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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의 부부싸움 글을 보니..

저도.. 조회수 : 750
작성일 : 2006-05-11 12:54:35
제 얘기 같네요.
여러분이 댓글 달아주신 것 보면서
저도 반성 많이 했습니다.

많은 인생선배님들이 해주시는 얘기이고,
이성적으로는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
현명하게 대처가 안되네요.
항상 나만 남편하게 맞춰주는 것 같으니 억울한가봐요.

조금 더 조언을 듣고 싶어
밑의 분과 다른 부분을 좀 얘기해보려구요.
좀 길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남편은 무척 바쁜편이긴 하지만
밑의 남편분과는 달리 술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정말 술 자체를 사랑해요.

일하느라 바쁘다가 틈이 생기면 술 마시러 가버리고,
가끔은 일을 제껴두고 술 마실때도 있습니다.
저도 나름 바쁘지만 남편 일 많은 거 아니까
신경 안쓰게 하려고 집안에서 발생하는 일이라든지
양쪽 부모님 챙기는 일, 혼자 발 동동거리며 하고 있는데
본인은 술 마시러 가버리고,
것도 다음날 술기운을 못이겨 출근 못하는 거 보게 되면
정말 속이 상해요.

이젠 제가 술에 대한 과민반응이 되었다는 거 저도 느낍니다.
사실 저는 술을 전혀 못하구요,
하지만 워낙 남녀친구도 많고, 모임에 어울리는 걸 좋아해서
술자리 빠지지 않고 다니고 술독에 빠져사는 친구들에 익숙했기 때문에
결혼해서 남편하고 술이 문제가 될지는 상상도  못했어요.

이렇게 된 건 결혼 초기에
남편이 결핵에 걸렸었는데
잘 먹고 잘 쉬어야 한다고 해서 엄청 신경 썼어요.
그런데 정작 본인은 술마시고 집에 와 오바이트 하고 다음날 정신 못차리고..
게다가 결핵약이 너무 독해
퇴근하고 집에 와서 저녁 먹고 제가 설겆이 얼른 해놓고 가보면
소파에서 잠들어버리곤 했어요.
연애기간이 짧아서 결혼하고나서 연애하는 것처럼 살자고 해놓곤
남편따라 외지에 갔는데
남편은 맨날 집에와서 잠만자니 저도 쉽지는 않았겠죠.
그래도 아픈 사람 우선이라고
최선을 다해 신경써줬는데
술마시고 오바이트 하고 몇 일 골골거리면 정말 속상하더라구요.

뭐..지금 결혼한 지 2년 정도 되었는데..
그 후에 술에 얽힌 일들은 말할 수도 없구요..

뭐랄까..
이젠 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남편이 저에 대한 배려나 애정이 없는 것 같아
일종의 자존심싸움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그렇게..
반복되는 싸움을 해오곤 했는데..
제가 정말 답답한 것은
남편의 정신세계에 있습니다.
어릴적에 작고 몸도 약하고 해서 아이들의 괴롭힘을 많이 당했나봅니다.
워낙 약하고 마음도 여려, 힘에 굴복했던 것에 대해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도 남아있구요.
시어머니도 무서우시구요.
지금은 노력해서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위치까지 왔지만
그래도 어릴때 얻은 상처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어요.

지금도 자기가 잘 못하는 건 알아요.
그런데 그 잘못을 고치려고 하진 않고..
내인생이 이렇지, 뭐....그런 태도입니다.
괜히 자기 인생에 나를 끌여들여 행복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고치거나 노력하려는 생각은 없고 그런 말을 합니다.

저, 남편이 술로 저 속상하게 할 때만 아니면 행복하거든요.
저희 남편 정말 착해요. 저한테 기가막히게 잘해주거나 그러는 건 아니지만..
알콩달콩 살면서 느끼는 소소한 삶의 즐거움이 저는 좋습니다.
남편한테 물론 표현도 하구요.
그런데 남편은 그걸 믿어주질 않아요.
내가 자기와 결혼해서 행복하지 않고, 언제든지 헤어질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잠자리에도 좀 문제가 있거든요.

어제도..
술 마시고 들어와 정신 못차리고 자고 싶어하는 남편을
붙들고 얘기하는데..
제가 남편도 좀 노력을 해야하는 거 아니냐..
원하는 게 있으면 그걸 유지하려고 해야하는게 아니냐..했더니
결국 나오는 얘기가..
자기란 사람은 그냥..
어떻게 덜 아프다가 죽을까..
그런 생각만 하는 것 같다더군요.
그런 말 하는 사람한테 뭐라 더 말을 해야할 지 몰라서
엉엉 울어버렸습니다.

