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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쓰는 시어머니

어여쁜 조회수 : 1,978
작성일 : 2005-03-22 21:08:22

결혼식날 시부모님께 폐백을 드리고 절값과 함께 편지를 받았답니다.
신혼여행가서 보라는 시엄니의 신신당부와 함께..

삿포로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두통의 편지를 열었습니다.
받는이가 '어여쁜'인 세장이나 구구절절 써내려간 편지와
한통은 당신의 아들한테 아내에게 잘 하라는 협박성 간단명료한 한장의 편지였죠.

우리 신랑은 현재 무녀독남 외동아들입니다.
처음엔 그 사실이 조금 마음에 걸렸어요.
저는 3남매의 외동딸이라 항상 북적북적이는 집에서 살았기에
우리 또래가 혼자라면 조금 이상하게 생각도 됬어요.(저 웃기죠?)

알고 보니 원래부터 무녀독남은 아니였더군요.
몇 년 전, 대학생이던 시누이가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처음 만난 날, 신랑이 형제관계 얘기를 할 때 고민하던 모습이 오버랩되더군요.

가까운 거리에 사는지라 양가 지인들이 중복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 분들 '열이면 열'전부 예비 시부모 칭찬이였어요.
결혼준비를 하면서 정말 '양반'이라고 느꼈고 외동의 부담은 조금씩 잊혀졌습니다.
딸을 키워보셔서 그런지 제 맘을 잘 헤아려 주셨답니다.

20년 넘게 곱게 키워 온 딸을 먼저 보내시고,
그 아픔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냐만은 한번도 제게 표를 안 내셨죠.
울부모님한테 귀에 못이 박히도록 '시부모를 내 부모처럼,무조건 시부모께 잘하기'를
들었지만 사실 이제껏 남남이였는데 어디 그게 쉽겠습니까?
하지만,결혼식 날 받은 그 편지를 읽으면서 전 가슴으로 울었답니다.
또 다짐을 했습니다.이제부터 제가 딸이예요! 하고..

우리 시부모님은 항상 아들을 낮추고 며느리인 저를 높여주신답니다.
당신들 귀한 자식인데 그게 쉬운 일은 아니쟎아요.
우리 시아부지 1주일에 한번씩 보는데도 불구하고,
반갑다고 제 손을 어루만져 주시고 껴안아주신답니다.
무뚝뚝한 경상도 표본인(물론 경상도 남자들 다 그런것은 아닙니다만) 울 시아부지의
사랑이 듬뿍듬뿍 묻어나는 순간이죠.

저 별로 해드린 것도 없는데 동네방네 며느리 자랑 하고 다니셔서 민망합니다요.
당신 아들보다 잘난건 키 쪼깨 크다는 것 밖에 없는데 과분한 사랑이죠.
'결혼날' 받은 그날밤, 너무 행복해서 잠도 안 왔다는
그 말씀에 괜스레 기분이 좋더군요.

결혼 전 괜히 어디서 줏어들은 건 많아서 '시댁'이라면 괜스레 부담이 갔는데
결혼 하고 보니 다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이 되요.
외동이라고 하면 영화 '올가미'에서의 그릇된 자식사랑만 생각이 됬거든요.
(하여간 지나친 상상력이란..)

시아부지,시엄니의 사랑에 보답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요.
저는 친정부모님께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어요.
복이 많은 사람인가봐요.
여름에 태어날 우리 아지한테 제가 과연 그 만큼의 사랑을 과연 베풀 수 있을까요?

행복하게 사는 일이 얼굴도 한번도 못 본 우리 시누이한테 도움이 되는 거라 생각하며
오늘도 행복하게 살렵니다.
하늘에 있는 아가씨~오늘도 화이팅!

@ㄱㅇ~


*뱀꼬리: 우리 시엄니 글씨 대빵 통통하죠? 헤헷~
요즘 부쩍 말이 많아지네요.
제가 대딩시절 부터 많이 좋아하고 죽치고;; 있었던 천리안의 메동 시절 생각이 나요.
메동만큼이나 애착이 가고 마음이 편한 사이트랍니다.^^
IP : 222.96.xxx.24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5.3.22 9:17 PM (218.51.xxx.99)

    어여쁜님..
    이름만큼 맘도 고우시네요..
    제가 외동아들 키우고 있지요...
    제 꿈이 님의 시부모님같이 되는 것인데...
    시댁과 잘 지내는 것은 물론 어른이 먼저 손 내밀어 잘 해주셔야 하지만,
    며느리와 뜻도 잘 맞아야 하지요...
    아마도 불행한 일은 있었지만 하늘나라에서 먼저 가신 시누님이 이리 어여쁜 올케를
    며늘로 짝지어 주셨나봐요...
    행복하시구요...
    그리 좋으신 부모님께 좋은 딸같은 며느리되세요....

  • 2. 메이지
    '05.3.22 9:17 PM (211.207.xxx.86)

    행복하시다는게 글에서 담뿍 묻어나오네요...
    저두 시부모님을 친정부모님처럼 생각하려고 노력하니 제 맘이 더 편해지더군요.
    이런 맘이시면 결혼생활도 평온하실거예요... 결혼 축하드립니다.

