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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야기--올랭피아에게 죄가 있을까?

technikart 조회수 : 892
작성일 : 2004-03-31 04:43:16

올랭피아의 실제 모델은 베토린이라는 상인의 딸이었어요


도발적인듯 나른한 올랭피아의 시선


불안을 암시하는 검은 고양이


흩어진 그녀의 정조를 상징하는 슬리퍼


마네가 친구 졸라를 그린 에밀 졸라의 초상


올랭피아의 축소 카드와 일본 판화가 보이시죠?


올랭피아의 원본인 티티엔의 우르비노의 비너스



올랭피아는 풀밭의 점심 식사 이후로 마네의 작품들중에 가장 스캔들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오늘날 우리의 눈으로 보면 올랭피아는 오히려 평범하고도 얌전한 그림축에 들수 있는데 왜 동시대인들은 올랭피아에 돌을 던졌을까?

고대 시대 이후로 화가들은 늘 아름다운 여인들의 나신을 그려 왔다.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들이 그린 비너스 나신들의 얼굴은 대부분의 주문자들의 주문에 따라 그들의 딸이나 애첩의 초상을 비너스의 몸에 합체한 것.
따라서 저 티티엔의 우르비노의 비너스의 얼굴도 실제 인물의 얼굴이란 이야기다.  

그러나 신화속의 비너스나 아름다운 여인들은 일반인과는 늘 다른 아름다움을 가졌다.
흔히들 canon이라고 불려지는 이 미인에 대한 원칙은 화가나 유파마다 달랐지만 이들이 가진 아름다움이 영롱한 피부색과 흘러내리는듯한 여체의 곡선으로 상징되며 여인의 주변에는 정절이나 사랑을 상징하는 소재들이 놓이게 된다.
이것은 일종의 규정화된 규칙으로 그리스 로마 시대 부터 서양미술을 관통해 온 하나의 전통이었다.

마네는 플로렌스의 오피스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던 티티엔의 우르비노의 비너스를 스케치하며 올랭피아에 대한 착상을 하게 된다.

두 작품을 비교해 보면 두명의 주인공들이 누운 자세며 구도, 발치의 개와 고양이, 뒷 배경의 하녀들이 모든 비슷한 모티브와 구도로 배치 된것을 금방 알수 있다.
티티엔의 작품은 평범한 동시대 인의 방에 비너스가 누워 있는 모습으로 그려졌으며 이것은 마네의 올랭피아도 마찬가지다.

마네는 쿠르베-- 마네 ,드가---모네 ,세잔 으로 이어지는 인상파의 한 줄기를 차지하는 화가이기도 하지만 그는 스페인 미술의 영향을 깊이 받은 화가 중에 하나이다.
스페인 미술은 벨라스케스의 작품들에서 보듯이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의 조화를 통해서 우리의 시선을 끌어 들인다.---2002년에 열린 스페인 미술전에서 마네의 그림은 당당히 많은 자리를 차지 했다.

마네의 올랭피아의 하얀 몸매가 더욱 도발적으로 다가오는것은 뒷 배경의 어두움을 통해서 인것이다. 뒷면은 밤색으로 칠해져서 문이 어딘지 창이 어딘지를 분간하기도 힘이 든다.
반면의 티티엔의 비너스는 뒷 배경과 부드럽게 조화되는 아름다움을 지녀 우리는 그녀의 몸매를 도발적으로 느끼지 않는다.
올랭피아는 마치 나 벗은거좀 봐줘! 라고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말하는듯하다.

남자들에게 마네의 올랭피아와 티티엔의 비너스중 누가 더 이쁘냐고 묻는다면 모든이들이 비너스의 편을 들지 않을까?

그렇다.올랭피아는 이런 그림의 주인공이 되기에는 전혀 아름답지도 우아하지도 않다.
그녀의 몸을 표현한 터치들은 거칠고 색끼리의 조화가 이루어 지지 않아 소녀의 몸인것 같으면서도 전혀 순수하거나 성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마네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보자르를 거치며 정식의 미술 교육을 모두 받았다.
따라서 마네가 당시의 아름다운 여인의 몸을 그리는 기법을 모를리가 없는 것이다. 그는 유려한 인체의 곡선을 표현하는 색채와 형태의 조화를 오랫동안 익혀야 했다.

그런데 그의 올랭피아는 전혀 전례의 canon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올랭피아의 몸을 잘 보면 올랭피아의 팔이 다리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길며 배 까지 나왔다는것을 알수 있다.

우리는 사실주의 적인 작품들을 봐왔고 여체를 표현한 많은 사진을 보았기 때문에 미술에서의 여인들의 몸이 항상 아름답지 않다는것에 익숙해 있다.

그러나 마네의 동시대인들의 눈에 마네는 신성한 미술이라는 르네상스 이후의 높고 고고한 가치를  오늘은 누구에게 선물을 받나만 궁리하는 평범하고도 교활한 소녀의 초상으로 망가 뜨린 것이다.

