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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야기--사라져 버린 궁전의 추억

technikart 조회수 : 919
작성일 : 2004-04-06 11:29:34

실제로는 무척 작은 그림입니다.

모피모자에 화려한 옷이 바로 베리 공작.

술따르는 직책의 남자들.

경주견같이 생긴 개.

모자쓴 남자가 폴 림부룩이래요.

les freres limbourg, miniature tres riches heures du duc de berry, le mois janvier, vers 1415.
1413년 1월 1일 베리 공작의 파리 성에서 벌어진 축제가 눈앞에 펼쳐진다.
기둥에는  베리 공작의 상징인 백조와 곰, 프랑스 왕가의 상징인 백합이 새겨진 카페트를 두르고 ,바닥에는 촘촘히 짜인 카페트를 깔았다. 당시에는 벽이나 바닥에 이렇게 카페트를 깔구 둘렀는데 이는 추위와 습기를 막기 위해서이다.

모피 모자를 쓴 남자 뒤로 벽난로의 불이 타고 왼쪽으로는 새로운 초대객들이 밀려와 시종의 안내를 받으며 불가에서 손을 녹인다. 가운데 상위에는 먹을거리 들이 가득하고 바닥에는 개가 있으며 개 옆에서는 개를 돌보는 듯한 하인의 모습도 있다.왼쪽 가의 상위에는 금은으로 만든 각종 그릇장식품들이 가득하다.

멀리로는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싸우는 전쟁 장면이 그려져 있는데 위에 말을 해석해 보면 이 전쟁은 동시대의 전쟁이 아니라 트로이의 전쟁으로 옷과 칼만 동시대의 옷과 칼을 입혀 그린것.

이 모든것이 가로 세로 21,29센티미터의 작은 그림안에 들어 있다.
실제로 이 그림을 보려면 돋보기로 보아야만 이 모든것을 세세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세밀하고 색채는 5백년이 훨씬 넘은 지금까지 엄청나게 화려하다.

이 것은 당시 책 콜렉터 였던 베리 공작의 주문으로 님부르그 형제가 만든 26페이지 짜리 책의 삽화 중 하나이다. 기도가 일상 생활 이었던 당시에는 하루 일과에 따라 기도해야하는 기도 글귀와 달에 따라 올려야 하는 미사를 기록한 작은 기도서가 귀족들에겐 꼭 있어야만 했다. 이 기도서 안에는 기도에 대한 텍스트 외에도 삽화로 일년 열두달을 그려 넣었고 글씨들은 다양한 색으로 돋을 새김을 했다.
이를테면 4월에는 포도나무 가지치기와 같은 장면의 삽화가 들어갔으며 7월에는 건초 쌓기, 2월에는 농부들이 불가에서 쉬는 평화로운 장면, 그리고 바로 1월 이 삽화가 들어간 1월은 전통적인 여유와 축제의 달이다.

15개의 이렇게 화려한 개인 기도서를 소장하고 있던 베리 공작은 삽화 안에 자신이 좋아하고 사랑했던 것들을 모두 그려 넣게 한다.1월의 축제 장면에는 그의 친구들,충복, 그가 열정을 가지고 좋아 했던 개,멋진 의복들, 금은 그릇으로 나타나는 그의 화려한 삶들이 모두 들어가 있다.

베리 공작은 장 르봉 프랑스 왕의 3번째 아들로 17개의 성을 소유하고 축제와 선물 받기,선물 주기를 즐겼던 인물이었다. 전통적으로 1월 1일에는 왕이나 왕자들은 서로에게 귀한 보석을 선물했고 그들의 충복이나 가신들에게는 보너스와 같은 두둑한 돈을 하사 했다. 또한 성의 문을 열고 크게 축제를 하였으며 농민들은 이 축제에 대한 보답으로 작은 그들 나름의 답례품을 바쳤다.
기록에 따르면 1408년에 베리 공작은 350개의 선물을  받았는데 80개의 예술품과 177개의 보석이 포함되어 있었다 한다. 반면 그는 281개의 선물을 주었는데 이는 돈으로 준 선물을 빼고 게산한 것이다. 베리 공작은 손이 큰 사람이었다. 그 바람에 그는 항상 가진거 보다 더 썼으며 축제를 열기 위해 큰 빚을 지는것을 마다 하지 않았다 한다.

