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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에 대한 상념

열등감 조회수 : 1,046
작성일 : 2004-08-27 17:27:40
올해 초등학생이 된 울 아들.
천진난만한 웃음에 매사가 행복하기만한 8살이다.

내가 국민학교에 입학하던 그때 그 시절이 생각난다.
나의 부모님은 전라도 촌구석에서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무작정
상경한 한마디로 돈없고, 빽없는 도시의 가난한 노동자였다.  
젊은 시절 내 아버지는 리어카 가득 계란을 싣고 신촌에서 아현동
고개너머 충정로까지 하루종일 걸어다니며 팔기도 했고, 야채장사도
했었고, 소를 키운 적도 있다고 하셨다.  

두살 터울의 삼남매가  고만고만 했을 때 부터는 콩나물을 키워
팔기 시작했는데 환갑이 넘은 지금까지 우리 아버지는
여전히 콩나물을 키워 팔고 있다. 어두컴컴한 공장 안에서
새벽이면 일어나 물을 주고, 가게에서 주문 받은 나물을
씻어 통속에 담고, 또 하루 대여섯번씩 시간 맞춰 물을 주고,
통을 닦고, 콩을 씻어 또 물에 담그고……

아버지와 엄마는 명절도 없이 하루 종일을 침침하고
축축한 콩나물 공장에서 벗어나지 못하셨다.
공장 바로 옆 슬레이트로 지붕을 얹어 보기에도
허술하기 그지 없는 단칸방이 우리 다섯 식구의
보금자리였는데, 겨울이면 방에 떠 놓은 물이
꽁꽁 얼을 만큼 찬바람이 새어 들었고,
시골서 손님이라도 오면 우리 아버진 콩나물 공장의
나무로 짜여진 콩나물 시루 위에 얇은 베니어판을 얹고 그
곳에서 주무셨다.  

아버지와 엄마가 그렇게 애쓰며 키운 콩나물을
판 돈으로 우린 밥을 먹었고, 책을 샀고, 또 대학엘 갔다.  
그 노고에 대해 머리 속으로는 얼마나 감사해야 하는지
모범 답안을 정확히 알고 있었지만, 이런 가정환경으로
인해 유난히 예민하고 자존심이 강했던 난 학교생활
내내 심한 열등감으로 상처 받고, 가슴에 병이 들곤 했었다.

물론 내가 첨부터 심한 열등감을 앓았던 건 아니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부터 아이들과 선생님, 학교라는
작은 사회 안에서 부대끼면서 나도 모르게 아픈 부분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처음엔 아주 작았던 상처가 점점
치유되기 힘든 커다란 멍으로 자리를 잡았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어린아이들에게 자존심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 듯 했다. 학기초면
나누어주던 “가정환경조사서” 라는 것. 다듬어지지
않은 험악한 필체의 우리 아버지가 쓰신 그놈의
가정환경조사서에는 부모의 학력과 직업,
월수입, 전화가 있는지, TV가 있는지, 있다면
몇인치 짜리 인지 까지 쓰도록 되어있었다.

6년 내내 새학년 새학기면 늘상 겪어야 했던 “그 일”에
나의 어리지만 예민한 자존심은 처참히 무너지고 있었다.
게다가 공개적으로 “집에 전화 없는 사람 손들어봐!”,
TV없는 사람?, 집에 자가용 있는 사람?, 아버지 학력이
대졸인 사람?, 고졸, 중졸, 국졸….제일 끄트머리에 손을
들고 서있던 그 순간, 정말 견딜 수 없을 만큼 싫었다.

사실 그건 별로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분명 직업엔 귀천이 없고, 사람은
누구나 존중될 권리를 갖는다는 사실을 자~알 알고있었지만
그 상황에선 결코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변명이겠지만 상황이 그랬다.  아버지의 학력이 또 어머니의
학력이 국졸과 무학이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히던 그 순간,
(아마도 초등 3학년 정도였던 것 같다) 난 굳게 결심을 했었다.
기필코 대학을 가리라.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함도 아니요,
자아실현을 위한 것도 아니요, 남들이 다 가는 곳이라서도 아니요,
오로지 내 아이에게 나와 같은 처참함 안겨주지 말아야 한다는
맹목적 신념이었다.