  • 3. kidult
    '05.3.22 9:26 PM (219.250.xxx.134)

    행복한 시작이네요. 읽으면서 참 흐믓했어요.늘 지금 처럼 행복하세요.

  • 4. 헤스티아
    '05.3.22 9:28 PM (220.86.xxx.165)

    헤헤 살다보면 가끔 서운한 말씀도 툭 던지시지만.. 저두 시어머님 이메일 받으면 참 기분이 좋아요..
    사랑은 쌓아갈수록 더 커지고 풍성해지는 것 같아요^%^

  • 5. 행복이머무는꽃집
    '05.3.22 9:43 PM (61.99.xxx.212)

    행복이 뜸뿍묻어나는 얘기네요 ~ 좋은 부모님들과 알콩달콩 재미난 얘기 자주 들을수있길 바래요^^*~

  • 6. 소박한 밥상
    '05.3.22 9:57 PM (218.49.xxx.62)

    님의 예쁜 마음도 고맙지만
    한창 아름다울 나이에 시부모님 곁을 떠난 시누이 사연이 더 마음 아픕니다.
    시부모님...얼마나 큰 아픔을 안고 사실까요....?

  • 7. 김혜경
    '05.3.22 10:10 PM (218.51.xxx.220)

    어여쁜님 블로그에서 어머님이랑 찍은 사진 봤어요..아주 보기 좋았어요...

  • 8. 모니카
    '05.3.22 10:47 PM (222.237.xxx.95)

    어여쁜님의 홈피 들어가 보았어요. 너무 미인이시네요.
    배경음악도 넘 기분 좋아요~~

  • 9. judi
    '05.3.22 11:19 PM (218.52.xxx.153)

    너무 보기 좋네요....

  • 10. 실비
    '05.3.22 11:27 PM (222.109.xxx.190)

    님, 너무 부러워요. 이것도 다 님의 복입니다. 정말로 부럽네요.

    무슨 복이 많이 이리도 좋은 인연을 만드셨나요. 정말로 부럽습니다. 건강하시고 많이 많이 행복하시고 사랑하시길 바랍니다.

    실비.

  • 11. 어여쁜
    '05.3.23 8:14 AM (222.96.xxx.24)

    고맙습니다.꾸뻑~ 친구들 중 제가 거의 처음 결혼한 건데 저를 보는 친구들은 오히려
    외동이 좋다고 그들의 결혼잣대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저 절대 책임 못 집니다!ㅋ)
    저도 시누이가 될 입장이고 며느리의 입장에서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또 시부모가 이렇게 하면 좋더라라고 생각이 되서 친정부모님께 자주 전하는 편이예요.

    언젠가 들어올 오빠랑 남동생 짝지도 우리 부모님을 이렇게 생각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드네요.

  • 12. 히메
    '05.3.23 8:50 AM (211.255.xxx.114)

    편지지도 너무 귀여워요. 저희 엄마도 오빠 결혼할때 그림까지 손수 그리셔서 장문의 편지를 오빠 부부에게 줬었거든요. 나중에 저도 그거 읽으면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는...
    그래서 저도 내심 기대했는데 막상 딸에게는 국물도 없더군여-_-+

  • 13. 겨란
    '05.3.23 9:46 AM (222.110.xxx.183)

    딴소리지만 메동은 혹시... 메주동호회? 뭐예요?

  • 14. 어여쁜
    '05.3.23 11:56 AM (222.96.xxx.24)

    겨란님..넘 우껴요.저 넘어갔습니다요.
    메동은 메이크업 동호회의 줄임말이죠.ㅋ
    메주동호회라..푸하하

  • 15. 콩순이
    '05.3.23 11:56 AM (61.76.xxx.101)

    겨란님. 푸하하~! 메동은 메이크업 동호회입니다.
    저도 천리안 죽순이 시절 자주 갔었는데... 혹시 요새는 페수 다니시나요?
    위에 싸이 아이디 페수에서도 본듯한. ^^

    진짜로 편지지도 너무 이쁘고 서체도 귀엽고 어머님 넘 좋으신 분인가봐요.
    어여쁜 님도 또 그만큼 잘하실테죠. 앞으로도 아자아자 홧팅입니다~

  • 16. 공작부인
    '05.3.23 12:06 PM (220.88.xxx.93)

    저도 생일때마다 어머님이 손수 쓰신 카드를 받는데 ..그때마다 행복해요

  • 17. 어여쁜
    '05.3.23 12:17 PM (222.96.xxx.24)

    제 싸이주소가 올려졌는지도 몰랐답니다.
    아주 오래전에 베스트 홈피로 선정되서 기하학적인 방문자수에 놀랬는데
    왜 이리 방문자가 많지 하고 혼자 생각.;;;;

    페수는 백만년마다 한번씩 검색 때문에 가고 거의 안 가요.
    페수팬분들께는 죄송하지만 메동만큼 정이 안 가네요.^^
    아직도 매달 만원씩 내고 천리안을 씁니다.우리집 천리안에서 상줘야해요! 벌써 12년째.

  • 18. sun shine
    '05.3.23 4:44 PM (211.227.xxx.63)

    복이 많으시네요.
    결혼 죽하해요.
    이런 글 많이 올라와서
    가족들도 함께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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