중세 시대를 암흑의 시대라고 하지만 실제로 중세 시대의 영주나 왕족들은 자신의 주위를 사치와 화려함으로 두르는것을 사랑했다.그림의 왼쪽에 나오는 금과 은 그릇들은 대표적인 사치 품이자 재산이었는데 이는 당시가 아직 어디에 정착해서 살기 보다는 전쟁과 전쟁터를 오가며 영지를 관리하는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금 은 그릇은 언제라도 들고 가기 쉽고 돈이 아쉬우면 녹일 수 있으며 금 은그릇을 세공하는 장인의 기술은 예술품으로써의 가치까지 더 했다.

이렇게 늘 길에서 인생을 보내야 하는 당시의 생활은 자연히 크고 무거운 가구와 집기에 돈을 쓰기 보다 먹고 입고 즐기는 것에 더 많은 사치가 이루어 지게 했다.베리 공작의 경우 늘 데리고 다니는 가신은 300명, 늘 주변에서 대기 하는 충복의 숫자가 여섯이였다 한다.

재미 있는 것은 당시 궁정의 축제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를 맡은 이들이 술따르는 직책과 고기 자르는 직책이라는 것이다.그림의 왼쪽 앞에서는 술을 따르는 두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오른쪽의 남자는 왕관모양이 화려한 잔을 들고 있는데 이는 베리 공작에서 가져갈 것임이 틀림없다. 당시에는 뚜껑이 있는 술잔은 왕실 사람들에게만이 허용되는 권리였다. 술잔을 가져가면서 그는 틀림없이 손을 씻을 물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아직 포크나 숟가락을 쓰지 않던 이 시기에는 오른손의 엄지 검지 중지만 사용해서 식사를 했으니 손가락을 씻을 물은 필히 준비 되어야 했다.

가운데 테이블에서 우리에게 등을 등지고 선 칼을 든 남자가 바로 고기 자르는 자이다.그들은 보통 허리에 고기를 자르기 위한 여러개의 칼을 두르고 있었는데 지금이야 고기 자르는 일이 별거 일까 싶지만 당시에는 까다롭고 섬세한 예절을 수행해야 하는 직책이었다. 가장 좋은 부위는 왕에게, 나머지 부위는 직책에 따라 순서에 맞게 나뉘어 졌다. 그는 또한 비둘기, 자고새,메추라기 같은 당시의 사냥물들을 요리한 접시들을 적절히 배치해야 했다. 보통 이런 고기들 밑에는 빵을 깔아서 식사후 고기 기름과 소스를 흡수한 빵을 개들이나 빈민에게 나누어주는 일까지 그의 몫이었다고 한다. 기록에 따르면 한번에 축제를 열때 보통 30마리의 양과 160마리의 자고새,수많은 토끼를 먹었다고 하니 가히 그가 하루에 일하는 분량을 게산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간간히 이러한 정찬들 사이에 댄스와 음악이 있었고 식사후에는 아니스 열매,계피,아몬드,호두, 고수 와 같은 향신료들과 설탕에 절인 과일을 먹고 뜨거운 포도주를 마셨다.

아직 중앙 집권 체제가 완비 되지 않아 왕들은 늘 성과 성을 오가며 세금을 걷고 지방의 민란을 평정하고 전쟁을 하며 살아야 했으므로 언제나 그들을 보호해줄 개들의 존재는 오늘날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굉장히 큰 의미를 지녔다. 또한 당시의 가장 큰 오락이기도 했으며 고기를 공급하는 생산 활동이기도 했던 사냥은 개가 없인 할수 없는 것임을 생각해야 한다.
베리 공작의 경우도1388년 이미 1500마리의 사냥개를 가졌다고 한다.
특별히 개를 돌보는 직책이 따로 있었고 왕들 끼리는 고급스러운 애완견을 선물하는 것을 즐겼던 시기 였다. 베리 공작은 독일 황제가 선물해준 포메라이언을 끔찍히 아꼈다고 하는데 당시 많은 개를 소유하고 혈통이 귀한 애완견을 소유한것은 바로 사치와 부의 상징이었음을 고려해 볼때 그의 삶을 짐작할수 있다.

