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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노릇을 한다는것....

꼬마뚱 조회수 : 568
작성일 : 2007-10-29 17:35:32
이제 고3이 되는 딸아이와 이야기를 나눈후 어제 저녁 거의 뜬눈으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하던 일을 모두 중단하고 엄마노릇에만 충실하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전 대학4학년이후로 일을 안했던것은 단 6개월뿐,
두 아이를 낳고 기르며 항상 내 일을 해왔습니다.

내가 사는 이유도, 일을 하는 이유도, 한푼이라도 더 돈을 벌려는 이유도 자식때문이었는데,
울 딸이 바라는것은 그것이 아니었나봅니다.

나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자식에게 상처안주려고 지냈던 날들을 몰라주는것 같아
한편으론 서럽기도 했지만,
지금 정말로 내 딸에게 필요한것은 내가 옆에 있어주고 이야기 들어주는것이라는걸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울 아이들 한창 클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일이바빠서, 시어머니가 보기싫어서,
이핑계 저핑계로 항상 12시에야 집에 들어오고,
아이가 알아서 잘 크겠지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학원강사를 하면서,
그 또래의 아이들을 보면서  그렇게 지나쳐버린 시간들이 너무 마음아프고 딸들에게 미안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제는 다 컸으니까 엄마가 옆에 있는것보다 돈을 버는것이 더 좋은일일꺼라
나름대로만 생각했었습니다.

어제 울 딸이 살짝 놓고간 "엄마필독"의 편지를 읽고,,
울 딸이 그렇게 힘들면서도 엄마를 봐주고 있었구나란걸 알게되었습니다.

이제 다시는 후회할 짓을 하고 싶지않았습니다.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바로 학원에 사정이야기를하고 사직하겠다는 말씀을 전했는데,,

그러면서도 맘이 찹찹한 이유는 뭘까요...
둘째까지 대학가면 난 50대인데,,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싶은생각도 들고,,
요즘 남편 사업도 형편이 좋지않은데,
남편이 혼자힘으로 버틸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하루 24시간으로 계산해보면
아이들에게 엄마가 옆에 있어줄 시간은 3-4시간밖에 안될텐데,..

하지만, 일단 모든걸 접고
아이가 안정되는걸 최우선으로 하려고 합니다.

울 딸이 원하는것처럼
절대 인스턴트 식품 안먹이고 먹거리 잘 챙겨주고,
학교에서 집에 들어올때 빈집에 안들어오도록 꼭 집에 있어주고,,

그 다음 순위로,,
그 사이에 내가 할 수 있는것을 찾아아죠..
쩝.. 과외를 해도 그 시간을 피해서 동네에서만 해야겠어요..

그래도, 수업빨리 못빼줘서 죄송하다고 하시면서
과외라도 해서 감을 잃지 마시고,
아이 대학보내고 다시 오십시요,,라고 말씀해주는 원장님이 계시니
마음이 따뜻하면서도 찹찹합니다..

난 그냥 자란거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항상 옆에서 챙겨주는 엄마가 있어서 그 따뜻함을 몰랐었던것 같습니다.

아이가 크면 클수록,
부모노릇이란거 정말 어렵구나라는걸 절실하게 느끼면 삽니다.






IP : 221.163.xxx.32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7.10.29 5:50 PM (58.233.xxx.85)

    인생은 답이 없다,가 답이라하듯 자식에 대해서도 그런거 같아요 .자식에게 올인을 한뒤 그그나중에 나는 또 어디가서 찾나 싶기도 하구요 .제가 아이들 빈집에 혼자문열고 들어서지않게하려 온전히 나를 바친예인데요 .물론 아이들은 엄마가 내엄마여서 감사하다란 말을 하지만 ...내나이 오십줄 이제 내가 할수있는건 거의 없는거 같아요.

  • 2. 저도
    '07.10.29 8:40 PM (218.151.xxx.241)

    저도 항상 그런 죄의식이 있어요
    내가 집에 있었다면 아이가 지금 이보단 훨씬 잘 돼 있을텐데..
    아이가 힘들어하고 성적이 원하는 만큼 안나오면
    모든게 엄마 죄인양 미안합니다
    그러면서도 일을 놓지 못하니
    님은 저보다 훨씬 용기가 있으시네요
    좋은 결과가 나오시길 ...

  • 3. ^^
    '07.10.29 8:54 PM (220.76.xxx.41)

    그래도.. 부침이 심한 곳이 학원가라고 들었는데 '다시 와주십시오'라고 말해주시는 원장님의
    따뜻한 말을 듣는 분이니 일을 참 성실히 잘 해주셨나 봅니다
    마찬가지로 지금부터 전업맘으로 지내심 역시 성실하고 훌륭한 엄마 되주실 것 같애요
    지금부터 같이 있어주심 딸들이 얼마나 좋겠어요
    앞일이야 닥치면 알 수 있는 것이니 지레 걱정 하실 필요 없어요. 뜻이 있으면 나이 육십에도
    새 길을 찾는다잖아요

  • 4. 엄마의 존재
    '07.10.29 9:00 PM (221.160.xxx.106)

