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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 조회수 : 478
작성일 : 2006-06-16 14:24:48
내 첫 피아노는 1969년. 국민학교 입학하던해
그 당시 돈으로 22만원 주고 산 독일제 까만 피아노입니다.
가격까지 어떻게 기억하냐고요?
글쎄 자잔한 기억은 잘하는데 큰 기억을 못하는 제 이상한 습관 때문입니다.^^
그 당시 서울에 기와집 한 채가 100만원이 채 안됐어요.
엄마는 그 피아노를 비로도 커버까지 씌우시며 날마다 기름걸레로 닦으셨어요.
엄청난 가치의 재산이었죠.
그러고보니 아버지가 그때 돈을 꽤 잘 버셨나봅니다.

결혼해서 구입한 피아노는 1993년에 산  삼익피아노.
언니집에 있는 피아노가 너무 부러워 하던차에 제 아들아이 초등학교
입학 기념으로 시어머님이 피아노를 사주신다기에 똑같은 모델로 겁없이 사달라고 했습니다.
280만원. 수표도 쓸 줄 모르는 어리벙벙 제가 빳빳한 신권으로 건네줬습니다.

오늘 그 피아노수리를 하려고 삼익에서 사람을 불렀습니다.
뜯어보더니 대뜸 "안쓰시면 파시지요." 하더군요.
조율사를 부를때마다 매번 듣던 소리라
안판다고  너무 *값을 불러 속상해서라도 안판다고 했어요.

아이가 입시 준비하고, 이사 다니고 하느라 오랫동안 방안에 밀쳐두고 피아노 뚜껑도 안열어봐서
피아노가 많이 상했더라고요.
아파트라 내부목재가 너무 건조해 있어서 핀이 헐거워져 지금은 조율을 할 수가 없대요.
며칠 후면 핀이 또 풀릴거라고요.
일단 물통에 물을 받아 피아노 내부에 넣어두었습니다.
한달에 한번씩 물통을 갈아주고 습도를 맞춰 가을에 수리,조율을 받기로 했습니다.
해머도 샌딩해야하고 이래저래 조율,수리비가 50만원 정도 나오겠더라고요.

가면서 아저씨가 그러시네요.
"이 피아노 요새는 외장만 바꿔서 나오는데  신품은 500은 줘야해요."
제가 피아노 치는 사람 없다고 덥석 피아노 판다고 했어봐요.
장사치가 조율이 안됐네, 이게 안좋네 하면서 아마 50만원도 안주고 집어갔을거 아니에요.
여러분도 혹시 피아노 파실 맘이 생기더라도 잘 생각해 보세요.
피아노 값도 그렇지만 그 피아노 끼고 살며 함께한 추억도 말이에요.

갑자기
살때 22만원이나 주고 산 그 독일제 피아노,
아버지 사업 망하셔서 쪼그만 집으로 피신하듯 이사 하시며
엄마가 칠 사람 없다고 그 피아노 팔아버리고
단 돈 20만원 손에 쥐고 가늘게 쉬시던 한숨이 지금 맘에 걸리네요.
피아노값이 다는 아닌데...
그 예전 친정이라고 가면 똥당거리던 그 피아노가 갑자기 눈에 어릿어릿합니다.
IP : 211.179.xxx.17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끝부분이
    '06.6.16 2:33 PM (61.98.xxx.247)

    아주 시적이시네요..

    우리 피아노도 좀 열어봐야겠네요
    뚜껑도 잘 안열어보고..
    남편은 팔자하고 난 안된다하고만 있어요
    좋은 정보(?) 감사해요.

  • 2. ..
    '06.6.16 3:15 PM (222.117.xxx.222)

    저도 피아노가 옛날거라 너무커서 요즘 나오는 신형으로 바꿀려고 했는데 아는 엄마가
    요즘 생산된 피아노보다 속이 더좋은걸루 되어있어 좋은거라하네요.자릴 많이 차지해서
    바꾸고 싶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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