이 기도서를 만든 림부륵 형제들은 정확히는 세명의 형제로 폴,에르만,장 림부룩이라는 이름을 지녔다. 이들은 베리 공작의 기도서 아틀리에에 기용되어 활동 하였다. 기도서들의 만든 사람들의 이름을 밝히기란 매우 어렵다. 일반적으로 기도서 장인들은 오늘날의 화가들이 하는 싸인을 거의 하지 않았으며 이 이유로 세 형제의 각각의 작품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그냥 형제들의 작품이라 부른다.막연하게 나마 폴 림부룩이 이 기도서의 여러 장면에 등장한다는 가설을 세우기도 하는데 이 그림에서는 방문자들중 제일 끝에 있는 모자 쓴 사람이 아닐까..추측하기도 한다.

지금은 엄중한 고 문서 보관실에서 일년에 몇번을 제외하고는 깊은 잠을 자고 있을 이 기도서는
가희 작은 보물처럼 아름답고 또 장엄하기까지 하다.
아직도 죽지 않은 화려한 색채와 손으로 모든것을 채색하고 장식한 장인의 일념이 느껴지는
이것이 없다면 사라져 버린 저 궁전의 축제를 누가 기억했을까..  
IP : 81.51.xxx.79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라레
    '04.4.6 11:52 AM (221.149.xxx.67)

    파란옷 입은 술따르는 남자위로 그러진 포물선은 그림에 기스가 난건가요?
    전 저 흉물스럽게 생긴 검은주머니가 술주머니인줄 알았네... -_-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그런데 이 모든것이 겨우 21cm안에 그려진 것이라니 그 섬세함에 정말 놀랐습니다. 어찌 그렸는지...

  • 2. 나르빅
    '04.4.6 10:47 PM (211.160.xxx.1)

    테크니카님의 글 늘 흥미롭게 읽고있어요. 꼼꼼하게 읽어야 하는 내용이라 차 한잔 마시면서..
    전공이 비슷해서 반가워요. 저는 북경에서 동양예술학 공부하고 있거든요.
    저희는 미학방면이다 보니 개념적이고 추상적인 관점에서 그림을 분석하는데(넘 지루함),
    테크니카님 전공은 실용적이고 생활사적인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 같아 너무 재미있어요.
    나중에 하실 수 있는 일도 많을것 같구 부럽네요. 앞으로도 좋은글 부탁드려요.^^

  • 3. 이론의 여왕
    '04.4.7 12:43 AM (203.246.xxx.197)

    아라레 님 참 예리하시다...
    테크니카 님, 오늘도 재미있게 보고 읽고 했습니다.

  • 4. technikart
    '04.4.7 3:20 AM (80.14.xxx.248)

    아라레님 저 흰 선이 그림에 기스가 난건지 아니면 제 카메라에 기스가 난건지 저도 확대 해 놓구 깜짝 놀랬답니다..저게 무얼고.. 암만해두 저 그림을 다시 찾아서 봐야될거 같아요.
    글구 저 검은 주머니는 제 추측에 의하면 양가죽같은걸루 만든 포대인거 같아요. 달린 금속으로 보아하니 술이나 물 담는 포대가 아닐까..

    나르빅님 동양예술학 하신다구요? 허걱 그 어려운걸 어찌하세요???
    전 미학은 교양시간에만 들어두 고개가 꽈당 박히던데.. 대단하셔요.
    언제 개념적이고 추상적인 그림 분석법도 좀 애기해 주세요.
    동양 회화 중에도 멋진것들이 정말정말 많잖아요.
    특히 제 생각에 동물이나 새,원숭이 그림같은건 정말 따라가지도 못하게 멋진거 같아요.

    이론의 여왕님 늘 잼나게 봐주셔서 넘 감사 합니다.
    그쳐 아라레님 엄청 예리하셔 무셔버 ㅎㅎㅎㅎ

  • 5. 아라레
    '04.4.8 12:46 AM (221.149.xxx.67)

    뭐가 예리해...바로 딱 보이는구만.
    전 저 포물선이 물줄기가 솟아나온 건줄 알았는데 나오는 구멍이랑 어긋나 있어서
    당췌 이해가 안가서 갸웃거렸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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