그렇게 가난하고 무지한 부모를 갖고 있다는 자각을 수시로 하도록  
만들던 곳이 바로 학교였다. 어린 나이였지만 그로 인해 부당함을 겪
고 있다는 사실도 절감했다. 얌전하고 성실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모범생이었지만 다정하게 말 건네주던 선생님은 단 한 분도 없었다.    
그 당시엔 학급당 인원도 지금보다 훨씬 많기도 했겠지만
항상 하고 있던 생각 중의 하나는 우리 담임 선생님께서
과연 내 이름을 알고있을까 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모든 아이들을 차별하지 않고 골고루 사랑하는 섬세하고
다정한 선생이 되리라는 결심이 상당기간 동안 나의 장래희망이었다.

이제 1학년이 된 우리 아이.
내가 그랬던 것 처럼 겨울이면 서리가 차고,
여름이면 빗물이 새드는 방에 살지 않는다.
내 아이의 아버지는 마디가 굵고 굳은 살이
여기저기 박혀 있는 험악한 손을 가진 아버지도 아니다.
인권존중의 개념이 약했던 그 시절 처럼 가정환경조사서의
항목들도 적나라하지도 유치하지도 않다.
이름도 “나의 성장환경 보고서”라고 바뀌어있었으니까.

극심한 좌절과 우울. 심각한 자존심의 손상을 겪었던
나의 초등학교시절과는 분명 다를 것이다.
부와 빈곤, 사회적 서열과 지위, 명예 뿐만 아니라
그 어떤 것에도 아이들은 차별받지 않고 당당하게
자랄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선생님들과 학교라는 환경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에 따라 작고 여린 아이들이 건강하고
밝게 자랄 수도 있고, 자신감을 잃고 의기소침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무한한 잠재성을 가진 아이들이 자신이 지닌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자신감 있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진심으로 배려하고 관심을 가져주기를 대한민국 모든
선생님들게 당부 또 당부한다면 무례한 일이 될까….
IP : 221.155.xxx.157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옳으신말씀
    '04.8.27 5:37 PM (211.50.xxx.110)

    정말 구구절절 가슴에 닿습니다...옳으신 말씀이구요,,,,
    한가지만 덧붙일께요..
    제가 교사를 하면서 느끼는점은 아이들은 부모가 만든 환경보다는 부모의 태도에 더 큰 영향을 받는것 같습니다. 똑같이 어려운 두 아이가 있을때, 한 아이의 부모는 "그래도 이렇게 해서 너희들 공부시킬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너희들은 열심히 해서 부모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 살면서 좋은일 많이 할 수 있을거다..." 라고하고 (물론 아이들 없을때 많이 우시겠지요), 다른 부모는 세상에 주눅들고 삶에 찌들려서 (말 안해도 표시나지요) 아이들이 부모에게 자신이 짐이된다고 느끼게 하고 세상이 부당하다고 느끼게 하면.........
    안타깝게도 후자가 훨씬 많습니다...
    세상이 살만하고 즐거운거라고 얘기해주는 아이들은 기대감에 찬 눈망울로 밝게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갑니다...아이들은 정말 백지같습니다...

  • 2. 정말
    '04.8.27 6:20 PM (220.85.xxx.167)

    정말 저랑 비슷하셔서 눈물이 날려 하네요.
    저는 부모님이 아침일찍 나가시고 밤 늦게 오셔서 할머니밑에 자랐어요.
    아무리 할머니라지만 어린시절에 엄마의 품이란건 상상할수없을정도로 소중하거든요.
    그러다보니 자연 학교에선 기가죽고 또 초등학교선생들이란 성인이 된 지금도 돈만 밝히는 인간들이라는 생각밖에 안드네요. 나쁜사람들...
    학교에선 엄마가 학교에 치맛바람 일으키고 자주찾아오는 아이들은 실기시험점수도 무조건
    만점이고 그 아이가 반의 대장이 돼죠.
    선생이란 자들은 없는 불쌍한 아이일수록 더욱 따뜻하게 감싸주고 더 신경을 써 줘야하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아이들앞에서 챙피를 주고 어린가슴에 상처를 주고...
    지금도 초등학교때만 생각하면 그때부터 제 성격이 삐뚤어진것 같네요.
    남에게 보여주기싫어서 더욱더 꽁꽁 감추어 버리는 성격
    지금이라도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자신의 행동이 아이들의 인생에 있어서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친다는 지를 항상 생각해 줬음 좋겠어요.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열등감에 시달리고 있는 나같은 아이들이 다시는 나오지 않게 하려면요.

