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불쌍한 두여자... 그 긴 얘기

한량의 흔적 조회수 : 2,599
작성일 : 2006-07-13 16:20:47
불쌍한 두 여자 - 그 긴 얘기.

마음이 참 찹찹합니다.

내 아버진 한량이었습니다.  평생을 가정을 돌보지 않고 엄마를 종부리듯이 그렇게 부려먹고는 작년에 돌아가셨습니다.  위암을 앓고 계셨던 엄마는 아버지 돌아가신후 한달반 만에 돌아가셨구요.

제가 엄마 뱃속에서 자라고 있을때 첩을 봤습니다.
예쁘고 뭐하나 빠질것 없던 우리 엄마의 속은 숯검뎅이가 되었어요.
처음부터 사이가 안좋은건 아니었나 봅니다. 제 위로 언니 3, 오빠 하나, 저, 제여동생. 이렇게 6남매였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두분이 사이좋게 지내는걸 질투(?)하셨는지.... 첩을 붙여줬다고 하네요.
그여자가 저보다 한살 어린 계집아이를 낳고서는 한동네로 들어와 살았나봅니다.

농사지으랴 시부모 봉양하랴 아이들 키우랴....쳡들인 남편에 대한 원망하랴...
엄마는 저를 돌볼 여유조차 없었을겁니다.
큰언니의 말에 의하면 한살난 계집아이를 꽃단장 하고 동네로 들어오던날, 엄마는 호미들고 들로 나가셨답니다.  아마 밭에가서 우셨겠죠.
언니가 집에와서 나를 보니 꾀죄죄하고 옷도 허름하게 입고서 방안을 기어다니더랍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저를 안고 언니 또한 한참을 울었다죠.

그렇게 몇년을 한동네서 살다가 다른동네로 갔나봅니다.
두사람이 세월좋게 놀러다닐때 둘째언니가 심하게 아팠는데 할머니가 병원도 못데리고 가게 했나봅니다.
결국 언니는 국민학교 6학년때 복막염으로 죽었답니다.
큰언니가 그집에 찾아가니 놀러가고 없더랍니다.
둘째언니는 장례조차도 아버지 없이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불쌍한 우리 엄마...
나 같으면 살림부수고 머리쥐어뜯고 난리피고 이혼할텐데....
바보같이 겨우 한번 찾아갔더랍니다.

제가 중학교까지만 시골에서 자랐는데 아버진 일주일에 한두번 우리집에 와서 잤습니다.
그시절에.... 우리 아버지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얼마나 소원했던지.

아버지 돌아가시기 십여년전부터 그집에 안가고 우리집에서만 계시더라구요.
그때부터 아버지의 시집살이를 엄만 또... 그렇게 사셨습니다.  열아홉에 시집와서 환갑이 될때까지 할머니 시집살이하시다가.

내가 참 바보였는지... 전 국민학교 다닐때까지 그집에 가서 자고 오기도 하고 그집애들(여자 두명)도 우리집에와서 며칠씩 자고가기도 했답니다.
그러다가 중학교에 가니... 갑자기 그런상황이 참 싫어지고 그애들이 미워졌습니다. 그후론 저 결혼하고나서... 만났습니다.

우리 형제들..
오빠와 동생만 빼고 다 부모 도움 못받고 공부했습니다. 두언니와 저는 고등학교때부터 아르바이트해서 등록금내고 용돈쓰고 그렇게 자랐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자랐어도 다들 반듯하게 컸습니다. 배우자들도 잘만나고 자식들 다 잘키우고...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우리 엄마한테는 한가지 소원이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재산을 오빠에게만 상속시키는 거였습니다.
저희는 자랄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너희들 한테는 아무것도 못주니까 아예 바라지도 마라.. 그소릴 듣고 자랐습니다.  그래서 여자는 유산을 못받는구나... 그렇게 알고 컸어요.

재작년 구정 즈음해서 엄마가 위암 판정을 받으셨답니다.
서울에 오셔서 치료받으시는 동안 아버지가 오빠네 집에서 계시다가 그집 큰애네 가서 며칠 계신다고 가셨습니다. 거기가서 모든 재산을 오빠한테 물려줄테니 포기각서에 인감도장 찍으라고 아버지가 그러신 모양입니다. 그때 그것들이 난리난리 쳤답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론.
그담날 바로 오빠네 집으로 다시 오셨습니다.

