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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탄, 우리 애들 키울 때-2

아이비리그 조회수 : 2,126
작성일 : 2008-01-09 10:02:58
4탄, 우리 애들 키울 때-2(약속했던 경험담)

조카들이 “이모~ 애들 공부 어떻게 시켜?’ 하며 실컷 물어놓고
그 뒤에 만나서 ‘그래, 애들 책 좀 많이 읽니?’ 하면
‘아유, 그럴 새가 어딨어. 학원 다니느라 얼마나 바쁜 데~
그리고 논술 학원 다니니까 괜찮아’
이런 소리를 해서 저를 아연실색하게 만듭니다.
고등학생도 아니고 초등학생을 논술 학원이라니…
물론 강남의 유명한 곳은 유치원 때 접수를 시켜도 되네 안되네 한다는 걸
저도 들어봤습니다.
그런 곳을 안 보내봐서 얼마나 잘 가르치는 지 모르겠지만
저는 기본을 잘 가르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책읽기는 즐거운 놀이여야 합니다.
절대 강요되어서는 안됩니다.
저는 애들에게 어려서부터 책 읽는 것은 밥 먹는 것과 비슷하고,
또 즐거운 일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하려고 애썼습니다.
자다가 깨서 거실로 나오면 항상 책을 읽고 있는 부모,
(애들보고는 티비 보지 말라고 하다가 애들만 자면 티비 켜고 노는 부모가 아니라)
서점 나들이를 쇼핑처럼 즐기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책 읽다가 우스운 대목이 나오면 저는 일부러 과장해서 웃거나 흐흐거립니다.
혹은 쯧쯧 혀를 차기도 하고,
다 읽고 책을 덮으면서 아휴… 하며 아쉬운 소리도 냅니다.
이럴 때 호기심 많은 꼬마들은 꼭 반응을 보입니다.
애들이 ‘엄마, 왜 웃어?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 하면
‘응, 되게 흥미진진해. (대략 이런이런 내용인데) 너도 크면 이 책 읽어봐. 아, 너무 재밌다!’
라고 큰 비밀 알려주듯 뻐기며 대답합니다.
이것 역시 별 거 아니지만 애들은 굉장히 흥미로워하며
대체 무슨 책일까 궁금해서 들여다보곤 합니다.

그리고 애들 동화책 역시 제가 먼저 읽어봅니다.
베스트셀러라고 다 좋은 책이 아니듯이 엄마가 먼저 검증을 하는 편이 좋습니다.
어쩌다 가끔은 이런 책이… 싶을 만큼 허술한 책도 있습니다.
재미있는 책은 어른인 엄마가 읽어도 재밌지요.
그럴 때 위에 말한 하하 호호 작전을 쓰면
애들이 빨리 읽고 넘겨 달라고 떼까지 씁니다.
그러고 나면 둘이 한참 이야깃거리가 되지요.

그리고 요즘 애들은 똑똑해서 엄마가 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야만
물어보거나 의논을 합니다.
동화책을 읽고 뭔가 미진하거나, 더 알고 싶어서 물어보고 싶어도
엄마가 이 책에 대해서 모른다고 생각하면 물어보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 아빠의 책읽기가  중요한 것입니다.
우리집 애들은 지금도 엄마가 항상 신간을 먼저 읽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험이 끝난 직후 같을 때는(시험 기간 때는 한참 못 읽으니까요) 꼭 묻습니다.
‘엄마, 뭐부터 읽을까? (뭐가 제일 재미있냐는 뜻)
**는 어땠어? 엄마는 다 읽었지? 좋겠다! 나도 빨리 읽어야 되는 데…’
뭐 이런 식입니다.
사실 저도 사 놓기만 하고 안 읽을 때도 많아요.
지금은 애들이 다 커서 솔직하게 바빠서 여태 못 봤다, 라고도 하지만
중학교 때까지는 거짓말도 많이 했어요.
너무 멋졌다는 둥, 저거 읽느라 잠도 못 잤다는 둥 하구요…

