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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상록이

장수산나 조회수 : 880
작성일 : 2005-01-17 10:14:33
'소년의 집' 후원회비를 한 이년정도 냈었습니다.
말이 후원회비이지 모기 눈물만큼이나 될라나~~

다달이 내는 금액을 많이 책정해 놓으면 성실하게 지키기가 어렵다는
선배들의 충고를 받아들여 모기눈물 만큼씩 냈었는데
그것두 매달 은행가서 지로용지로 내니 슬슬 귀찮아졌던거 같습니다.

요즘은 지로용지 내는것두 은근히 까탈스러워져 이참저참 핑계김에
모기눈물이래두 한 이년 냈으니 끊어야겠다 싶은데 막상 지로용지가 오믄
쓰레기통에 과감하게 버리지는 몬하고 이리저리 굴러댕기게 맹글었더랬습니다.

전날밤에 과음을 한 바오로는 한밤중이고
눈비비고도 8시에 핸드폰으로 알람만 맞춰놓고는
내쳐 그냥 자길래 혼자서 털래털래 9시미사를 갔습니다.

낯익는 형제님이 남자아이들 셋을 데리고 미사를 오셨습니다.
마침 마주오던 또다른 형제님이 누구냐고 묻자 '소년의 집'에서 데리고 온
아이들인데 하룻밤 재우고 미사 드리러 함께 왔노라 하셨습니다.

'소년의 집' 친구들이라고 하니 갑자기 친근감이 막 생겨서
마치 내가 너무나 잘 아는 친구들인냥 아는 척을 하고 싶은데........
'수산나, 오바하지마라, 걔네들은 너 몰라~~'라며
또다른 수산나가 자동제어를 해줍니다.

늘 앉는 내자리....잠시 눈을 감고 예수님 저 왔어요~~라고 보고 인사를
드리고 눈을 뜨니 엄머! 남자아이 셋이 쪼로록 수산나의 앞자리에 앉아있습니다.

귀가 시원하게 보이도록 짧은 머리스타일이 셋이 똑같습니다.
아마 손재주 좋으신 어느 수녀님의 솜씨인가보다....혼자서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앞에 앉은 친구가 먼저 말을 걸어줍니다.

"아줌마, 청소년 성가책 가지고 오셨어요?"
"그러엄~~우리 같이보자"
그때부터 앞자리 친구는 몸을 돌려 수산나와 함께 성가를 함께 불렀습니다.

*  나  (청소년성가 413번)

나 가진 재물 없으나
나 남이 가진 지식 없으나
나 남에게 있는 건강있지 않으나
나 남이 없는 것 있으니
나 남이 못본것을 보았고
나 남이 듣지못한 음성 들었고
나 남이 받지못한 사랑 받았고
나 남이 모르는것 깨달았네

공평하신 하느님이  
나 남이 가진것 나 없지만
공평하신 하느님이
나 남이 없는것 갖게 하셨네~~~~


수산나의 주제곡 '나'를 함께 부르는데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지는 겁니다.
"너, 별명있지?"
"예, 있어요. 제 별명은 상록수예요"
"에이~아줌마가 보기엔 니 별명은 딱다구리같어~~"
"아니예요, 진짜루 상록수예요. 제 이름이 정상록이거등요"

늘 푸르르라고 이름을 상록이라고 지어주었을 상록이의 부모님 생각을
잠시 해보았습니다.
어떤 사람들이였을까.....
어떤 사람들이 어떤 형편에 놓여길래
이토록 푸르르게 어여쁜 아이를 버려야만 했을까....

미사시간 내내 머리로 끊임없이 딱다구리처럼 쪼고, 또 쪼고 하던 아이...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머리를 쪼는 모습이 마치 인간딱다구리 같은 아이...

"어? 아줌마, 여기 성당은 왜 돈을 안받아요?"
"뭔 돈?"
"소쿠리에 내는거 말이예요~~"
미사예물 내는 줄에 서서도 열심히 머리쪼기만 하등만....
주머니에서 마치 마술을 부리듯 쨘!하고 천원짜리 지폐를 꺼내는 상록이는
넉살좋게 그럽니다.

"아줌마, 나는요, 이 돈이 십만원짜리 였으면 좋겠어요.
그것두 한 스무장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으으으---- 스무장이면 이백만원이나 되는데~~~"

"아니 이백만원이나 뭣에다 쓸라구?"
"하하...이백만원만 있으면요 이마트에 가서 이마트 안에 있는거 전부 다 사올수 있잖아요.
아~~~이마트 안에 있는거 전부 다 사고 싶다~~~~"

딱따구리 상록이....
잠시도 멈추지 않고 자신의 머리를 허공에 대고 쪼아대던
그 아이는 채워지지 않는 갈망을 향해 끊임없이 제 머리를 쪼아대는건 아니였는지....

집으로 돌아와 어디에 쳐박아두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지로용지를 찾았습니다.
내가 매달 게으르게 내던 모기눈물이 상록이의 갈망을 모기눈물 만큼만이라도 채워줄 수 있다면....
그래서 그 아이의 머리통 쪼기가 한번만이라도 줄어들수 있다면....

남이 다 가진 것 나 없지만 공평하신 하느님이
나 남이 없는 것 갖게 하셨다고 진정으로 기쁘게 찬송할 수 있는
딱따구리 상록이가 되길.....기도했습니다.

이름처럼 늘 푸르르게 자라라....딱따구리 상록아~~~~
IP : 222.120.xxx.148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임오케이
    '05.1.17 12:27 PM (222.99.xxx.239)

    어떻게 그 아이들을 수산나님 앞에 앉게 하셨을까.

  • 2. 엘리사벳
    '05.1.17 2:28 PM (218.49.xxx.169)

    한동안 뜸하던 꽃동네 지로용지가 배달 되었어요,
    다시 금액쓰고 내기가 갑자기 귀찮아져서 망설이고 있었는데.....
    은행에 다녀와야 겠어요,

  • 3. 장수산나
    '05.1.17 4:54 PM (219.254.xxx.45)

    아임오케이님, 저두 그 시간에 왜 아이들이 제앞에 앉게 되었는지
    생각을 해보았답니다.
    아마 굳은 제마음을 움직이기 위함이 아니셨을지요....

    엘리사벳님~ 고맙습니다. *^^*

  • 4. 왕엄마
    '05.1.17 4:57 PM (219.254.xxx.62)

    저도 병아리 눈물만큼이나 내면서도 요즘처럼 힘들땐
    가끔 갈등을 겪지요.(에구 못난것)
    그 갈등을 떨치고자 자동이체로 바꾸고, 까마득 잊다가
    년말에 오는 세라의 카드를 받으며 괜히 죄스러워 집니다.

  • 5. 수산나
    '05.1.17 5:07 PM (210.95.xxx.35)

    후원단체 지명하지않고 사회복지국으로 보내던 후원금과 릴리회비
    게으름으로 몇달째 안보냈는데 지로용지 찾아 얼릉 보내야겠네유
    장수산나님 나의 게으름 깨우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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