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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의 '눈뜨면 없어라' 올렸습니다.

눈뜨면 없어라. 조회수 : 2,037
작성일 : 2007-11-26 10:30:31
어느 댓글에 올라왔었다는 글을 원하시는 분이 몇분 계셔서요....
전 그 원글은 못봤으나....^^

문화부 장관이면서 현 국회의원이자 탤런트 최명길의 남편인
김한길이 초대 문화부 장관이었던 이어령 선생님의 딸 이민아씨와 이혼한 뒤 쓴 글의 일부...


결혼생활 5년동안, 우리가 함께 지낸 시간은 그 절반쯤이었을 것이다. 그 절반의 절반 이상의 밤을 나나 그녀 가운데 하나 혹은 둘 다 밤을 새워 일하거나 공부해야 했다.
우리는 성공을 위해서 참으로 열심히 살았다.
모든 기쁨과 쾌락을 일단 유보해 두고, 그것들은 나중에 더 크게 왕창 한꺼번에 누리기로 하고, 우리는 주말여행이나 영화구경이나 댄스파티나 쇼핑이나 피크닉을 극도로 절제했다.
그 즈음의 그녀가 간혹 내게 말했었다.
"당신은 마치 행복해질까 봐 겁내는 사람 같아요."
그녀는 또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다섯 살 때였나봐요.
어느 날 동네에서 놀고 있는데 피아노를 실은 트럭이 와서
우리집 앞에 서는 거예요. 난 지금도 그때의 흥분을 잊을 수가 없어요. 우리 아빠가 바로 그 시절을 놓치고 몇 년 뒤에 피아노 백 대를 사줬다고 해도 나한테 내게 그런 감격을 느끼게 만들지는 못했을 거예요"

서울의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내게 이런 편지를 보내시곤 했다.
"한길아, 어떤 때의 시련은 큰 그릇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시련이란 보통의 그릇을 찌그러뜨려 놓기가 일쑤란다"

애니웨이, 미국생활 5년만에 그녀는 변호사가 되었고 나는 신문사의 지사장이 되었다. 현재의 교포사회에서는 젊은 부부의 성공사례로 일컬어지기도 했다. 방 하나짜리 셋집에서 벗어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3층짜리 새 집을 지어 이사한 한 달 뒤에,
그녀와 나는 결혼생활의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해야만 했다.
바꾸어 말하자면, 이혼에 성공했다.
그때그때의 작은 기쁨과 값싼 행복을 무시해버린 대가로.

김한길『눈뜨면 없어라』中
IP : 220.121.xxx.150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7.11.26 11:05 AM (124.199.xxx.173)

    가슴이 아파요...

  • 2. 근데
    '07.11.26 11:35 AM (211.192.xxx.23)

    남자는 사회적동물이라서 그런지 저 분은 지금도 그렇게 사는것 같던데요....

  • 3. 소박한 밥상
    '07.11.26 11:38 AM (58.225.xxx.166)

    전처가 이어령씨의 딸이었군요
    이제는 모두가 행복하길......

  • 4. ..
    '07.11.26 11:55 AM (58.121.xxx.125)

    행복이 뭔 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군요.

  • 5. 김한길..
    '07.11.26 12:00 PM (203.229.xxx.167)

    김한길씨도 만만치 않은 집안이었습니다....
    3선 개헌반대로 박정희에게 탄압을 받기는 했지만 나름 존경 받던 김철이라는 야당총수의 둘째 아들이었습니다. 다른건 몰라도 어머니는 아주 훌륭하신 분인걸로 들었네요......

  • 6. 어머님을 존경..
    '07.11.26 12:24 PM (218.37.xxx.50)

    김한길님의 어머니가 한 말이 깊이 와 닿네요.. 지금의 제가 엄마인데도 나중에 우리 아들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을런지..김한길님의 어머님에 대해서 궁금해집니다..

  • 7. 미국일기
    '07.11.26 1:01 PM (61.98.xxx.244)

    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고 '눈뜨면 없어라'라는 제목으로 다시 출판되었죠.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요..그때는 김한길씨 너무 좋아했었는데..
    장미나(재혼해서 장씨가 되었어요)씨도 많이 변했더군요. 좋은 의미예요..

  • 8. ^^
    '07.11.26 3:19 PM (121.147.xxx.142)

    저도 김한길씨 글 한때 많이 좋아했죠.
    좋은 글 다시 봐도 좋은데요...

  • 9. ...
    '07.11.26 11:50 PM (194.80.xxx.10)

    읽으면 한없이 슬퍼지는 책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책입니다.
    소개한 글 말고도 더 좋은 글들이 많아요.
    김한길씨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책 때문에 미워하기는 힘들다는...

  • 10. ...
    '07.11.27 12:20 AM (222.235.xxx.69)

    강민아..씨 아닌가요?

    미국에서 한인 변호사랑 재혼해서 잘 살고 있는데 최근에 자폐성 아들을 기도로써 완치 시켰다고 유명하쟎아요. 강민아씨의 신앙심에 이어령 씨도 뭔가.. 저기엔 있구나..라고 느껴서 올해 동경서 순복음대회 집회할 때 세례받고 요즘 간증하러 다니세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지성인 이어령씨는 오랫동안 기독교를 비판한 것으로 유명한데 결국은 세례를 받아서 기독교인 (특히 순복음교회 신도들)사이에서 한동안 대단하게 오르락내렸어요.

  • 11. 감사
    '07.11.27 7:09 AM (69.126.xxx.100)

    하게 읽었습니다~~
    좋은글이네요~^^

  • 12. ^^
    '07.11.27 10:50 PM (218.39.xxx.74)

    십년전에 산책 결혼하고도 가져와 아직 책장에 있답니다.

    갑자기 반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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