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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의 자리비움,,

이라이자 조회수 : 890
작성일 : 2005-01-09 14:13:43
애들 아빠가 열흘예정으로 폴란드로 떠난지 사흘째입니다.
저녁이면 허전하고 왠지 울컥해지는 심정을 억지로 누르며
아이들 저녁 먹이고 같이 놀아주고,,,재우고 나니,,빈자리가 더 큽니다.
"널 처음 사랑할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많이 사랑한다는,,,"
사랑은 살면서 쌓이는거라는 말이 새록해집니다.
저희는 선봐서 결혼했어요.
제 친구 어머님이 당신 친구분 아들을  소개시켜주셨더랬죠.
양가 부모님이 더 맘에 들어하셔서 언능 결혼하라고 등떠미는게 무서웠을 정도였지요.
처음 선을 본 사람과 결혼하기 싫었지만 그래도 그 사람이 싫지는 않았어요.
제마음을 알아챈 애아빠는 부모님께 맘에 안든다고 둘러대고 몰래 만나자고 제안하더군요.
그렇게 저희들의 비밀 연애가 1년정도 지나고 전 제가 사랑이란걸 하고 있다고 난생 처음 알았습니다.
애들 아빠가 첫사랑이라니,,,좀 비참하죠?
모든 남학생들이 기피한다는 X대의 여학생이라서인지,,암튼 소개팅도 못해봤고,,과친구나 선배는 찝쩍거려주지 않는게 감사한거라고 생각하며 살았거든요.
꾸미는것도 미숙하고,,ㅋㅋ
한참 연애할때 이쁘게 보이고 싶어서 난생처음으로 볼에 새도우를 넣고 출근했어요.
절본 선배가 화장실로 데려가더니,,너 심형래 펭귄분장 했냐고,,티슈로 닦아주더군요.
눈썹도 그릴줄 몰라 숯댕이되기 일쑤고,,머리는 이뻐질라고 빠마는 했는데 손질할줄 몰라서 바구니 얹고 살았었는데,,그래도 이쁘다고 섹시하다고 둘러대주고 손잡고 명동이며 쁘랭땅백화점이며 돌아댕겼더랬어요.
처음 손잡던날의 짜릿한 전기맛,,
춘운날 둘러주던 목도리에서 나던 쿵큼한 담배냄새,,
첫키스할때 마시던 애플 사이다맛,,
지금은 없어졌다는 회전초밥집에서 초밥 먹다가 청혼 받았어요,,무드두 없이 열씸히 먹고 있는데
자기랑 결혼하믄 초밥 날마다 사준다나,,
으이그,,
그래도 그저 좋다고 헤헤거리며 시집온지 9년입니다.
9년동안 애들아빠 한번도 큰소리 내지않고 잘해주더니
재작년 미국에와서 살면서 부터는 힘이드나 봅니다.
늙은 나이에 공부하려니 버거운게지요.
간혹가다 짜증을 냅니다.
작년에는 아침에 도시락은 4개를 싸야했어요.아빠두개 아들놈들 하나씩,,
전날 도시락을 내놓았어야하는데 아침에보니 애들 아빠도시락만 안 나와있는거예요.
그래서 "00아빠 도시락 안내놨내?"했더니,,"그래서?"라고 바늘처럼 날라오더군요.
순가 당황했더랬어요.
어,,지금 내가 화를 내야하는데 이 바쁜 아침에 도시락까지 씼으려면,,,
근데 남편의 얼굴을 돌아보니 까칠한 얼굴에 퀭한 눈이 보이더군요.
아,,저사람이 힘들구나,,싶었어요.
평소 안그러던사람이 힘들어서 그런거야..라고 자가쇠뇌를하며 도시락을 받아들고 씼었어요.
그날밤 미안했던지 steak&shake에서 버거셋을 사왔더군요.
12시 다되서 들어오는길에 무지 피곤했을텐데,,
그날밤 맛나게 버거랑 감자튀긴거를 먹으며 헤헤거렸더랬어요.
이게 그렇게 좋아?하고 묻지만 전 알고 있었어요.
응,,하고 대답은 했지만
그게 이사람식의 사과인걸요.

한번 눈감아주는거 이런것도 필요한것같아요.
이밤 그 버거가 생각나내요.
오면 그거 먹고 싶다고 졸라봐야겠어요.

잠시의 자리비움이 지난날을 돌아보게 만드네요.

저희 집앞 호수에 얼음이 얼고 그 위로 눈발이 날립니다.
따근한 차한잔 마시고 애들 옆에 누워야겠내요.

여러분도 안녕히 주무세요,,






IP : 12.203.xxx.91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simple
    '05.1.9 3:00 PM (219.241.xxx.232)

    이라이자님 얘기 너무 감동적이에요....
    저는 몇년 알고 나중에 사귀고 결혼했는데, 요즘 아기 기르는게 힘드는지 남편보면 짜증만 나네요..ㅠ.ㅠ
    앞으로 결혼생활을 회상할때, 처음보다 지금이 더 사랑한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 2. 마농
    '05.1.9 4:47 PM (61.84.xxx.24)

    기분이 좋아지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감사해요.^^...

  • 3. 김혜경
    '05.1.9 5:55 PM (211.201.xxx.180)

    가슴이 뭉클해요...돌아오시면 맛있는 것도 해드리고..
    행복하게 사세요...

  • 4. 영서맘
    '05.1.9 6:50 PM (218.144.xxx.41)

    외국에 계신 82쿡 가족인가봐요. 글에서 애틋한사랑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글 넘 재미나게 읽고 갑니다.
    전 일요일두 일하거든요. 혼자 애 둘보며 씨름할 남편이 보고 싶어지네요.
    좀 잘해줄껄......미안! 영서아빠

  • 5. ^^
    '05.1.9 7:46 PM (221.147.xxx.84)

    앗 넘 멋져요!! 홧팅홧팅!! 힘내세요..

  • 6. 김민지
    '05.1.9 7:52 PM (210.222.xxx.151)

    멋지네요.
    첨 부분은 저랑 비슷하고 뒷부분은 마~니 다르네요.ㅋㅋㅋ
    저도 사랑은 살면서 쌓아가는 거라 믿고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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