마네의 터치는 동시대 인들에게는 완성되지 않은 그림을 연상케 했다.
마네의 터치는 다른 동시대 작가들에 비해 거칠고 밑그림이 없이 그런것처럼 대충대충이다. 올랭피아의 두상을 잘보면 눈은 단지 하나의 점이며 눈 형태는 그냥 하나의 선으로만 그렸다는것을 알 수 있다.
비너스의 얼굴에 드리워진 섬세한 터치와 자연스런 색조의 조화는 마네의 그림에서는 찾아 볼수 없는 것이다.

거기에 올랭피아는 비너스가 가지지 않은 목걸이와 팔지를 착용하고 귀걸이를 달고 머리에 다소 불경 스러워 보이는 꽃까지 꽂았다.
순수한 여인의 나체를 그릴때 원래는 보석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올랭피아의 보석들은 그냥 당시에 유행하는 장신구 였기 때문에 마치 우리가 티비의 창녀 광고를 볼때와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오늘날 외국 티비에 나오는 창녀 광고를 잘보면 벗고 있는 창녀들 보다는 스타킹이나 목걸이를 착용한 창녀들을 더 많이 볼수 있다--

비너스의 발치에는 당시 정절과 충절의 상징이던 하얀 개가 있지만 올랭피아의 발치에는 뭔가 불안함을 암시하는듯한 검은 고양이가 있다.
티티엔의 하얀개가 섬세하게 잘 다듬어 그려진것과 달리 마네의 고양이는 잘 보지 않으면 눈빼고 보이지도 않을 지경이다.

이런 마네의 작품은 때로는 우리에게 조차 그가 전레의 화가들과는 다른 교육을 받았을거란 환상을 불러일으키지만 마네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오랜 보자르의 교육을 받았다,

그래서 마네의 올랭피아는 다서 천박해 보이기는 하나 그 후에 그려진 다른 인상파들의 여성들처럼 불안하거나 일상적이지 않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방법과 눈으로 자신이 받은 교육을 체에 걸르듯 걸러 그림을 그린것이다.---마네보다 후대의 르누아르의 불안한 카페의 여성들을 보라!

마네는 그 스스로 이 올랭피아를 굉장히 자랑스럽게 여겨서 팔지 않고 오랫동안 아틀리에에 보관했으며 후에 친한 문인이던 졸라의 초상화를 그리면서 자신이 그렸다는 상징적인 표상으로 작게 올랭피아를 그려 넣게 된다.
올랭피아의 곁에는 마네가 찬탄하던 화가였던 벨라스케스의 모조 작품 한개와 일본의 판화가 그려졌다.

비록 일본의 판화가 있긴 하지만 마네는 일본의 판화를 보면서 색채의 충격을 받았던 다른 인상파 화가와는 달랐다.

마네의 그림들은 우리에게는 그냥 비싼 그림일지도 모른다.
올랭피아 같은 경우 너무나 유명해서 등장하지 않는 책이 없으며 인상파는 그림에 문외한인 사람들까지 몇개의 화가 이름을 알만큼 유명한 유파가 되었다.

마네는 사실주의와 인상주의 중간에 위치한 화가로도 평가 받고 있는데 이것은 그가 평생을 통해 추구한 이념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현대 미술이 이토록 처절하고 각박한 현실을 반영하는 작품들을 만들어 내는데는 마네의 올랭피아의 공이 클지도 모를일이다.


IP : 80.15.xxx.159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레아맘
    '04.3.31 5:36 AM (82.224.xxx.49)

    저도 한때는 그림에 관심이 많아서 그림들을 자세히 설명해놓은 책들을 사서 좀더 알고자 했던적이 있었죠....
    지금은 아이키우느라 그런 열정이나 관심들이 거의 시들어버렸지만, technikart 님의 글을 읽으며 예전에 느꼈었던 그 '발견'의 기쁨을 맛보고 있습니다.
    감사해요~
    앞으로도 계속 그림이야기 부탁드려요~

  • 2. 아라레
    '04.3.31 8:14 AM (210.221.xxx.250)

    이번에도 자세한 미술 가이드.. 잘 보았습니다. ^^

  • 3. siso
    '04.3.31 8:18 AM (211.176.xxx.10)

    저도 재밌게 보고있어요. 이러다 너무 유식해지는것 아닐지..^^;

  • 4. 송심맘
    '04.3.31 9:34 AM (211.203.xxx.9)

    감사 감사..너무나 즐겁게 보고있습니다..