엄마가 1차 항암치료 받으신후 시골로 내려가셨습니다.
그때 아버지가 유언장을 쓰셨습니다. 공증까지 하구요.
물론 모든 땅은 아들한테만... 그리고 손주에게 이어지기를.. (속마음.. 좀 서운하더이다.)

몇개월 후...
.
.
.
.
아버진 입원하셨습니다. 노인전문병원으로. (몇년전 직장암 수술받으셨었습니다.)
병원에서 4개월 정도 계시다가 작년에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열흘뒤 엄마의 병세가 악화돼서 서울로 모시고 와서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우리 형제들... 번갈아 가며 병간호 했는데...  외국에 나가 사는 동생이 들어와 한달동안 엄마곁에서 간호했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지내느라 유언장 공개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아버지 돌아가신 후 한달쯤 뒤에 사망신고를 했습니다.
그리고... 또 일주일쯤 뒤에 오빠가 등기부 등본을 떼어보니...
모든 재산이 공동등기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것들이 아버지 사망신고 한 날... 그렇게 해놓았습니다.

가슴이 막막했습니다. 화도나고.
엄마는 이미 가망이 없으신데다가... 알려드릴수도 없고.

그래도... 엄마가 한을 품고 가시면 안될거 같아서 호스피스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거기서...수녀님의 인도를 받아 평온안 모습으로 가셨습니다.
그날이... 아버지 49제였습니다.



엄마 잘 보내드리고...
삭망까지 다 지낸후
걔네들한테 연락했습니다.

참. 그전에... 유언장 작성하기 직전에 오빠가 얘기하더군요.
시골에 큰 산이 있는데... 그곳이 개발얘기로 들썩이는 곳입니다.
그 산이 개발되면 아파트 한채씩 해주겠다. 물론 걔네들한테도.

근데... 걔네들 안오더군요.
자기네한테 상속될 지분을 모든 필지에 다 나눠서 달라고만 합니다.
논을 달랬다가..
산을 달랬다가..
자기네는 아무것도 바라는거 없고 다만 아버지의 흔적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고...

저희형제 작년말부터 지금까지 가슴이 탁탁 막히고 있습니다.
쪼그만것들이 어른을 가지고 노네요. 시골에 계시는 작은아버지부터... 우리형제들까지.
논을 몇마지기 주겠다고 하면... 이번엔 산도 떼어 달랍니다.

합의로는 도저히 안될것 같아서 변호사를 샀습니다. (그쪽 애들은 이미 변호사의 조언을 받아 계속 그렇게 행동하고 있었던거구요) .. 법으로 하면 저것들한테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많이 갈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그게 깔끔할것 같아서 법에 의지하게 됐습니다.
저쪽에 통지가 간 모양입니다.
법으로 하는건 싫은지...

그저께 작은아버지 앞으로 편지를 보냈더라구요.
다른거 다 제쳐두고... 지네 엄마... 한 여자로 봐주면 안되겠냐구요. 불쌍한 한 여자로. 지네들만 바라보고 사는 늙은 엄마의 노후대책이라고.

저...
불쌍한 여자로 봐달라는 그... 말에 기함합니다.
지네엄마때문에... 우리 집안은 늘 힘겹게 살아왔고
둘째언니는 죽었고
우리 여자 형제들은 부모의 도움도 못받고 어린나이부터 돈벌며 공부하고 결혼비용까지 스스로 벌어서 결혼했는데...
우리 엄만... 숯검뎅이로 살다가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불쌍한 지네엄마 생각해달랍니다.

오늘... 시골에 내려가서 작은아버지한테 모든 땅.. 안내해달라고 하더랍니다.
지하에서 우리엄마 땅을 치십니다.

날도 우울하고... 내 기분도 우울하고...
이글을 읽은 분들도 우울한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아 죄송합니다.
하도 맘이 갑갑해서 여기에 풀어놓아 봅니다.