정말 마음이 여려 착하기도 착하지만
남한테 상처받거나, 몸이 아프거나 불구가 되거나 하는 것에 대한 겁도 많거든요.
결혼 초기엔 어린시절의 상처가
저도 무척 마음 아팠지만,
되풀이 되다보니 남편은 노력하지 않고 저혼자 감당하며 사는 것 같아 억울해지나봅니다.


밑의 댓글들 읽다보니,
제가 안 재우고 닦달을 하니
남편도 몰라몰라~ 하는 심정에서 저런 말을 했겠거니 싶기도 하지만,
역시 벅찬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복잡한 일들과 마음상태를 요약하자니 잘 정리는 안되지만
지금 제 마음은 지금까지 살아온 것보다 앞으로 살 것이 막막해요.
헤어지자는 말까지 나온 상태인데
사실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남편의 상처 보듬고 받아주지 못하며 사는 제가 나쁜걸까요?
IP : 124.61.xxx.175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6.5.11 1:00 PM (160.39.xxx.181)

    님이 나쁜 거 전혀 아니구요...저같으면 속이 썩어 문드라졌을것 같아요. 같이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려고 한 결혼인데 그런 자포자기적인 태도와 술문제...에효..넘 힘드시겠어요. 어렸을때의 상처도 일종의 장애인데, 심리치료 같은 건 전혀 고려 안하시나요? 좀 뭔가 방법을 취해야지 그냥 마냥 참는 건 님이 너무 힘드시겠네요.
    저는 그렇게 오랜시간, 평생 보듬고 살다간 암걸릴것 같아요 ㅡㅜ 님 너무 착하세요...

  • 2. 아까글쓴이
    '06.5.11 1:20 PM (211.255.xxx.114)

    에공 원글님도 답답한 상황이시겠네요.
    어릴적의 상처는 쉽게 치유가 되지 않는거 같아요
    거기다 술까지 좋아하신다하니..
    2년동안 얼마나 속이 상하셨을지 감히 상상이 되네요.
    아마 원글님도 속으로 많이 지치셔서 남편의 상처를 보듬고 받아주지 못하게 되신게 아닌가 해요
    원글님이 남편분을 많이 걱정하시고 안쓰러워 하는게 느껴지거든요.
    아마 남편분이 어젯밤에 하신 말씀은 속상하신 상태에서 마음에 전체를 자치하는 얘기가 아닌 일부, 스쳐가는 생각을 입밖으로 내신거 같아요
    근데 지금은 아직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거 같아요
    결혼 2년이면 아직 젊으시지 않나요?
    술만 아니면 행복하다 하셨으니 심리치료라던가(그런 부분때문에 더 술을 즐기실지도 모르겠어요) 하는 부분을 알아보셨으면 좋겠어요

  • 3. 동감
    '06.5.11 1:35 PM (221.161.xxx.93)

    저랑 친구해야겠어요...정말 저랑 상황이 너무 같아여...전 님의 심정 정말 백번 이해합니다.
    자포자기하는 알을 듣는순간 맥이 탁 풀리면서 눈물만 나오죠.

    제 남편도 술을 사랑하는사람이구요.어렸을때 약간의 상처가 있는 사람이에요.
    제가 볼땐 훌훌 털어버릴수 있는 상처인데,워낙 성격이 소극적인지라 가슴에 꽁꽁싸메고 짠하고 보여주네요.

    전 약간 독하게 나가기도 해요.그 상처 보이면 저도 사실 너무 맘이 안좋고 속상하지만 그걸 무슨 큰 일인냥 가슴에 꽁꽁 묻는모습이 너무 싫어서 제가 받은 상처도 이야기해주면서 같이 치유하려고 애쓰구요.

    별거 아닌일이라고 항상 주입시켜줍니다...나도 이런일이 있어서...하면서요...

    그리고 그런일에 대해서 꼭 웃음으로 마무리지으려고 노력합니다.
    절대로 그런일에 동조하시면 안돼요.냉정하게 이야기하고 웃어버릴려고 노력하세요.

    저도 결혼3년차구요,아기는 없구요 한때는 정말 아리를 가지지말아야겠단 생각도 했어요...

    님 이야기 들으니 괜시리 가슴이 짠해지네요...힘내시구요.
    어느 가정이나 문제는 하나씩 가지고있어요.
    님 스스로 그 문제에 대해서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시구요. 밝아지셔야해요.

    저도 남편이랑 이혼같은거 할 생각없기때문에 항상 이해하고 사랑하고 또 별거아닌일이라고 치부하고 살아요...정말 만나서 이야기 하고싶네요...힘내세요~

    아 그리고 심리치료같은거 잘 생각해보세요.그런 성격의 소유자는 나중에 그것도 상처가 됩니다.
    저도 고민하지 않은것이 아닌데요...제가 남편의 심리치료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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