그리고 남의 집에선 못 본 것인데 우리집엔 책 도장이 있습니다.
관공서에서 쓰는 것같이 네모 모양의 큼직한 것인데
예를 들면 ‘홍길동책’ 이라고 한자로 판 것입니다.
어린이날에 제가 선물한 것인데
다 읽고 나면 관인 찍듯이 ‘쿵’하고 책 도장을 찍습니다.
두번째 읽으면 또 찍습니다.
최고로 많이 찍힌 책은 열 번 정도까지 가더군요.
애들은 책을 다 읽고 책도장 찍는 게 마무리 작업이라고 생각하나봐요.
나름대로 되게 뿌듯해하며 의식처럼 시키지 않아도 잘 하더라구요.
게중에 유난히 애착을 가지는 책이 있습니다.
그런 책은 전에 말했다시피 처분하지 않고 계속 지니게 됩니다.
책도장은 또다른 용도로도 쓰이는 데
우리집에 책이 많다보니 빌려가는 이웃이나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 반 이상이 되돌아오지 않아요. (인격 여하에 관계없이 그렇더군요 ㅠㅠ)
정말 흘려보내기 아까운 책도 있는 데
그럴 때는 할 수 없이 찾아달라고 부탁합니다.
책도장을 그럴 때 증거(?)가 되기도 하지요.


제가 조용한 분위기를 강조하니까
엄숙하고 긴장된 분위기를 연상하실 지 모르는 데
그렇지 않습니다.
애들이 몰입하는 그 순간을 포착해 귀하게 여기고 최대화 시킬 뿐이지요.
애들이 하루종일 책을 보겠습니까,
그럴 시간대가 대충 정해져 있으니
그 때 놓치지않고 실행하는 것이지요.
밥 먹고 바로 책을 읽게 된다면 설거지도 안하고 세탁기도 안돌렸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책만 읽히고 공부만 시킨 게 결코 아닙니다.
놀기로 말하자면 둘째 가기 서럽도록 많이 놀리고
사실 아파트에서 소문이 날 정도로
바깥에서도 많이 뛰어 놀았습니다.
제대로 놀리고 제대로 공부 시키자는 게 제 작전입니다.
안에서 책 읽히고 공부 시키는 게 제 임무라면
밖에 데리고 나가서 노는 것은 순전히 아빠 몫이었어요.
아빠가 아파트 놀이터나 학교 운동장에 데리고 가서 참 많이 데리고 놀았죠.
자전거타기도 가르치고
공놀이도 같이 하고…
유치원생일 때 줄넘기 쌩쌩이를 몇십번 씩 할 정도로
아빠가 심혈을(?) 기울여 가르친 게 많았어요.
인라인 스케이트가 처음 유행할 때
우리 아파트 단지에서 제일 먼저 타고 논 애들이 우리집 애들이었어요.
일본 출장 길에 일본 애들이 타는 외발 자전거까지 사들고 왔구요.
다들 눈이 휘둥그레져서 저게 뭐냐, 어디서 샀냐, 시끄러웠답니다.
그 정도로 운동,놀이 쪽에 마음을 쓰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죠.
어릴 때는 아무쪼록 신나게, 많이 놀아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추신.
세월도 급하게 변하고 집집마다 사정도 다르니
내 식이 꼭 옳다, 고 하지 않습니다.
저 역시 남의 책을 보거나 애들 잘 키운 엄마의 얘기를 들을 때면
한 가지만 건진다, 라는 생각으로 듣습니다.
우리집에 맞는 방법으로 변형시키거나 접목 시키기도 하구요.
잘 생각해보고 찾아보면 각각의 개성있는 길이 열릴 겁니다.



IP : 221.155.xxx.166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지금까지
    '08.1.9 10:09 AM (211.176.xxx.163)

    아이비리그님 글을 읽으며 저도 저렇게 키우려
    무척 노력은 했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정말 저렇게 크면 되는 걸까?
    추신에 쓰셨듯이 아이들마다 다 다른 게 아닐까 싶어요.
    오늘 읽으며 제가 건진 것은 아이에게 책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키는 방법입니다.
    더 열심히 노력해봐야겠어요.

  • 2.
    '08.1.9 10:14 AM (211.213.xxx.151)

    저도 아이비리그님처럼 애 키우고자 노력중입니다.
    굳이 아이비리그를 떠나서 말이지요.
    많은 도움받고 갑니다.
    저도 요즘 책읽으면서
    오스카여우주연상 탄거마냥 연기도 해댑니다..ㅎㅎㅎㅎㅎ

  • 3. 감사해요
    '08.1.9 10:15 AM (59.22.xxx.89)

    많은 도움되네요..
    그리고 몇년전에 조카 초등학교 입학할때 책도장 그때 선물로 줬었는데 막상 울 딸은 또 깜빡헀네요..^^
    원글님 글보고 저도 도장 하나 주문해야겠어요..읽을때마다 찍어줘야겠다는 생각은 못했었네요..좋은방법인거 같아요. 고맙습니다^^

  • 4. 우와
    '08.1.9 10:22 AM (221.145.xxx.51)

    책에 도장찍기... 저도 아직 아이는 없지만..
    스스로 일에 관련된 책 이외에는 책을 거의 안 읽어요..
    저에게도 그런 도장찍기를 해서 저 자신에게 책 읽기 동기를 만들어줘야겠네요..
    안그래도 오늘 서점 가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한 권만이라도 제 마음에 들어올 책을 사와야겠어요..

