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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얼렁뚱땅~~ [홍합볶음]

| 조회수 : 9,055 | 추천수 : 81
작성일 : 2007-12-04 22:02:45


어제는 잠시 무슨 맘을 먹었던 건지...난데없이 곱창이랑 양을 사왔습니다.
양곰탕 끓여서, 식구들 몸 보신 시키겠다는 갸륵한 생각에서 시작된 일이었죠.
그런데...그런데...
곱창, 손질 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고,
사다 할 때 마다 몸서리치면서 '다시는 안산다, 양곰탕은 반드시 사서 먹으리~'했으면서도 시간이 좀 지나면 잊게돼죠.
마치, 첫아이 낳고는 '다시는 아이 안낳겠다'고 공표하고도 아이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서,
산고는 잊은 채 둘째를 임신하게되는 임산부처럼~

곱창은 조금 사서 양이 그리 많지도 않았는데..기름을 떼어낸 후 뒤집어서 소금과 밀가루로 주물러 닦고,
또 다시 뒤집어서 밀가루로 주물러 닦고,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헹구고,
심지어 수도꼭지를 창자 속으로 넣어 물이 창자를 타고 흐르게 하고~~

그러다 문득...친정엄마 생각이 났습니다.
저희 자랄 때 집에서 곱창전골 한번 하면..곱창 어마어마하게 삶았더랬습니다.
오늘 제가 손질한 것에 다섯배는 더 됐었을거에요.
엄마도 그때 이렇게 손질하셨을텐데...
저는 얼마되지 않는 거 1시간 정도 서서 손질했다고, 꼬리뼈가 아프다고 엄살인데...

우리 음식 중에는 슬로우 푸드인것들이 참 많습니다.
장아찌나 젓갈은 물론이고, 흔히 먹는 음식 중 곰국 종류가 그런 것 같아요.
깨끗하게 손질한 곱창과 양을 오랜 시간 푹 고아, 고기는 건져내어서 먹기 좋게 썰어 양념하고,
국물은 차갑게 식혀서 굳기름을 건져낸 다음에야 비로소 국 한그릇이 되어 식구들 밥상에 오릅니다.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지, 얼마나 시간이 많이 걸리는 지...직접 안해보면, 잘 모를, 대표적 슬로우 푸드 입니다.


곱창 손질에 시간이 이렇게 걸릴 줄 모르고, 너무 늦게 시작해서, 양곰탕 저녁에 먹는 건 꿈도 못꾸고,
저녁에는 꽁치통조림을 넣어 지진 김치찌개에 주 반찬으로는 홍합을 볶았습니다.
냉동실에 있던 홍합살, 꺼내둔 것이 있었습니다.
홍합살 썰어서 참기름에 볶은 후 밥을 하는 홍합밥을 할까 하다가..그냥 볶았습니다.

팬에 기름을 두고 파채, 마늘편, 다진 양파, 송송썬 청양고추 넣어 볶다가 향이 올라온 후,
홍합살을 넣어 볶았습니다.
양념은 두반장, 고춧가루, 설탕, 참기름을 넣었습니다.
아, 술도 넣었어요. 불쇼를 하려고 했는데..불쇼 오랫동안 안하니까...잘 안되네요. ^^;;
볶을 때는 독하게 맵게, 그래서 한 알만 입에 넣어도 입에 불이 나게 할까 했었는데,
막상 양념할 때는 식구들이 맵다할까봐 얼렁뚱땅, 대충대충 덜 맵게 간했어요.
나름 먹을만 하던걸요.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린
    '07.12.4 10:09 PM

    이크~ 또 1등!!^^
    이밤에 홍합볶음안주로 한 잔 하면 정말 좋겠어요.
    날씨도 추운데...ㅎㅎ

  • 2. 냠이
    '07.12.4 10:11 PM

    2등이네요~~~ ㅋㄷ 좋은밤 보내세요 감기 조심하구요 ^^

  • 3. 그린
    '07.12.4 10:12 PM

    1등 놓칠까봐 부랴부랴 답글 올려두고...^^

    갑자기 쨍한 겨울날씨가 됐어요.
    저 지금 부산인데도 어찌나 추운지...ㅎㅎ
    (내일아침 겨우 영하라는데도...)
    추우니까 뜨끈한 탕, 매운 거 엄청 당기는데
    엊그제는 선생님이 올려주신 굴 두부 뚝배기로 히트쳤거든요.
    맨날 찬거리없어 고민일 때
    선생님 희망수첩 따라하면 근심이 한 큐에 날아갑니다.

  • 4. 왕언냐*^^*
    '07.12.4 10:16 PM

    홍합볶음...흠...넘 맛나겠어요. ㅎㅎ
    전 슬로우푸드에 넘 약해요.
    조바심이 나서 뭔가를
    좀 오래 익히는걸 잘 못한답니다.
    다 승질이 드러운탓이죠 뭐~ ^^
    선생님 요리엔 품위와 연륜이 묻어납니다.
    정말 많이 배워요~

  • 5. 나오미의룻
    '07.12.4 10:19 PM

    군침이 도는데요.
    저도 한번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남편이 좋아할것 같아요.
    바람이 불어서 추워지는데 감기 조심하세요...

  • 6. 예민한곰두리
    '07.12.4 10:21 PM

    꼬리뼈가 아프시다니...
    내일 김장하실텐데~ 오늘 무리하심 어떻게 해요~ 이궁 ^^
    저도 음식하느라 힘들때마다 엄마 생각 많이 해요.
    특히 겨울에 곰국 한그릇씩 떠주시면서 '목구멍에 때를 벗겨내야 해~ 꼭 먹어~~!!!'
    이런 원색적인 표현을 하신던 울엄마~ '허걱...-.-;; 너무 먹기 싫어'
    넘넘 싫어하던 그 사골곰국이 얼마나 슬로우푸드인지~ 이제야 조금 알게되었답니다.

  • 7. 오렌지피코
    '07.12.5 11:49 AM

    요새는 양이랑 곱창은 따로 주문하지 않으면 구하지도 못하겠던걸요!
    소 잡으면 그 자리에서 식당사람들이 다 사가니까 왠만해서는 동네 정육점까지는 아예 들어오지도 않는다네요.
    저도 어렸을때 엄마가 해주시던 양곰탕이 너무 먹고싶은데 눈 씻고 찾아도 양을 못찾겠어요.
    물론 그거 손질은 거의 죽음이지요. 밀가루로 벅벅 닦고 뜨거운물 부어가면서 껍질 벗기려면...
    그래도 먹고 싶어요.
    그래서 다이어트가 안되나봐요. 흑!! ㅠ.ㅠ

  • 8. 자연맘
    '07.12.22 12:32 AM

    곱창이랑 양은 아이들 어렸을 때에 뭣도 모르고(손질이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엄청 걸리는 것도 무시한 채) 참 많이 했더랬죠.
    지금이요?
    당근 전혀 안하죠.
    갈수록 힘들고 꽤가 나서요.
    제일 첫째 이유는 이렇게 온갖 공들여 가지고 열심히 맛있게
    해 놓아도 "아, 맛있다"라는 소리 전혀 할 줄 모르는 멍청도 양반 땜이죠.
    요새는 그냥 단품 메뉴로 한그릇 해 놓는 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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