IP : 210.205.xxx.195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에횽...
    '06.7.13 4:26 PM (210.95.xxx.231)

    그들에게는 그래도 자기 엄마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누구라도 '우리 엄마는 첩년이니까, 남의 집 파탄 낸 만큼 노후에 고생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죠...

    하지만 문제는 그 것을 핑계로 그 재산을 자식들이 가지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겁니다.
    누구나 생각하듯이 말이죠.

    일단 공증 받아 놓은 유언장이 있으니 그걸 크게 내 세우시고,
    그래도 어쨌든 아버지와 같이 수십년을 관계 맺은 사람이니
    그 여자분에게 생활비조로 한 달에 100만원 정도 보내면 어떨까요?

  • 2. ..
    '06.7.13 4:37 PM (59.13.xxx.212)

    이상하네요. 변호사 도움 받으신다면서요.. 사망신고 한날 모든 재산을 공동명의로 해 놓았다면은
    그것은 아버지의 증여의사가 없음을 이유로 무효 소송하세요..
    아버지 다 돌아가시게 생겼는데 어떻게 증여해서 공동명의로 돌린답니까?
    입증하기도 쉽겠네요.. 변호사에게 다시 물어보세요..

  • 3. 한량의 흔적
    '06.7.13 4:42 PM (210.205.xxx.195)

    공동명의는 돌아가신 후 사망신고 한 날 해논모양입니다. 알아보니.. 그게 글쎄 불법이 아니랍니다.
    일단 변호사 통해서 절차는 밟고 있는 중이지요. 그쪽애들한테도 유류재산 청구라나.. 뭐라나.. 그런걸로 일정지분이 간답니다. 유언이 있어요. 물론 유언장이 있으면... 조금 덜간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그쪽집이 우리보다 훨.. 부자로 살고 있습니다.
    그쪽에는 전남편의 아들도 있구요.
    법으로 주라는 만큼 주지만... 월 100만원.. 못주지요. 이렇게까지 온 마당에 그집하고 인연을 계속 이을 필요가 있을까요?

    제가 이 글을 쓴건... 제맘이 하도 답답해서 쓴겁니다.
    평소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사연이니까요.

  • 4. ..
    '06.7.13 4:44 PM (59.13.xxx.212)

    다시 읽어보니 아버지 사망하신후에 공동명의로 돌렸군요..
    그건 증여행위도 없이 당연히 돌아가신분이니 증여의사도 없이
    공동명의로 돌렸군요.. 당연히 명의 되찾을수 있지 않나요?
    잘하면 사기(?)-정확하진 않지만-에 사문서 위조 기타 등등으로 집어 넣을수도 있겠네요..

  • 5. ..
    '06.7.13 4:48 PM (59.13.xxx.212)

    친어머니 돌아가셨으니 자식 8명에게 법적으로 동일지분의 상속권이 있으나
    아버지가 유언장을 작성하셨으니 첩의 자식들이 재판걸면
    첩의 자식들은 8분의 1의 반 즉 16분의 1은 주어야 겠네요..

  • 6. 물어보세요
    '06.7.13 4:54 PM (222.107.xxx.103)

    변호사가 잘 알아서 하겠지만

    아버지가 어머니보다 먼저 돌아가셨으니
    어머니와 자식들에게 아버지 자식이 상속이 되겠죠
    유언이 있다고 해도 유류분이라고하여
    다른 분들에게도 상속이 되는거구요
    어머니의 재산은 다시 남은 자식들에게
    골고루 상속이 되는게 맞는거 같네요
    유언장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였다면
    자식인 이상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는게 맞다고 봅니다.

