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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김치와 두부

| 조회수 : 14,825 | 추천수 : 1
작성일 : 2012-01-15 11:12:29




저희 집에서 저희 집 김장김치를 먹어본 친척이나 지인들은,
'이 집 김치는 어떻게 이런 맛을 내는지...너무 시원하고 맛있다'고 칭찬해주시는데요,
올해는 유난히 더 김치가 맛있게 된 것 같아요.

쨍하게 시원한 맛과 더불어 배추도 고소하고 아삭아삭해서,
진짜 요즘은 기름 바르지 않고 구운 김과 간장, 김치만 있어서 밥 한그릇을 뚝딱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김치가 맛있으니까,
김치를 많이 먹을 수 있는 음식들,
예를 들어 떡국, 군고구마 같은 걸 자주 먹게되는데요,
어제는 두부 한모를 펄펄 끓여 뜨겁게 한 후 두부에 싸먹었습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
긴긴 겨울밤이면 엄마가 아버지를 위해 준비한 밤참이 바로 이 두부와 김치였습니다.
두부 한모를 삶아놓아도, 아버지는 잘 준비를 하고 있는 저희 삼남매에게 모두 젓가락을 쥐어주며,
두부 한조각이라도 먹게하셨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쬐그만 아이들 셋이 두부 먹겠다고 덤벼들어,
아마도 우리 부모님 입으로 두부 한조각 제대로 넘어가지 못했을 것 같아요.



딱 요맘때가 되면....5년전에 돌아가신 친정아버지 생각이 더 납니다.
크리스마스 막 지나 병원에 입원하셔서, 딱 오년전 오늘 대수술을 받으셨고,
그리고 4월16일날 세상을 떠나셨거든요.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 한 일년동안은 제 눈에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고,
평생 아버지를 가슴에 담고, 아버지 생각만 하고 살 것 같았는데,
불과 오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나니,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도 흐려지고, 아버지에 대한 추억도 희미해지려고 합니다.

오늘이 저희 친정어머니 팔순날입니다.
저희 가족들과 어머니의 형제 자매, 그러니까 제 외삼촌들과 제 이모들 모시고 조금 있다가 식사를 하려고 합니다.
팔순잔치 같은 건 민폐라 하시는 어머니의 뜻에 따라,
그냥 간단하게 점심을 먹으려고 하는 거지요.

어머니의 팔순날이라서 그런지 아버지 생각이 더 나고,
오랜만에 자꾸 제 눈에서 물이 나옵니다. 이러면 안되는데...이러면 우리 엄마 눈에서도 눈물이 나올 텐데...
암튼 지금부터 꽃단장하고 엄마랑 외삼촌 이모 앞에서 재롱떨러 나갔다 오렵니다.

휴일 나머지 시간도 좋은 시간되세요.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왕눈이
    '12.1.15 11:25 AM

    좋은 시간 보내시고
    어머님께 더욱 효도해야겠다고 생각이드네요

  • 김혜경
    '12.1.16 11:05 PM

    네...효도도 다 때가 있는 건데...자꾸 그걸 까먹게 되는 거 같아요.

  • 2. shining
    '12.1.15 11:36 AM

    선생님 글 읽는데 눈물이 핑 도네요.
    어머니 팔순 축하드리고요 오늘 즐거운 시간되셨으면 좋겠어요. : )

  • 김혜경
    '12.1.16 11:05 PM

    고맙습니다, 어제 좋은 시간 보냈습니다.

  • 3. 변인주
    '12.1.15 1:52 PM

    친정어머님이 자식나이 오십이 훨 넘도록 살아 계신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복이 많으시네요. 부럽습니다.

    잘 하시는것 알지만 더 많이 자주 뵙고 지내시기를 바래요.

  • 김혜경
    '12.1.16 11:05 PM

    네...저도 어머니께서 건강하게 제 곁에 계셔주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 4. 감로성
    '12.1.15 4:20 PM

    저도 선생님 글을 읽으면서 3년전에 돌아가신 친정어머님 생각에 가슴이 찡합니다.