    처음으로 답글을 달아봅니다. 저 또한 직장맘이신 엄마를 항상 그리워하면서 살았죠. 그래도 그게 초등학교때는 항상 외로워하면서 살다가 중,고등학교, 대학교때는 그럭저럭 그러려니 하면서 살았어요. 저도 바빴으니까요. 그런데 그게 제가 아기를 낳고 나서 터지더라구요. 출산일에도 엄마는 직장일때문에 퇴근후 잠깐있다 가셨어요. 그리고 산후조리원에서도 한번 잠시 왔다가셨죠. 하필 그때 엄마가 지독한 독감에 걸리셔서 오시기도 힘들었어요. 그런후 그것도 그러려니...하면서 지나갔는데 아기낳고 지독한 산후풍에 걸렸습니다. 수개월이지나도 계속 낫지를 않으니...설움이 복받쳐오더라구요. 결국....어린시절 운동회날에, 졸업식에, 내가 아플때, 내가 필요로 할때...등등 엄마가 옆에 있었던 적은 없었다면서..서운했던걸 다 폭발했어요. 저도 제가 이렇게 많은걸 담아두고 살았었는지 모를정도로요...한편으로는 엄마를 이해하면서도 몸이 아파서인지 그렇게 서러울 수가없더라구요.
    엄마가 경제적으로도 도움을 많이 주셨는데도...돈이 다가 아니라는 말도 서슴없이 했어요. 나쁜 딸이죠...저도 앞으로 직장맘으로 아기를 두고 일을 나가야하지만...어떻게 하는게 옳은건지는 스스로도 모르겠어요. 결국..우리엄마. 저 직장생활 할때 손주 크는거 봐주셔야 한다면서 직장을 그만두시려고 합니다. 엄마도 엄마가 필요로 할 때 옆에 있어주는게 가장 중요했다는 걸 깨달으셨다고...엄마도 외할머리가 항상 옆에 계셨기 때문에 그런 맘을 몰랐다구요. 엄마도 직장생활하면서 자식둘 키우는거 너무너무 힘들었다고...한편으로는 미안하면서도..이제 친정에 가면 엄마가 집에 있다는게 나이 30을 앞두고서도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네요...ㅠ.ㅠ.

  • 5. 저도
    '07.10.29 10:01 PM (61.249.xxx.81)

    저희엄마는 중학교 교감으로 이번에 정년퇴임 하셨습니다.
    무능한 아버지와 살면서 엄마의 짐이 많았지요.

    하지만 어린 저에게는 초등학교1학년 입학식부터 충격이었습니다.
    다른 애들은 엄마가 왔는데. 저만 혼자 아빠가 왔지요.
    그것도 멋진 아빠가 아닌 구질구질한 아빠.

    소풍갈때도, 비가와서 다른애들은 엄마를 기다릴때도, 운동회때도, 졸업식때도 한번도 엄마는 안왔습니다.
    어찌나 그게 서럽든지....

    무능한 아들을 대신해서 살림을 해주시는 친할머니가 집에 계셨지만 그래도 엄마와는 다르잖아요.
    엄마는 아버지 보기싫어서 일부러 일찍 나가고 늦게 들어왔거든요.
    윗분 말씀대로 저도 엄마한테 경제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엄마의 정을 한참 느끼고 싶을 그 시기에 제대로 못 느끼고 엄마한테 제대로 못 부벼서, 성인이 된 후에 엄마와 둘이 있는시간이 너무도 낯설더군요.

    저희애가 지금 3살인데 임용준비를 하려고 하거든요.
    진짜 고민입니다. 잘해주지 못하는 엄마지만 그래도 엄마냄새를 하루에 한번은 맡게 해줘야 하는것 같고. 나도 내새끼 보면서 살아야하는게 정답인데.

  • 6. 제경우
    '07.10.30 4:11 AM (125.177.xxx.162)

    똑똑하고 능력있는 엄마가 보수적인 아버지 만나서 집에서만 계시다가
    아버지 사업 휘청하자, 그 좋은 인맥 돈 구하느라 다 떨쳐내고
    외로움과 가난함, 상실감에 쓰러져 버린 엄마가 있습니다.
    전 편하게 엄마가 해주시는 밥먹고, 도시락 싸가지고 다녔지만
    정작 집에 돈이 없자 무능한 엄마가 원망스럽기까지 하더군요.
    저보다 인물좋고, 학벌좋은 엄마가
    나이 먹고 주부만 했었다는 이유로 돈 한푼 못벌고
    돈아까워 외출도 제대로 못하고 집에서만 지내시다가
    젊은 나이에 뇌출혈로 쓰러지셨답니다.
    엄마가 항상 집에계서서 집이 따뜻하긴 했습니다.
    제가 애 낳기 전까지 그게 얼마나 큰 희생으로 이루어 진것 인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전 우리아이를 좀 외롭게 하더라도
    경제적 이유로 좌절시키는 것 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애 어느정도 키워놓고 무엇이든 일을 하기 위해서
    억지로 시간내서 뭐든 배우러 다니고 있어요.
    내가 돈벌어서 아이 뒷바라지도 하고, 내 건강도 챙겨야지
    돈없어서 병원 못가다 쓰러진 우리엄마 생각하면 정말 끔찍합니다.

    원글님 그러니 너무 자책마세요.

  • 7.
    '07.10.30 12:55 PM (124.54.xxx.5)

    제 친정엄마가 얼마전 오셔서 좀 힘들더라도 초등학생 때까지만이라도 집에서 아이들 키울것을 .. 하시며 후회하시는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사실 엄마보다는 아빠 때문에 힘들었는데..
    아이가 사춘기고 힘든 고3시절이라 아마 엄마가 그리웠나봐요.
    열심히 사신 분이니 아이와 좋은 시간 보내시고 다시 학원으로 돌아가실 수 있으실거에요.
    과외자리도 조금씩 알아보시구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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