  • 3. ...
    '04.8.27 6:54 PM (211.201.xxx.174)

    저는 가사시간하고 미술시간이 젤 싫었어요..
    왠 준비물이 그리 많고 또 비쌌던지..

    그래서 미술 준비물 않해간날은 남들 그림그릴때
    저는 뒤에 가서 손들고 벌쓰고 있었지요..
    그게 얼마나 서러운 건지 않겪어본 사람은 몰라요..
    그래서 지금도 미술하면 왠지 그때 생각이 나서 서러워요..
    그래서 미술에 취미가 없어졌는지도 몰라요..

    그런데 그렇게 몸으로 때우고.. 어린 마음에 상처도
    많이 받았는데.. 제가 한번도 엄마한테 그런말 한적이
    없기땜에 울 엄마는 몰르죠..
    그저 제가 들은말은 "돈 없다" 이 한마디 밖에..

    어린마음에도 죽고 싶다는 생각 참 많이 했던거 같아요.
    어른이 빨리 되서 돈벌어야 겠다 고 결심 참 많이 했고..

    암튼 없는집에서 자식 많이 낳는거 보면 그래서 인지
    더 말리고 싶고..전 제가 겪은거 제 자식에겐 절대
    물려주고 싶지 않아요..

  • 4. ..
    '04.8.27 6:56 PM (218.54.xxx.246)

    많이 힘드셨죠? 전 선생님보다 친구들에게 받은 상처가 큰 경우랍니다.
    중고등학교 동창인 한 아이,또래에 비해 노는게 어른스럽던 이 아이의 은근한 영악함은 참 사람 비참하게 만들더군요.
    가히 팜므파탈이라고 할 만한 아이였어요.
    공부도 그럭저럭 했던 것 같은데, 여자는 재능이 아니라 외모로 승부해야 한다,정조는 취미다머 이런 걸 신조로 삼은 듯 졸업 후에 그런 류의 이야기가 계속 돌더군요.지금은 아마 어느 ** 변호사의 우아한 아내로 살고 있을겁니다.

  • 5. -.-
    '04.8.27 8:30 PM (81.205.xxx.243)

    영악하고 사회성이 뛰어난 친구였네요...
    우아?할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부모가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관건 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아이마다 생각이 달라 달리 받아 들일수 있는거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적어도 행복을 마음에서 찾을 줄 알길....

  • 6. 내게도...
    '04.8.27 9:10 PM (211.225.xxx.215)