    어머님 팔순 축하드리고 선생님도 오래 오래 건강 하세요 ~~~

  • 김혜경
    '12.1.16 11:06 PM

    고맙습니다.
    감로성님께서도 건강하세요.

  • 5. 모야
    '12.1.15 5:45 PM

    전에는

    김혜경 샘님께서

    시어머님, 친정어머님 모시고 다니시던 이야기나 사진들을 많이 올려주셔서

    참 깨닫는 게 많았었습니다

    아울러

    ~아, 나는 왜 이리 못된 딸년인가..하고 많이 후회를 하곤했지요


    어머님 이야기같은 글을 올려주시면 참 좋거든요

    흐믓하고

    아, 샘님같은 효녀, 효부는 없구나 !

    하고 많이 깨닫고

    많이 배웠어요

    시어머님을 그리 오래 모신 거..정말 효부십니다~!!!!!!!

    훌륭하셔요

    지금 제얼굴을 모르시니까, 이렇게 써도 되지요?

  • 김혜경
    '12.1.16 11:06 PM

    훌륭하긴요...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아주 부끄럽습니다.

  • 6. 삶의향기
    '12.1.15 7:09 PM

    선생님 글 보고 소박하고 따뜻한 정이 느껴져요.
    저도 돌아가신 아빠생각이 납니다..
    살아계실때 마음편히 못해드린거같아 딸 하나인 저에게 따뜻하게 묵묵함으로 대해 주셨거든요.
    아이들 키우며 엄마로 살아가며 힘이들고 삶에 지칠때 아빠생각이 더욱 간절합니다.
    친정엄마보다 아빠정이 많았기에.......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김치 정말 아삭아삭 맛있어 보여요 ~~

  • 김혜경
    '12.1.16 11:07 PM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하면...제가 못해드린 생각만 납니다...ㅠㅠ...

  • 7. 청솔
    '12.1.15 8:16 PM

    어머니 팔순 추카드려요!!!
    엄마는 영원한 빽이지요 ㅎ
    늘 건강하시길 기원해요^^*

  • 김혜경
    '12.1.16 11:07 PM

    고맙습니다.
    저희 어머니께 전해드릴게요..^^

  • 8. pinkberry
    '12.1.16 1:38 AM

    김장김치,사진으로만 봐도
    맛있고,시원해 보입니다.
    땅에 묻어둔 김장독에서 퍼온 김치국물과
    양지머리 육수를 섞어 빼다 놓은 녹말(녹마)국수를 말아
    밤참으로 먹었던 한국에서의 어린시절이 생각나네요~
    재롱잔치는 즐거우셨는지요?^^
    음식 솜씨 좋으신 친정어머님,팔순 축하드리고~
    만수무강을 기원드립니다!!!^^

  • 김혜경
    '12.1.16 11:11 PM

    재롱은 저희 사촌동생이 부려서, 전 별로 재롱 안떨었답니다...^^

  • 9. 대니맘
    '12.1.16 9:30 AM

    김치...사진만보고 이렇게 침이 꼴깍 넘어가기는 처음이에요....ㅠㅠ
    대니빠랑 대니 김치두부볶음 좋아하는데.....이런 집김치 너무 먹고싶은데....
    그냥 종가*김치로 만족하는 우리식구들 그냥 고맙네요...
    올해도 행복하세요..혜경님~~^^*

  • 김혜경
    '12.1.16 11:11 PM

    네..고맙습니다...

    종갓집김치도 맛있던데요.

  • 10. 연율맘수진
    '12.1.16 5:18 PM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저는 7년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희망수첩보면서
    저도 많이 울었답니다ㅠ

    부부가 늙도록 함께 살고
    한날 한시에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
    .
    선생님 김장김치 저도 한번 먹어보고싶어요
    요 몇년 우리 김장김치는 맛이 영...
    시댁에서 얻어다 먹는 처지라
    그냥 감사한 마음으로 먹고 있어요^^

  • 김혜경
    '12.1.16 11:14 PM

    김장을 주시는 시댁이 있는 것도 참 감사한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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