  • 7. 원글님
    '06.7.13 4:55 PM (210.91.xxx.100)

    말씀대로 사망신고한 날 명의변경한 거는 불법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네딘 지단이 이런 말을 했다잔아요.
    자극을 받은 뒤 대응한 사람(지단)이 늘 벌을 받고, 분노를 유발한 사람(마테라치)은 절대 벌을 받지 않는데 이는 공평하지 못하다” 고요.
    세상 일은 참 요지경속으로 돌아가는 거 같습니다
    변호사가 하라는 대로 즉, 법대로 하는 수 밖에 없을 거 같아요
    일단 무조건 변호사랑 상의하시라고 말씀 드리고파요~

  • 8. 저도
    '06.7.13 11:47 PM (218.37.xxx.190)

    첩년이야기만 나오면 열받습니다.
    가만보면 남자란 종자는
    멀쩡한기운은 딴데다 다 쓰고
    죽을때되면 집에 기어들어오죠..
    그 첩년새끼들이 진짜 웃기네요.
    머 불쌍한 지엄마?
    개가 물어갈소리네요,
    주둥이에 똥물을 한바기지 퍼 넣고 싶네여.
    제가 말을 너무 험하게하죠?
    울엄미도 평생을 아부지의 첩질에 멍든 여자이거든요,
    아무쪼록 일 잘 해결되시길 바래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72006 별건 아니지만, 여쭤봅니다. 9 궁금이 2006/07/12 1,041
72005 전에 은물결(갯바람)이란 이름으로 오시던분...타계하셨네요 35 명복... 2006/07/12 3,408
72004 82님들은 외식 한달에 몇번정도 하시나요? 15 궁금해서.... 2006/07/12 1,591
72003 검색하다 보니 대치동에 미강이라는 샤브샤브 집 글이 있던데요.. 2 .. 2006/07/12 486
72002 [분당전세]9월에 이사가야하는데요.. 6 이사 2006/07/12 876
72001 고춧가루의 비밀~~^.^ 5 고추가루 2006/07/12 1,568
72000 압구정동 근처에 점심 정식(일식) 괜찮은 곳 추천해주세요 7 음식점 2006/07/12 588
71999 암웨이제품 싸게 구입할수있는 방법 없는지요? 2 암웨이 2006/07/12 480
71998 우리엄마는요 5 작은딸 2006/07/12 797
71997 신생아용품 준비... 벌써해도 되나요? 6 7개월접어드.. 2006/07/12 421
71996 친구에게 서운해요 ㅠ.ㅠ 4 속좁은이 2006/07/12 988
71995 양념류들 어디다 보관하세요? 1 양념기 2006/07/12 481
71994 임대아파트 사는데요 회사가 보증금을 안 줘요 임대아파트 2006/07/12 231
71993 싸이일촌 분류 어찌 하나요? 2 일촌 2006/07/12 404
71992 아~아~ 전국의 기상통신원 여러분~ 그쪽 날씨는 어떤지요? 14 소래통신원 2006/07/12 611
71991 윗집이 너무 뛰는데... 11 소심한아랫집.. 2006/07/12 1,117
71990 남대문 대신 수입 전화기 살만한곳은요?? 3 남대문 2006/07/12 1,092
71989 혹시 메니에르병 경험해 보신 분 계시면... 4 어지럼 2006/07/12 607
71988 올케가 과연 나중에 변할까요? 15 시누이 2006/07/12 1,888
71987 혹시 재산세 고지서 왔나요? 11 궁금 2006/07/12 1,075
71986 아이고 밥하기 싫어요.. 19 오늘은뭐먹지.. 2006/07/12 1,471
71985 컴에 음악 들리는거에 대해서요...알려주세요 8 잘 몰라서 2006/07/12 267
71984 병원 식사가 너무 맛있어서 퇴원하기가 다 싫어지네요 -_-; 22 병원밥 2006/07/12 2,061
71983 샤브샤브 2 샤브샤브 2006/07/12 408
71982 아이가 하퇴성 습진입니다.혹 잘보는 한방병원 아시는 분은 알려주세요 습진 2006/07/12 219
71981 특급호텔에 투숙할때요 7 가방 2006/07/12 1,217
71980 아미쿡 꼴보기 싫어졌어요 6 2006/07/12 1,675
71979 손목의통증이있어 서울대병원예약했는데여 진료비 많이 비싼가여? 2 굴레머 2006/07/12 456
71978 원래 카드가 안되는 곳인가요? 12 카센타가 2006/07/12 579
71977 옥션 친구 쿠폰 쏴주실분 2 한장만 2006/07/12 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