    전 그래도 열등감님이 부럽기만 합니다.
    어두침침한 스레트 지붕아래서 키운 콩나물로 자식 버리지 않고, 키우셨으니
    전 부모가 버렸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버지가 집안으로 델고 와서 같이 산 여자만 해도..제나이보다 3살 많은 여자부터 시작해서..제가 알기도 다섯손가락은 족히 되고요.
    암튼 엄마는 아버지한테 쫒겨 나가고...전 늘 아버지에게 화풀이 대상이 되었고요
    제 2살 아래 남동생은 아버지가 때리다 마당으로 집어던져서 뇌진탕으로 죽었다죠
    저도 얼마나 많이 맞았는지.. 자궁에 어혈이 졌다고 (의사 말이).. 얼굴은 날이 흐리면 멍멍하니 아파오고요. 그 맞은 후유증때문인지..뭔지.. 저 아이를 4명 낳아서.. 정확이 말하면
    28주. 39주. 29주. 36주에 모두 잃었어요.
    그 여자에 눈이 돌아간 아버지는 저 고등학교도 겨우 마칠무렵.. 저를 내쫒고..
    새로 태어난 그의 자식과 외식하면서 놀이공원을 갔다죠.
    저 폐결핵으로 1년동안 약먹었구요. 또 몹쓸병에 걸려서.. 사망하기 전까지도..
    세상을 무수히 원망하면서.. 죽고 싶다 죽고 싶다.. 죽고 싶다.
    절 이렇게 만든 부모 보다도.. 그런 아버지를 낳은 할아버지가 더 미웠어요.
    학력이요?
    울엄마는 국민학교도 제대로 못나오고. 울아버지도 국졸은 아니였네요.
    지금은 저..잃어버린 엄마.. 겨우 겨우 찾아서.. 살고 있고요.
    제 집도 있고요.건물도 있고요. 그래도.. 참 너무 외롭고 쓸쓸해요.
    도시락에 김치반찬만 싸가면 어떻습니까?
    집에 전화기나 티브이가 없으면 좀 어떻습니까?
    굵고 굳어 마디 마디진 손마디를 가진 아버지면 좀 어떻습니까?
    전 그런 아버지를 갖고 싶습니다.

    그런 아버지는 최소한.. 한푼 보태준적없는 자식 결혼식장에 찾아와서
    부줏돈 내놓으라며 깽판치지는 않잖아요.
    그런 아버지는 최소한.. 자식이 아이를 잃었는데..전화해서.. 니 새끼 잘 죽었다..하고 말은 안하잖아요.
    그런 아버지는 최소한.. 결혼할 남자 데리고 인사라도 드리러 갔을때.
    저년이 폐병걸린년이다..라고 다방안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모두 들으라고.큰소리로 고함치지는 않잖아요.
    그런 아버지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직장다니면서.. 받은 월급. 안가져운다고 난리치고.
    나중에 대학갈때 등록금으로 준다고 해놓고.. 등록금은 고사하고..원서대 7천원도 안준건 아니잖아요.
    그리고..그런 아버지는..
    고등학교 졸업한딸을 .. 돈 많이 벌수 있다고 꼬이면서.
    술집같은 데..나가라고 강요하진 않잖아요.

    그래서 난 아버지가 없어요.
    내 아버지는 어디에 있었던 거죠?
    나도 손마디 굵은.. 리어카를 끄는. 그런 아버지를 갖고 싶어요.
    그 분이 .. 술주정을 하던. 욕을 하던.. 상관없어요.
    학력이 국졸이던.중퇴던..
    아니면 일자무식이라도.
    아니 아니.. 심봉사같이 눈이 안보여도..
    날 사랑해주는 아버지를 갖고 싶어요.

    내 아이에게도 좋은 아버지를 갖게 해주고 싶었는데.
    제 아이들은 저를 버렸어요.
    좋은 엄마가 돼줄수 있었는데.. 좋은 부모가 돼줄수 있었는데도..
    전 그런 엄마가 돼줄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아이를 잃을때.. 전 알았어요
    뼈가 녹아내리듯 아프다는 말이
    가슴이 저려온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았어요.

    늘 상처받고.. 아프고. 절망하고 ..울었어도.. 그렇게 가슴이 저린건 아니였거든요.
    뼈마디가 녹아내리지는 않았거든요.

    전 열등감님이 너무 부러워요.
    하늘은 왜 제게 그런 아버지를 안주신걸까요??

  • 7. 페파민트
    '04.8.27 9:17 PM (211.172.xxx.202)

    내게도님 .....위로 말이 도움이 안 된다는 거 알지만....
    좋은 날 아직 많이 있을 겁니다....

    힘내세요...여기서 많은 위로말들이 님 가슴까지 닿아서
    상처를 아물게 하는 '후시딘'이 되기 바랍니다..