  • 5. ^^
    '08.1.9 10:44 AM (116.120.xxx.130)

    고맙습니다
    나태해지는저에게 많은 자극이됩니다
    제 아이는 책은 좋아해서 읽히는 걱정은 없는데
    책을 편식해서걱정이에요
    전 다양하게 많은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는데
    초등 2학년 여자아이임에도 너무 과학책만 좋아해서
    이걸 억지로 잡아줘야할지 ,,그러다보니 즐거운 독서가아니라 학습의연장인듯 하게되서 걱정이구요
    아니면 읽는대로 내버려 둬야 할지
    그러다보니 인문사회계통은 너무모르고 매일 과학계통 책만 잡고 있어서 ,,,

  • 6. 감사!
    '08.1.9 11:19 AM (210.222.xxx.139)

    잘 읽고 있습니다. 잊지 않고 올려주셔서 넘 감사드려요~~~

  • 7. ^^
    '08.1.9 11:26 AM (122.36.xxx.216)

    도장 사러 나갑니다.
    귀한 글 감사드려요^^

  • 8. ^^2
    '08.1.9 12:43 PM (58.103.xxx.71)

    원글님 지혜로운 분 같아요.^^
    정말 다른건 몰라도 책읽는것 만큼은 부모가 자녀에게 물려줘야 할
    유산이라고 생각해요.
    바른 인성도 생기고, 인생에 지혜도, 그리고 지식도 쌓이죠.
    올바른 사고도 덤이고...

  • 9. 감사해요..
    '08.1.9 1:13 PM (203.233.xxx.130)

    처음 글 부터 열심히 챙겨서 봤어요..
    제가 아직은 아기가 어리지만, 많은 도움 됩니다.

    더 앞으로 이런 좋은 글 있으심 감사히 또 정독할꼐요^^
    그리고 행복하세요~~~

  • 10. 저도 감사합니다..
    '08.1.9 1:48 PM (210.121.xxx.52)

    바쁜시간 쪼개어 이렇게 글도 올려주시고...
    처음부터 열심히 챙겨보고 있습니다..
    반성도 많이 하게 되고 원글님의 방법에 감탄을 금치 못하며
    따라하려고 무진 애쓰고 있는 부족한 엄마랍니다..

    너무너무 감사해요..
    가까이 계신다면 따뜻한 밥이라도 한끼 대접하고 싶네요.. ^-^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릴께요...

  • 11. ..
    '08.1.9 4:40 PM (219.248.xxx.73)

    기다렸어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영어 교육이나 학원을 활용하셨는지에 대해서도 한말씀해주세요..

  • 12. ..
    '08.1.9 5:06 PM (211.45.xxx.170)

    오늘 글 보고 예전글까지 검색해서 읽게되었고요.
    허락안하셨지만 너무 좋은글이라 지인 몇분에게도 (좋은부모가 되고자 하는 몇분)
    재전송해드렸습니다... 좋은아이가 괜히 나온게 아니다 싶고요.
    부모님이 이리 노력하시니 얻어진 결과라 생각됩니다.
    아...갑자기 부담이 마구 되지만 저도..하나 하나 따라해보려구요^^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부탁드릴께요.

  • 13. 원글
    '08.1.9 6:12 PM (221.155.xxx.166)

    책도장이 인기가 있네요^
    나무 싼 걸로 하면 만원 정도에 할 수 있어요.

    글을 쓰면서 많이 조심스러워요.
    횟수가 거듭 될 수록 더 그렇구요.
    지금 입시철이라 일부러 어린 시절에 촛점을 맞춰서 쓰는 데
    (애들 키울 때 이야기라면 크게 부담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성적이나 입시 같은
    예민한 부분에 대해서는 쓰기 힘들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한 10탄 정도로 줄여서 써볼까 생각합니다.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과찬을 하셔서 많이 송구스럽네요.

  • 14. 놀라서로긴
    '08.1.9 8:04 PM (121.155.xxx.190)

    아이비리그님 글 너무 잘 읽고 있습니다. 마지막 댓글 보고 놀라서 들어왔어요. 전... 너무 도움 받고 있거든요. 아마 많은 분들이 그럴거에요. 제발 줄이지 마시고 성적이나 입시등의 것도 자세히 알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디서 들을 수 없는 경험이기 때문에 자세히 잘 알고 싶어요. 꼬옥 부탁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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