  • 5. ms. song
    '04.3.31 9:38 AM (203.234.xxx.253)

    너무 재밌게 보구있어여~~~!!! ^^
    계속 올려 주실꺼지여? ^------------^
    부탁하나 드려두 될까여?? 그림이야기 시리즈를 만들어주시와여...
    넘버를 달아주시기 바랍니당~~~ㅋㅋㅋ 3탄을 기다리겠나이다...
    교양으로 들었던 서양미술사 수업에서 들었던 작품들이라 더 흥미로워여~~ㅋㅋㅋ
    책장서 잠자고 있는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들쳐봐야하는건가??? ㅋㅋㅋ

  • 6. 호야맘
    '04.3.31 9:43 AM (203.224.xxx.2)

    저도 한때 사귀던 남자가 미대생이어서 그림에 관심도 많아지구.. 영향을 많이 받구...
    테크니카님!!
    홧팅!!
    제가 테크니카님팬인거 아시죠???
    감사해요!!

  • 7. technikart
    '04.3.31 10:47 AM (80.15.xxx.159)

    레아맘님 그렇게 애기해 주셔서 저 엄청 기분 좋아요!!
    아라레님 리플 달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소님 송심맘님 즐겁게 본다구 해주셔서 쓸기분 나는거 아시죠?
    미시즈 송님 이 글이 원래는 제 홈피에 제가 쓰던 글이구요 헬로엔터에 올리는 글 중에서 몇개만 슬쩍 가져다가 올리는거에요. 그리하여 넘버를 붙여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중..
    호야맘님 팬이라구 해주셔서 정말 흐뭇 하와요 감사 백번!!!!!!!

  • 8. 쭈야
    '04.3.31 1:20 PM (211.212.xxx.25)

    자세히 설명 해주시니 이해가 쏙쏙 되네요... 부끄럽게도 저도 미술 전공자지만 이렇게 세세하게는 잘 모르거든요..다른 화가 얘기도 많이 많이 해주세요.
    마구마구 외웠던 신인상파 마네 모네 드가 르느와르 피사로 시슬레..

  • 9. 국민학교
    '04.3.31 4:15 PM (211.242.xxx.21)

    당시 인상파화가들 일본판화에 왜 그리 영향을 받았을까요?
    인상파뿐 아니라 후기인상파까지도 일본영향을 많이 받앗습니다
    심지어 기모노입은 여자를그린 모네작품도 있어요
    그러니 모네가 말년에 일본식다리를 놓아 쉬엇다는 일명 모네정원을 일본이 지금도 무상으로 관리를 해준다던데
    일본의 무한대 일본알리기방법?!이 소름끼치더군요 -_-
    마네 그림보고 딴소리합니다 ^^;
    저역시 그림보기는 엄청스리 좋아해서 테크니카님 글과그림이아주 재밋습니다

    솔직히 야하기로야 아무리봐도 티티엔꺼인데... 그당시사회상황을 되짚어봐도.. 이해가 갈듯말듯입니다
    올랭피아의 저모델 마네의 또 유명한 작품"풀밭위의식사"에 나오는 그옷벗은 여자랑 동일인물입니다
    그거외에도 투우사옷입고 나온 작품도 있구요
    마네의 전문모델쯤 되엇을까요?[분명히 모네와의 관계를 알앗엇는데 까먹엇습니다 ㅡㅜ]
    모든작품마다 그녀는 항상 저렇게 정면을 응시합니다
    당당한듯 뚫어져라 도전적으로 대차게 -_-
    그림을 은근히 감상할 기회를 박탈하는것 같아서 ㅋㅋ;;; 그당시 남성중심 사회가 그리 비난햇는지 그저 이런저런 생각할따름이지요

  • 10. 국민학교
    '04.3.31 4:21 PM (211.242.xxx.21)

    오타!
    [분명히 모네와의 관계를 알앗엇는데 까먹엇습니다 ㅡㅜ]
    모네X----------->마네O!-_-

  • 11. tiranoss
    '04.3.31 4:46 PM (220.70.xxx.36)

    아~~ 감탄하면서 잘보구 있어요
    앞으로도 기대합니다

  • 12. technikart
    '04.3.31 7:15 PM (217.128.xxx.133)

    쭈야님 미술 전공 하셨다는데 앞에서 괜한 헛소리 한거 아닌가 몰라요 아 부끄 ㅡ.ㅡ

    국민학교님 앤틱을 공부하다 보면 18세기 프랑스 가구들의 대표적인 특징이 일본에서 가져온 자개를 가구에 붙여서 화려한 가구를 만든거여여. 일본 문화가 프랑스에 유입된거는 우리가 생각하는거 보다 엄청 오래되었습니다. 일본 판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것은 인상파 자체가 색채만으로 눈에서 해석되는것같은 그림을 추구했기 때문이라고 보여집니다.일본판화는 다색인데다 색채가 화려하고 입체적이지 않은거 같으면서도 원근이 들어가 있어서 인상파가 추구한 이념과 비슷한 효과를 내죠.모네의 일본 정원 역시 판화에서 본 일본의 풍경이 자연스러운 효과를 내지만 인위적이란걸 간파한 모네의 발상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타라노스님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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