오곡밥을 이리 부릅니다) 먹으러 오라고 하던데...
    (150km 정도 떨어진 곳이 차로 두시간 걸립니다.ㅎㅎ)
    이 글을 보니 왠지 꼭 먹으러 가야할 것 같습니다. ㅎㅎ

  • 10. 전에저는
    '08.2.20 3:10 PM (211.108.xxx.53)

    택배를 기다리다 목빠져서 전화를 드렸어요.그랬더니 "아이쿠 벌써 시간이" 이러시면서
    8~9시나 되야겠다고...

    그래서 그시간쯤 감자 샐러드 만들어 샌드위치만들고
    수박주스만들어 냉장고에 살짝 얼렸다가 드렸어요.

    모처럼 일찍 들어온 남편 자기안해준다고 살짝 토라지긴 했지만
    나중에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신다고 문자보내온 아저씨 저도 정말 기분좋았어요.

    그문자 아직도 안지우고 가지구 당겨요.흐흐흐

  • 11. ㅎㅎ
    '08.2.20 3:27 PM (125.142.xxx.100)

    젊은사람이 그럼 못쓰는거네..
    사람사는집에 때되서 왔으면 밥을 먹구 가야지..

    웃으면서도 뭔가 울컥하네요..
    아직 이런 정이 있다는게 역시 나이드신분들은 존경스러워요

  • 12. ㅎㅎ
    '08.2.21 9:32 AM (125.179.xxx.197)

    멋있으세요. 시어머님!!

  • 13. 저희엄마...
    '08.2.21 11:54 AM (210.121.xxx.240)

    울친정엄마가 그러세요...택배기사분들이나 아파트공사...청소아주머니들께요
    여름엔 냉커피나 션한 박카스....겨울에 따뜻한 차라도 한잔...
    오지랖도 넓다고하면 사람사는게 다 고만고만한데 나누고 살아야한데요...
    옆집애기엄마네...동네 부동산...경비아저씨...어제도 바쁘게 밥을 배달하고 다니더군요...^^
    어것도 기운없으면 못한다 하시면서...
    양이 너무 적으면 어쩌냐 너무 적게했다 미안해서 어쩌냐면서 그분들은 정작 모르는데
    못줘서 본인이 혼자서 너무 미안해하세요...
    근데 그런것들이 다 나에게 어떤식으로든지 돌아오더군요...^^
    그래도 아직은 그리 각박하지 않은 세상이예요...그렇죠?

  • 14. 글을
    '08.2.21 12:18 PM (221.163.xxx.101)

    너무나 재미나게 쓰셨고..
    어머님 너무 푸근하고 좋으시네요..^^

  • 15. 정말
    '08.2.21 12:55 PM (125.187.xxx.11)

    택배하시는분들은 제때 밥도 못먹고 다니거든요..
    좋은일 하셨습니다. 시원하거나 따뜻한 물한잔 건네는 이들도 잘~없는
    요즈음에 따뜻하고 훈훈한 정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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