  • 8. 동감
    '04.8.27 10:05 PM (218.36.xxx.244)

    내게도님 글을 읽고 있으니 맘이 넘 아프네요 눈물이 나려 합니다
    저두 님처럼 아버지에 대한 나쁜 기억밖에 없는 사람입니다
    너무 오래되서 기억은 안나지만 가난한 집안에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빠듯했지만 부부금술 좋았고 자식들 잘되라고 고된 나날이었지만 몸이 불편해지셨는데도 자식들 끔찍히 사랑해주는 모습보고 눈물나도록 부러웠습니다
    휴~~ 가슴이 답답해 지네요

  • 9. 강금희
    '04.8.27 10:17 PM (211.212.xxx.177)

    내게도님,
    당신의 아픔을 잠시 내 가슴에 안아봅니다.
    맛있는 밥 한끼 해주고 싶습니다.

  • 10. 치즈
    '04.8.27 11:36 PM (211.194.xxx.187)

    열등감님....
    그리고
    내게도님...
    82가 있는 한 님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감히 어떤 위안도 못 드림을 용서하세요.
    다만 잊지 않을 께요...아픔 가지신걸요.

  • 11. who
    '04.8.28 8:44 AM (81.155.xxx.36)

    내게도님...ㅠ.ㅠ...
    가슴이 먹먹해서..한동안 아무것도 못 하고 있었어요..
    지금도..너무 힘드네요..한자 한자 적어나가기가..
    집도 있고..건물도 있고..잃어버렸던 어머니도 있고..
    남편분도 옆에 계신거죠?..
    그런거죠?
    외롭고 쓸쓸하지만..
    그래도 의지할 곳은 있으신거죠?
    어릴때의 상처가 크시겠지만..
    앞으로는..
    웃으실 일이
    많으시길 바라며..

    아~~이만 접겠습니다..

  • 12. who
    '04.8.28 9:12 AM (81.155.xxx.36)

    저 솔직히..
    고지식하고..돈을 벌어도 쓸 줄 모르는 아버지..
    그렇다고..풍족하게 돈이 모이는 것도 아니구..
    보기엔..정말이지..구질구질하게 사는 것처럼 보였던 아버지..

    엄마랑 헤어지고선..
    더더욱 자신의 외모에 전혀 신경쓰시지 않는 아버지..챙피했더랬어요..

    흰머리 그대로에..
    10년도 더된 옷에 ...신발에..
    남들 눈 전혀 신경쓰지 않는..아버지..
    챙피했더랬어요.

    어릴때부터 너무도 완고하게 저를 잡아 두시려 했던..
    다 큰 성인이 되었는데도.
    그 완고함은 전혀 나아지지도 않고...

    조금만 늦게 집에 귀가해도 길거리까지 쫓아 내며..혼내셨던 아버지,..
    정말 챙피했더랬어요.

    잔소리...
    정말이지..말도 안되는..말..수십번을 똑같이 외치시는 아버지..
    그거 듣기 싫다고 전화 하는것도 꺼렸더랬어요..

    다른 자식들 다..나 몰라라 하는 치매 걸리신 할머니..
    혼자 사시는 분이 ..저희 아버지가 모셔요..
    그래서 새엄마도 떠났다죠..
    치매 걸리신 할머니..혼자 두시고..
    일나가셨다가..
    돌아오시면..반기는건 저희 할머니뿐..
    쉬시는 날이시면..
    외출도 못하시고..할머니와 지낸다 하셔요..
    그러다 잘 못 되시기라도 하시면 어떡하냐구..
    여섯이나 되는 자식들은 뭐하는 거냐구..울며 불며..따졌더랬어요..
    다들..힘이 들어서..돌볼 겨를이 없다 하셨죠..
    다들..먹기 살기 힘들어서..ㅠㅠ

    아~~
    아빠 인생은 ..
    왜 그리..힘들어...
    왜 벗어나오질 못하냐구..엉엉...ㅠㅠㅠ

    아버지..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분이지만..
    말 한마디 ..친근하게 건네지도 못하고..
    잔소리 하시는게..
    그거..다..너무 자신이 힘들어서 내뱉는 투정이란 거 알면서도..
    듣는 당시엔..나도 힘들다며..같이 대들었다죠..
    그거 듣기 싫다고..전화 하는 것도 꺼려했다죠..

    지금 아빠한테 달려가고 싶은데..
    너무 멀리 있네요..
    눈물만 납니다..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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